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wolf's only companion RAW novel - Chapter (51)
늑대의 하나뿐인 반려가 되었습니다 51화(51/60)
불안과 위협이 가득한 상황에서, 유일한 자신의 구원자가 사랑을 입에 담다니.
불행만 가득했던 그녀의 인생에 첫 행운이자 마지막 행운은 언제나 하인리히였다.
가슴이 움찔거리고 몸이 바르르 떨리는 그녀를 보며 그가 애원했다.
“이름. 솔, 내 이름 불러 줘.”
하인리히는 솔리타리에의 눈가에 입을 가져다 대며 그녀를 달랬다.
은은한 입맞춤에서는 급한 그의 기분이 드러났다. 그리고 마침내 솔리타리에는 그의 재촉에 드디어 참고, 외면했던 그의 이름을 불렀다.
“하인리히……. 하인리.”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는 그녀를 보며 하인리히는 솔리타리에를 안아 들었다. 벅찬 듯 숨을 몰아 내쉬었고, 움직이는 그의 발걸음은 어딘가 급해 보였다.
마침내 익숙한 그녀의 방문이 열렸고, 하인리히와 솔리타리에는 그곳으로 들어갔다.
날이 밝는 순간까지도, 그곳에 있는 둘이 문을 열고 나오는 일은 없었다.
* * *
뜨거운 햇살이 눈을 찌르며 솔리타리에를 깨웠다. 포근한 이불 냄새에는 어젯밤 맡았던 단내도 함께였다.
눈을 감은 채 손을 더듬어 보았으나 잡히는 것은 없었다. 그가 이곳에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은 그녀의 몸에 난 흔적과 그의 냄새뿐이었다.
“리엔 님? 일어나셨을까요?”
“……아. 큼, 큼. 하녀장님?”
솔리타리에는 어제의 일에 얼굴이 확 달아오르며 어쩐지 잘못했다는 기분을 지우지 못했다.
“점심을 드셔야 할 시간이라서요. 올려다 드릴까요?”
“아뇨……! 괜찮아요. 배가 별로 안 고파서. 안 먹어도 될 것 같아요. 준비하고 갈게요.”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
그 이유야 어렵지 않게 알아차렸다. 그러나 메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간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추궁당할 게 분명했다. 솔리타리에는 몸을 힘겹게 옮겼다.
따스한 물에 몸을 넣자, 노곤해지는 기분에 저절로 눈이 감겨 왔다.
눈을 흐릿하게 뜰 때마다 보이는, 붉게 물든 자국들이 신경 쓰였지만, 솔리타리에는 애써 눈을 돌리며 보지 않았다.
몸을 전부 씻고 나온 후, 가벼운 옷차림으로 갈아입고 머리를 정돈했다.
혹 두고 가는 것은 없나 확인하려는 찰나, 화장대에 있던 유리 장신구가 솔리타리에의 왼쪽 손목 위로 떨어졌다.
정확히는 떨어지려 했다.
쨍그랑―.
장신구는 손목에 닿지 못했고, 무언가에 튕겨 나가듯 멀리 떨어져 산산이 조각나 깨졌다.
손목 안쪽에서는 황금빛의 문양이 반짝였다.
누군가가 연상되는 색이었다.
분명 목욕할 때는 보지 못한 것인데, 갑작스럽게 생겨났다.
“이……게 무슨!”
아기자기하게 피어오른 문양은 그녀도 익히 알고 있는 당근꽃 모양이었다. 그 문양을 보자마자 솔리타리에는 서둘러 입을 틀어막았다.
깨지는 소리를 들었는지 문 앞에서 메리가 다급히 그녀를 불렀다.
“리엔 님, 괜찮으세요? 문을 열고 들어가도 될까요?”
그녀의 목소리가 계속 들려왔지만, 솔리타리에는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몰라 머리가 어지러웠다.
아무런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메리는 문을 부수고 들어가야겠다고 기사들에게 말했다.
기사들이 문을 부수려는 순간, 솔리타리에는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억지로 꺼냈다.
“저, 괜찮아요. 실수로 무얼 떨어뜨리는 바람에…….”
목소리가 떨리지 않게 대답하려 몇 번이고 말을 끊어 대답했다.
그런 그녀가 걱정되었는지 메리가 잔뜩 긴장해서 솔리타리에에게 물었다.
“제가 치울까요?”
지금 이 공간에 메리를 들인다면, 자신의 손목에 생긴 각인에 대해 설명해야 했기에 솔리타리에는 서둘러 거절했다.
“아뇨, 제가 치울 수 있어요. 금방 준비하고 나갈게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솔리타리에의 말에 메리는 발걸음을 옮기기 직전까지도 그녀를 걱정했다.
“문제가 있다면 절 언제든 부르세요. 일정을 미룰 수 있으면 미룰 테니.”
“별일 아니니 얼른 일 보세요.”
메리의 발걸음이 멀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모두 사라진 후, 솔리타리에는 손목을 들어 다시 그 문양을 확인했다.
그러나 방금까지 환하게 빛나던 문양은 이미 사라져 있었다.
솔리타리에는 자신이 헛것을 보았나 싶어 눈을 비비며 손목 위에 상처를 내어 봐야 하나 싶었다.
그리고 그 순간, 손목이 다시금 황금빛으로 번뜩였다.
“아.”
이건 빼도 박도 못할 반려의 증표였다. 솔리타리에의 입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그와 가까운 사이가 되고 싶었던 것은 맞았지만, 진짜 반려가 되는 것은 조금 다른 의미였다. 하인리히는 이 사실을 알까 싶었지만, 지금 당장 그에게 물을 수 없었기에 솔리타리에는 눈앞이 아찔했다.
