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93)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93화(93/278)
93화.
과연 6서클 마법사는 달랐다.
톰슨은 백 명이 넘는 우리 일행들을 단번에 투명화시켰다.
몸에 마법이 적용되는 건 신기한 경험이었다.
“시간이 얼마나 남았나?”
내 질문에 톰슨이 짧게 대답했다.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백 명이 넘는 사람들을 동시에 투명화시켰기 때문에 유지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은 모양이었다.
게일이 검을 뽑았다.
“전하, 저는 먼저 안으로 잠입하겠습니다.”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전투의 시작 신호는 게일이 리치의 목을 단숨에 베어 전장에서 이탈시키는 것이었다.
게일이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
람과 애트란 기사단들 역시 게일의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둘의 목적지는 달랐다.
게일은 언데드, 오크 진영 중앙으로 향했다. 리치가 바로 그곳에 있었으니까.
반면 람과 애트란 기사단은 후미로 움직였다.
그리고 나와 첸을 비롯한 마법사 그리고 데이비드와 리오덴, 켄과 기사들은 전면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내심 리치가 톰슨의 마법을 파훼할까 걱정이 되었다.
“저 리치가 네크로맨서이기는 하지만 마법도 정통할 건데 자네 마법이 간파당할 수 있지 않나?”
톰슨은 고개를 저었다.
“6서클 마법을 파훼하려면 같은 6서클이거나 혹은 더 고위급 마법사여야 됩니다. 하지만 저는 이번에 아이템까지 사용했습니다. 설사 저 리치가 7서클이더라도 투명화 마법은 간파하지 못할 겁니다.”
“좋군.”
어떤 아이템인지는 설명할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나 역시 아이템에 관해서는 묻지 않았다.
정신을 집중하며 안에서 터질 게일의 신호를 기다렸다.
카라라랑!
크아아아!
오크들의 괴상한 비명 소리가 울려퍼졌다.
동시에 우리는 누가 먼저라고 말할 것도 없이 전방에 있는 스켈레톤과 오크 전사들을 향해 마법과 정령을 날렸다.
콰아아아앙-! 쾅-! 쾅-!
실울펜과 이그니스가 단숨에 모습을 드러내며 붉은 바람의 폭풍을 펼쳤다.
콰아아아앙-! 쾅-! 쾅-!
우리의 기습에 언데드와 오크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나는 바람과 대지의 흐름을 사용하며 안으로 파고 들었다.
기사들이 오크 술사들을 모두 처리하고 돌아올 때까지 마법사에게 스켈레톤과 언데드의 접근을 막기 위해서였다.
저들의 모든 공격이 오직 나에게만 집중되기 위한 시선 끌기로 앞으로 나섰다.
스켈레톤은 비교적 단순한 언데드이고, 오크 전사들은 보다 똑똑한 편이지만 인간보다 지능이 낮았다.
아니나 다를까, 스켈레톤은 가장 앞에서 보이는 나를 향해 달려들었고, 오크 전사들은 이미 흥분한 상태였다.
갑작스레 당한 공격에 오크 전사들은 분노했다.
나는 스켈레톤과 오크 전사들 가운데에서 불의 장막을 펼쳤다.
“이그니스!”
이그니스가 내 주위를 불의 장막으로 감쌌다.
지금까지 불의 장막으로 적을 가뒀지만, 지금은 나를 가두는 형태로 일종의 방어막처럼 사용했다.
그에 그치지 않고 노에스를 소환하여 대지를 흔들었다.
땅이 쩍쩍 갈라지자 오크 전사들이 뒤뚱거렸고, 일부 오크 전사들은 갈라진 땅에 발이 묶였다.
그리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마법사들이 마법을 다시 한 번 펼쳤다.
콰아아앙-! 쾅-! 쾅-!
장막 밖에서 터지는 폭음에 나는 이그니스를 불렀다.
“등에 타도 되지?”
“잘 잡아.”
이그니스의 등에 올라탄 뒤 나는 늪의 요정을 사용했다.
이그니스는 불의 장막을 유지하면서도 나를 태우고 높이 날아갔다.
스켈레톤과 오크 전사가 있는 곳의 땅이 흐물흐물해지면서 순식간에 늪으로 변했다.
그리고 늪에서 튀어나오는 진흙 요정들에 스켈레톤과 오크 전사들은 다시 한 번 당황하고 있었다.
켄의 말처럼 기습의 효과는 놀라웠다.
언데드와 오크 전사는 그동안 내가 보아왔던 모습과 다르게 우왕좌왕하며 당하고만 있었다.
콰아아앙-! 쾅-!
톰슨은 어느새 마나를 모두 회복한 모양인 듯 굉장한 마법을 펼치고 있었다.
