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95)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95화(95/278)
95화.
게일은 기사들 사이를 뚫고 가장 먼저 톰슨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쾅-!
톰슨은 순간적으로 실드를 펼쳐 게일의 검을 막았다.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지만 톰슨 역시 6서클이라는 경지가 헛되지 않은 듯 단숨에 목숨을 잃지는 않았다.
하지만 톰슨의 손은 벌벌 떨리고 있었다.
아주 조금이라도 실드를 펼치는 게 늦었다면 아마 게일의 검에 목이 달아났을 것이다.
“마, 막아!”
톰슨의 말과 함께 마법사들이 일제히 게일을 향해 마법을 퍼부었다.
람과 기사들 역시 정신을 차렸다.
게일이 톰슨에게 달려드는 직전까지 모습을 놓쳐 버렸다.
람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방금 톰슨이 게일의 검을 막은 건 실력이 아니라 운이라는 사실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소드 마스터.
그 존재에 관한 위험성을 톰슨에게 자신이 여러 번 설명했지만 정작 방심하고 있었던 건 자신이 아니었을까?
게일이 부상도 당했고 톰슨과 리버힐 가문의 마법사들 그리고 자신과 기사들이 합심하면 내심 승산이 있다고 믿었다.
서걱-!
또다시 게일의 모습이 사라지면서 마법사 한 명의 목이 바닥을 굴렀다.
콰아아앙-! 쾅-!
마법사들의 마법은 뒤늦게 게일이 있던 자리에 적중되었다.
서걱-! 서걱-!
람은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톰슨도 마찬가지였다.
마법사들의 목이 베이는 것을 그저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여전히 게일은 어깨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지만, 주변의 공간은 온통 게일이 장악한 것 같았다.
소드 마스터가 뿜어내는 막강한 기세는 톰슨과 람이 상상한 것보다 훨씬 더 강렬했다.
다리가 벌벌 떨렸고, 그저 얌전히 죽음만을 기다렸다.
검이라도 휘두르고, 마법이라도 펼쳐야 하지만 게일의 기세는 두 사람을 옴짝달싹 못하게 묶어 놓았다.
“데, 데스 나이트가 강한 거였어.”
데스 나이트 역시 검은색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하는 것을 보았지만, 람은 마음 속 깊숙이 박혀 있는 상식을 지우지 못했다.
그건 톰슨도 마찬가지였다.
언데드는 언데드일 뿐이다. 아무리 강하다고 알려진 데스 나이트도 언데드이고, 마스터의 경지에는 결코 올라설 수 없다.
데스 나이트는 운이 좋아 게일에게 상처를 입혔고, 그건 곧 자신들에게 기회였다.
그런데 모든 게 착각이었다.
람과 톰슨은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동시에 눈을 감았다.
애트란 기사 중 일부는 도망을 시도했지만, 등 뒤에서 날아오는 오러 블레이드를 피할 수 없었다.
푸슉-!
기사들의 비명이 악몽과 같이 람과 톰슨의 귓가를 찔렀다.
“아, 아!”
람은 결국 주저앉았다.
이 무슨 허무할 결말이라는 말인가.
애송이 황태자를 죽이고 차기 가주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황태자가 전사한 전장에서 전쟁 영웅이 되는 상상도 몇 번이나 해보았다.
그런데 모든 게 물거품이 되었다.
톰슨이 무릎을 꿇었다.
“게, 게일 경 살려주십시오.”
톰슨은 게일과 싸우는 것을 포기했다.
람은 가만히 톰슨을 바라보았다.
구차하게 목숨을 구걸하는 톰슨의 모습이 미련하게 느껴졌다.
자신과 톰슨은 게일을 죽이려 했던 것은 하나의 과정이었고 최종 목표는 황태자였다.
게일이 그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
데스 나이트와의 전투가 끝나자마자 부상당한 게일을 먼저 공격했던 건 자신들이었으니까.
‘살아남아야 한다.’
게일의 뒤에는 시신들이 가득했다.
스켈레톤과 오크 전사들을 상대로 압도했던 마법사와 기사들이 소드 마스터 한 명에게 죽었다.
시간이 오래 걸린 것도 아니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모두가 죽었다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래, 아무리 황태자라도 리버힐과 애트란의 사람을 이토록 많이 죽이면 부담이 있을 것이다. 나와 톰슨이라도 살아서 돌아가면 적당히 전투 중 전사라고 어떻게든 포장할 수 있어.’
