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90)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90화(90/278)
90화.
죽음의 폭포로 향하는 동안 열 번이 넘는 전투를 치렀다.
지난번과 완전히 다른 점은 몬스터는 하나도 보이지 않고 오로지 언데드뿐이었다.
그래도 성과는 리버힐 마법사들이 인재는 확실히 인재라는 사실이었다.
전투를 치르는 동안 마법사와 기사들의 호흡이 점차 잘 맞아 들어갔다.
톰슨을 비롯한 마법사들이 확실히 전투에 대한 감각을 잡았고, 마지막 전투에서는 언데드들을 일방적으로 학살했다.
뛰어난 마법과 나의 정령술, 소드 마스터 게일을 선두로 막강한 기사들의 전력이 합을 이루니 내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강한 전력을 뿜어냈다.
“죽음의 폭포입니다.”
리오덴의 말이었다.
어둠의 숲에 처음 들어온 사람들은 멀리서도 보이는 죽음의 폭포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모든 것이 죽어 있는 숲, 언데드들이 득실거리는 숲에 생명의 기운이 넘치는 폭포가 덩그러니 있는 건 기괴한 장관이었으니까.
“저 폭포 안에 동굴이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람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던전이었는데 오크 군단 본진과 이어져 있었어. 언데드가 나오는 동굴이었고, 와이번 둥지가 근처에 있지만 그래도 저곳이 가장 은신하기 좋은 장소야.”
나는 조금이나 람과 다른 기사들을 안심시키기 위하여 덧붙였다.
“와이번 둥지가 근처에 있으니 오크들이 폭포 안까지는 들어오지 않더군. 동굴 안 언데드는 깊숙하게 들어가야 나오니 입구 쪽에 진을 치고 경계만 잘하면 어둠의 숲 중 가장 안전한 곳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니야.”
람은 다소 안심한 뒤 돌아갔고, 죽음의 폭포는 점차 가까워졌다.
“본래 어둠의 숲은 흉폭한 몬스터가 주로 서식했는데 계속해서 언데드만 만난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켄의 말이었다.
나도 그제야 지난 전투들을 떠올리며 위화감을 느꼈다.
어둠의 숲 전체에 마기가 느껴지긴 하지만 고르란의 영향 때문이었다.
본래 어둠의 숲은 흉폭한 몬스터들의 천국인데, 열 번이 넘는 전투를 치를 동안 몬스터는 만나지 못했다.
‘3구역에서 블랙 오우거를 만난 게 마지막이었으니까.’
켄의 말이 이어졌다.
“모두 몬스터들이었는데 언데드화 되었다고 판단하는 게 타당할 것 같습니다.”
“몬스터들이 언데드화?”
“네. 만난 언데드들을 생각해 보면 본래 몬스터라 해도 문제가 없습니다.”
“아마도 악의 종자 영향력이 점점 더 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오크들을 복속시킨 데 이어 어둠의 숲 몬스터 전체를 수족으로 부린다면…….”
켄의 걱정에 나도 동감했다.
“서부 방어가 훨씬 더 힘들어질 수 있겠군. 서둘러야겠어.”
고르란의 부활이 가까워질수록 오크들의 힘은 더욱 강해지고, 새로운 고르란의 수하들까지 생겨나고 있었다.
말없이 달리는 동안 죽음의 폭포는 한층 가까워졌다.
“저쪽 협곡은 완전히 부서진 모양이군.”
내 말에 데이비드가 대답했다.
“폐허의 지배자 와이번과 오크들의 전투가 있었던 곳이군요.”
죽음의 폭포로 이어지던 협곡은 이제 완전히 폐허나 다름없게 되었다. 폭포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부서진 바위 사이를 뚫고 흐르고 있었지만, 그리 좋은 광경은 아니었다.
“오크 왕도 죽지 않은 것 같고, 와이번도 멀쩡했으니 서로 물러난 모양이야.”
데이비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크들의 숫자도 많아 와이번이 쉽사리 끝까지 싸우기 힘들었을 겁니다.”
여러 가지 사안을 고려했을 때 확실히 폐허의 지배자 와이번 지능은 상당히 높은 것 같았다.
이내 폭포에 도착했다.
차례로 폭포 안으로 들어갔다.
안은 큰 변화가 없었다.
게일을 구출하고 빠져나간 동굴은 무너졌지만, 이곳은 딱히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은 것 같았다.
동굴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청량한 기운이 넘치는 곳이었다. 안에서 언데드가 나왔다는 사실은 경험하지 않았다면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기사들이 며칠 동안 머물기 위하여 준비를 하는 동안 나는 켄과 게일 그리고 리오덴, 람, 톰슨, 데이비드까지 불렀다.
