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87)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87화(87/278)
87화.
람과 톰슨은 약속이라도 한 듯 톰슨의 막사로 들어갔다.
톰슨은 잔에 와인을 채웠고, 람은 거부하지 않고 와인으로 목을 축였다.
먼저 입을 연 건 람이었다.
“황태자에게 망신을 당하고 잔뜩 겁을 먹은 건가? 생각보다 황태자에게 고분고분하더군.”
평소 람의 성격을 생각하면 꽤 강하게 조롱한 것이었다.
의외인 건 톰슨이었다.
다혈질적이고 성미가 급하며 욱하는 성격인 톰슨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상급 정령사는 결코 만만하게 볼 존재가 아니니까.”
서클 마법사이자 차기 리버힐 가문의 가주 자리를 노리고 있는 톰슨의 솔직한 고백에 람이 호오, 탄성을 터뜨렸다.
“마스터 수준이던가?”
“정확히는 모르지. 하지만 상급 정령 둘을 소환하는 것을 자네 눈으로도 보았으니 그렇다고 봐야겠지.”
람은 와인잔을 가볍게 돌리며 중얼댔다.
“황태자가 최상급 정령사가 된다면 황제 이후 제국에서는 최초야.”
“황제 이후 최상급 정령사가 나오는 건 반갑지 않은 일인데. 더구나 그게 황태자라면 더더욱.”
대륙을 아우르고 있는 거대한 제국에서도 최상급 정령사는 황제, 론 칼 레오드 한 명뿐이었다.
범위를 나머지 왕국들까지 넓혀 보아도 최상급 정령사는 없었다.
방랑 정령사 중 한 명이 최상급 정령사라는 소문이 있었지만 그건 말 그대로 소문일 뿐 확인된 바는 아니었다.
정령사는 그만큼 드문 존재였고, 당연히 정점에 이른 정령사 역시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밤중에 아이템 목록을 보내준다고 했으니 준비할 시간이 필요해. 자네도 딱히 할 말이 없으면 돌아가서 쉬는 게 어때?”
시종일관 담담한 톰슨이었다.
람은 남은 와인을 모두 마신 뒤 말했다.
“마법 병단을 전멸시키는 건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황태자와 톰슨의 목이면 오스틴 공작도 제법 아프겠지.”
톰슨의 몸이 굳어졌다.
“가주께서 나를 이곳으로 보내시면서 하신 말씀이시지.”
람이 덧붙였다.
“애트란은 대대로 장자가 가주가 되었지만, 장자만이 가주가 되라는 법은 없다. 장자의 능력이 다른 이들보다 뛰어났기 때문에 가주가 된 것뿐이지.”
톰슨은 대답하지 않았다.
람은 지금 가주의 은밀한 명령을 털어 놓았다.
“자네도 비슷한 명령을 받았을 것 같은데. 가주 자리에 대해 욕심이 없다고 말하면 자네에게 꽤 실망할 것 같군.”
톰슨이 피식 웃었다.
“리버힐의 피를 이었고 이 나이에 6서클까지 올랐는데 가주에 대한 욕심이 없다? 리버힐은 그 누구보다 탐욕스러운 가문이지. 나도 그 피를 이었고.”
“오스틴 공작님도 우리 가주님과 비슷한 말을 했을 것 같은데?”
람의 말을 톰슨은 부정하지 않았다.
독한 와인을 벌컥 마신 뒤 크게 웃었다.
“맞아. 애트란에 장남을 견제할 수 있는 천재가 한 명이 있다. 그놈의 성격을 볼 때 가주 자리를 탐내지는 않고 장남의 수족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애트란 가문의 전력이 더욱 견고해진다는 의미이지. 이번 기회를 통해 애트란 가문의 미래 중 하나를 꺾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그리고.”
톰슨 역시 오스틴 공작에게 들은 말을 그대로 내뱉었다.
“리버힐은 철저한 장자 계승 가문이지만, 내 대에서는 다르다. 난 리버힐을 최고의 가문으로 만들고 싶다. 최고의 인재에게 가주 자리를 물려주는 게 내 의무 중 하나이지. 내 아들도 지금 네 나이에 6서클에 오르지 못했다.”
람이 몸을 일으킨 뒤 와인잔에 와인을 채웠다.
“그럼 합의가 된 건가?”
“그래. 상급 정령사를 죽여야 되는데 소드 마스터까지 옆에 붙어 있어. 그 뒤까지 생각하기에는 솔직히 무리가 아닌가.”
게일이 소드 마스터로서 복귀하면서 두 사람은 극적인 타협을 이루었다.
“그런데 가능한가? 솔직히 나는 소드 마스터를 상대해 본 적이 없어서 감이 잘 오지 않는데.”