람은 미련하게 생각했던 톰슨의 상황 판단이 빨랐음을 인정하고 곧바로 무릎을 꿇었다.
“게일 경!”
목숨이 경각에 달리자 람에게서 평소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살려주십시오! 지금 오해를 하고 계신 것 같은데…….”
서걱-!
톰슨의 목이 허공에 떠올랐다.
게일은 굳이 말을 길게 하지 않는 편이었다. 가만히 두면 하루 동안 두 마디 이상 하지 않는 성격이었고, 지금도 그 성격은 변하지 않았다.
“게, 게일 경! 제발 저는 황태자 전하를 시해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습니다. 그저 가주께서 시키기에…….”
게일의 눈이 가늘어졌다.
람은 게일의 마음에 변화가 있다고 느낀 듯 재빨리 매달렸다.
“저는 그저 시키는 일을 하는 시늉이라도 하려고 했을 뿐입니다.”
게일은 애써 놀라움을 감췄다.
-궁지에 몰리면 람은 살아남기 위하여 발악할 것입니다.
켄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떠올랐다.
서부 사령부에서 떠나기 전날 밤, 켄은 이날의 일을 정확하게 예측했다.
-만약 전투 중에 게일 님과 전하가 따로 떨어지는 경우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전투가 시작되면 게일 님은 당연히 가장 강한 적을 상대해야 되고 부상을 입을 수 있죠.
게일은 내심 소름이 돋았다.
-아마 그때 람과 톰슨은 게일 님을 제거하려 들 겁니다. 전하를 제거할 때 가장 방해가 되는 건 게일 님이니까요. 그 순간이 오면 게일 님은 둘 중 한 명을 살려주십시오.
자신이 부상을 입어도 람과 톰슨에게 패배하는 건 켄의 머릿속에서는 아예 없었다.
-바로 람입니다. 람은 언뜻 차분하고 귀족으로서의 자존심도 강해보이지만 누구보다 삶에 대한 애착이 큰 사람입니다.
-어떻게 장담하나?
게일은 당시 의문을 느끼며 물었다.
둘 중 한 명을 이용하려면 차라리 다혈질에다 단순한 성격이라고 느껴지는 톰슨이 더 낫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으니까.
-톰슨은 마법사입니다. 감정적으로 보이지만 누구보다 냉정한 이성을 갖고 있으니 그 나이에 그 경지까지 올라간 것이죠.
켄의 예상은 적중하고 있었다.
람은 빌고 또 빌었다.
“게일 경, 살려만 주신다면 뭐든지 하겠습니다!”
-람은 직계는 아니지만 직계와 가장 가까운 방계입니다. 그래서 그는 귀하게 자랐죠. 극한의 상황에 노출되면 삶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일 겁니다. 만약 람이 진정한 기사이거나 혹은 가문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다면 가문의 명예를 선택하겠지만, 그는 직계로서의 자존심도 없고 진정한 기사도를 실천하는 인물도 아니니까요.
게일은 켄이 당부했던 것을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이유 없이 살려줄 순 없다. 죽일 이유는 확실하니까.”
“뭐, 뭐든지 하겠습니다.”
삶에 대한 희망을 엿본 람은 크게 외쳤다.
그에게서 더 이상 애트란 가문의 차기 가주를 노리는 인재의 모습도, 도도한 귀족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 * *
리치는 낄낄 웃었다.
바람의 사슬이 목을 몸에서 분리했는데도, 리치의 목소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말했잖아. 여기는 주인께서 계신 곳. 축복이 깃든 장소다.”
검은색 구체들이 몸집을 더욱 불렸다.
‘젠장.’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돌파해야 되나? 하지만 게일이 없는데.’
리치 뒤로 통로가 보였는데, 아마도 안에는 고르란이 있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검은색 구체들을 뚫고 들어가기란 불가능할 것 같았다.
쾅-! 쾅-! 쾅-!
가장 먼저 늪의 요정 스킬로 생긴 진흙 요정들이 검은색 구체를 피하지 못하고 모두 부딪치면서 폭발을 일으켰다.
‘큭.’
나는 애써 신음을 삼켰다.
늪의 요정은 기본적으로 스킬이기 때문에 진흙 요정들이 외부 타격으로 인하여 사라지면 스킬이 강제로 파괴당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나에게도 타격이 온다는 소리였다.
리치에게 약한 모습을 보일 순 없었다.
‘데이비드와 리오덴에게 기대를 걸 수밖에.’
“리오덴, 데이비드 안으로 진입해!”
