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84)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84화(84/278)
84화.
“전하, 폭포입니다.”
리오덴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의 노고를 하늘이 알아준 것일까?
폐허의 지배자 와이번, 블랙 오우거와의 전투 이후로 우리는 어떤 몬스터도 만나지 않고 죽음의 폭포까지 내려왔다.
기적 같은 일이었다.
리오덴이 자신의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믿을 수 없는 일입니다. 3구역을 빠져나오다니.”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다행이지. 우리가 있던 곳이 3구역의 악명과는 조금 동 떨어진 곳이었나 봐. 죽음의 폭포가 보이니 이제는 조심해서 서부 사령부로 돌아가자고.”
이곳부터는 리오덴이 확실히 길을 알고 있는 곳이었다.
“네. 전하. 제가 선두에 서겠습니다.”
죽음의 폭포와 오크 군단 본진은 멀지 않았다.
언제 어디서 오크들을 만날지 알 수 없었다. 전투는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았고 무사히 서부 사령부로 돌아가는 게 가장 중요했다.
다시 진열을 잡으면서 나와 기사들은 걸음을 옮겼다.
기사들의 표정이 확실히 밝아졌다.
목표했던 임무를 수행했고, 이제 돌아가는 일만 남았으니까.
동료들의 희생도 지금은 잠시 잊었다. 돌아가면 오크들과 또다시 죽도록 싸워야 한다는 사실 역시 머릿속에서 밀어 두었다.
나름 사기가 좋은 상태에서 귀환을 시작했다.
실울펜이 내 옆을 지키며 함께 걸었고, 이그니스는 하늘 위에서 따라오고 있었다.
상급 정령은 각 속성당 하나의 정령과만 계약이 가능했기 때문에 최대한 많이 소환해 놓는 편이었다.
최상급 정령과의 계약은 아직 먼 이야기였고, 조금이라도 더 강해진 뒤 물의 상급 정령, 땅의 상급 정령과도 계약을 맺고 싶었다.
‘스킬 레벨부터 점검해 봐야겠어.’
나는 상태창을 켰다.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았다.
‘캐릭터 레벨은 변함이 없고.’
레벨은 여전했고, 상급 정령술사 비기너로 판명되었다.
‘위대한 정령사의 길을 걷는 자’ 칭호 효과가 하나 추가된 것은 굉장히 이로운 점이었다.
-모든 속성 정령 스킬 위력 2배 증가.
-속성 화합 스킬 마나 소모 1/2 감소.
상급 정령으로 스킬을 구현할수록 마나 소모가 크기 마련인데, 마나 소모 감소 효과는 내게 있어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다.
새롭게 개방한 붉은 바람의 폭풍 스킬 레벨이 2가 되었고 늪의 요정도 2로 올라 있었다. 바람의 사슬 역시 오랜만에 1 레벨이 오르면서 13이었다. 물의 장벽도 1 올라 13이었다.
무엇보다 대지의 포효 스킬이 5가 된 것이 반가웠다.
‘불의 장막이나 대지의 포효 같은 일종의 보조 스킬들의 레벨을 더 올릴 필요가 있어.’
나는 여러 번의 전투를 겪으면서 정령사에 대하여 다시금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정령사는 전투를 결정지을 수 있을 정도로 화력이 강한 존재였다.
화력만 놓고 보면 결코 마법사 못지않은 강한 광역 공격을 할 수 있었다.
기사만큼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단일 대상으로도 정령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소드 마스터와도 대적이 가능했다.
나는 정령사가 마법사, 기사와 차별화되는 점이 바로 보조 스킬들이라 생각했다.
전투라는 건 서로 공격 한 번, 방어 한 번 같은 약속된 행위 같은 건 없었다.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는 게 전투인데 그때 가장 위력을 발휘하는 게 바로 보조 스킬이었다.
적의 움직임을 방해하거나 혹은 이동을 제한하는 것.
‘분명 여러 보조 스킬 중 적을 완전히 묶거나 혹은 순간적으로 적의 기술을 무력화시키는 것도 있을 거야.’
지금은 그런 스킬의 개방을 노릴 순 없었다.
보너스 스탯이 0이니까.
리치와의 전투에서 나는 모든 보너스 스탯을 사용해서 S급 스킬 두 개를 얻었다.
그때는 정신이 없어서 좋아할 겨를이 없었지만, 지금은 충분히 기뻐하고 있었다.
‘다음 보너스 스탯에서는 퀘스트를 개방해야겠어. 스킬 밸런스가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도 충분하니까.’
스킬은 공격, 방어, 보조 정도로 나눌 수 있는데 나는 공격 스킬이 가장 좋은 편이었고 방어 스킬 역시 나쁘지 않았다.
