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94)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94화(94/278)
94화.
“두 번이나 죽었던 주제에 말이 많아.”
데이비드의 이죽거림에 리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정말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해골이 나름의 표정을 짓는 건 기괴함을 넘어 뭔가 섬뜩하면서도 웃겼다.
리치가 지팡이를 흔들었다.
나름의 캐스팅 과정인 것 같았다.
데이비드는 리치에게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하여 벽을 크게 찼다.
게일처럼 허공을 밟으며 올라가는 경지가 아니었지만, 그래도 단숨에 리치가 있는 천장까지 치솟는 모습은 무척이나 멋졌다.
문제는 효용성이었다.
리치는 다시 한 번 블링크를 사용하면서 데이비드의 검을 쉽게 피했다.
스켈레톤은 중급 정령에게, 실울펜과 이그니스는 리치를 맡았다.
데이비드의 검이 허공을 가르고 다시 바닥으로 떨어지는 데이비드의 발을 나는 실프로 받쳐주었다.
데이비드가 짧게 고개를 숙였다.
리치를 자신이 상대할 수 없다는 사실을 빠르게 인정하고 다른 기사들과 스켈레톤을 상대했다.
실울펜과 이그니스가 화염의 바람을 펼쳤다.
리치의 바로 앞에 검은색 벽이 생겼다.
콰아아앙-! 쾅-!
너무나 쉽게 스킬이 막히자 나는 심각한 느낌을 받았다.
‘지난번과 다르다.’
리치는 낄낄 웃으며 말했다.
“이곳은 주인님이 잠드신 공간. 우리에게는 축복의 장소이지.”
리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주변의 마기가 더욱 더 강해졌다.
숨이 막힐 정도였다.
‘뭐지? 고르란은 부활하지 않았는데?’
시급한 건 리치를 죽이는 일이었다.
나는 뒷일은 생각하지 않고 오직 리치에게만 집중했다.
다른 기사들이 걱정되기는 했지만 지금은 누가 누구를 걱정할 처지가 아니니까.
‘살아남으리라 믿는다.’
나는 기사들을 믿었다. 지금은 그들을 믿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집중하지 않으면 리치를 이길 수 없었다.
이그니스와 실울펜이 쉼없이 날아다니면서 리치를 압박했지만 리치의 실드를 뚫지 못했고, 나는 바람과 대지의 흐름을 사용하면서도 리치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챙-! 챙-!
쾅-!
기사들과 스켈레톤들의 전투도 점차 치열해졌다.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조급해졌다.
기사들도 서서히 밀리는 게 눈에 보였다.
‘제발.’
최선을 다하여 공세에 나섰다.
화염의 바람에 이어 붉은 바람의 폭퐁 그리고 실페레를 향해 바람의 사슬까지 펼쳤다.
콰아아앙-! 쾅-! 쾅-!
검은색 벽이 이제는 질릴 정도였다.
‘저 벽을 도저히 뚫을 수 없나?’
나는 늪의 요정까지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마나 소모가 제법 컸다.
아무리 마나 소모가 감소되는 효과가 있다고 하여도 지금 S급 스킬을 계속 사용하는 건 확실히 부담이었다.
‘틈을 주면 안 된다.’
나는 리치가 공격으로 전환하는 순간 내가 도리어 밀릴 것이라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공격 마법을 사용할 시간조차 주면 안 돼.’
입술을 질끈 깨물면서 실울펜과 이그니스에게 쉼 없이 마나를 공급했고, 곧 스킬의 구현으로 이어졌다.
콰아아앙-! 쾅-!
“아주 물 만났군.”
리치는 지속적으로 실드로 짐작되는 마법을 사용하면서 중간중간 자리를 옮겼다.
그때마다 아주 잠깐의 공격 공백이 생겼다.
“운다이론!”
운다이론이 리치의 밑에서 물의 폭풍을 펼쳤다.
리치의 모습이 허공에서 사라졌다.
‘젠장, 마법사 주제에 기동력이 엄청 빠르잖아.’
실드보다 블링크 마법을 어떻게 하지 않으면 영원히 리치를 잡지 못할 것 같았다.
‘일단 공중에서 떨어뜨린다.’
나는 난전 속에 리치를 집어넣기로 결심했다.
고오오오오-!
잠시 스킬을 멈추고 이그니스와 실울펜에게 마나를 집중하자 두 정령의 기운이 순간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실울펜은 받아들이는 마나를 모조리 덩치를 키우는 데 사용한 듯 거대하게 변했다.
이제는 동굴 천장에 꽉 차는 듯 보였다.
한껏 자란 실울펜이 바람의 사슬을 펼쳤다.
어느 때보다 강력한 바람의 사슬이었고, 리치도 낄낄거리지 못하고 실드를 사용했다.
