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86)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86화(86/278)
86화.
일종의 무력 시위였다.
현재 제국에서 상급 정령사로 이름을 날리는 사람은 세 명이었다.
그중 한 명은 나의 아버지이자 이 제국의 주인 바로 황제. 나머지 두 명은 모두 방랑자로 알려져 있었다.
많은 가문이 두 명의 상급 정령사를 끌어들이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지만, 일정한 거처가 없어 찾는 것조차 힘들어했다.
그리고 이제 나는 제국에서 또 한 명의 상급 정령사로 이름을 날릴 예정이었다.
이제 막 상급 정령사가 된 애송이 비기너가 아니라 두 속성의 상급 정령사를 소환할 수 있는 마스터로 알려질 것이다.
“소모전이 불리한 근본적인 이유는 오크의 숫자 때문입니다.”
현재도 서부에서 동원한 병력보다 오크의 숫자가 훨씬 많았다.
내 말에 모두가 집중하고 있었다.
“어둠의 숲에는 여전히 많은 오크들이 있죠. 지금 저들을 모두 물리친다 하더라도 더 많은 오크들이 이곳으로 내려올 겁니다.”
서부 영주들이 신음을 삼켰고, 마이크 후작 역시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내심 이들은 눈앞에 있는 오크들이 끝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았다.
하긴, 누구나 끝도 없이 몰려오는 오크들을 보면 더 많은 오크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건 쉽지 않았다.
“오크 술사와 오크 왕은 오지도 않았죠. 어둠의 숲에서 폐허의 지배자라 불리는 와이번과 오크 왕이 싸우는 것을 보았습니다. 오크 왕과 함께하는 오크 전사들은 최소 두 배 정도 전력이 올라가는 것 같더군요.”
마이크 후작이 물었다.
“저 오크들은 이미 몬스터라 부를 수 없을 정도의 강력함을 지녔습니다. 그런데 오크 왕과 함께 있기만 해도 두 배나 더 강해진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습니다. 오크 왕과 오크 술사까지 전투에 참여하면 수성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톰슨이 이죽거렸다.
“어렵고 힘든 건 누구나 아는데…….”
나는 톰슨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마나 홀에서 나도 모르게 마나 꿈틀거렸고, 막사 안에 기이한 기운이 맴돌았다.
톰슨이 얕은 신음을 터뜨렸다.
주변은 내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나로 넘실거렸다.
특히 톰슨이 받는 압박감은 내 상상을 초월하는 것 같았다. 톰슨이 몸을 비틀거렸다.
“사령관님.”
마이크 후작의 목소리에 나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부디 기본적인 예의는 지키기를 바란다.”
나는 톰슨에게서 시선을 뗀 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말을 이었다.
“오크 왕이 충성을 맹세하는 존재가 있습니다. 리치의 주인이지요. 스켈레톤과 듀라한은 리치가 소환한 언데드들입니다.”
켄이 내 말에 추측했다.
“흑마법사도 여러 분야가 있는데 그 리치는 네크로맨서였던 모양이군요.”
“맞아. 리치의 라이프 배슬을 파괴한 건 아니야. 리치와 언데드들을 상대로 전투는 이겼지만 후환은 남아 있다고 봐야지.”
“오크 왕과 리치를 부리는 자라면 마족이겠군요.”
조용히 있던 게일이 입을 열었다.
“마족이 직접 강림한 건 아닐 겁니다.”
카렌은 이미 고르란이 어디에 봉인 되어 있는지 알고 있었고, 게일과 함께 부활을 막기 위하여 움직이던 중이었다.
게일은 정확한 장소는 몰랐지만 악의 종자가 봉인되어 있다는 사실만큼은 카렌을 통해 확인했다.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그 악의 종자. 오크 왕과 리치의 주인. 그 자를 죽이지 못하면 서부의 위험은 끝나지 않을 겁니다.”
나는 의견을 이어나갔다.
“별동대를 편성하여 오크 군단 본진 근처 어딘가에 있는 그 악의 종자를 제거해야 됩니다.”
마이크 후작, 서부 영주들 그리고 람은 생각에 잠겼다.
톰슨은 호흡을 가다듬으며 내게 받았던 압박감을 해소하는 모양이었다. 망신을 당했다는 사실 때문인지, 악의 종자에 대해서 고민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람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애트란 기사단이 그 일을 맡겠습니다.”
나는 의외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람 경이?”
“네. 기동력이 중요한 별동대이니 규모가 커서는 안 되고 그렇다고 전력이 약하면 도리어 당할 위험이 크니까 소수 정예가 적합하지 않겠습니까? 애트란 기사단이 이 일을 맡는 게 당연합니다.”