그의 지팡이에서 뻗어나간 불덩이들은 스켈레톤조차 녹여버렸다.
뼈로 되어 있는 스켈레톤도 녹을 정도인데 피와 가죽으로 이루어진 오크 전사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6서클이라 이건가?’
나는 빙긋 웃으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우리는 단숨에 승기를 잡고 있었다.
파파팟-!
리오덴과 데이비드, 켄 그리고 람을 선두로 하여 기사들이 적진을 가로질렀다.
람의 검은 어느 때보다 매서웠다.
서걱-!
나는 기사들이 합류하자 아래로 내려갔다.
“오크 술사는?”
내 말에 리오덴이 대답했다.
“모두 죽였습니다.”
정말 짧은 시간 안에 작전을 완벽하게 실행했다.
아직까지 우리의 피해는 없었다. 일방적으로 학살에 가까운 전투가 펼쳐지고 있었다.
“다음 작전이다.”
내 말에 켄이 동의했다.
“네. 전하.”
리오덴과 람 그리고 기사들 중 최상급 익스퍼트 혹은 그에 준하는 자들은 모두 게일에게 합류하기 위하여 움직였다.
그리고 나와 켄 그리고 리오덴은 전투에서 살짝 벗어났다.
고르란을 찾기 위함이었다.
“이곳 어딘가에 어둠의 종자가 있을 게 분명하다.”
리오덴은 즉시 흔적을 찾아 나섰고, 나 역시 정령들에게 마기가 진한 곳을 찾아보라고 말했다.
켄은 내 옆을 지켰다.
“전하, 지금부터 중요합니다.”
기습은 완벽한 성공이었다.
이대로 가면 고르란 역시 어렵지 않게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남은 건?
동지에서 바로 적으로 돌아서야 되는 람과 애트란 기사들 그리고 톰슨과 마법사들이었다.
지금까지 두 사람은 별 징후가 없었다.
나는 마음을 독하게 먹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리오덴이 수색을 맡았고 나는 람과 톰슨에게만 집중하고 있었다.
물론 다른 사람이 볼 땐 최대한 마기를 찾아다니는 듯 보이게 움직였다.
“전하!”
리오덴의 목소리가 크게 울리는 순간 자연스레 내 시선도 돌아갔다.
그와 동시에 등 뒤에서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 * *
게일의 오러 블레이드가 듀라한의 허리를 베었다.
서걱-!
최상급 소드 익스퍼트 끝자락에 있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듀라한은 어려운 상대였다.
소드 마스터가 된 지금은 달랐다.
듀라한은 마치 볏짚처럼 쓰러졌다.
최상급 소드 익스퍼트와 소드 마스터의 차이를 게일은 소드 마스터에 오른 이후 진정으로 깨닫게 되었다.
하늘과 땅 차이라는 표현조차 모자랄 정도였다.
검을 쥐고 호흡에 집중하자 듀라한의 움직임이 지독하게 느려보였다.
듀라한이 실제로 느려진 것이 아니었다.
게일이 감각이 그만큼 발달했으니까.
평소에는 발달한 감각이 불편하여 일부러 느슨하게 만들지만 전투 때는 달랐다.
모든 감각을 최고조로 끌어 올렸다.
검에 오러를 불어 넣었다. 오러는 곧 검 끝에서 흘러나가 듀라한의 허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 과정은 말 그대로 순식간이었다.
서걱-!
벌써 열 마리의 듀라한을 베었을 때 잠자코 있었던 데스 나이트가 움직였다.
데스 나이트의 속도는 듀라한과는 달랐다.
순식간에 게일의 앞까지 도착했다.
챙-!
데스 나이트의 검을 막은 게일의 눈동자에 호기심이 물들었다.
‘마계 출신의 자연 발생 데스 나이트가 아니라 생전에 기사였나?’
언데드 중 가장 강한 존재는 단연 데스 나이트였다.
데스 나이트 셋이면 소드 마스터를 상대할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으니까.
게일은 슬쩍 몸을 돌리며 번개 같이 데스 나이트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채채챙-!
데스 나이트가 어렵지 않게 게일의 검을 막아냈다.
이내 데스 나이트의 검에 검은 오러가 일렁거렸다.
게일의 눈가가 좁혀졌다.
“이건.”
데스 나이트의 눈빛에 웃음기가 물들었다.
“마스터라.”
선명한 목소리에 게일의 표정이 굳어졌다.
“주인께서 나를 부르신 이유가 있구나.”
게일은 잠시 뒤를 물러났다.
순간 게일의 검에서 폭발적으로 오러 블레이드가 뿜어져 나왔다.
