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91)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91화(91/278)
91화.
리오덴은 망설이는 나를 기다려 주었다.
“따라간다.”
카렌은 고르란의 위치를 알고 있을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 카렌이 고르란을 죽이는 과정 자체를 집필하지는 않았지만, 나라는 변수가 없다면 고르란의 부활을 막는 건 카렌.
‘이 세계는 살아 있는 하나의 세계. 그래도 큰 변수가 없다면 대부분 설정대로였다.’
단적인 예가 바로 켄이었다.
켄은 만나기 전까지 소설 그대로였다. 황궁 앞에서 소매치기를 하고 있었으며 전쟁 중에 동생을 잃어버렸다. 켄의 동생 수잔은 내가 알고 있던 장소에 그대로 있었다.
내가 집필한 소설의 정보들이 전혀 쓸모없는 건 아니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나는 미래에 관한 양질의 정보를 쥐고 있었다.
‘대부분은 맞았으니까. 카렌이 고르란의 부활을 막는 건 굵직한 사건 중 하나이니 틀릴 리 없어.’
리오덴이 길을 잡는 동안 나는 생각을 정리했다.
‘카렌은 반드시 고르란을 잡으러 갔을 거고, 뒤를 따르면 자연스레 고르란의 위치를 알 수 있다.’
만약 카렌이 먼저 고르란을 처리하면?
‘내가 집필한 대로 그는 영웅으로서 첫 명성을 날리게 된다.’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고르란의 부활을 막는 공은 내가 차지하고 싶었다.
서부에 온 가장 큰 목적은 게일의 구출이었지만, 황궁 밖에서 나와 우호적인 세력을 만드는 일과 고르란의 부활을 막으며 황태자로서 그동안 쌓았던 오명을 벗기 위함도 있었다.
물론 지금까지의 활약만으로 충분히 그동안의 오명은 어느 정도 벗을 수 있지만, 나는 제국민들에게 확실히 황태자라는 존재를 다시 각인시키고 싶었다.
과연 론 칼 레오드의 아들이다!
그런 말이 나오게 하려면 내가 상급 정령사가 되었다는 사실은 물론 서부에서의 크나큰 전공이 필요했다.
‘카렌보다 빨라야 한다.’
나는 리오덴에게 주문했다.
“혹시 시간까지 알 수 있나?”
“시간 말씀이십니까?”
“그러니까…… 이 흔적이 언제 생겼는지 그런 시간.”
무리한 요구였을까?
리오덴은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내 입을 열었다.
“아마 오래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보통 사람의 흔적은 이틀 정도가 지나면 지워지니까요. 이곳은 그나마 야생 동물이 별로 없고 비 한 방울도 오지 않는 곳이니 좀 더 남겠지만 이 정도 흔적이라면 이틀도 지나지 않았다고 보아야 합니다.”
리오덴의 대답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최대 이틀 전의 흔적이라.’
나는 시스템 창을 확인했다.
-A 고르란의 죽음.
아직 퀘스트가 끝나지 않았으니, 카렌이 고르란의 부활을 막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경계가 너무 삼엄하여 기회를 엿보고 있을 수도 있겠지.’
나는 정령들에게도 물었다.
‘뭔가 특이한 건 없어?’
이그니스의 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오크들이다. 수천 마리도 넘어! 동쪽에서 접근 중이다.
나는 급히 입을 열었다.
“근처에 오크 군단이 전진 중이다. 수천 마리가 넘는다.”
열 명밖에 되지 않는 수색조였기 때문에 숨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어둠의 숲이 아무리 다른 숲보다 빽빽한 나무가 없고 은신처가 적다고 하지만, 오크들의 위치를 아는 이상 숨거나 피하는 건 가능했다.
“동쪽에서 숲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것 같다.”
나의 말에 리오덴이 서둘러 대답했다.
“전하, 발자국의 주인은 북쪽으로 직진한 것 같습니다. 일단 쭉 가시죠.”
“서두른다.”
바람과 대지의 흐름을 사용하면서 나는 최대한의 속력으로 달렸다.
리오덴과 기사들 역시 속도를 높였다.
‘이그니스, 얼마나 떨어져 있지?’
나는 달리면서 이그니스에게 물어보았다.
-그대로 달리면 마주치지는 않을 것 같다. 저놈들 아무래도 인간들 성으로 가는 모양이야. 어둠의 숲 밖으로 나가는 방향이다.
일단 기사들에게는 알리지 않고 전진했다.
