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9)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9화(9/278)
9화.
켄이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내가 싱긋 웃었다.
“왜 그러지? 나는 이 제국의 황태자이고 폐하의 적법한 후계자다. 내가 제국을 운영하기 위한 공부를 하는 건 당연하지 않나?”
켄도 웃었다.
“전하께서 이 제국을 운영할 가능성이 있으십니까.”
역시…… 켄이다.
목숨이 위험해질 수 있는 말을 아무 거리낌 없이 내뱉었다.
‘하긴, 여동생을 찾아 헤매면서 죽지 못해 사는 양, 겁 없이 사는 캐릭터였지. 론 칼 레오드한테도 가장 먼저 달려들었고.’
나는 생각을 정리한 뒤 말했다.
“그럼 부탁을 들어줄 생각이 없는 건가?”
“무슨 부탁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켄의 말을 잘라냈다.
“그럼 부탁하지 않고 명령하지. 내가 제국을 운영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자네와 상관없을 수 있지. 하지만 내가 자네를 쓸지, 안 쓸지는 중요할 거야. 내가 쓰지 않기로 결정하면 평생을 감옥에서 썩어야 할 테니까.”
켄을 얻기 위한 첫 번째 방법은 그를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를 꺾는 것이다.
내 말의 의미를 모를 정도로 켄은 바보가 아니다.
“전하.”
지긋이 나를 부르는 켄을 보면서 나는 진하게 웃었다.
“이제 황태자를 모욕한 게 실감이 나는 모양이지?”
나는 켄이 대답하기 전에 말을 이었다.
“황태자 모욕죄만으로도 이미 목을 베어도 문제가 없지. 더구나 도둑 길드가 널려 있다고 그들이 적법한 단체라는 건 아니야. 도둑질은 엄연히 범죄이고 너는 황궁 앞에서 도둑질을 하다 게일에게 잡혔지. 단순 소매치기도 아니고 길드 소속이니 범죄 집단에 소속되어 있는 것이고.”
나는 잠시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어나갔다.
“황궁 근처에서 소매치기를 했다는 건 대상이 귀족일 가능성이 높다는 거고. 잡히지 않았다면 모를까 잡히면 평생 감옥행도 행복한 벌이지. 귀족들은 자존심이 아주 강하니 감옥에 가두는 게 아니라 죽이려 들걸?”
켄이 후우, 한숨을 내쉬었다.
“한 탕 크게 하려다가 발목 제대로 잡혔군요.”
켄의 말에 내가 게일을 향해 명령했다.
“여기까지 하고. 게일, 부집사장 자료 좀 갖다 줘.”
“네.”
내 시선이 켄에게 돌아갔다.
“켄은 따라오고.”
“무슨 부탁입니까?”
켄의 질문에 나는 간단하게 대답했다.
“부집사장을 비롯하여 시녀, 하인들을 모두 내보낼 생각이야.”
켄의 눈동자가 동그래졌다.
온갖 말로 윽박지르길래 아마도 어려운 부탁이라 예상했던 모양이다.
나는 궁 안으로 들어가면서 넌지시 켄을 시험했다.
“별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지?”
켄은 잠시 대답하지 않고 생각에 잠겼다.
“부집사장과 시녀, 하인이라…….”
중얼대던 켄이 내가 침실 문을 열자 작게 속삭였다.
“다른 황자가 사람을 심어 놓은 모양이군요?”
역시 켄이다.
내가 설정한 켄은 눈치와 머리 회전이 빠른 사람이다. 적은 정보로도 정확한 상황을 판단하고, 상대방을 꿰뚫는 혜안도 지니고 있다.
나는 의자에 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모두 애트란 가문 아카데미 출신들이야. 특히 부집사장은 그곳을 수석으로 졸업했다고 하던데? 게일이 이력을 가지고 오면 잘 알게 되겠지.”
켄의 얼굴에 의미 모를 미소가 번졌다.
마치 새로운 장난감을 처음 보는 아이와 같은 순진무구한 미소였는데, 눈동자가 반달을 그리며 휘는 건 좀 섬뜩하게 느껴졌다.
“무능력의 대명사 아룬 황태자가 차기 지도자로 손꼽히는 테드 칼 레오드의 사람을 쳐낸다라.”
게일이 없기 때문일까? 나에 대한 시험? 아니면, 그사이 내 성격을 금세 파악한 것일까. 켄의 말투는 거침이 없었다.
내가 책상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맞아. 정의롭고 겸손하며 뛰어난 능력을 갖춘 테드는 차기 황제감이 분명하지. 반면 그대의 말처럼 나는 무능력하고.”
“죄송합니다.”
켄이 깊게 허리를 숙였다.
“괜찮아.”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켄의 말은 엄연히 사실이었으니까. 면전에서 들으니 기분이 썩 좋은 건 아니었지만 대범한 모습을 보여줄 필요도 있었다.
