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wolf's only companion RAW novel - Chapter (52)
늑대의 하나뿐인 반려가 되었습니다 52화(52/60)
“……그거, 어디서 들은 거예요.”
“……뭐?”
당황한 사용인은 그나마 갖추고 있던 예의도 지운 채 불쾌하게 솔리타리에의 손을 제 몸에서 떼어 내려 했다.
그러나 솔리타리에는 그녀의 손목을 강하게 잡곤 놓아주지 않았다. 당황한 듯 멍해진 사용인을 보며 그녀가 다시 한번 질문했다.
그녀의 그런 모습에 사용인은 겁을 먹어 방금까지 보이던 기세는 전부 지우곤 솔리타리에의 질문에 답했다.
“……하녀 중 하나가 도련님과 부딪쳤는데, 몸이 닿는 순간 경기를 일으키며 쓰러졌어요. 하필 사용인들이 많이 있던 시간대라 모두 그걸 보게 되었고, 손목 안쪽에 있는 각인을 모두가 봤어요.”
“그게 왜요.”
“고통에 몸부림치는 하녀의 소리에 가주님께서 오셨고, 도련님 몸에 있는 각인을 보시고 누구와 각인했냐고 추궁하셨어요.”
솔리타리에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사용인은 말꼬리를 흐리며 마저 대답했다.
“그 모습을 사용인들이 전부 보는 바람에…….”
에레무스는 하인리히의 반려가 없다는 것을 아는 자 중 하나였으니, 갑자기 생겨난 각인에 대해 의문을 가질 법했다.
그러나 하인리히가 잘 설명했다면 사용인들이 이런 반응을 보일 리가 있나?
무언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을 직감한 솔리타리에는 사용인의 손목을 놓곤 서둘러 하인리히의 집무실로 뛰기 시작했다.
뛰어가는 내내 그녀에게 무수한 시선이 쏟아져 몸이 움찔 떨렸지만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도착한 집무실에는 하인리히가 없었다.
모든 걸 포기하고 돌아가려 한 그 순간, 멀리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반려, 그까짓 게 뭐라고.”
움직이던 솔리타리에의 발걸음이 그 자리에 멈췄다.
저게 도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이어지는 소리는 더욱 황당하고 어지러운 말뿐이었다.
“내가 전에 말하지 않았나?”
시야가 캄캄해지고 눈앞이 아찔했다.
“그런 반려는 죽이는 편이 나을 거라고.”
솔리타리에의 심장이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와 멀리 있어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그녀는 하인리히가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지 예상할 수 있었다.
서리처럼 서늘하고 가시처럼 잔인한 얼굴을 하고 있겠지.
속이 울렁거렸고 팔다리가 마비된 것처럼 아려 왔다.
“아.”
처음, 생전 처음 느껴보는 아픔이었다.
지난날 자신에게 했던 말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고작 이렇게 치워 버리려고 그렇게 행동했나?
솔리타리에는 머리가 멍할 정도의 배신감에 허우적댔다.
그녀는 이곳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어 발을 급히 움직였다. 한 걸음을 겨우 내딛던 걸음은 점점 빨라지더니, 종국에는 숨이 벅찰 정도로 온 힘을 다해 발을 내디뎠다.
솔리타리에의 발걸음에는 좌절과 원망 그리고 비참함이 담겨 있었다.
“허윽. 아파.”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후드득 떨어졌고, 가슴이 찢길 것처럼 아픈지 얼굴은 고통으로 얼룩져 있었다.
얼마 못 가 솔리타리에는 결국 막히는 숨을 참지 못하고 자리에 멈춰 가슴을 세게 두드렸다.
어떻게든 호흡을 담으려는 그녀의 입에서는 비명이 흘러나왔다.
“왜, 도련님. 아.”
문장은 완성되지 않았고, 온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렸다.
솔리타리에는 제 감정에 못 이겨 바닥에 넘어지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벽을 단단히 잡아야만 했다.
벽을 어찌나 세게 잡았는지 그녀의 손은 희게 질려 있었다.
“나 죽는 건가.”
입술을 어찌나 세게 물었는지 결국 피가 흐르고 말았다. 그럼에도 솔리타리에는 깨무는 입술을 놓아줄 수 없었다.
그녀는 하인리히의 손에 기꺼이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같은 상황을 생각하고 바란 것은 아니었다. 적어도 그가 자신과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줄 알았는데.
사실은 언제 죽일지 틈을 보고 있었다는 사실이 사무치게 서러웠다.
솔리타리에는 터진 입술이 아프지도 않은지 손등으로 거칠게 닦으며 중얼거렸다.
“난 안 죽어, 못 죽어.”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지만, 솔리타리에는 이전처럼 울지 않았다.
그것이 그녀의 마지막 자존심이자 발악이었다.
“그렇게 다정하게 대해 놓고 한순간에 나락으로 끌어 내리는구나, 당신이라는 늑대는.”
솔리타리에는 눈을 벅벅 닦곤 호흡을 가다듬었다.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지만, 솔리타리에는 애써 진정하곤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생각했다.