“숙소 설치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수색에 나서야 돼.”
내 말에 켄이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여기까지 오면서 전투를 치러서 다들 아시겠지만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본래 어둠의 숲은 언데드가 나오는 곳이 아닙니다. 그 언데드들은 모두…… 악의 종자의 영향 때문에 생겨났겠죠.”
나는 톰슨에게 시선을 돌렸다.
“리버힐 가문은 오랫동안 흑마법사를 박멸하기 위하여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만큼 악의 세력에 관해서는 좀 더 아는 바가 있다고 생각되는데.”
톰슨은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언데드들은 몬스터처럼 자연 발생하는 존재들이 아닙니다. 소환되거나 혹은 만들어야 되죠.”
진지한 톰슨은 과연 탐구하는 마법사의 모습이 보였다.
“보통 네크로맨서들이 언데드들을 만들어내는데 대개의 경우 자신이 머물고 있는 은신처 근처를 지키게 합니다. 그 뒤에 어떤 방식으로든 마기를 모아 마족을 강림시킵니다.”
켄이 톰슨의 말에 현 상황을 해석했다.
“전하께서 리치를 만나셨으니 언데드들은 그 리치가 만들거나 혹은 소환했고, 게일 님이 잡혀간 것이나 리치가 전하와 게일 님을 노린 것을 보면 두 분의 강대한 마나를 탐냈던 것 같습니다.”
톰슨이 동의했다.
“흑마법사들은 저주나 혹은 아이템들을 이용하여 마나를 마기로 바꿉니다. 자연의 마나를 마기로 바꾸는 방법은 아직 없으니 당연히 기사, 마법사 등 마나 홀이 있는 대상들을 노리죠.”
켄이 덧붙였다.
“강대한 마나 홀을 가진 사람도 탐내지만 인간의 생명력 그 자체를 마기로 바꾸는 방법도 있으니…….”
내가 말을 맺었다.
“오크들을 동원하여 서부를 침공했던 거군.”
대화의 분위기가 점차 무거워졌다.
* * *
나는 리오덴을 포함하여 열 명의 기사들과 함께 수색에 나섰다.
켄과 게일이 나까지 수색할 필요는 없다고 말렸지만, 나는 그 충고는 거절했다.
모두가 고생하고 있는데 황태자랍시고 가만히 쉬고만 있다면 누가 진심으로 나를 따르겠는가?
내가 원하는 기사들은 자신의 이익이나 출세를 위해서 나를 따르는 기사들이 아니라, 진정 나와 함께하고 싶어 진심으로 나를 따르는 기사들이었다.
“전하, 오크 군단 본진과 무척 가까우니 이제부터는 더 주의를 기울이셔야 될 듯합니다.”
리오덴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나도 수색 작전에 참여했다.
백 명에 가까운 인원들이 함께 움직이면 수색이 더 오래 걸리고, 위험성도 높아졌다.
아무래도 인원이 많으면 그만큼 눈에 더 띄니까.
그래서 고르란을 찾는 수색은 최대 열 명 규모의 조를 편성하여 각자 정해진 구역을 수색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리오덴이 제법 상세한 지도를 제작했으니 다른 수색조가 길을 잃을 염려는 없었다.
어둠의 숲이 다른 숲처럼 나무가 빽빽한 것도 아니고 복잡한 산길도 아니니까.
“마기가 좀 더 강한 느낌이군.”
내 말에 리오덴이 동의했다.
“네.”
“가지.”
수색은 해가 지기 직전까지만 하기로 했기 때문에 돌아가는 시간도 계산한다면 빠르게 움직이는 게 좋았다.
고르란을 찾아도 곧바로 행동에 나서지 않고 복귀하는 게 첫 번째 주의 사항이었다.
‘아무래도 주위에 경계가 심할 가능성이 높다.’
나는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리오덴에게 설명했다.
“회의 때도 말했지만 악의 종자는 아마 보호받고 있을 확률이 높아.”
“아마도 그럴 것입니다. 리치가 주인으로 여기는 악의 종자가 힘을 모두 갖추었다면 굳이 리치만 설치는 게 아니라 그가 직접 언데드들과 오크들을 이끌고 서부 지역으로 내려왔을 겁니다.”
“리치의 흔적을 찾기는 힘들까?”
내가 생각할 때는 리치가 고르란에게 향하는 결정적인 열쇠가 될 것 같았다.
고르란은 아직 부활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리치가 우두머리 격으로 오크들을 통제하고 언데드들을 만들어내며 마기를 공급하고 있을 것 같았다.
오크 술사들이 보좌를 하면서 말이다.
