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85)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85화(85/278)
85화.
서부 사령부를 나설 때는 람과 톰슨에게 들키지 않기 위하여 새벽부터 은밀히 나섰다.
그리고 오늘은 마치 개선장군과 같이 사령부 안으로 들어왔다.
람과 톰슨 그리고 마이크 후작과 서부 영주들이 모두 모여 나를 맞이했다.
“사령관님!”
마이크 후작은 내가 복귀하자마자 반겼다.
켄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이크 후작 옆에서 진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숙였다.
반면 서부의 영주들과 람과 톰슨의 얼굴은 썩 좋지 못했다.
람과 톰슨이 나를 반기지 않으리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지만, 영주들의 반응은 확실히 의외였다.
내가 서부에 도착하자마자 사령관 자리를 마이크 후작에게 맡겨놓고 사라졌기 때문일까?
‘내가 놀러 나간 것도 아니고 마이크 후작과 켄이 분명 잘 설명했을 건데도 저런 반응이라니. 뭔가 있는 모양이군.’
물론 나는 내색하지 않고 인사를 받았다.
“오크 군단이 밖에 진을 치고 있더군. 수성을 시작한 지 얼마나 되었나?”
내 말에 켄이 대답했다.
“전하께서 작전을 위하여 나가신 이후 곧장 오크들이 몰려왔습니다.”
내가 게일을 구하기 위하여 동분서주하고 있는 동안 이곳은 오크들의 진격을 막으려 매일같이 전투를 했다는 뜻이었다.
다행히 성이 무너지지는 않았다.
오크 군단 역시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은 건 아니었다. 워낙 숫자가 많았기 때문에 별로 줄어들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
켄이 말을 이었다.
“람 경과 톰슨 경의 활약 덕분에 아군은 피해를 별로 입지 않고 수성에 성공하고 있었습니다. 서부 영주님들과 마이크 후작님도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람과 톰슨의 표정을 볼 때 켄이 자신들을 놀린다고 생각하는 듯 보였다.
서부에 온 목적이 열심히 싸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제거하기 위해서였기 때문에 내 명령도 아니고 켄의 명령을 받았던 게 아주 고까웠던 모양이었다.
나는 옅은 미소와 함께 말했다.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일단 들어가시죠.”
내가 직접 앞에 나서 임시 사령부로 걸음을 옮겼다.
영주성조차 허물어 성벽을 보강한 마이크 후작의 성 안에는 높은 건물이 하나도 없었다.
임시 사령부 역시 막사가 가장 넓다는 점만 제외하면 다른 막사와 다를 게 없었다.
막사 안은 밖과 다르게 훈훈했다.
서부의 봄은 제국의 수도보다 늦게 오는 것 같았다.
황궁에 있을 때는 제법 봄바람이 불었는데, 이곳은 전장이기 때문일까?
여전히 밖의 바람은 차가웠다.
나는 마법 난로 앞에서 잠시 몸을 녹였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몸이 노곤하게 풀릴 때쯤 나는 입을 열었다.
“상황은 어떻습니까?”
마이크 후작이 나섰다.
“매일같이 전투가 일어납니다. 오크들은 오전에 한 번, 저녁에 한 번 주기적으로 공성에 나섭니다.”
“아군의 피해는요?”
“경미한 수준입니다.”
나는 정확한 숫자를 원했다.
“몇 명이나 죽고 몇 명이나 다쳤습니까?”
“전사자는 어젯밤까지 총 이백사십 명이고, 부상자는 사백 명, 그중 중상자는 백 명입니다.”
전장의 전체적인 규모를 생각하면 마이크 후작 말처럼 경미한 수준이었다.
당장 성 밖에 진을 치고 있는 오크의 숫자만 하더라도 족히 수만은 가뿐히 넘었다.
그들과 매일같이 전투를 했는데 그 정도 사상자라면 훌륭함을 넘어 완벽한 승리가 이어졌다는 뜻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이크 후작을 위로했다.
“중상자 치료에 각별히 신경 써 주십시오. 서신을 하나 쓸 터이니 중앙에 보내도록 하죠. 오크들은 여전히 많습니다. 이곳이 뚫리면 제국 전체가 오크들로 뒤덮일 겁니다. 반드시 사수해야 됩니다.”
서부 영주 중 한 명이 의구심 가득한 목소리로 발언했다.
“이미 피레온 왕국과 전쟁 중인데 중앙에서 이곳으로 추가 파견을 해주겠습니까?”
“신관 파견은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내가 장담하자 발언한 서부 영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의 전투 역시 군사를 중심으로 전략을 짜고 진행할 생각입니다.”
마이크 후작이 동의했다.
“군사의 전략이 훌륭하여 경미한 피해로 저 오크 대군을 막아낼 수 있었습니다.”