족히 수십 가닥이 넘는 오러 블레이드가 마치 비처럼 뿌려졌다.
데스 나이트의 눈동자에 의문이 물들었다.
오랜만에 호적수를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별 의미가 없는 공격을 펼쳤기 때문이었다.
같은 마스터로서, 오러 블레이드를 집중하여 공격해도 모자랄 판에 오러 블레이드 하나, 하나의 힘을 약화 시켜 여러 개로 분리한 공격은 자신에게 아무런 타격을 줄 수 없었다.
서걱-! 서걱-!
게일이 펼친 오러 블레이드의 목적지를 깨달은 데스 나이트가 허탈하게 웃었다.
“방해꾼들을 제거했다?”
듀라한들이 방금 전 게일의 한 수로 모두 쓰러졌다.
데스 나이트가 싱긋 웃었다.
“좋군.”
데스 나이트가 자세를 잡았다. 자신의 기억 속에 가장 강렬하게 남아 있는 생전의 기억, 그건 복수심도, 그리움도 아니었다.
바로…… 검술이었다.
* * *
운다이론!
나는 거의 본능적으로 운다이론을 불러 물의 장벽을 펼쳤다.
쾅-!
등 뒤에서 펼쳐진 물의 장벽에 무엇인가가 강하게 부딪쳤다.
아마도 마법 같았다.
상황을 모르는 듯 리오덴이 크게 외쳤다.
“이쪽입니다! 안으로 들어가는 길이 있습니다!”
건물 같은 건 보이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땅을 파서 만든 토굴이거나 혹은 리치의 환영 마법일지도 몰랐다.
당장 내 뒤를 노린 사람을 잡고 싶었지만, 전장은 어느새 난전에 접어들고 있었다.
‘노움, 노에스 마법사들을 감시해줘.’
‘실프, 애트란 기사들 특히 람을 주의 깊게 살펴봐줘.’
나는 정령들에게 말한 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리오덴이 말한 곳으로 향했다.
더 이상의 공격은 없었다.
슬쩍 톰슨과 람을 바라보았지만 둘은 아무것도 모르는 듯 전투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나는 내색하지 않고 크게 외쳤다.
“악의 종자가 있는 곳을 찾았다! 조금만 더 밀어붙이도록!”
바람과 대지의 흐름을 타고 리오덴이 있는 곳까지 순식간에 달렸다.
과연 리오덴의 말처럼 어디론가 들어가는 입구가 보였다.
“게일은?”
내 말에 켄이 곁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데스 나이트가 만만치 않은 것 같습니다. 듀라한을 모두 죽이시는 것까지 보고 왔습니다.”
“괜찮을까?”
내 말에 켄이 고개를 끄덕였다.
“게일 님은 괜찮으실 겁니다.”
“이대로 기사들만 따로 남겨두고 가면 몰살당할 수도 있다.”
내가 말하는 몰살은 언데드나 오크들로 인해서가 아니었다. 켄도 알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데이비드에게 따로 일러두고 준비해도 했습니다. 기사들을 허무하게 잃는 경우는 없을 겁니다.”
켄의 장담을 나는 믿었다.
“간다.”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문 안으로 들어갔다.
안은 마기가 진득하게 느껴졌다.
“죽고 싶어 발악들을 하는구나.”
안에서 들리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리치였다.
나도 모르게 한숨과 함께 말했다.
“지긋지긋한 새끼. 몇 번을 죽여야 되나?”
리치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리치의 뒤로 언데드들이 보였다. 모두 스켈레톤들이었기에 그리 위협적이지는 않았다.
고오오오오-!
하지만 이내 퍼지는 마기에 나는 심상치 않은 상황을 느꼈다.
나는 곧바로 정령들을 불렀다.
“실울펜!”
“신성한 곳에서 더러운 몸뚱이를 들이다니. 결코 용서받지 못하리라. 너희의 시신을 주인께 바쳐 중간계에 새로운 질서를 펼칠 것이다.”
데이비드가 리치를 향해 달려들며 말했다.
“무슨 개소리야!”
콰아아앙-! 쾅-!
실울펜의 스킬과 데이비드의 검이 동시에 리치를 공격했다.
“주인께서 힘을 나눠 주셨다. 지난번과는 다를 거다.”
리치의 눈이 푸르게 빛났다.
고오오오오-!
“데이비드!”
나의 외침에 데이비드가 다시 한 번 리치를 향해 쇄도했지만, 리치는 모습을 감췄다.
이내 천장 부근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블링크?”
데이비드의 말에 리치가 기괴하게 웃었다.
“오늘 이곳이 너희의 무덤이다. 밖에 있는 놈들도 마찬가지야. 아주 고맙구나. 제 발로 들어와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