람이 자신감을 내비쳤다.
“애트란 기사단은 제국 최고의 정예이니까요.”
서부 영주 중 한 명이 이의를 제기했다.
“애트란 기사단만으로는 힘들 수 있습니다. 오크 군단 본진 근처라면 지금 저 밖에 있는 오크들보다 오크들이 더 많을 것인데 과연 그들에게 들키지 않고 악의 종자를 제거할 수 있을까요? 전력보다는 어둠의 숲을 잘 아는 게 더욱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서부 영주의 의견 또한 타당했다.
람도 고개를 끄덕였다.
“전하께서 직접 애트란 기사단과 함께해 주시면 어떻겠습니까? 마이크 후작이 임시 사령관 역할을 잘 해냈고, 소드 마스터인 게일 경까지 있으니 저희 기사단이 빠지는 전력 공백을 메우고도 남을 겁니다.”
람의 의견은 좋아보였다.
하지만 그 속에 숨겨진 위화감은 외면할 수 없었다.
‘나와 게일을 떼어놓고, 악의 종자를 제거하면 나 역시 제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건가? 그리고 내 죽음에 대해서는 악의 종자와의 전투에서 전사한 것으로 위장하고.’
수가 뻔히 보였지만 나는 람의 의견에 동의했다.
“람 경의 의견이 좋아 보이는군. 혹시 다른 의견이 있나?”
나는 켄에게 시선을 돌렸다.
“사령관님께서 자리를 비운 일로 언짢아하시던 람 경의 의견이 모순되어 좀 더 고민해 보고 싶습니다.”
켄의 말에 람의 표정이 미미하게 일그러졌다.
* * *
켄의 의견은 듣지 못한 채, 우리는 또다시 방어에 나서야 했다.
오크들은 갑작스레 들이닥쳤다. 나는 오전 전투와는 다르게 지켜보는 게 아니라 직접 나섰다.
두 상급 정령을 중심으로 성벽 위에서 막강한 화력을 발휘했다.
붉은 바람의 폭풍이 오크들의 중심을 휩쓸었다.
콰아아아앙-! 쾅-! 쾅-!
톰슨의 마법 병단은 나에게 질세라 고위 마법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톰슨이 힘을 내는군요.”
켄의 말에 나는 정령들을 통해 스킬을 구현하면서 물었다.
“그동안은 소극적이었나?”
“전력을 발휘하지는 않았습니다. 황제가 임명한 군사의 명령을 거부할 순 없어 전투에 참여하기는 했지만 지금과 같은 모습은 확실히 아니었죠.”
리버힐 가문의 명성은 과연 헛되지 않았다.
마법 병단이 마음 놓고 화력을 발휘하기 시작하자 전투가 너무 쉽게 느껴졌다.
나는 몇 번의 스킬 정도로 여러 병사들에게 사령관으로서의 존재감만 각인시킨 뒤 굳이 스킬을 더 사용할 이유가 없었다.
“람의 의견을 반대한 건 그의 농간이 너무 뻔하기 때문이야?”
내 질문에 켄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내가 놀라자 켄은 설명했다.
“애트란 가문의 정예를 줄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 놓칠 리가 없죠. 저는 마법 병단에서도 일부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러면 나는 필히 죽으라는 이야기인데?”
“당연히 게일 경이 함께 가야겠죠.”
켄은 자신감을 내비쳤다.
“저에게 맡기십시오. 람과 톰슨을 엮어보겠습니다. 애트란 가문과 리버힐 가문이 아끼는 기사와 마법사가 영광스럽게 전사하는 그림으로 가야겠죠.”
“이곳은 텅 비게 되는데?”
켄이 빙그레 웃었다.
“마이크 후작은 훌륭한 지휘관입니다. 아마 뚫리지는 않을 겁니다. 제가 몇 가지 전략도 알려주었으니 충분히 방어할 수 있습니다.”
켄이 속삭였다.
“저도 이번 원정에 합류할 생각입니다. 다행히 람과 톰슨이 가만히 있지 않고 서부 영주들을 뒤흔들었으니 함께 엮어서 게일 경과 함께 원정에 나서는 건 어렵지 않을 겁니다.”
나는 켄의 능력을 누구보다 신뢰하는 사람이었다.
그가 자신감을 보였으니 믿어주기로 결정했다.
* * *
때늦은 회의였지만 아무도 불만을 표시하지 않았다.
“내일 오전에 곧바로 출정할 생각입니다.”
내 선언에 막사 안은 침묵으로 물들었다.
켄이 입을 열었다.