마이크 후작과는 다르게 서부 영주들의 표정은 묘했고, 특히 톰슨의 표정은 노골적으로 불만이 들어 있었다.
반면 담담한 표정의 람은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전하, 아니 사령관님은 본부를 비우고 어디를 다녀오신 겁니까?”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람의 말이 이어졌다.
“기사 숫자가 줄어든 것을 보면 전사자도 있었겠죠. 비밀리에 성을 떠나신 이유를 누구도 알지 못합니다. 모두가 이곳에서 싸우고 있을 때 정작 사령관님께서 자리를 비우셨습니다.”
람은 깊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나를 직시하며 덧붙였다.
“그러고 보니 게일 기사님이시군요. 서부 수색대를 이끄셨던 분이 사령관님과 함께 복귀라, 설마 사령관 자리도 던져놓고 한 명의 기사를 구하기 위해서 몰래 성을 나갔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톰슨이 거들었다.
“사령관이라는 건 단순한 직책이 아니라 전장의 총책임자입니다. 게일은 황궁에서부터 사령관님의 수족이라 불리는 기사. 자신의 기사 한 명을 위해 여러 날 자리를 비우는 건 사령관으로서의 책무를…….”
나는 톰슨의 말을 잘라냈다.
“내 수족이지. 그리고 제국의 새로운 소드 마스터이고. 마스터 한 명이 가지는 전략적 가치는.”
람의 얼굴에 흐르는 경악을 나는 미소로 구경하며 힘주어 말을 이었다.
“하나의 소국과 맞먹는다. 여기 있는 모두가 알고 있는 상식이지.”
* * *
게일은 검무를 선보였다.
콰아아아앙-!
선명한 오러 블레이드가 게일의 춤사위에 따라 움직였고 범위 안에 있는 오크들의 몸이 반으로 갈라졌다.
“1차 통일 전쟁 당시 폐하와 많은 전장을 함께했습니다.”
마이크 후작의 목소리였다.
나는 성벽 위에서 후작의 목소리를 듣는 한편 게일의 모습에도 집중했다.
게일은 홀로 오크 군단 중앙을 박살내는 중이었다.
성벽 위에서 톰슨의 마법 병단과 병사들이 원거리로 지원을 하는 중이었고, 람의 애트란 기사단은 동쪽 성벽 방어를 맡았다.
즉, 게일은 현재 홀로 중앙 성문 앞에서 오크 군단을 상대하고 있었다.
내 입으로 직접 말하기는 했지만 막상 오러 블레이드를 쭉쭉 뽑아내면서 무시무시한 움직임으로 오크를 상대하는 게일의 모습은 놀라웠다.
“게일은 폐하보다 조금 투박한 모습이지만 위력만큼은 과연 소드 마스터답군요.”
게일의 주위는 오크들의 시신으로 가득했다.
마이크 후작은 허허, 웃음을 머금었다.
“제국에 큰 복입니다. 사령관님도 휘하에 소드 마스터를 두셨으니 실로 축하할 일이군요.”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마이크 후작의 목소리가 살짝 낮아졌다.
“람과 톰슨이 뭔가 일을 꾸미는 것 같았는데 게일이 소드 마스터로 복귀하면서 모든 게 물거품이 된 모양입니다.”
대답은 내가 아니라 켄이 나섰다.
“서부 영주들을 흔들어 후작님을 사령관 자리에서 물러나게 할 작정이었더군요. 그런데 전하께서 복귀하셨고, 소드 마스터를 구출해 왔습니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런 일이 있었나?”
켄이 피식 웃었다.
“조잡한 수이지요. 베레곤 공작과 오스틴 공작이 직접 와서 흔들어도 서부 영주들은 쉽게 흔들릴 사람들이 아닙니다. 서부에서 마이크 후작님의 명성과 영향력을 과소평가한 겁니다.”
마이크 후작은 겸손했다.
“그저 그들이 서부 영주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가지 않아서 그런 것일 뿐, 제 영향력 때문은 아닙니다.”
마이크 후작 역시 두 사람의 잔머리를 이미 알고 있었다.
나는 착잡한 듯 말했다.
“제국을 위하여 전장에 나선 이들이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라…… 제 덕이 부족해서 그런가 봅니다.”
켄과 마이크 후작은 굳이 말로서 나를 위로하지 않고 가볍게 고개만 숙였다.
그사이 게일이 오크들의 선봉을 모조리 죽인 뒤 돌아왔다.
“사령관님.”
“고생했다.”
게일이 고개를 숙였다.
마이크 후작은 게일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오크들도 놀란 모양입니다. 보통 한 번 공성에 나서면 늦은 오후까지 계속 달려드는데, 오늘은 오전 전투는 이것으로 끝난 것 같군요. 게일 경의 신위에 오크들이 겁을 집어먹은 것 같습니다.”