나의 외침에 리오덴과 데이비드가 검은색 구체 사이를 빠르게 달렸다.
“발악을 하는구나.”
해골이 바닥에 낄낄거리며 말을 하는 모습은 기괴하면서도 웃겼다.
“해골바가지 주제에 말이 많아.”
나는 실프를 날려보냈다.
쾅-!
바람의 사슬이 리치의 해골에 정확하게 적중되었다.
리치의 몸은 쉼 없이 지팡이를 흔들었다.
‘몸을 공격해야 되겠군.’
나는 리치의 해골에서 관심을 뗐다.
쉼 없이 떠들면서 귀를 거슬리게 만들었지만, 말로 전투를 하는 건 아니었으니까.
남은 마나를 계산하면서 나는 이그니스와 실울펜을 불렀다.
두 정령이 리치의 몸을 향해 날아갔다.
한편으로는 진흙 요정들을 검은 구체를 막기 위하여 쫙 펼쳤다.
콰아아앙-! 쾅-!
그나마 다행인 건 검은 구체가 적아를 가리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우리보다 숫자가 많은 스켈레톤들이 검은 구체에 맞아 폭발하고 있었다.
데이비드와 리오덴이 통로에 거의 접근하는 순간 리치가 크게 외쳤다.
“다크 월!”
리오덴과 데이비드의 앞에 거대한 검은 벽이 생겼다.
실드와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벽이었다.
리오덴과 데이비드는 벽을 검으로 그었지만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몸을 노려!”
나는 즉시 작전을 변경했다.
“켄!”
켄도 합세했다.
화염의 바람이 리치의 몸을 휘감았다.
콰아아아앙-! 쾅-!
리치의 몸 뼈다귀가 검게 그을렸다. 내 스킬이 끝난 뒤 켄과 리오덴 그리고 데이비드가 쇄도했다.
눈 깜짝할 사이였다.
서걱-!
나와 기사들의 전투 합은 확실히 좋았다.
리치는 통로를 막느라 순간적으로 다음 마법을 사용하지 못한 것 같았다.
몸의 뼈다귀가 갈라지면서 리치의 입은 더 이상 열리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통로를 막았던 검은 벽도 사라졌다.
스켈레톤들의 마기도 훨씬 옅어졌다.
그리고 입구에서 게일이 모습을 드러냈다.
“전하.”
게일의 어깨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게일!”
기사 중 한 명이 재빨리 게일에게 다가가 포션을 건네주었다.
게일은 포션을 마시고 어깨를 대충 지혈한 뒤 나에게 다가왔다.
“밖은 모두 정리되었습니다.”
람과 톰슨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보아 켄의 여러 계획 중 하나가 실행된 것 같았다.
켄이 숨을 고르며 물었다.
“람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마나 홀을 봉인하고 아이템을 사용했다.”
켄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낮게 물었다.
“다른 이들은?”
게일은 짧게 대답했다.
“정리했습니다.”
모두 죽였다는 말이었다. 게일은 별다른 표정 변화가 없었다. 그에게 적을 죽이는 건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진정 피의 길을 걷는구나.’
앞으로 이런 일은 수도 없이 반복될 게 분명했다.
“가자.”
이제 봉인되어 있는 고르란을 죽일 때였다.
리오덴이 앞장섰고, 게일과 켄은 내 곁을 지켰다.
양옆에 두 사람이 있으니 무척이나 든든했지만, 스켈레톤의 부서진 뼈들 사이로 보이는 기사들의 시신은 내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일단…… 가자.”
시신을 수습하고 싶었지만 더 급한 일이 있었다.
저들의 죽음을 헛되게 만들지 않으려면 반드시 고르란의 부활을 막아야했다.
나는 실프 몇을 남겨 시신을 바깥으로 옮겨 잘 모아달라고 부탁했다.
마나가 소모되는 일이었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고르란은 봉인된 상태고 게일도 있으니 더 큰 위협은 없을 것이다.’
통로 안으로 들어가자 어둠이 우리를 덮쳤다.
나는 샐러멘더와 피닉스를 불러 주위를 밝혔다.
동굴 형태의 통로였는데, 딱히 특별한 점은 없었다.
통로는 길지 않았다.
금방 넓은 공동이 나왔고 놀랍게도 천장이 무척이나 높았다.
그리고 공동 안에는 돌로 만든 제단이 있었다.
“아무래도 저 안에 악의 종자가 봉인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엄청난 마기가 느껴집니다.”
게일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단을 파괴한다.”
일단 제단부터 파괴하면 고르란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