켄을 내 충신으로 만들기 위해서 뭐라도 하지 못할까.
‘무려 주인공의 핵심 동료였는데. 능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게일입니다, 전하!”
“들어와.”
게일이 서류를 들고 들어왔다.
내가 켄을 향해 눈짓했다. 게일은 분명 켄이 못 미더울 거다.
그럼에도 내 명령이니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고, 표정도 언제나처럼 무표정이었다.
게일이 켄을 정확히 어떻게 데려왔는지 모르겠지만, 켄은 이미 게일에 대하여 잘 알고 있는 듯 그가 있을 때는 껄렁껄렁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공손하게 서류를 받은 뒤 빠르게 살폈다.
“일단 부집사장에 대해 알아보고…….”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켄의 입이 열렸다.
“전하.”
“응?”
“그들을 몰아내는 것 자체는 전하의 명령 한 번이면 되지만 굳이 제게 맡기시는 건 이유가 있으시겠죠?”
“당연하지.”
‘내 의도 정도는 맞춰야 참모라 할 수 있지.’
아니나 다를까, 켄은 내 마음을 정확하게 읽어냈다.
“무능력하다고 알려진 소문을 당분간 바꾸실 생각이 없으시군요. 이황자의 경계를 사지 않고 감시의 눈길을 지워내는 것을 원하시는 것 같습니다.”
“정확해. 무능력하다는 소문은 바뀔 거야. 무능력한데 이제 정신을 놓기까지 했다고.”
켄의 눈동자에 의문이 번졌다.
테드의 기사들을 감옥에 가뒀으니 나에 대한 소문은 또 다르게 번지고 있을 것이다.
굳이 그 이야기를 켄에게 지금 하지 않았다.
어차피 금방 알게 될 테니.
“어쨌든 방법이 있나? 정확한 명분이 필요해. 물론 결정권자는 내가 아니라 게일이 되겠지만.”
켄이 서류를 덮으며 웃었다.
“쉽습니다.”
이번에는 내 눈동자에 의문이 번졌고, 게일도 켄에게 시선을 돌렸다.
“기사님, 한 가지만 더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서류를 보니 아주 쉬운 방법이 떠올랐습니다. 당장 내일이라도 부집사장은 내보낼 수 있고…… 그 명분으로 하인, 시녀들도 모두 바꿀 수 있습니다.”
* * *
켄은 결과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인생이 걸린 일이니 잘해내겠지. 능력이 없는 놈도 아니고.”
홀로 남은 나는 켄과의 일을 떠올리며 중얼댔다.
지금 시점에서 켄을 완전히 믿는 건 아니다.
괜히 내가 ‘부탁’이 아니라 ‘명령’을 내리고 거기에 안전장치까지 걸어 놓았겠는가.
켄은 내가 맡긴 일을 잘해 내지 않으면 평생을 감옥에서 썩거나 혹은 귀족들에게 죽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바람의 호흡법에 집중하자.”
저녁을 먹은 뒤에는 오로지 바람의 호흡법에 빠져드는 시간으로 정했다.
‘지금은 퀘스트가 몇 개 없으니 호흡법과 정령 계약에 집중할 때다.’
물론 어머니의 정령술서를 꼼꼼하게 읽는 것도 잊지 않았다.
틈만 나면 읽고 되새기면서 차근차근 힘을 쌓는 게 좋았다.
“후우우…….”
숨을 내뱉을 때마다 마나가 마나홀에서 빠져 나가려고 발버둥쳤다.
바람의 호흡법은 바로 그 마나를 마나홀에 단단히 붙잡고 나아가 완전히 자리를 잡게 하는 역할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창문에 달이 걸렸을 무렵, 나는 아주 조심스럽게 정령을 소환했다.
고작 실프 하나뿐이었지만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중세 판타지 세계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느끼게 만들었다.
“여기서 바람의 사슬을 사용할 순 없고.”
스킬을 어떻게 사용하나 나는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스킬이 생성 되는 순간 머릿속에 사용 방법과 위력이 각인되었으니까.
만약 상태창이라는 시스템이 없었다면 이 세계에서 상당히 고생했을 것 같았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시대에서 힘없이 사는 건 어려운 일이다.
‘물론 스킬을 응용하는 건 내가 고민해 봐야 될 문제이지만. 일단 최소 실프 셋과 계약한다. 실전은 그 뒤의 문제야.’
생각을 정리한 나는 실프를 정령계로 돌려보냈고, 새로운 실프와 계약을 맺기 위하여 주문을 외웠다.
이제 마나홀은 야구공보다 커진 상태였다.
마나가 빠져 나가는 느낌과 함께 바람이 불어왔다.
