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89)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89화(89/278)
89화.
언데드는 이제 지긋지긋했다. 싸울 때마다 매우 힘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섣불리 나서지 않았다.
‘애트란, 리버힐의 명성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군.’
언데드 늑대들이 상대하기 쉬워 보이지 않았고, 숫자도 많았지만 지금이 람과 톰슨의 진심을 볼 수 있는 적기였다.
저들이 켄의 짐작처럼 과연 고르란을 죽이기 전까지는 최선을 다하여 협력할지 궁금했다.
“게일, 잠시 보자.”
내 말에 게일은 내 곁을 떠나지 않았다.
이번에도 선두는 리오덴이었다.
전투할 때 리오덴은 먼저 나서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평소에 적극적인 성격이라고 꼭 전투 때 먼저 나서는 것은 아니었다. 리오덴은 책임감은 물론이거니와 그에 걸맞는 용기도 가지고 있었다.
챙-!
리오덴의 검이 언데드 늑대의 머리를 정확하게 찔렀지만, 도리어 리오덴이 튕겨져 나왔다.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상당히 단단하다.’
스켈레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리오덴은 분명 전력을 다하여 검을 휘둘렀는데 그 힘을 가뿐하게 튕겨낸 것이다.
리오덴은 물론이거니와 내 휘하 기사들 역시 언데드 늑대들에게 달라붙었다.
그 순간, 뒤에서 맹렬한 마나의 흐름이 이어졌다.
톰슨을 포함한 열 명의 마법사의 지팡이가 가지각색으로 빛났다.
이내 거대한 마법들이 언데드 늑대들을 향해 날아갔다.
“물러서! 뒤로 물러서!”
나도 모르게 기사들에게 외쳤다.
콰아아앙-! 쾅-! 쾅-!
마법이 언데드 늑대들 중앙을 중심으로 넓게 퍼졌다.
‘이런.’
나는 톰슨을 돌아보았다.
톰슨의 표정도 굳어 있었다.
마법은 훌륭하게 적중했고, 위력도 무척이나 강했다.
하지만 마법으로 인하여 기사들 역시 부상을 당할 수 있었다. 아니, 피하지 않았다면 등 뒤에서 마법을 맞은 꼴이니 중상을 넘어 죽었을 가능성도 높았다.
톰슨은 나에게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인지, 언데드 늑대를 단숨에 죽여야겠다고 결심한 것인지 매우 강력한 마법을 펼쳤으니까.
수백 마리에 이르던 언데드 늑대들 중 족히 절반은 죽은 것 같았다.
“위험했다.”
나는 톰슨에게 따로 길게 경고하지 않았다.
딱 한 마디만으로도 톰슨은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으니까.
“게일, 정리하자.”
게일에게 말하는 동시에 나는 상급 정령 둘을 소환했고, 뒤이어 람과 애트란 기사들 역시 정신을 차리고 언데드 늑대들에게 쇄도했다.
이번에는 내가 톰슨에게 보여줄 요량으로 붉은 바람의 폭풍을 펼쳤다.
실울펜과 이그니스는 하나가 되어 붉은 바람을 만들어냈다.
리오덴과 나의 기사들은 정령들이 옆에서 강한 위력을 지닌 스킬을 사용했음에도 두려움 없이 늑대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람과 애트란 기사들은 행여나 내가 톰슨과 같은 실수를 할까 봐 잠시 몸을 움찔거렸다.
콰아아앙-! 쾅-! 쾅-!
붉은 바람의 폭풍은 마치 정해진 구역에서만 바람을 일으키는 듯 기사들에게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고 오로지 언데드 늑대들에게만 적중했다.
콰아아앙-!
연이어 폭풍이 늑대들 사이를 휩쓸었고, 게일의 오러 블레이드 역시 늑대들을 갈랐다.
나와 게일을 호흡을 맞추자 전투는 일방적인 흐름으로 흘러갔다.
크르르릉-!
가장 뒤에 있었던 늑대의 울음소리가 귓가를 찔렀다.
크르르릉!
크르르르릉!
늑대들의 눈동자가 붉게 빛났다.
강렬한 마기가 주위를 뒤덮었다.
‘우두머리인가?’
나는 은밀하게 노에스를 불렀다.
늑대들의 기세가 달라졌다.
늑대들의 덩치는 황소보다도 훨씬 더 컸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속도도 무척 빨랐다.
뼈밖에 없는 늑대들 치고는 몸집만으로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그리고 스켈레톤의 딱딱한 움직임과 다르게 언데드 늑대들의 움직임은 마치 야생 늑대처럼 유연했다.
챙-! 챙-! 챙-!
기사들이 검을 휘두르며 늑대들을 막았고, 나는 우두머리 늑대로 짐작되는 늑대를 향해 대지의 포효를 펼쳤다.