마이크 후작의 말은 결코 과언이 아니었다.
오크들이 썰물처럼 물러나고 있었다.
워낙 숫자가 많아서 그런지 밖에는 오크들의 시신으로 가득한데, 여전히 물러나는 오크들은 마치 까만 개미떼 같았다.
“오크 왕이 오면 전투가 더 격렬해질 겁니다.”
나의 말에 마이크 후작이 물었다.
“오크 왕을 직접 보셨습니까?”
“게일을 구하는 과정에서 만났습니다. 돌아가서 회의를 열겠습니다.”
서부 영주들의 충성을 받는 것보다 고르란의 부활을 막는 게 더 중요했다.
‘카렌은 지금쯤 고르란을 찾아 나서고 있을까?’
게일의 말에 따르면 카렌은 고르란의 부활을 막는 것에 사명감을 느끼고 있었다. 내가 설정한 카렌의 성격 그대로였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혼자서 오로지 고통받을 사람들을 위하여 위험에 뛰어드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다소 굳은 표정의 나를 보면서 마이크 후작과 켄 그리고 게일은 말없이 내 뒤를 따랐다.
일부 병사들은 오크들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하여 성 밖으로 나갔고, 람과 톰슨을 비롯하여 구역을 맡아 병사들을 지휘하던 서부 영주들은 내 막사로 모이기 시작했다.
나는 모든 영주들이 돌아왔을 때 말했다.
“오크와의 전투는 장기전입니다. 어둠의 숲에는 여전히 많은 오크들이 남아 있고 오크 왕도 있습니다. 그들은 조만간 왕을 데리고 올 겁니다.”
지금까지는 방어에 성공적이었지만 오크 왕과 오크 술사들이 본격적으로 합류하면 전투의 향방은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를 게 분명했다.
람과 톰슨을 비롯하여 애트란, 리버힐의 정예들이 있지만 절대적인 숫자 면에서 우리가 오크들보다 훨씬 밀렸다.
특히 개개인의 전투력은 오크들이 병사들보다 더 강했다.
서부 병사들도 정예병이라 불리지만, 오크 왕이 이끄는 오크 전사들은 평범한 오크들과는 다르니까.
“성벽이 뚫리면 단숨에 밀릴 겁니다. 다행히 마이크 후작이 성벽을 보수하여 잘 버티고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지 않고 소모전으로 간다면 불리합니다.”
모두가 있는 회의 자리였기 때문에 나는 존댓말을 사용했다.
서부 영주 중 한 명이 손을 들었다. 즉시 발언권을 주자 그가 몸을 일으키며 입을 열었다.
“근본적인 원인은 혹시 사령관님께서 게일 경을 구출하실 때 보고 겪었던 일과 관련이 있습니까?”
제법 생각이 날카로운 자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게일 경은 오크 군단 본진에 갇혀 있었고 저는 그를 구출하는 과정에서 오크 왕은 물론이거니와 스켈레톤, 듀라한 그리고.”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뒤 나는 말을 이었다.
“리치를 만났습니다.”
톰슨이 몸을 벌떡 일으켰다.
“리치라뇨! 말도 되지 않습니다. 리치를 만났다면…….”
살아 돌아올 수 없었을 것이라는 말이 생략되어 있었다. 톰슨은 표정으로 말하는 중이었다.
나는 그가 하지 못한 말을 대신 해주었다.
“그 자리에서 내가 뼈를 묻었겠죠. 하지만 게일도 함께였고, 나와 같이 갔던 기사들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사령관 본인도 리치에게 죽을 정도로 약하지 않습니다.”
톰슨의 표정이 묘하게 비틀렸다. 서부 영주들의 표정 역시 가라앉았다.
그들은 나를 게일이라는 소드 마스터를 휘하에 둔 황태자로서 인정하는 것이지 실력자로 인정하고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 느껴졌다.
게일이 슬쩍 나섰다.
“상급 정령사와 소드 마스터를 목전에 둔 기사, 그리고 최상급 익스퍼트 기사 둘과 그를 받치는 백 여명의 기사 정도라면 충분히 리치 사냥이 가능합니다.”
모든 시선이 내게 모였다.
상급 정령사, 그 칭호가 갖는 의미가 결코 적지 않았으니까.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앞으로 내가 할 말은 내 실력이 출중해야 설득력을 얻으니까.
실울펜과 이그니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서로 다른 속성의 상급 정령!
상급 정령 비기너가 아니라 마스터로 충분히 오해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수련을 위해 간혹 상급 정령들을 소환해서 함께하고 있으니 놀라지 마시길 바랍니다.”
누군가가 침을 꿀꺽 삼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