리오덴은 그렇게 빨리 달리면서도 흔적을 놓치지 않기 위하여 쉼 없이 주위를 살폈다.
“전하, 흔적은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습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리오덴이 눈을 부릅떴다.
“흔적이 저쪽으로 이어집니다.”
카렌의 흔적은 오크들이 있는 곳과 반대편으로 이어져 있었다.
문제는 우리의 수색 범위 밖으로 이어지는 곳이고, 또 고르란이 있을 것이라 예상되는 오크 군단 본진 근처와도 멀어졌다.
“흔적을 따라간다.”
이그니스의 목소리도 들렸다.
-멀어지고 있다. 이제 좀 천천히 가도 되겠어.
나는 기사들에게 손을 들어 달리는 것을 멈췄다.
“오크들과 거리가 멀어졌어. 이제 속도를 조절하지. 리오덴, 흔적이 남아 있나?”
“네.”
다행이었다. 행여나 빨리 달리느라 카렌의 흔적을 놓쳤다면 시간을 낭비할 수도 있었다.
리오덴이 입을 열었다.
“전하, 곧 해가 질 겁니다. 여기까지 표시해 두었으니 오늘은 이만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나는 아쉬웠지만 리오덴의 조언을 받아들였다.
카렌이 이미 한 발 앞서 있었지만 나는 조급한 마음을 버렸다.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위험할 수 있으니까.
명성을 위하여 나의 기사들을 위험에 노출시킬 필요는 없었다.
“돌아가자.”
나는 몸을 돌렸다.
* * *
동굴 안으로 돌아갔을 때는 이미 해가 진 뒤였다.
생각보다 꽤 멀리까지 수색했고, 다른 수색조는 모두 돌아와 오늘 밤을 대비하고 있었다.
조장들이 내 막사에 모였다.
한 명씩 오늘 수색의 결과에 대하여 보고했는데, 아무도 고르란을 찾지 못했다.
나는 내가 직접 우리 조의 수색 성과에 대하여 말해주었다.
“악의 종자는 발견하지 못했지만, 게일이 만났던 방랑 기사의 흔적을 발견했다.”
“방랑 기사 카렌 말씀이십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슬쩍 카렌이 고르란의 위치를 알고 있다는 듯 대답했다.
“맞아. 어둠의 숲 안쪽으로 이어지는 흔적이었는데 아마도…… 악의 종자 위치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 같다. 자네에게도 비슷한 말을 했었다고 했던 것 같은데?”
게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에게 악의 종자 제거를 제의하면서 길 안내를 맡았으니 분명 알고 있을 겁니다.”
나는 곧바로 결정을 내렸다.
“내일은 리오덴을 따라 방랑 기사의 흔적을 쫓는다. 아직 악의 종자는 제거되지 않은 것 같다.”
내 의견을 뒷받침할 근거도 있었다.
“수색하는 도중 수천 마리가 넘는 오크들이 어둠의 숲 밖으로 나가는 것을 발견했다.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면 오크 왕도, 악의 종자도 여전히 살아 있다는 뜻이겠지. 악의 종자가 오크 왕을 부리고 있으니, 악의 종자가 방랑 기사에게 죽었다면 오크들은 혼란에 빠졌을 거니까.”
켄이 내 말에 동의했다.
“아마도 그럴 겁니다. 무엇보다 오크 왕이 악의 종자를 모시고 있는데, 근처 경계가 삼엄하지 않을 리가 없습니다. 방랑 기사 한 명이 그 경계를 뚫고 악의 종자를 죽였다고 생각하기는 어렵죠.”
데이비드도 거들었다.
“오크 왕도 만만한 자가 아니었습니다. 일반 오크와는 전혀 달랐고 폐허의 지배자와 싸웠을 때 움직임을 보면 거의 소드 마스터에 육박하는 움직임이었습니다. 그런 놈이 주인으로 받드는 악의 종자를 방랑 기사가 죽일 순 없습니다.”
톰슨 끼어들었다.
“오크 따위가 소드 마스터급 기사의 움직임을 보였다고?”
데이비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소드 마스터급이었다. 오크 왕을 다른 오크 전사보다 다소 강한 존재로 인식하는 건 곤란해.”
톰슨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어디서 용병 따위가 반말로…….”
나는 톰슨의 말을 차갑게 잘라냈다.
“여기 온 기사들 중 너보다 신분이 낮은 기사는 한 명도 없다. 황태자 직권으로 모두 기사로 임명했고, 황태자 직속 기사단 소속 기사들이니까.”