다른 늑대보다도 덩치가 두 배 쯤은 더 커서 맨 뒤에 있었지만 유난히 눈에 띄던 녀석이었다.
그리고 녀석이 풍기는 마기는 다른 늑대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본능일까, 아니면 지능이 높아 정확하게 아는 것일까?
우두머리 늑대는 오직 게일만 노리고 달려들었다.
우두머리 늑대가 속력을 내려는 순간, 늑대 발밑의 땅이 거칠게 흔들렸다.
나는 동시에 바람의 사슬을 사용했고, 이그니스가 불의 장막도 펼칠 수 있게 만들었다.
공격과 동시에 우두머리 늑대를 다른 언데드 늑대들로부터 떨어뜨리기 위함이었다.
“크르르릉!”
우두머리 늑대가 거칠게 머리를 흔들면서 불의 장막을 빠져나왔다. 모든 것을 녹여버릴 듯한 화염에 우두머리 늑대는 어느 정도 그슬렸지만, 큰 타격은 받지 않은 것 같았다.
나는 바람과 대지의 흐름을 사용하면서 지속적으로 이동했다. 우두머리 늑대는 게일이 아니라 나부터 죽일 심산인 듯 나를 향해 빠르게 달려들었다.
실울펜이 허공을 달리며 우두머리 늑대를 향해 바람의 사슬을 펼쳤다.
실울펜 역시 늑대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뼈밖에 없는 언데드 늑대와 다르게 바람으로 이루어진 털이 휘날렸다.
서걱-!
사슬이 우두머리 늑대의 목을 휘감았고 실울펜이 가볍게 목을 돌리자 그대로 사슬이 우두머리 늑대의 목을 조인 뒤 완전히 몸에서 분리해버렸다.
‘이거…… 상당하군.’
나는 새삼 느꼈다.
‘많이 강해졌군.’
* * *
피레온의 마지막 관문이라 불리는 엘론 성 앞에 수만이 넘는 제국의 병사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대열의 중심에 론의 막사가 크게 자리하고 있었다.
“폐하.”
론은 망토를 벗다가 막사 밖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입을 열었다.
“들어오도록.”
막사 안에 들어온 남자에게 론은 시선도 주지 않고 말을 이었다.
“무슨 일이지?”
여러 그림자 중 한 명인 남자의 역할은 베레곤과 오스틴 공작의 관찰이었다.
정확하게는 감시였다.
“베레곤 공작과 오스틴 공작이 피레온 왕가와 접촉을 하고 있습니다.”
론은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었다.
황궁도 아니고, 무려 적장에서 적국의 왕가와 은밀히 접촉하고 있는 두 공작의 이야기를 듣고도 론은 무심해보였다.
“목적은?”
“그림자 혹은 직속 기사단의 절반 정도를 제거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론은 짧게 대답했다.
“두 공작이 감을 많이 잃은 모양이군. 이곳은 전장인데.”
론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애트란 가문의 기사들, 리버힐 가문의 기사들 명단을 가져와.”
그림자는 고개를 숙인 뒤 막사를 나갔다.
두 공작이 최근 급속도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건 론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이유도 명확했다.
아룬의 성장.
무능함의 표본이었던 아룬이 폭풍처럼 성장하고 서부의 사령관이 되어 떠났다.
아룬을 제거하기 위해서 자신들의 가문 정예를 딸려 보냈다.
론은 아룬을 걱정하지 않았다.
‘진정 변했다면 그 정도 시련은 이겨내겠지. 서부에서 악의 부흥을 막고 황궁으로 돌아온다면 제법 재밌어지겠어.’
얼마 뒤 그림자가 명단을 가져왔다.
론은 명단을 살피면서 말했다.
“두 가문의 성장이 정체된 건 지나치게 비대하기 때문이지. 적당히 솎으면 나머지 두 가문 역시 쫓아올 여력이 생기게 되고 자연스레 네 가문은 다시 경쟁하게 된다.”
그림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론은 금세 그림자에게 다시 명단을 넘겼다.
족히 수십 명이 넘는 애트란 기사들, 리버힐 마법사들의 이름에 동그라미 표시가 되어 있었다.
“이번 전장에서 정리한다.”
“네. 폐하.”
그림자는 마치 별일 아니라는 듯 대답했고, 론은 한 가지를 더 명령했다.
“한 달 안에 전쟁을 끝낸다. 내일 엘론 성을 점령할 것이니 먼저 수도로 가서 피레온 왕가를 생포하도록.”
마치 모든 게 결정되어 있다는 듯한 말투였고, 그림자 역시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시행하겠습니다, 폐하.”
* * *
언데드 늑대들이 습격했던 밤은 무사히 넘어갔다.