보조 스킬은 조금 모자랐지만 이 정도로도 충분히 전투가 가능했다.
“전하, 숲 쪽으로 이동하겠습니다.”
강기슭을 따라 이동하고 있었는데 리오덴은 방향을 바꾸었다.
“숲?”
“오크 군단 본진과 멀리 떨어지지 않았고, 폐허의 와이번 둥지와도 가까우니 좀 더 돌아가더라도 숲 쪽을 통과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나는 리오덴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좋아, 이동하지.”
리오덴이 다시 선두로 나섰고, 별 다른 일 없이 우리는 숲 안으로 무사히 들어올 수 있었다.
말이 숲이지 나무들은 모두 죽은 나무들이었고, 땅 역시 까맣게 탄 듯 검은색이었다. 곳곳에 보이는 바위들 역시 기괴한 모양과 몬스터의 피로 추정되는 붉은색도 묻어 있는 게 보였다.
‘언데드와 싸워서 그런가? 어둠의 숲 마기가 이제는 꽤 적응되는군.’
처음 어둠의 숲에 들어올 때만 하더라도 마기 때문에 온몸이 저릿했는데 이제는 그냥저냥 견딜 만했다.
운이 한 번 트인 듯 숲을 나갈 때까지 몬스터 한 마리 만나지 않았다.
오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둠의 숲을 무사히 빠져 나와 이제는 서부와는 딱 하루 거리가 되었다.
“전하, 오늘 밤은 쉬고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마침 근처에 동굴이 있으니 그 곳에서 쉬시지요.”
역시 리오덴은 서부 지리에 빠삭했다.
이번에도 나는 리오덴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좋아. 내일 아침이면 드디어 복귀인가.”
돌아가도 할 일이 남았다.
게일을 구출하는 퀘스트는 끝났지만 서부에서 중요한 퀘스트 두 개가 아직 남았다.
하나는 고르란의 부활을 막는 것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바로 서부 임시 사령부에서만 할 수 있는 퀘스트였다.
‘영주들의 충성이라…….’
* * *
게일은 동굴 깊숙한 곳에서 생각에 잠겨 있었다.
주군이 잠을 자는 곳이고, 응당 밤새 경계를 해야 마땅하지만 지금 이 순간이 아니면 손에 잡힐 듯한 경지가 날아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자신의 곁에는 자신을 보좌할 수 있는 훌륭한 이들이 있었다.
리오덴과 데이비드는 확실히 자신과는 완전히 다른 길을 걸은 기사들이었지만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강했다.
게일은 몇 번의 전투를 치르면서 아룬과 함께 온 기사들의 면면을 자세히 살펴보았는데, 내심 리오덴과 데이비드 이외에는 건질 기사들이 없다고 느꼈다.
그래도 자신을 구하기 위하여 목숨을 바친 이들이니 아룬의 직속 기사단으로 편성하면 최선을 다해 가르칠 작정이었다.
‘서부 방어를 마무리하고 돌아가면 주군에게도 드디어 세력이 생긴다.’
그저 아룬이 누군가의 손에 비참하게 죽지 않기를 바라면서 지켜왔던 세월이었다.
하지만 아룬은 어느 순간 다른 사람처럼 변했고 자신이 상상하지 못했던 재능을 꽃 피웠다.
말은 하지 않고 있었지만 이미 전대 가주보다 더 뛰어난 재능이 있다고 느꼈다.
정령술을 익히고 고작 몇 개월 만에 상급 정령사 비기너라니.
두 눈으로 보지 않았다면 결코 믿지 않았을 사실이었다.
‘세력이 생기는 만큼 견제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고작 기사단 하나 창설한다고 변하는 건 없다. 주군을 견제하는 이들은 너무나도 강력하니까.’
만약 황제가 아니었다면 아무리 자신이 아룬을 최선을 다해 지켰더라도 결코 애트란 가문과 리버힐 가문 그리고 나머지 두 공작 가문으로부터 아룬은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다.
황제가 아룬을 비호한 것은 아니었지만, 황태자라는 직위 자체를 거둬들인 적은 없었기에 그나마 다른 황자, 황녀의 외가가 신중했었다.
하지만 세력을 키우는 이상 그들은 더 이상 지난 세월처럼 그저 가만히 기회만 노리지 않을 게 분명했다.
아룬이 황태자로서 점점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까.
아룬 본인에게 하자가 없다면 그 어떤 명분으로도 아룬을 이길 수 있는 자는 없었다.
황제의 장남!
그건 누구도 흔들 수 없는 절대적인 사실이니까.
게다가 돌아가신 아룬의 어머니는 아직까지 현 황제의 하나뿐인 황후.