톰슨이 뭔가 말을 하려는 찰나, 내가 먼저 말을 이었다.
“아니면 자네는 폐하에게 작위를 받았나?”
내 말에 톰슨은 입을 다물었다.
작위가 없는 기사나 마법사는 평민보다 높은 대우를 받을 뿐 엄연히 귀족은 아니었다.
톰슨이 리버힐 가문 사람이라고 하여도 정식 귀족은 아니다.
귀족 신분 세습은 오직 직계로만 세습되기 때문이었다.
즉, 오스틴 공작과 그의 아들들이나 딸들은 별도로 작위를 받지 않았어도 귀족의 신분이었지만 톰슨은 아니라는 뜻이었다.
의도치 않게 톰슨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일이었다.
‘앞으로도 나의 기사들은 언제나 밖에서 무시당할 수 있다. 내가 귀족만 기사로 임명할 것도 아니고 능력만 있다면 노예도 내 기사로 받아들일 생각이니까.’
적당히 넘어갈 수 있었지만, 신분으로 내 기사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모욕 받는 것은 절대로 그냥 넘길 생각이 없었다.
“두 번 다시 같은 지적을 하지 않고 싶군.”
“네. 전하.”
강경하게 말했지만 톰슨을 거칠게 몰아붙이지도 않았다. 한 번의 경고면 충분했다.
나는 다시 화제를 카렌의 동선으로 돌렸다.
“방랑 기사가 악의 종자 위치를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고, 우리가 방랑 기사의 흔적을 발견했으니 내일은 수색조를 나누지 않고 모두 방랑 기사의 흔적을 쫓는다.”
기사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의견은 없었다.
나는 그대로 회의를 종료한 뒤 켄만 남기고 모두 각자 휴식을 취하라고 명령했다.
“힘들군.”
수색도 힘들었지만, 람과 톰슨을 다루는 것도 그에 못지않은 피로감을 주었다.
적이나 마찬가지인 사람들과 협력하고 있기 때문에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섰다.
나는 의자에 등을 기대며 켄에게 물었다.
“람과 톰슨이 나를 노리지 않고 충실하게 임무만 수행할 가능성은 없을까?”
만약 두 사람의 의도가 순수하다면 나는 오직 애트란, 리버힐 가문이라는 이유로 두 사람을 죽이려고 하는 것이다.
내가 살인귀도 아니고 사람을 죽이겠다고 결심하는 건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었다.
켄이 대답했다.
“그들은 처음부터 전하에게 호의적이지 않았습니다. 서부에 온 뒤에는 시종일관 기회만 노렸죠. 그리고 무대가 주어지자 거부하지 않고 올라섰습니다.”
무대란 바로 이 원정을 뜻했다.
켄의 말이 이어졌다.
“일이 벌어진 뒤 대응하는 건 이미 늦습니다. 전하, 때로는 아무런 죄도 없는 사람을 처리해야 되는 경우도 생길 겁니다.”
나도 모르게 몸이 굳어졌다.
“권력을 잡는 과정이 아름답길 바라시면 그저 황제의 아들이라는 사실로 만족하고 멈추십시오. 나아가 제국을 아우르는 자리에 오르시려면 그 길은 피의 길일 수밖에 없습니다.”
켄이 덧붙였다.
“피로 강을 만들어야 오를 수 있는 자리이죠.”
나는 후우, 한숨을 머금었다.
“피로 강을 만들고 시신으로 산을 쌓는다 하더라도 더 큰 고통과 피해를 막기 위함이라면 감내해야 되는 것이 지도자입니다.”
켄의 단호한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켄의 성격과 신념은 언제나 카렌과 부딪혔지만, 나는 카렌과 달랐다.
카렌은 답답할 정도로 정의로운 마음과 명분에 대한 신념 때문에 제국을 정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과정에서 오히려 더 큰 전쟁이 일어나기도 했었다.
‘지도자는 비정해야 된다…… 그래 맞는 말이지.’
내가 왜 켄을 수하로 받아들이기 위하여 이상과 목적을 말했겠는가.
때로는 비열한 수도 서슴없이 사용하는 켄의 능력을 나는 신뢰했고, 타당하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내 기사들이 죽고 다치니 마음이 약해졌던 모양이야. 이번 원정에서 람과 톰슨은 반드시 처리하지. 나의 미래를 위해서.”
“어쩌면 내일 악의 종자를 발견할지도 모릅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