해가 뜨기 직전 일어나 야영지 정리를 시작했다.
나를 바라보는 애트란 기사들, 리버힐 마법사들의 시선이 전날과 확실히 달라졌다.
상급 정령사라는 건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나와 함께 전투를 한 건 처음이었다.
압도적인 실력으로 언데드 늑대들을 쉽게 물리쳤으니 저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당연히 바뀔 수밖에 없었다.
애트란, 리버힐 소속 사람들은 무능한 황태자만 알고 있었지, 상급 정령사 황태자는 몰랐으니까.
“톰슨.”
나는 출발하기 전 톰슨을 불렀다.
어제 리버힐 마법사와 톰슨은 큰 실수를 저질렀다.
기사와 마법사가 함께 싸울 때 마법사가 주의해야 될 점은 당연히 마법을 적절한 순간에, 적절한 범위 안에 사용해야 된다는 것이다.
만약 마법이 삐끗하면 자칫 아군 기사에게 큰 피해를 입힐 수 있었다.
어제 그 문제점이 고스란히 노출 되었다.
“의도가 있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톰슨이 대답했다.
“갑작스레 벌어진 전투에 잠시 당황했을 뿐입니다. 모두 실전이 오랜만이었습니다. 더구나…… 솔직히 기사들과 함께 싸운 경험은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이 대규모 전투였기 때문입니다.”
대규모 전장에서는 딱히 범위를 조절할 필요가 없었다.
그저 적군 한가운데에 마법을 떨어뜨려도 아군이 피해를 받을 일은 별로 없으니까.
“변명을 듣고자 부른 게 아니야. 주의를 주기 위함이지.”
톰슨은 대답이 없었다.
“어쩌면 오늘부터 쉴 새 없이 전투를 치를지도 몰라.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지금 돌아가도록. 등 뒤에 멍청한 마법사들을 두고 싸우는 건 사양이니까.”
자존심을 건드리는 내 말에 톰슨이 발끈했다.
“전하!”
나는 톰슨과 시선을 마주쳤다.
나의 강렬한 눈빛에 톰슨은 입을 열려던 것을 참았다.
자신이 잘못한 것도 있고 내가 정말로 돌려보낼지도 모른다는 느낌 때문인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실제로도 마법사들을 돌려보낼 생각도 하고 있었다.
“무능한 아군은 적군보다 더 무서운 법이지.”
“주의하겠습니다.”
“부디 그대가 리버힐의 명성에 누를 끼치지 않았으면 좋겠군.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가문까지 들먹이는 내 말에 톰슨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다혈질적인 톰슨을 생각하면 그냥 돌아가겠다고 하는 상황도 생각했으나 그 정도로 욱하지는 않았다.
‘나를 제거하기 전에는 돌아갈 수 없겠지.’
톰슨의 뒷모습을 보면서 나는 빙그레 웃었다.
‘일단 어제 전투로 기강은 잡힌 건가?’
일행 중 최강자는 당연히 게일이었고 어제 전투로 게일 다음으로 내가 강하다는 사실을 모두가 깨달았다.
그게 어떤 형식으로 작용될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 같았다.
리오덴이 다가와 말했다.
“전하, 준비가 끝났습니다.”
“출발하지.”
일단 목적지는 죽음의 폭포였다.
폐허의 지배자 와이번 둥지가 지근거리이긴 하지만 이미 한 번 다녀와 본 경험도 있고, 그곳이 오크 군단 본진 후미이기에 경계가 삼엄하지 않아 접근하기가 가장 좋았다.
죽음의 폭포 안에 있는 동굴을 거점으로 삼고 주위를 수색하면서 고르란을 찾을 작정이었다.
‘고르란의 위치만 정확하게 설정했다면 좋았을 텐데.’
의미 없는 생각은 접어두고 나는 카렌을 떠올렸다.
‘지금쯤 그도 고르란을 찾고 있겠지.’
어쩌면 이번에는 정말 카렌을 만날지도 몰랐다.
카렌의 행방에 대한 궁금증 역시 머릿속 깊숙한 곳에 묻어두고 나는 게일과 함께 대열 중간에서 걸음을 옮겼다.
내 뒤에 있는 마법사들이 떠들고 있는 것 같았지만 굳이 귀를 쫑긋 세우지는 않았다.
이제는 오크 군단 본진과 아주 멀리 떨어진 건 아니었으니까.
‘사흘 혹은 일주일. 그 안에 고르란을 반드시 찾아낸다. 시간을 끌면 서부가 뚫릴 수도 있어.’
마이크 후작과 켄이 마이크 후작에게 준 계략을 믿지만 언제나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 법이니까.
지금 이 순간에도 오크의 숫자는 무섭게 불어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