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97)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97화(97/278)
97화.
“아주 특별한 방법이 있는 건 아닙니다. 먼저 서부의 문화를 이해하셔야 될 듯싶습니다.”
켄의 말에 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서부의 문화?”
대륙은 아주 넓은 땅덩어리이고, 제국은 그 넓은 대륙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국가다.
북부, 남부, 동부, 서부는 문화가 모두 달랐다. 서로 간의 거리가 멀었고, 기후 또한 다르기 때문에 자연스레 서로 다르게 발전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중 내가 서부에 관하여 집필한 것이 있는지 머릿속을 더듬어 보았다.
“흠.”
곧바로 떠오르지 않는 것을 보면 내가 서부에 관해서 쓴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내 대답이 없자 켄이 입을 열었다.
“서부는 아주 오랫동안 어둠의 숲을 경계 삼아 살아온 곳입니다. 동부나 중부처럼 교통의 요지가 곳곳에 있고 물자가 풍부한 곳도 아니며, 남부처럼 식량 생산이 많이 나는 곳도 아니죠. 척박한 땅에 어둠의 숲까지 있고 요정의 숲도 경계를 늦출 수 없는 곳이니 서부 사람들은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레 생존이 가장 중요한 가치로 자리잡습니다.”
“생존?”
“네. 태어날 때부터 먹을 게 별로 없어 죽음의 위기를 맞이합니다. 그리고 소년이라 불릴 때쯤이면 요정의 숲으로 먹을 것을 찾으러 나가죠.”
나는 혀를 내둘렀다.
“서부에 오고 제법 시간이 지났는데 그런 것은 하나도 몰랐어.”
리오덴이 거들었다.
“어둠의 숲에 있었던 시간이 더 길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전쟁 중이라 서부의 문화를 느낄 새도 없었습니다.”
데이비드는 켄의 설명에 자신의 의견을 더했다.
“청년쯤 되면 어둠의 숲 몬스터들이 내려오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오크들이 점령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지 본래 어둠의 숲 몬스터들은 주기적으로 서부로 나옵니다. 그리고 그건…… 서부가 그동안 발전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입니다.”
켄이 고개를 끄덕였다.
“데이비드의 말이 맞습니다. 서부는 모든 자원을 몬스터를 막는 데 많이 할애했죠. 서부의 영주들이 강골이고 병사들이 정예로 자라나도 제국의 주류에 편입되지 못하는 건 그런 지역적인 한계가 있었지요.”
나는 서부에 대하여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켄이 말을 이었다.
“그건 영주나 병사나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생존이 최우선 과제인 것은 병사나 영주나 마찬가지였으니까요. 그래서 서부 사람들은 영웅을 좋아하고 강함을 최고의 덕목이라 생각합니다.”
“영웅? 강함?”
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거에 어둠의 숲 몬스터들을 쓸어버리는 강력한 영웅, 가난에서 자신들을 구해 줄 영웅. 어렸을 때부터 스스로 살아남기 위하여 발버둥치는 서부인들의 마음속에는 모순적이게도 그런 영웅주의도 내재되어 있는 겁니다.”
“인간은 간사한 존재이니까요. 신뢰할 수 있는 대상이면 의지해 버리고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이면 자신의 모든 것을 맡겨 버리죠.”
리오덴의 말이었다.
나는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켄이 결론을 내렸다.
“전하께서 서부 영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하여 동분서주 뛰어다닐 필요는 없으십니다. 이미 악의 종자를 죽이셨으니 그 시신을 성에 걸고 오크와의 전쟁에서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주십시오.”
켄의 시선이 게일에게 돌아갔다.
“게일 님은 전투를 돕되 전하께서 좀 더 부각될 수 있도록 어느 정도 조절해 주시는 게 필요합니다.”
게일은 별말 없이 동의했다.
켄의 전략과 전술은 언제나 나를 위한 것들이니 게일이 반대할 턱이 없었다.
그리고 게일의 생각도 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하께서는 정령사이시니 전투에서 저보다 훨씬 빛나실 겁니다.”
게일의 말에 내가 옅게 웃었다.
“노력하지.”
켄이 또다시 말했다.
