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92)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92화(92/278)
92화.
간밤에 잠을 잘 잤기 때문일까?
평소처럼 바람의 호흡법을 통한 명상을 시작한 뒤 자연스럽게 잠에 들었는데, 오늘 따라 유난히 몸이 가벼웠다.
“출발한다.”
나는 리오덴과 함께 선두로 나섰다.
게일이 자연스럽게 내 옆에 붙었다. 그는 이번 원정에서 고르란을 제거하는 것보다 나를 보호하는데 더욱 주력하고 있었다.
람과 애트란 기사들, 톰슨과 리버힐 마법사들은 만만히 볼 수 있는 존재들이 아니었으니까.
켄은 악의 종자 고르란을 죽인 이후 두 사람이 나를 노릴 것이라 내다보았지만, 게일의 생각은 조금 다른 것 같았다.
언제 어디서든 두 사람이 나를 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라 내 곁을 떠나지 않았다.
동굴에서 밤을 보낼 때도 데이비드, 리오덴과 번갈아가면서 내 막사를 지켰다.
어쨌든 오늘 아침 나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정령들 역시 내 기분을 느낀 듯 평소보다 조금 발랄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그니스는 언제나처럼 잔소리를 빙자한 충고를 건넸다.
-너무 들뜨는 건 좋지 않아.
‘그래.’
나는 이그니스의 말에 대답하면서 바람의 호흡법으로 잠시 마음을 가라앉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제 나와 리오덴이 수색했던 곳에 도착했다.
리오덴은 나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듯 입을 열었다.
“흔적은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조금 속도를 높이지.”
내 명령에 리오덴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도 나는 정령들을 넓게 퍼뜨렸다. 주위에 언데드나 오크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리오덴은 집중하면서 길을 안내했다.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모두 조용히 리오덴의 뒤를 따랐다.
금세 어제 수색을 멈췄던 장소까지 도달했다. 리오덴은 좀 더 자세히 주위를 살피며 걸었다.
다행히 어제와 같은 변수는 없었다. 오크들은 보이지 않았고, 언데드들도 마찬가지였다.
‘주변에 이상한 건 없어?’
실프들이 별 이상이 없다고 말해왔다. 이그니스 역시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해가 중천에 떠오를 때쯤 리오덴이 손을 들었다.
“여기서 흔적이 끊겼습니다.”
나는 리오덴의 말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우리는 죽음의 폭포에서 북쪽으로 쭉 올라온 상태였다. 지대가 다른 곳보다 훨씬 높아 어둠의 숲 전체가 한 눈에 들어왔다.
‘어둠의 숲 전체를 보기 위하여 이 산에 올랐던 걸까?’
순간적으로 나는 카렌이 고르란을 찾아간 것이 아니라, 어둠의 숲 정찰을 위하여 이곳에 온 것은 아닐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때 이그니스가 말했다.
-언데드랑 오크들이 모여 있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언데드랑 오크? 어디에?’
-동쪽에 죽은 나무들이 우거진 곳이 있지? 그 근처를 중심으로 언데드와 오크가 엄청 많다.
눈을 부릅뜨고 동쪽을 살펴보았지만, 정확하게 보이지 않았다.
나는 재빨리 게일을 불렀다.
“게일, 동쪽에 죽은 나무들이 우거진 곳이 있어?”
게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언데드와 오크가 많군요.”
“찾은 것 같군.”
내 말에 게일이 동의했다.
“네. 오크 군단 본진보다 경계가 더욱 삼엄한 것 같습니다.”
게일은 나보다 훨씬 더 먼 곳을 자세히 살필 수 있었다. 소드 마스터에 오른 뒤 게일의 육체적인 능력은 일반인은 물론이거니와 다른 기사나 정령사, 마법사와는 비교할 수도 없게 좋아졌으니까.
소드 마스터라는 존재 자체를 내가 설정했으니 게일의 능력에 대해서는 나 역시 자세히 알고 있었다.
마법사나 정령사는 경지가 올라가도 소드 마스터처럼 육체적 능력이 좋아지는 건 아니었다.
여러모로 소드 마스터는 무척이나 효용이 높았고, 상상하기 힘든 여러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리치가…… 언데드들을 통솔하고 있습니다.”
게일의 말에 나는 생각을 멈추고 표정을 찡그렸다.
“리치? 우리와 싸웠던 리치인가?”
“네.”
“역시 라이프 배슬을 파괴하지 않아서 되살아난 모양이야.”
나는 즉시 리오덴과 데이비드, 켄 그리고 람과 톰슨도 불렀다.