조금 전 돌려 보낸 실프와 똑같이 생긴 실프가 큰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급 정령은 중간계에서 의사 소통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날 나는 분명 실프의 음성을 들었어.’
영웅 카렌을 쓰면서 정령사는 제법 상세하게 설정한 직업 중 하나였다.
주인공 카렌의 동료 중 강하기로 세 손가락 안에 꼽는 이가 바로 정령사였고, 최종 보스 론 칼 레오드와의 마지막 전투를 앞두고 최상급 정령사가 된다.
중요한 조연의 직업이니만큼 나름대로 정령술에 대해도 꽤 많이 서술했다.
나는 어제의 기억과 내가 쓴 설정을 생각했다.
‘정령들은 모두 자아를 가지고 있다. 태초의 맹약에 따라 소환자의 계약에 응하고 힘을 빌려준다. 계약자와 언어로 소통할 수 있는 건 상급 정령부터야.’
두 번째 실프와 계약이 되었다.
마나홀이 커지기는 했지만 아직 실프를 오래 유지하는 건 버거웠다. 더구나 조금 전 실프를 소환했을 때도 마나를 사용했기 때문에 작은 마나홀은 금세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말로만 듣던 바람의 동반자와 계약하게 되어 영광이오.
나는 눈을 뜨며 정령계로 돌아가는 실프를 향해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역시 그날, 착각한 게 아니었어.”
하급 정령이 내게 인사를 건넸다는 건 게일에게도 말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괜히 S급 재능이 아니야.’
내가 실재하는 새로운 세계.
바람의 동반자라는 재능은 내가 설정한 재능은 아니다.
나는 바람의 호흡법을 마무리했다.
상태창이 새롭게 갱신되었다.
“오, 바람의 동반자 레벨이 올랐잖아?”
아무래도 하급 정령 하나와 추가로 계약한 게 경험치를 준 것 같았다.
보너스 스탯에도 변화가 있었다.
-재능 레벨 상승 보상 : 보너스 스탯 15.
기존에 있던 5까지 합하여 이제 20이 되었다. 20이면 퀘스트를 개방 할 수 있는 수치였다.
‘보너스 스탯 20으로 개방하면 난이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앞으로 스킬 숙련도도 오를 거고, 현재 수행하고 있는 퀘스트도 완료되면 보너스 스탯을 더 얻을 수 있으니 이건 아껴놔야겠다.’
어려운 퀘스트를 성공할수록 보상이 좋은 건 기본적인 상식, 나는 보너스 스탯을 사용하지 않고 아껴두었다.
상태창을 전체적으로 살펴봤다.
-아룬 칼 레오드(Lv6)
-최하급 정령사
-황태자
재능
-S 바람의 동반자(Lv2)
스킬
-S 바람의 호흡법(Lv6)
-A 바람의 사슬(Lv1)
퀘스트
-F 게일에게 끈기 인정받기
-F 출발이 반이다
바람의 호흡법 레벨이 오르면서 마나홀이 아주 조금 더 커졌고, 바닥을 드러내고 있던 마나가 홀을 전부 채우고 있었다.
나는 상태창을 종료하고 실프 둘을 동시에 소환했다.
“실프!”
실프가 모습을 드러냈다. 쌍둥이처럼 생겼지만, 미묘하게 인상이 다른 모습이었다.
‘둘을 한 번에 소환하니 확실히 마나가 많이 드는군.’
굳이 내가 실프를 또 한 번 소환한 이유는 어머니가 남긴 정령서에 이유가 있었다.
-정령을 최대한 자주 소환해. 정령을 소환하여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해당 정령과의 친화력은 높아지고, 그만큼 훨씬 자연스럽게 정령과 감응할 수 있으니까.
-친화력은 전투력과 직결되니까. 친화력이 높을수록 정령들은 계약자의 직접적인 명령이 아니라 의지에 반응하여 움직이니까.
마나가 바닥을 드러낼 때까지 나는 실프들을 자유롭게 풀어 놓았다. 처음에는 멀뚱멀뚱 있던 실프들이 이내 방 안을 돌아다니거나, 밖에 나가 날아다니다가 곧 정령계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 순간,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전하.”
켄이었다.
나는 문을 살짝 열었다.
“역시 주무시지 않고 계시군요.”
늦은 밤이다.
“무슨 일이지?”
내 말에 켄이 싱긋 웃었다.
“내일 아침 감시의 눈길을 모두 치울 생각입니다.”
아까 게일에게 뭔가를 따로 부탁하더니, 명분에 따른 증거까지 확보한 모양이다.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들어볼까? 어떻게 부집사장, 하인, 시녀들을 바꿀 생각이지?”
켄이 침실 안으로 들어왔고, 나는 의자에 앉았다. 책상 앞에 선 켄은 서류를 내려놓으며 진하게 웃었다.
“부집사장, 돈이 많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