이리엘 가문이 정령술의 명가였으며 분명 귀족이었고 황제의 첫 번째 부인이었으니 정당성은 완벽했다.
그동안 아룬이 배척받은 건 오직 그의 능력과 성격 때문이었다.
이제 그 모든 걸 극복했으니 다른 경쟁자들을 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내가 더 강해져야 된다.’
당장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최고의 명가 애트란 가문을 외가로 두고 있었다.
제국 최고의 기사들이 모인 곳이 애트란 가문이었고, 현 가주 베레곤은 제국의 4대 소드 마스터다.
만약 그가 독한 마음을 먹는다면 아룬이 황궁에서 하루라도 버틸 수 있을까?
‘폐하가 계시기에 그는 반역에 가까운 짓을 저지를 순 없겠지만…….’
게일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서부 전쟁도 쉽지 않겠지만, 황궁으로 돌아가서가 더욱 걱정이었다.
그래서 자신을 더욱 채찍질했다.
‘그 방랑 기사도 찾으면 좋을 텐데. 엄청난 인재였어. 과연 세상은 넓다.’
문득 카렌이 떠올랐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은 방랑 기사 한 명에 집중할 때가 아니라 바로 눈앞에 다가온 소드 마스터를 향한 길에 온 정신을 쏟을 때였다.
게일은 마음을 편안하게 먹었고 지난 전투들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오래 전 황제와 함께했던 전장도 떠올렸다.
평범한 롱소드에서 영롱한 오러 블레이드가 사방을 가르는 모습이 선명하게 살아났다.
황제의 움직임은 언제나 단순했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 단순한 움직임을 막아낼 수 없었다.
‘폐하께서는 효율을 언제나 중시하시는 분이지. 반면 나의 검술은…….’
게일은 명상에 빠져들수록 묘하게 자신에게 황제가 해주었던 말들이 떠올랐다.
-굳이 한 번 물러나야 하나? 찌를 때는 언제나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반격을 계산하거나 적이 피할 것을 계산하면 찌르기가 아니지.
-고급 검술 같은 건 없다. 결국 검을 들면 찌르거나 베거나 둘 중 하나가 전부.
-마나가 흐르는 것도 마찬가지다. 검에 마나를 주입할 때 단숨에 하나의 통로로 주입한다고 생각하면 그만큼 오러는 빠르게 생성되고 더 날카롭지.
왜 이제야 그런 말들이 떠오르는 것일까?
자신은 그동안 정통 검술의 원칙에 얽매여 있었다. 리오덴과 데이비드만 보아도 황제에 미치지 못하지만 간결한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그들이 용병 출신이기에 실전 검술에 강한 것이라 생각하기에는 기사들의 검술보다 훨씬 효율적이었다.
검술은 결국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적의 목숨을 끊기 위한 기술이었다.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었지만 그 모든 게 새롭게 다가와 깨달음이 되는 순간, 게일은 탄성을 터뜨렸다.
고오오오오-!
게일의 몸에서 마나가 흘러나왔다.
마나 홀이 거세게 흔들렸고 마나는 노도와 같이 온몸을 타고 흘렀다.
게일은 본능적으로 마나 홀이 커지는 현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나 홀은 저절로 늘어나지 않는다. 마나 홀이 마나를 담는 용기라면 기존의 용기는 깨지고 더 큰 용기가 자리를 잡는 게 바로 마나 홀의 커지는 순서였다.
게일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용기가 깨질 때의 충격을 견뎌내지 못하면 그대로 폐인이 되기 십상이다. 모일 곳을 잃은 마나는 온몸을 미친 듯 휘몰아치고 육체는 그 흐름을 견디지 못하니까.
고오오오오오오-!
몸을 한 바퀴 돈 마나가 마나 홀의 겉부분을 강하게 때렸다. 동시에 마나 홀이 깨지면서 안에 남아 있던 마나도 흐름이 빨려 들어갔다.
게일은 필사적으로 마나를 붙잡아 마나 홀에 쌓았다.
‘전하가 그토록 챙겨주셨는데…….’
문득 폴리시아 꽃이 떠올라 못내 아쉬웠다. 꾸준히 먹었다면 조금이라도 더 수월했으리라.
마나가 쌓이면서 새로운 마나 홀이 생기기 시작했고, 몸을 떠돌고 있던 마나들은 혈맥에 남은 불순물들을 밖으로 내보냈다.
온몸이 뒤틀리는 느낌에 게일은 간신히 비명을 억눌렀다.
육체가 재구성되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게일은 악취와 함께 눈을 떴다.
동굴 입구에서 눈부신 빛이 흘러들어오고 있었고, 아룬의 목소리가 들렸다.
“축하해, 게일. 한계를 넘어 마스터가 되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