람이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와 대결하는 건 꽤 많이 생각해봤을 것 같은데? 자네의 승산이 어느 정도라 생각하나?”
“그건 비밀이지.”
람은 오늘 완전히 솔직해지기로 결심한 듯 거침없이 말했다.
“기사와 마법사의 일 대 일 전투는 기사가 유리하지만 5서클 이상 가는 마법사는 그런 상식도 통하지 않지. 나는 자네와의 일 대 일 전투는 절반 정도의 승산이라 생각했어.”
톰슨은 대답 없이 와인을 마셨다.
“내가 열 명이 있다고 하여도 소드 마스터 한 명을 이길 수 없네. 아니, 검이라도 제대로 한 번 휘두를 수 있을까?”
람의 말에 톰슨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 정도라고?”
“6서클과 7서클의 차이가 어느 정도인가?”
톰슨은 대번에 람의 말을 이해했다.
“마법사가 아니기에 나는 정확하게 모르지만 최상급 소드 익스퍼트와 소드 마스터의 차이는 6서클 마법사와 7서클 마법사 정도의 차이는 날 거라 생각해.”
“자네가 솔직해진 이유가 있었군. 이거 황태자에게 마법사들을 더 데리고 간다고 말해야겠어.”
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원정대 규모는 황태자쪽 기사들과 람의 기사들, 마법사들이 반절씩 이루어져 있었다.
하지만 상대에게는 소드 마스터가 존재했다.
전력 측정이 불가능한 존재가 있으니 람은 신중할 수밖에 없었고, 톰슨 역시 전보다 게일의 존재를 더 크게 인식하였다.
“일단 원정 중에 황태자를 죽이는 건 필수겠군.”
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이크 후작은 진즉 황태자 편이었던 것 같고 서부 영주들 역시 황태자가 상급 정령사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그에게 호감을 갖기 시작했으니까.”
* * *
“지금쯤 머리를 굴리느라 정신이 없을 겁니다.”
켄의 말에 내가 어깨를 으쓱였다.
“뭐. 그건 내 사정이 아니라 저들 사정이니까.”
리오덴과 데이비드는 조용히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하여 눈동자를 굴렸고, 게일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전하, 애트란과 리버힐은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존재들입니다.”
나도 게일의 말에 동의했다.
“당연하지. 톰슨과 람은 나름대로 차기 가주를 노리는 자들이고 그 재능이 익히 알려져 있는 자들이니까. 6서클 마법사와 최상급 소드 익스퍼트라.”
나는 리오덴과 데이비드에게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저들은 이 두 사람에 대해서 모르지. 나와 함께했던 기사들 역시 얼마나 성장했는지. 그들에게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리는 지옥이나 다름없는 곳을 뚫고 돌아왔어. 문제는 다시 그곳으로 들어가야 하지만.”
문득 나는 요정에 대하여 생각이 미쳤지만, 머릿속에서 털어버렸다.
요정이 아직 대륙에서 모습을 드러낼 때가 아니었으니까.
물론 언젠가는 요정에 관해서도 생각을 해야겠지만, 지금은 더 중요한 문제가 눈앞에 산적해 있었다.
“자, 일단 원정대를 짰으니 그 이후 일에 대해서 논의하지.”
리오덴이 슬쩍 끼어들었다.
“전하, 혹시 그자들이.”
나는 아차, 하고 리오덴과 데이비드에게 설명했다.
“이번 원정대의 목적은 악의 종자를 죽이는 것도 있지만 람과 톰슨이 나를 죽이려할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막고 나아가 그들의 전력을 깎는 목적도 있어.”
리오덴과 데이비드는 애써 놀란 기색을 숨겼다.
나와 람, 톰슨이 서로 앙숙인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설마 그들이 황태자인 나를 죽이려 한다는 사실은 상상하기 힘들었던 모양이다.
켄이 설명했다.
“애트란 가문과 리버힐 가문이 왜 정예를 보내겠습니까? 폐하의 명령도 있었지만 그들은 얼마든지 그 명령을 따르지 않고 시늉만 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황궁에서 보여준 전하의 성장세를 보았을 때 지금 싹을 반드시 자르는 게 좋겠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죠.”
리오덴과 데이비드가 대번에 동의했다.
그들의 눈으로 볼 때도 나의 성장세는 믿을 수 없을 정도였던 것 같았다.
“하긴, 전하는 정말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셨죠.”
리오덴의 말에 데이비드가 공감했다.
“처음 뵀을 때보다 이미 두 배 이상 강해지셨습니다.”
나는 적당히 겸손한 자세를 보여주었다.
“좋게 봐주어서 고맙군. 어쨌든 원정대 명단부터 점검하지.”
켄이 먼저 내 휘하에 있는 기사들부터 살폈다.