하인리히와의 관계가 조금 더 진전되고 나서 반려로 각인했다면 모를까. 그런 것이 아니었기에 솔리타리에는 불안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그는 제 옆에 없었다. 차가워진 침대를 보았던 솔리타리에이기에 불안감이 배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아, 일단 오늘 돌아가니까. 돌아가서 도련님과…… 이야기해야겠다.”
혹시라도 다른 이가 볼까 싶어 옷소매도 길게 내려 손목이 보이지 않게 숨겼다. 방을 살피고 무언가 빠진 게 없나 확인을 마친 솔리타리에는 방문을 열고 나섰다.
서랍 안 깊숙한 곳에 둔, 버리겠다 다짐한 노트는 까맣게 잊은 채였다.
덜컹거리는 마차 속, 메리는 피곤하지도 않은지 솔리타리에가 심심하지 않게 계속 말을 걸어왔다.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어제 어찌나 잠을 푹 잤는지. 리엔 님도 푹 주무셨나요?”
“……네.”
“어제 떠날 준비를 하느라 많이 힘들었나 봐요. 아 참, 리엔 님께서 집에 가시는 건 오랜만이니까, 맛있는 것들로 준비하라고 일러둘게요. 이미 준비했으려나? 그리고…… 도련님과는 오랜만에 보는데, 이제 마음이 좀 풀리셨을까요?”
조심스럽게 묻는 메리에 솔리타리에는 입을 뻐끔거렸다.
그와 화해한 지 꽤 되었지만, 아무도 없는 시간에 왔다 가는 하인리히를 보는 이는 없었기에 메리는 솔리타리에와 하인리히가 화해했는지 모르는 것이었다.
어색하게 웃는 솔리타리에에, 아직 불편한가 싶어 메리는 다른 이야기를 종알거렸다.
그렇게 하루를 이동해 에레무스가 이야기한 가문에서 텔레포트를 타고 히루프스로 돌아갈 수 있었다.
한 달 만에 다시 오는 히루프스였다.
* * *
도착한 히루프스는 어쩐지 정신없는 분위기였다. 사용인들은 잔뜩 경직되어 있었고, 솔리타리에가 오늘 온다는 사실 또한 잊고 있는 듯 보였다.
그리고 그녀를 발견했을 때, 다들 안타까운 시선과 혼란스러운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메리는 혼잡한 상황에 대해 알아보고 오겠다며, 사용인 하나를 붙잡고 솔리타리에를 방에 데려다주라 일렀다.
“리엔 님을 모시렴.”
메리는 서둘러 자리를 피했고, 사용인이 솔리타리에를 앞질러 가기 시작했다.
사용인의 발걸음은 배려 없이 빨라서 조금 버거웠지만, 솔리타리에는 투정 없이 그녀를 따라갔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계속해서 자신에게 닿는 시선과 어수선한 분위기를 참지 못한 솔리타리에가 그녀에게 질문했다.
“뭐 때문에 이렇게 혼란스러운가요?”
사용인의 시선이 곱지 못했다.
불만이 많아 보이고, 이제껏 참았던 무언갈 터트리고 싶은 듯 입을 움찔거렸다.
“하, 리엔 님. 아니, 리엔 님이라는 호칭도 이젠 의미 없겠군요. 그렇게 반려라고 하더니 사실은 전부 사기극이었고. 대체 도련님을 어떻게 꼬드겼길래 가짜 반려라는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거죠?”
사용인의 말에 솔리타리에가 뻣뻣하게 굳었다.
가짜 반려라는 것은 히루프스에서 특정 몇을 제외하면 알지 못하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사용인이 그 사실을 알고 있다니.
무언가 이상했다.
솔리타리에는 조급한 낯으로 그녀의 양어깨를 잡으며 물었다.
“그 사실, 어떻게 알았어요.”
“알고 말고 할 게 뭐가 있어요.”
사용인이 헛웃음을 흘리며 솔리타리에를 노려보았다.
“당신이 그렇게 가짜 반려 행세를 할 때도 없었던 각인이 지금 도련님께 생겼는데.”
“무슨…….”
“그때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사용인은 그녀의 손을 거칠게 떼어 냈다.
손등에 사용인의 손톱으로 인해 상처가 났지만, 솔리타리에는 그 사실을 모르는 듯 멍하게 가만히 서 있었다.
“아…….”
그제야 솔리타리에는 알아차렸다.
하인리히에게도 자신과 같은 각인이 생겼다는 것을.
솔리타리에가 아무 말 없자 사용인은 그녀가 지금 이 상황에 패닉이 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줄로 이해했다.
우쭐해진 사용인이 신이 나 해 준 말이 아니었다면, 솔리타리에는 이 상황을 이해하는 데 꽤 많은 시간을 소요했을 게 분명했다.
“반려와 각인하면 한동안 다른 수인들은 곁에 가지도 못한다고 했는데. 당신이 반려 행세를 할 땐 남들과 부딪혀도 아무 일 없었잖아.”
그러나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것이 있었다.
‘근데 어떻게 모든 이가 알게 된 거지?’
자신이 겪은 바로는 위협을 가하지 않으면 각인은 튀어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하인리히에게 무슨 위협이 있었나 생각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가만히 있는 솔리타리에를 보며 사용인은 그곳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그러나 뒤에서 자신을 잡는 강한 손길에 사용인은 그대로 멈출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