“현재 영주들과 병사들은 게일 님에게 집중되어 있습니다. 소드 마스터란 그런 존재니까요. 하지만 전투가 지속되면 충분히 전하도 영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겁니다. 람과 톰슨이 서부 영주 규합에 실패한 건 그들은 전투에서 필요할 때만 최소한으로 움직였기 때문입니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런 거까지 다 생각해서 네가 람과 톰슨을 전투에서 적당히 이용한 게 아니고?”
켄은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
만약 켄이 내 소설대로 카렌의 심복이 되고 나를 상대로 여러 가지 계략을 펼쳤을 거라 생각하면 몸서리가 쳐질 정도였다.
‘점점 더 능숙해지는군.’
켄은 황궁에서보다 더욱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아마도 자신의 자리를 자각하고 이상을 펼치기 위하여 노력하면서 잠재력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소매치기 시절보다 취급하는 정보의 질이나 양도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좋아. 일단 돌아가면 서부 영주들의 마음은 내 정령술로 사로잡는 것으로 하고. 참, 마이크 후작도 과연 그 정도로 내게 충성을 맹세할까?”
켄이 빙긋 웃었다.
“강함만으로는 충성 맹세를 받을 수 없습니다. 승전의 주인공이 되시고 나아가 그들의 불편함을 해소시켜 주셔야죠.”
“불편함?”
“네. 서부에 돌아가시는 대로 저는 황궁으로 다시 올라가겠습니다.”
켄의 갑작스러운 결정에 모두가 의문 섞인 표정을 지었다.
“황궁에는 왜?”
“람을 데리고 애트란 가문을 방문할 생각입니다.”
나도 모르게 몸이 굳어졌다.
“대체…… 무슨 생각이지?”
“서부의 문화를 설명드리지 않았습니까. 서부인의 생존을 위협한 건 몬스터만이 아닙니다. 보다 근본적인 이유…… 바로 기근과 가난이죠. 그리고 기근과 가난은 많은 재물로 극복할 수 있습니다.”
켄이 주머니에서 아이템을 하나 꺼냈다.
“기억의 수정구입니다.”
모두가 켄의 표정을 보면서 소름이 돋은 듯 입을 열지 못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애트란 가문과 베레곤 가문의 재물로 서부의 빈곤을 해결하십시오. 기억의 수정구라는 증거, 람이라는 증인. 설사 애트란 가문과 리버힐 가문의 초대 가주들이 살아 돌아와도 절대로 전하께서 요구하시는 것을 거부하지 못할 겁니다.”
나는 기억의 수정구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평범한 유리구슬처럼 생긴 수정구였다.
내가 종종 소설에서 잘 써먹은 아이템 중 하나였다.
“기억의 수정구라니…… 톰슨이 가지고 있었나?”
“네. 람을 만날 때마다 기억의 수정구에 차곡차곡 저장해 두었더군요. 대미를 장식하는 건 게일 님을 기습한 것이었고요.”
나는 혀를 내둘렀다.
“알고 있었나?”
“기억의 수정구는 폐하께서도 보물로 지정한 아이템. 그리고 그건 오직 리버힐 가문만 만들어낼 수 있는 아이템이죠. 오스틴 공작이 톰슨에게 쥐어줄 것이라고 예상은 했습니다만, 잘 쓰고 있을지, 찾을 수 있을지는 반신반의했습니다.”
리오덴과 데이비드는 이제 더 놀랄 것도 없다는 듯 경이로워하는 눈길로 켄을 바라보고 있었다.
과연 이자는 언제부터 또 어디까지 계획을 세웠다는 말인가?
“람을 살려두라는 것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증거와 증인 두 가지가 완벽하면 누구도 빠져나갈 수 없으니까요.”
리오덴이 물었다.
“그럼 차라리 전하를 시해하려 했다는 것으로 두 가문을 날려버리는 일도 가능하지 않습니까? 폐하께서 아시면 반역죄로 충분히 처벌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면 두 가문은 톰슨과 람을 버릴 겁니다. 기사들과 마법사들이 이미 죽었으니 두 사람을 버린다 하여도 크게 상관없죠. 두 사람의 개인일탈로 몰아붙이면 그만입니다.”