“람 경의 의견을 받아들여 애트란 기사단과 함께 사령관님이 직접 원정에 나서실 겁니다.”
게일이 나섰다.
“사령관님.”
켄이 게일을 말렸다.
“원정대 구성은 끝냈습니다. 람 경을 비롯하여 애트란 기사단 기사 스무 명, 톰슨 경을 비롯하여 리버힐 마법 병단 마법사 다섯 명 그리고 전하와 함께 어둠의 숲에 다녀온 기사 스무 명입니다.”
톰슨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 무슨 독단적인 결정인가!”
“지금 사령관님에게 항명하시는 겁니까?”
켄의 말에도 톰슨은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전장에서 사소한 결정 하나가 승패를 좌우하는 법! 아무런 근거도 없는…….”
켄이 톰슨의 말을 잘라냈다.
“근거는 많습니다. 최고의 정예 기사와 그를 뒷받침하는 최고의 마법사들, 그리고 사령관님은 정령사이시니 조합 자체만으로는 최고입니다. 무엇보다 게일 경은 소드 마스터로서 어떤 변수와 위험에도 대처하실 수 있죠.”
람이 담담하게 나섰다.
“그럼 이곳은 텅 비게 되지 않나? 우리가 어둠의 숲으로 간 사이에 오크 왕이라도 나타나면? 과연 서부의 병력만으로 막을 수 있나?”
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막을 수 있습니다. 람 경과 톰슨 경은 특히 잘 아시지 않습니까? 서부의 전력이 대단하다고 하신 건 두 분이십니다.”
람과 톰슨의 표정이 굳어졌다.
마이크 후작의 이름값과 영향력에 억눌려 있던 서부의 다른 영주들에게 했던 감언이설이 이런 식으로 돌아올 줄은 몰랐으리라.
“전장에서 아군이 분열하면 필패입니다. 분열을 조장하는 건 사령관에 대한 반역이고요.”
몇몇 서부 영주들까지 덩달아 긴장했다.
켄의 미소가 진해졌다.
“이곳은 후작님께서 잘 막아주실 겁니다. 그리고 별동대가 오크 왕의 발목도 붙잡을 것이니 오크 왕이 이곳으로 내려올 일도 없고요.”
람과 톰슨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두 공작 가문의 최고 인재들이 켄에게 시종일관 휘둘리는 것을 보면서 나는 사람 한 명은 기가 막히게 뽑았다고 느꼈다.
그건 게일도 마찬가지였다.
감정을 원체 드러내는 법이 없는 게일이었지만, 지금은 켄을 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서부의 경험 많은 영주들을 완전히 장악한 듯 보였고 마이크 후작에게도 인정받은 모습이었다.
두 공작 가문의 인재는 켄에게 완전히 제압당해 꺼내는 말마다 족족 완벽한 논리에 반박만 당했다.
내가 정리에 나섰다.
“그럼 군사의 말대로 진행하는 것으로 하고. 게일.”
“예, 사령관님.”
“켄과 상의해서 보급품을 챙기도록해. 그리고 톰슨.”
내가 자신을 부르자 톰슨이 쥐었던 주먹을 풀며 슬그머니 내게 시선을 주었다.
“마법 병단 정예가 직접 왔으니 여러 아이템도 가져왔을 것이라 짐작 되는데.”
톰슨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솔직하게 대답했다.
“아이템들은 리버힐 가문의 보물들입니다. 오직 병단의 존폐를 위협할 때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폐하께서도 직접 재가하신 사항입니다.”
톰슨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리버힐 가문이 유명하고 대단한 건 그들이 뛰어난 마법사 가문이기 때문이었다.
마법사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아이템만 전문적으로 만드는 마법사도 마법사였고, 리버힐 가문에는 당연히 다양한 마법사가 존재했다.
마법 병단처럼 전장에서 존재감을 발휘하는 마법사, 마법이라는 학문 자체를 연구하는 마법사, 아이템을 만들어내는 마법사.
나는 리버힐 가문이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그 아이템들을 사용하고 싶었다.
톰슨의 말처럼 그건 그들 가문의 사유 재산이었고, 전장에서도 오직 그들만을 위하여 사용했다.
아버지 역시 그 부분에 대한 리버힐 가문의 권리는 인정하고 있었다.
“황태자궁 예산으로 구입하지.”
“제가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그럼 마법사 다섯 명이 아니라 스무 명을 원정대에 포함시켜야 되네. 내가 요구하는 건 보물 아이템이 아니야. 효능이 매우 뛰어난 포션이나 혹은 공격 마법이 새겨져 있는 스크롤 정도이지.”
톰슨이 깊은 고민에 잠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