“일단 평가 대회 출신들은 모두 넣었습니다. 전하께서 게일 님을 구출하러 가셨을 때 그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셨으리라 믿습니다.”
리오덴이 끼어들었다.
“대부분이 전하께 충성을 맹세했습니다. 보오펜 휘하 기사들은 전하를 주군으로 모실 순 없지만, 보오펜 백작의 휘하 기사로서 황가에 충성을 다짐하는 모양새였습니다.”
보오펜 백작은 워낙 유명한 황제파 귀족이니 휘하 기사들 역시 마찬가지로 모두 황제파였다.
하지만 나와 함께 게일을 구출한 경험을 통해 아버지가 아니라 황태자인 나를 높게 평가하는 계기가 되었다.
무능력한 황태자가 아닌 제국을 이어 받을 자격이 있는 황태자로.
켄이 진하게 웃었다.
“역시 전하이시군요. 그럼 일단 정예를 추려보죠. 두 분과 게일 님, 그리고 전하까지 총 세 분이 우리 일행의 핵심입니다.”
켄은 아직 중급 소드 익스퍼트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애트란 가문의 기사들보다 약간 낮은 수준이었다.
“저들의 정예는 톰슨, 람을 포함한 모두라 할 수 있습니다. 전력에서 크게 밀리는 것 같지만 정령사이신 전하와 무엇보다 소드 마스터이신 게일 님이 있으니 우리의 전력이 오히려 압도적이라 할 수 있죠.”
게일은 미약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게일이 보여주었던 신위를 떠올리자 나 역시 절로 자신감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단 한 단계 차이였지만 최상급 소드 익스퍼트와 소드 마스터는 하늘과 땅 차이라 하여도 과언이 아니었다.
게일이 이제 막 소드 마스터가 되었다 하더라도 그 차이는 변함이 없었다.
“변수는 어둠의 숲 그 자체입니다. 악의 종자를 제거할 때까지 게일 님은 그 어떤 부상도 당하시면 안 됩니다. 특히 마법에는 더더욱이요.”
게일이 짧게 물었다.
“저들의 마법은 내게 통하지 않는다.”
“마법은 통하지 않지만 흑마법은 통할 수도 있습니다. 혹은 어떤 특수한 아이템은 소드 마스터를 무력화시키기도 하지요.”
데이비드가 말했다.
“리버힐 가문은…….”
켄은 데이비드가 하고 싶은 말을 곧바로 눈치챈 듯 빠르게 입을 열었다.
“리버힐 가문에는 대륙의 모든 마법이 있다 하여도 과언이 아닙니다. 마법은 물론 흑마법 역시.”
데이비드는 쉬이 믿지 못하는 듯 보였다.
켄이 다시 입을 열었다.
“명가는 그냥 세워지는 것이 아닙니다. 리버힐 가문은 이미 오래 전부터 대륙의 모든 마법을 수집했습니다. 애트란도 다르지 않지요. 정통 검술은 물론이거니와 실전 검술도 마찬가지입니다.”
켄은 리오덴과 데이비드가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했다.
“그 두 가문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건 제국 설립 이후였습니다. 그 전에도 명가였지만 이 정도 영향력은 아니었죠. 왜 두 가문이 제국 설립 이후 성장했을까요? 폐하께서 돌봐주셔서?”
대답은 게일에게서 나왔다.
“많은 전쟁을 치렀기 때문에.”
리오덴과 데이비드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제국은 언제나 승리했습니다. 전쟁은 승자 독식 게임이죠. 그 두 가문이 선봉으로 서서 무너뜨린 왕국이 몇 개이며 가문이 몇 개일 것 같습니까? 그 왕국의 보고에 있었을 마법서, 검술서로 산도 쌓을 수 있을 겁니다.”
나도 부연 설명을 곁들였다.
“아바마마는 영토 이외에 전리품에는 큰 관심이 없으셨지. 물론 전쟁에 들어가는 물자나 재화를 두 가문에서 많이 지원하기는 했지만, 전리품의 가치만 하여도 그 정도는 충분히 메꾸고도 남지.”
“그래서 그 두 가문이 제국의 여러 가문 중 가장 부유하지 않습니까.”
켄은 그 정도로 설명을 마친 뒤 본론으로 들어갔다.
“어쨌든 게일 님은 그 부분은 항상 염두에 두시는 게 좋습니다. 마법보다는 오히려 아이템 쪽을 조심하는 게 좋겠죠. 저들이 소드 마스터가 툭 튀어나오리라곤 예상하지 못했을 테니까요.”
켄의 눈가가 가늘어졌다.
“이제 세밀한 목표입니다. 이번 원정에서 톰슨, 람 그 두 명만은 반드시 땅에 묻을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