켄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상대를 압박할 때는 수위가 중요하죠. 두 가문은 톰슨과 람이 반역을 일으키려 했다는 말들이 귀족들 사이에서 퍼지기를 원하지 않을 겁니다. 두 가문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재물 정도만 요구하면 차라리 금은보화를 넘기고 조용히 넘어가길 원하겠죠.”
게일이 입을 열었다.
“협상이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나도 걱정했다.
“두 공작은 쉬운 사람들이 아니니까.”
“두 공작은 폐하와 함께 전선에 나가 있습니다. 제가 지금 람을 데리고 황궁으로 올라가면 이 문제를 판단하는 건 두 공작들이 아닙니다. 바로 그의 자식들이거나 혹은 집안 어른들이겠죠.”
켄은 말을 맺었다.
“가주가 없을 때 결정을 강요하면 그들은 결국 제게 끌려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나도 모르게 지친 듯 의자에 등을 깊숙하게 기댔다.
“그래. 서부로 돌아가면 황궁으로 올라가고 그 일은 전적으로 맡길게.”
* * *
거대한 성벽의 문이 서서히 올라갔다.
안으로 들어가자 모든 영주들과 병사들이 나를 맞이했다.
“사령관님!”
마이크 후작이 가장 먼저 나를 반겼다.
나는 인사를 받는 것보다 먼저 마법 주머니에서 고르란의 시신을 꺼냈다.
직접 손으로 고르란의 시신을 만지는 게 썩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지금은 연출이 필요한 시간이었다.
툭!
툭!
툭!
고르란의 조각난 시신이 하나, 하나 떨어질 때마다 모든 이의 시선이 집중 되었다.
긴장감은 팽배해졌고 어떤 병사는 침을 꿀꺽 삼켰다.
실프는 내가 던지는 시신 조각을 정확한 위치로 옮겨 고르란의 본래 모습의 드러나게끔 만들었다.
마지막 고르란의 머리를 툭, 던지면서 나는 힘주어 말했다.
“이 땅을 악의 기운으로 더럽히려던 악의 종자의 머리를 베었다.”
켄이 즉시 소리 증폭 아이템을 사용했다.
내 목소리는 가까이 있는 영주들과 마이크 후작뿐만이 아니라 성 안에 있는 모든 병사들에게 들릴 정도로 울려 퍼졌다.
나는 병사들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이제 오크 왕이 어둠의 숲에 남아 있는 모든 오크들을 이끌고 우리의 터전 앞까지 내려올 것이다.”
점점 분위기는 고조되었다.
“그들이 믿고 따르던 주인은 여기 내 앞에 조각이 되어 있다.”
실울펜이 모습을 드러내 내 옆에 앉았고, 이그니스가 하늘로 치솟으며 화염을 뿜어냈다.
아, 하고 누군가 탄성을 터뜨렸다.
“오크 왕도, 셀 수 없는 오크들 중 누구도 우리의 성벽을 넘지 못할 것이며 이 땅의 주인은 바로 나와 서부인들이라는 사실은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제는 거의 소리를 지르다시피 말했다.
소리 증폭 아이템이 있기에 굳이 소리를 지르지 않아도 되지만 나는 일부러 감정을 더욱 격앙시키고 있었다.
“자, 이제 나와 함께 이 땅의 주인이 누구인지 악의 종자를 주인으로 따르던 멍청한 오크들에게 확실히 알려주자!”
나의 연설이 끝나자 가장 먼저 마이크 후작이 검을 높이 들었다.
“우아아아아아아!”
흰머리가 가득하고 얼굴에 주름을 숨길 수 없는 마이크 후작이 지르는 함성이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컸다.
그리고 이어서 영주들이 검을 높이 들었다.
아무래도 서부 특유의 문화인 것 같았다.
“우아아아아아!”
영주들의 함성에 이어 모든 병사들이 일제히 무기를 높이 들었다.
동시에 마이크 후작과 영주들 역시 병사들과 함께 다시 한 번 소리를 질렀다.
“우아아아아아아아아!”
나 역시 그에 호응했다.
모든 정령들이 하늘로 치솟았다.
“우아아아아아아!”
오늘 나는 황태자가 아니라 서부의 총사령관으로 다시 한 번 모든 이에게 내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그리고 나는 게일에게 은밀히 말했다.
“마법사들을 모두 생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