검은색 벽이 유난히도 크고 두꺼웠지만, 이번 바람의 사슬은 순순히 물러나지 않았다.
콰아아앙-! 쾅-!
‘이그니스, 리치를 잡아!’
이그니스는 빠르게 날아 리치에게 접근했다.
“흥!”
리치가 코웃음과 함께 지팡이를 흔들었다.
검은색 구체가 이그니스를 향해 쏟아졌다. 이그니스는 몸을 비틀며 검은색 구체를 피하려고 노력했지만, 구체가 워낙 많았다.
쾅-!
이그니스가 충격을 받을 때마다 내 몸도 흔들렸다.
‘실울펜!’
나는 실울펜에게 더 강한 공격을 요구했다.
마나 홀에서 마나가 쑤욱 빠져나갔다.
순간적으로 눈앞이 어지러울 정도의 마나 소모였다.
콰아아아앙-! 쾅-!
대신 실울펜의 바람의 사슬 위력은 더욱 강해졌다.
리치의 얼굴이 굳어졌고, 이그니스는 드디어 틈을 잡았다. 재빨리 리치에게 접근하여 불을 길게 뿜어내 리치의 몸을 묶었다.
“이그니스!”
나는 육성으로 절박하게 외쳤다. 말을 잇지 못했지만 이그니스는 내 의도를 정확하게 읽었다.
이그니스가 리치를 화염으로 묶고 바닥을 향해 쇄도했다.
바닥에 부딪치기 직전 이그니스는 리치를 팽개쳤다. 마치 새가 먹이를 잡았다가 다시 버리는 모습 같았다.
쿵-!
리치는 머리를 털면서 정신을 차리고 이를 갈았다.
다시 허공으로 치솟으려는 순간 노에스가 리치의 발밑에서 튀어나와 발목을 붙잡았다.
리치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역시 땅에서 싸우는 건 한 번도 하지 않았던 모양이야.’
나는 옅게 웃으며 실울펜을 불렀다.
리치가 손을 휘젓자 수백 개의 구슬이 사방으로 날아갔다.
콰아아아앙-!
쾅-!
적아를 가리지 않고 토지는 검은색 구슬을 뚫고 실울펜이 바람의 사슬을 리치의 목에 휘감았다.
* * *
챙-! 챙-!
데스 나이트와 게일은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어우러졌다.
게일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데스 나이트가 강한 것은 느꼈지만, 자신과 호각이 되어 싸울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소드 마스터가 된 뒤 내색한 적은 없었지만 누구든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팽배했던 게일이었다.
챙-!
“좋군.”
데스 나이트가 옅게 웃었다.
“집중하지 않는 것 같군.”
데스 나이트 말에 게일은 눈을 가늘게 떴다.
가볍게 검을 밀어내면서 순간 데스 나이트와 거리를 벌렸다. 동시에 오러 블레이드를 뿌렸다.
데스 나이트의 검에서도 오러 블레이드가 튀어나왔다.
쾅-!
데스 나이트의 검은 오러 블레이드와 게일의 푸른 오러 블레이드가 만나 폭발을 일으켰다.
콰아아앙-!
“명가의 검술이구나.”
데스 나이트는 게일의 움직임에 감탄했다.
게일은 검을 지그시 쥐었다.
지금 이럴 시간이 없었다.
‘아직 람과 톰슨이 밖에 있지만, 저들이 나보다 먼저 전하께서 들어가신 곳으로 들어가면 절대 안 된다.’
게일의 마음이 급한 이유는 역시 아룬의 안위가 걱정되기 때문이었다.
데스 나이트와 듀라한을 처리하고 아룬의 뒤를 따르려고 했는데 예상보다 데스 나이트가 훨씬 강했고, 톰슨과 람의 전투는 서서히 막바지로 치닫고 있었다.
스켈레톤과 오크 전사들의 숫자가 현저히 줄어든 것이 눈에 보였다.
람과 애트란 기사들 역시 숫자가 어느 정도 줄기는 했지만 큰 피해는 아니었다.
게일은 자세를 고쳐 잡았다.
“집중할 모양이군. 그래 집중해라. 적을 눈앞에 두고 정신이 다른 곳에 팔려 있으면 어떡하나.”
데스 나이트가 말과 함께 움직였다.
잔상만이 남은 것을 보면 데스 나이트의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알 수 있었다.
게일은 부드럽게 검을 횡으로 그었다.
챙-!
데스 나이트의 움직임은 유려하게 이어졌다. 게일이 막을 것을 예상이라도 한 듯 게일의 검을 흘리면서 이내 다시 한 번 몰아쳤다.
챙-! 챙-! 챙-!
게일은 살짝살짝 뒤로 밀렸다.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할 시간도 없었다.