그들도 나와 게일의 대화를 들었으니 상황은 충분히 알고 있었다.
“악의 종자가 있는 곳으로 짐작되는 장소를 발견하기는 했는데…… 경계가 만만치 않아.”
켄이 나섰다.
“전하, 일단 경계 병력의 전력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다행히 저곳에서는 이곳이 보이지 않을 것 같으니 정령을 통하여 적의 전력부터 정확히 파악하는 게 어떻습니까?”
이그니스 역시 존재를 들키지 않기 위하여 높은 하늘에서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적의 전력을 세세하게 파악하기는 불가능했다.
역시 이런 일에는 땅의 정령이 제격이었다.
나는 즉시 노에스를 둘을 불렀다.
‘최대한 은밀히 접근해서 적의 전력을 파악해 줘.’
-거리가 제법 멀어 집중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
마나가 많이 필요하다는 뜻 같았다.
나는 노에스에게 안심하라는 듯 말했다.
‘걱정 마. 너희에게만 집중할게.’
이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 사실을 전했다.
“거리가 제법 멀어 집중해야 될 것 같아. 주변을 경계하고 있어.”
노에스 둘이 자리를 떠나자 나는 즉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바람의 호흡법을 실행하는 동시에 노에스 둘에게 마나를 공급했다.
노에스 둘이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다른 정령들은 일단 정령계로 돌려보냈다.
* * *
‘정령과 시야를 공유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은데.’
그런 스킬이 있을까?
내가 따로 설정한 기억은 없었다.
애초에 정령사에 대한 설정은 거의 집필하지 않았으니까.
그래도 정령과 소통할 수 있으니 시야를 공유하는 만큼은 아니더라도 다양한 정보를 생생하게 얻을 수 있었다.
-스켈레톤은 족히 오백 마리가 넘어 보입니다. 듀라한은 스무 마리 정도 있는 것 같습니다.
-데스 나이트도 하나 보입니다.
노에스의 말에 저절로 표정이 심각해졌다.
당장 언데드의 전력만 하더라도 만만치 않았다.
-오크 술사들은 오십 마리. 오크 전사들도 오백 마리가 넘어 보입니다.
숫자만 따져도 언데드와 오크를 합치면 천 마리가 넘었다.
우리의 열 배 정도였다.
-중앙으로 침범할 수가 없습니다.
-지하까지 마기가 너무 심하여 들어가면 곧바로 정령계로 역소환당할 듯합니다.
나는 노에스들에게 돌아오라고 말했다.
전력 파악은 충분한 것 같았다.
비록 외부에서만 빙빙 돌면서 세어 본 것이지만, 그 정도로도 적의 전력을 짐작할 수 있으니까.
곧바로 입을 열었다.
“스켈레톤 오백 마리, 오크 전사 오백 마리 이상이다. 이에 더해 주요 전력으로 듀라한 스무 마리 이상, 데스 나이트 하나, 리치 하나 그리고 오크 술사 오십 마리 정도다.”
켄은 계산에 들어갔고, 람과 톰슨의 표정 역시 복잡해졌다.
기사 세 명은 있어야 오크 한 마리를 상대할 수 있었다. 스켈레톤도 비슷했다.
경계를 뚫으려면 최소 적보다 세 배는 많은 기사가 필요한데, 우리는 고작 백 명이었다.
“소드 마스터 한 명, 상급 정령사 한 명, 마법사 열 명의 전력이 과연 부족한 숫자를 메울 수 있는지가 관건이야.”
나의 말에 모두의 머리가 복잡하게 돌아가는 것 같았다.
전력은 단순하게 측정할 수 없었다. 가장 단순하게 측정하는 것이 숫자였고, 우리는 지금 그 숫자부터 밀리고 있었지만 소드 마스터라는 규격 외의 존재가 있었다.
그리고 정령사와 마법사의 전력 역시 숫자로 쉽게 판단할 수 없었다.
게일이 오랜만에 나섰다.
“가능할 것 같습니다. 문제는 악의 종자가 나섰을 때의 일입니다.”
기사들의 시선이 게일에게 모였다.
람이 게일에게 직접 물었다.
“저들은 단순 병사의 숫자만 많은 게 아닙니다. 듀라한은 최상급 익스퍼트 네 명은 있어야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데스 나이트까지 있죠. 리치와 오크 술사는 마법사들이 견제한다 해도…….”
말끝을 흐리는 람은 스스로 자신감 없는 모습이 짜증나는 듯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게일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다.