생존 본능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반려를 소중히 대한다는 말은 다 거짓말이었어. 반려를 죽여? 그럼 내가 안 죽으면, 영원히 다음 반려를 못 찾는다는 소리잖아.”
하인리히가 자신을 죽이려는 계획을 들은 이상, 솔리타리에가 그의 손에 잡혀 있어야 할 이유는 없었다.
솔리타리에는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곤 한 발짝 한 발짝 무겁게 복도를 걸었다.
“……이제 정말 끝이에요.”
이제껏 미뤄 뒀던 독립 계획이 의도치 않게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 * *
“도련님?”
라온은 말을 하다 말고 멈춘 하인리히에 의문을 가지곤 그를 불렀다.
“왜 그러십니까?”
“아니, 여기 누가 온 것 같아서…….”
“도련님과 제가 있는데 못 알아채는 게 이상하지 않습니까?”
라온의 대답에 하인리히는 고개를 끄덕였다.
육지에서 제일 강하다고 자부할 수 있는 자신과 자신이 인정한 기사인 라온이 알아채지 못하는 일은 있을 수 없으니까.
하인리히는 눈을 꾹 누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저 요즘 잠을 못 자 자신이 예민하다고 생각하며, 신경 쓰이던 기척을 머릿속에서 지워 버렸다.
“우선, 티그리스 쪽으로 한번 알아봐. 그쪽에서 무슨 수를 부려 지지아를 내 곁에 뒀을 수도 있으니까. 이 안건에 대해서는 라온, 너만 알고 있어야 한다.”
“예.”
하인리히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침부터 다른 이들의 시선에 치인 그는 꽤 지쳐 있었다.
“벡터는 어떻게 되었지?”
하인리히는 약 한 달 전, 솔리타리에가 납치를 당한 그때 유일하게 남아 있던 늑대이자 키메라인 벡터에 대해서 물었다.
솔리타리에가 이곳에 없는 동안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그것에 대해 확실히 조사 하려고 했으나, 어째서인지 키메라에 대한 성과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런 와중 살아남은 키메라 벡터는 엄청난 증거이자 이 상황을 풀어 나갈 수 있는 해결책이나 다름없었다.
“여전히 밥을 먹는 건 거부하고 늑대들만 보면 달려들려고 합니다.”
“동족을 먹는 건가.”
“확실하게 대답할 수 없습니다. 다만 이전보다 성격이 포악해졌는데, 종종 저나 기사들을 알아봅니다.”
“인위적으로 만든 키메라가 자아를 가지고 있을 수 있나?”
한 달 동안 미친 듯이 돌아다니며 터지기 직전의 키메라들을 본 결과, 그들은 자아가 없다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수인으로 된 키메라든 동물로 된 키메라든 상관없이.
“잘 모르겠습니다. 아, 그런데 조사하던 중 신기한 것을 하나 발견했는데요.”
라온이 이제야 생각난 듯 손뼉을 치며 하인리히에게 설명했다.
“원래 키메라는 바다에서만 만들지 않습니까? 만드는 방법을 어찌 알았는지는 모르지만, 육지 생물로 이뤄진 키메라들이 등장하고 있고요.”
하인리히가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 이야기하라는 뜻이었다. 그 뜻을 알아차린 라온은 자신이 조사한 것을 차근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조금 신기한 게 육지와 바다 각각에서 키메라는 존재하지만, 그들끼리는 서로를 혐오하는 것은 물론이고 애초에 섞일 수 없는 존재들 같았습니다.”
라온의 말에 하인리히가 침묵했다.
분명 솔리타리에가 바다와 관련이 있다는 가정하에 조사했건만, 라온의 보고로 또 한 걸음 멀어지는 기분이었다.
“요약하자면 육지랑 바다 생물들은 섞일 수 없다 이건가?”
“예……. 그러니 아가씨가 키메…….”
“라온.”
하인리히가 라온에게 주의를 주었다.
이곳에 아무도 없는 것은 그도 라온도 아는 사실이었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다.
“아직 확실한 게 없으니 조금만 더 조사한 후에 솔에게 말해 주는 걸로 하고…….”
하인리히는 다시금 눈두덩이를 꾹꾹 누르며 한숨을 삼켰다.
피곤해 보이는 그에 라온은 이 말을 덧붙여야 하나 고민했다. 그러나 솔리타리에와 관련된 모든 것을 알고자 하는 그에게 숨겨 봤자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라온은 고심 끝에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때 조사했던, 리엔나 말입니다.”
“리엔나?”
갑자기 뜬금없는 이름이 들려 하인리히의 고운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미 죽은 자를 왜 갑자기 이야기하는 거지?”
라온은 입을 달싹이다 하인리히에게 자신이 조사한 것을 전달했다.
“아무래도 살아 있는 것 같습니다.”
라온은 설명을 멈추고 하인리히에게 무언가 전달했다.
하인리히는 조심스럽게 그것을 받아 들어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투박하면서도 이상한 모양새였는데, 어째서인지 불쾌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인리히는 그것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바다……에 있어야 하는 게 왜 여기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