“아직 오러는 익숙하지 않아서 말이야. 죽은 뒤에서야 겨우 마스터에 올랐는데, 여기서 소멸되면 곤란하지 않겠나?”
데스 나이트가 히죽 웃었다.
게일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검술이 범상치가 않다.’
데스 나이트가 자신에게 명가의 검술을 익혔다고 말했지만, 게일도 하고 싶은 말이었다.
생전에 데스 나이트는 명가의 기사였던 것 같았다.
‘부상을 감수한다.’
게일은 데스 나이트를 온전한 전력을 유지한 채 이기는 것보다 다소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빨리 소멸시키는 게 좋다고 느꼈다.
이제 람과 톰슨의 전투는 거의 끝났기 때문이었다.
‘리치도 소멸되지 않았다. 라이프 배슬을 파괴한 건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면 저 안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아직 전하와 전투를 하고 있을 수도 있어.’
게일은 생각을 정리하면서 데스 나이트의 검을 받아냈다.
“쓸데없는 생각이 많구나. 그러니까 움직임에 군더더기가 묻는 게지.”
데스 나이트의 검이 게일의 어깨를 꿰뚫었다.
푸슉-!
데스 나이트가 검을 뽑으려는 순간, 게일이 손으로 데스 나이트의 검을 잡았다.
동시에 게일의 검에서 푸른빛이 터져 나왔다.
푸슉-!
게일의 오러 블레이드가 데스 나이트의 가슴을 꿰뚫었다. 워낙 가까이 있었기 때문에 데스 나이트는 미처 피하지 못했다.
게일이 설마 어깨를 뚫리고도 반격을 하리라고는 전혀 예상할 수 없었으니까.
“이놈이…….”
데스 나이트는 말을 끝까지 이어가지 못했다.
가슴을 뚫은 오러 블레이드가 이내 몸을 반으로 갈랐으니까.
게일은 데스 나이트의 생전 정체가 궁금했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
숨을 돌리며 곧장 아룬을 찾으려 했다.
고오오오오-!
땅 밑에서 갑작스레 나뭇가지가 튀어나왔다.
게일이 용수철처럼 튀어올랐다.
“역시 소드 마스터인가?”
톰슨의 목소리에 게일이 눈을 가늘게 떴다.
데스 나이트를 상대하는 사이 저쪽 역시 전투가 끝난 모양이었다.
“미안하게 됐어. 당신이 황태자와 합류하면 매우 곤란하거든.”
톰슨은 빙긋 웃었다.
돌아가는 상황을 볼 때 악의 종자를 제거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미 밖에 있는 스켈레톤과 오크 전사, 오크 술사는 물론이거니와 가장 까다로운 듀라한과 데스 나이트는 모두 죽었다.
게일 덕분이었다.
그리고 데스 나이트가 예상보다 더욱 강하여 게일에게 부상까지 입혔다.
람은 반신반의하였지만, 톰슨은 자신했다.
-둘이 함께 있으면 오히려 처리하기가 더욱 어렵다. 각개격파하는 것이 제일 좋아.
-악의 종자 제거도 하긴 해야 된다. 서부가 무너지면 황태자를 죽였다 하더라도 황제가 묻는 책임을 피할 수 없어.
-어차피 저 안에는 기껏해야 스켈레톤 그리고 리치 정도가 되살아나 있을 거야. 악의 종자는 여지껏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으니 아마 봉인이 되어 있는 모양이고.
-봉인?
-그래서 제물이 필요한 거라고 했잖아. 악의 종자가 힘을 다 갖췄으면 졸개들만 내보낼 리 없다. 벌써 오크들과 함께 서부를 휩쓸고 있었지.
람은 톰슨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게일의 부상이 신중한 람의 과감한 결정을 도왔다.
지금이 아니면 게일을 죽일 수 없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게일은 차분하게 착지해 검을 비스듬히 들었다. 굳이 어떤 말도 내뱉지 않았다.
이들이 적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고, 언제 협력 관계가 깨지는지가 관건이었다.
이제 확실히 적으로 돌변했으니 처리하면 그뿐.
‘전하와 기사들이라면 어떤 어려움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
게일은 아룬을 신뢰했다.
자신이 걱정했던 건 톰슨과 마법사들, 람과 기사들이 자신이 없는 상태에서 아룬과 합류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아룬이 들어갔던 문을 막은 상태에서 이들을 대적하는 건 차라리 마음도 편했다.
게일은 어깨를 지혈하면서 말했다.
“네놈들이 혼란스러운 와중에 전하를 해할까 걱정했지. 나와의 정면 대결은…….”
게일의 몸이 잔상을 남기며 사라졌다. 누구도 게일의 움직임을 따라잡지 못했다.
게일의 신형은 톰슨 앞에서 나타나며 말을 맺었다.
“내가 가장 바라던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