“제가 듀라한과 데스 나이트를 맡고, 마법사들이 오크 술사들을 견제하고 전하께서 기사들을 지원하시면 의외로 피해 없이 경계를 뚫을 수도 있습니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그게 가능해? 듀라한만 스무 마리라고. 데스 나이트는 듀라한과 완전히 다른 존재고.”
“이번에는 아마 생전의 기사를 듀라한으로 만든 게 아니라 마계에서 떠도는 몬스터 듀라한을 소환했을 겁니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그게 무슨 차이지?”
켄이 나서서 설명했다.
“생전의 기사가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듀라한이나 데스 나이트가 되면 생전보다 조금 더 강해집니다. 데스 나이트는 생전보다 훨씬 더 강해지는 법이고요.”
리오덴 역시 켄 못지않은 지식을 보여주었다.
“마계에서 떠도는 듀라한이나 데스 나이트는 중간계의 몬스터 같은 존재입니다. 마계에서 자연 발생한 존재들이고 그만큼 중간계로 소환되면 위력이 떨어지지요.”
게일이 덧붙였다.
“생전에 기사가 아니었으니 기사들과 싸우는 것도 익숙하지 않아 상대하기가 더 쉬운 면도 있습니다.”
나는 고민에 잠겼다.
톰슨이 나섰다.
“오크 술사 정도는 충분히 마법사만으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람과는 다르게 톰슨은 자신감을 보였다.
“모든 마법사가 오크 술사만 상대하지 않아도 됩니다. 네 명에서 다섯 명이면 충분하죠.”
다분히 람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람은 자존심이 상한 듯 보였지만, 쉽사리 자신의 의견을 바꾸지 않았다.
나는 켄에게 시선을 돌렸다.
“어떻게 생각해?”
“악의 종자가 변수입니다. 정확한 정체를 알 수 없지만, 그자가 전투에 합류하면 지금의 대화는 의미가 없습니다.”
곧바로 나는 켄의 걱정을 덜어주었다.
“악의 종자는 전력이 되지 않아. 만약 그가 제대로 된 힘을 갖추고 있다면 굳이 게일을 생포할 이유도 없었고 리치가 나와 게일을 두고 산제물을 운운할 이유도 없지.”
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지금이 가장 적기입니다. 오크 군단에서 또다시 병력들이 서부로 추가되었고 적은 우리가 온다는 사실을 모르니까 기습 효과가 있을 겁니다.”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자 켄은 번개 같이 작전을 내놓았다.
“게일 님, 리치를 단숨에 처리하는 게 가능할까요?”
게일은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하다. 리치가 대비하지 못한다면.”
켄은 톰슨에게 시선을 돌렸다.
“마법 중에 혹시 우리 모두의 기척을 죽일 수 있는 마법이 있습니까?”
“있다. 하지만 그 마법을 사용하면 내가 한동안 전력에서 빠져야 된다.”
켄이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습니다. 기습 형태로 전투를 시작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전투가 개시되면 게일 님은 리치부터 반드시 처리하셔야 됩니다. 라이프 배슬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니 죽이는 건 불가능해도 전장을 이탈시킬 수 있으니까요.”
켄은 모두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리치가 전장을 이탈하는 것을 시작으로 기사 분들은 오크 술사부터 노립시오.”
람이 눈을 부릅떴다.
“오크 술사?”
“네. 오크 술사 역시 마법사와 비슷합니다. 접근만 할 수 있다면 그들은 오크 전사나 스켈레톤보다 훨씬 처리하기 쉬운 존재들이죠. 반면 그들이 주술을 사용하기 시작하면 전투는 복잡해집니다.”
람은 금세 납득했다.
접근을 허용한 마법사만큼 기사의 먹잇감은 없으니까.
“기사들이 오크 술사를 상대하는 동안 마법사들은 범위 마법을 통해 스켈레톤과 오크 전사들을 맡습니다. 방어는 전하께서 맡아주시죠.”
“내가?”
“네. 마법사들이 온전히 화력 발휘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이요. 저들의 숫자가 만만치 않고 기사들을 방어에 따로 편성할 수 없으니 전하께서 그 역할을 맡아주셔야 됩니다.”
서서히 전투의 윤곽이 잡혀가고 있었다.
켄이 다시 게일에게 시선을 돌렸다.
“리치를 전장에서 이탈시키신 이후 반드시 데스 나이트와 듀라한을 게일 님께서 잡아두셔야 됩니다. 그들이 전투에 합류하면 균형이 깨지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