내 말에 리오덴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리치의 흔적은 아무래도 힘들 것 같습니다. 차라리 오크의 흔적이 아니라 언데드들의 흔적이 많이 보이는 곳 근처를 중점적으로 수색하시죠.”
나와 리오덴 조가 맡은 수색 구역은 제법 넓은 편이었다.
아무래도 리오덴이 여러 기사들 중 수색 능력이 가장 뛰어나기 때문에 그만큼 넓은 구역을 살펴보는 게 맞았다.
“좋아.”
나는 리오덴의 말을 허락한 뒤 곧 그의 뒤를 따라 움직였다.
확실히 리오덴은 죽음의 폭포를 향해 전진할 때보다 한 걸음, 한 걸음이 신중한 느낌이었다.
나 역시 그냥 다니지 않고 정령들을 최대한 퍼트렸다.
‘이상한 게 보이면 즉시 말해줘.’
나는 리오덴처럼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은 없었지만, 정령이라는 아주 좋은 수색 동료를 가지고 있었다.
우리 조가 가장 넓은 범위를 수색하는 건 당연히 내가 정령사라는 점도 고려되었다.
나는 리오덴보다 더 빠르게 많은 곳을 살펴볼 수 있었다.
이그니스도 불러내서 하늘 위로 올려보냈다.
높은 곳에서 보면 넓은 범위를 단숨에 볼 수 있으니까.
-쫙 살펴볼 수는 있는데, 마족 놈들은 보통 중간계에 오면 숨어 있기 마련이야. 그래서 아마 내가 찾는 건 힘들 것 같은데?
이그니스의 말에 동의하면서도 나는 부탁을 더했다.
‘그래도 자세히 살펴봐줘.’
-그건 네 능력에 달렸지. 내 능력은 어디까지나 네 능력을 바탕으로 구현되는 거니까. 뭐 요새 많이 늘기는 했다만…… 여기가 정령계라면 단숨에 찾을 수도 있는데.
역시 이그니스였다. 칭찬 뒤에 꼭 나를 채찍질하는 말을 덧붙였다.
나는 웃으며 말을 맺었다.
‘그래. 노력할게.’
정령들까지 수색에 나섰고, 기사들 역시 주위를 신중하게 살피며 전진하고 있었다.
그 순간, 리오덴이 손을 들었다.
“전하.”
리오덴의 말에 나는 재빨리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뭔가 발견되었나?”
“사람의 발자국입니다.”
땅을 가리키는 리오덴의 말에 나는 그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돌렸다.
솔직히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말했다.
“발자국?”
“무척 뛰어난 기사인 것 같습니다. 보통 사람이 이동할 때는 그 사람의 무게만큼 땅이 패기 마련입니다. 특히 어둠의 숲은 흙이 단단하지 않아 좀 더 깊이 파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리오덴의 말을 철석같이 알아듣지 못했기에 나는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게 발자국이라는 말이지? 언데드나 몬스터가 아니라 사람 발자국?”
“그렇습니다.”
아주 미세하게 다른 곳과 깊이가 달랐고, 신발 자국 같기도 했다.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리오덴의 눈이 틀리지 않다고 생각했다.
“어둠의 숲에 우리 말고 또 사람이 있구나.”
리오덴이 말했다.
“게일 님과 동행했던 그 사람인 것 같습니다.”
카렌의 흔적이었다.
‘만날 운명인가?’
카렌의 존재감이 가까워질 때마다 나는 항상 긴장했다.
현 시점에서 그는 제국에 어떤 위협도 아니었다.
오히려 제국을 위협하는 고르란의 부활을 막기 위하여 동분서주하고 있으니 영웅이라 불러도 마땅했다.
그런데 나는 왜 카렌이 꺼려지는 것일까?
아마도 그의 미래를 알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리고 그의 미래에 가장 큰 적이 바로 내 아버지이고, 어떤 형식으로든 나 역시 그와 적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불편한 모양이었다.
“아직 어둠의 숲을 나가지 않은 모양이군.”
나는 애써 담담하게 말했다.
리오덴의 눈가가 가늘어졌다.
“수색을 하면서 이동한 게 아닙니다. 최대한 빠르게 이동한 흔적입니다.”
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최대한 빠르게?”
“어둠의 숲을 빠져나가기 위하여 빨리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이 방향은 오크 군단 본진입니다.”
리오덴의 말에 나는 한 가지 의미를 깨달았다.
‘카렌은 고르란이 봉인되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내가 입을 열기 전에 리오덴이 말을 이었다.
“전하, 일단 이 사람의 흔적을 쫓아볼까요? 아무래도 뭔가 발견하거나 혹은 알고 있기 때문에 오크 군단 본진으로 간 게 아니겠습니까.”
나는 곧장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