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wolf's only companion RAW novel - Chapter (53)
늑대의 하나뿐인 반려가 되었습니다 53화(53/60)
“……아마 아가씨께 저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심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솔에게?”
라온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전에 있었던 사소한 에피소드 하나를 꺼냈다. 너무 오래전 일이라 기억도 잘 나지 않는 그런 일을.
“처음 수업하던 날, 아가씨께서 리엔나에게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거리를 두려고 하셨습니다. 분명 ‘비린 냄새’라고 했는데. 그 냄새가 나는 원인이 자신이 바다에서 무얼 가지고 왔기에 그렇다고 말했거든요.”
하인리히는 고개를 까딱이며 더 이야기해 보라 턱짓했다.
“나중에 리엔나가 사라지고 난 후, 그녀의 방에서 이것과 비슷한 것을 발견한 적 있는데…… 그 모습과 꽤 흡사합니다.”
“이게 어떻게 리엔나가 살아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지?”
하인리히는 이것만으로 리엔나가 살아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는지 묻고 있었다.
라온 역시 이것만을 두고 리엔나가 살아 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다른 증거를 내밀었다.
“그 넓적한 부분에 귀를 가져다 대 보십시오.”
한쪽은 끝이 뾰족하고 그 반대쪽은 둥글고 넓어 귀를 가져다 댈 수 있는 모양새였다.
하인리히는 미심쩍은지 눈을 가늘게 뜨고 그것을 조심스럽게 귀에 가져다 대었다.
휘이잉―.
무언가 몰아치는 소리에 하인리히는 놀라 그것에서 귀를 떼어 내었다.
“……저도 정확하겐 모르지만, 조사한 바로는 바다의 언어라고 합니다. 서로 소통할 때 이런 것들로 주고받는다고……. 그리고 그녀가 남긴 흔적이 여기 끝에 보시면 있습니다.”
이상한 것의 끝부분을 확인하자, 확실하게 누군가 L이라고 적어 놓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건.”
리엔나가 사용하는 사인이었다.
솔리타리에의 수업과 관련된 보고서를 늘 받았던 하인리히이기에 그것을 단박에 알아볼 수 있었다.
양 끝이 말려 들어간 L의 모양은 리엔나의 흔적이 맞았다.
“하, 살아 있으면 곱게 살 것이지. 이런 짓은 또 왜 벌여서.”
하인리히가 그것을 머리에 몇 번 탁탁 두드렸다. 생각을 마친 그는 라온에게 지시했다.
“이건 본 적 없는 거야. 키메라와 관련 없이 그냥, 리엔나가 솔에게 접근하려고 한 것일 뿐이니까.”
히루프스에서 지낼 때도, 죽은 뒤에도, 다시 살아와 이리 흔적을 남기는 지금도 하인리히는 리엔나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솔리타리에. 키메라. 바다.
여러 가지 혼란스러운 일 사이로 의문만 둥둥 떠다녔지만, 하인리히에겐 별 중요하지 않은 것들이었다.
“우선 여기까지 얘기하고, 오늘은 솔이 오는 날이니 새벽에 마저 이야기하도록 하지.”
“도련님, 잠은 주무셨습니까?”
라온이 걱정 가득한 음성으로 그에게 물었다.
솔리타리에가 떠난 지난 한 달간 하인리히가 제대로 된 잠을 자지 못했다는 것은, 히루프스에 있는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잠깐. 요즘은 자도 자는 것 같지 않아서.”
“또 상처가 생긴 겁니까?”
하인리히 스스로 상처를 내지 않는 한 그의 몸에 상처를 낼 수 있는 이는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라온이 그 사실을 지적했으나 하인리히는 어깨를 으쓱였다.
아니, 그에겐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게 맞았다.
“이깟 상처가 뭐라고.”
그의 발언에 라온이 눈을 찌푸리며 레오에게 가 보자며 그를 설득했다.
“별일 아닌 걸로 시간을 허비할 순 없지.”
“……별일이 아니긴요. 아가씨께서 지금 도련님 모습을 보면 틀림없이 걱정하실걸요?”
라온의 대답에 하인리히는 쓰게 웃었다.
그녀가 자신을 봐주긴 할지 의문이었다. 손에 들어왔다 하면 어느새 도망갈 준비를 하는 그녀였기에.
‘도망? 솔이 언제 도망을.’
자신에게 등을 돌리는 솔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자신의 기억 속에 없는 모습이었다. 순간 몰려오는 어지럼증에 하인리히는 머리를 잡으며 비틀댔다.
“도련님! 제가 좀 쉬셔야 한다고!”
“조용.”
멀리서 누군가 이쪽으로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하인리히와 라온은 입을 다문 채 다가오는 이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도련님!”
“제임스?”
집사장인 그가 하인리히를 찾아도 이리 헐떡이며 찾아오는 경우는 드물었는데, 지금은 무척 급해 보였다.
“무슨 일이지?”
제임스는 난감한 듯 눈을 굴리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의 말이 이어질수록 하인리히의 표정은 점점 굳어져 갔다.
처음 솔리타리에가 돌아왔다는 소리를 들었을 땐, 반가우면서도 미안하기만 했을 뿐이었지만.
지금은 분노만 남았다.
“그러니까.”
하인리히가 화를 참으며 중얼거렸다.
그 기세가 어찌나 강한지, 잘 떨지 않는 라온조차 몸을 움찔 떨 정도였다.
“솔이 별 이상한 말을 들었다는 거지?”
“……예, 주변에 있던 사용인들이 제게 전달해 주었습니다. 통제한다고 통제했는데, 잘 안되었나 봅니다. 이후 처벌은 달게 받도록 하겠습니다.”
제임스가 다시 한번 허리를 숙이며 사과했다.
“그럼 반려에 관련된 소문도 들었겠네.”
하인리히는 복잡해진 상황에 머리를 거칠게 헝클였다.
“……리엔 님께 오해가 있었다고 전달할까요?”
조심스러운 제임스의 물음에 하인리히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라온과 제임스는 큰 걸음으로 멀어져 가는 하인리히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 * *
제 방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솔리타리에의 방 앞에 선 하인리히는 여전히 입을 달싹이며,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었다.
상황을 파악하고 돌아온 메리가 아니었다면, 하인리히는 종일 그 앞에 서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도련님?”
메리의 부름에 하인리히가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그녀는 옷조차 갈아입지 못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 얼굴이 말이 아니었다. 이어진 그녀의 물음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었다.
“안 들어가세요?”
시선과 말투 중 고운 것은 없었다. 하인리히는 그녀가 왜 이런 반응을 하는지, 그 이유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저택에서 일어난 모든 일을 알았구나.’
하인리히는 아무런 변명 없이 그저 시선을 돌렸다. 정확하게 변명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이 맞았다.
자신에게 갑작스럽게 반려가 생긴 이유는 누가 물어봐도 말할 수 없었으니까.
‘자주 피곤하긴 했지만 폭주할 정도는 아니었는데.’
반려를 맞는 것을 미루긴 했지만, 그게 당장 며칠 만에 폭주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다못해 짤막한 기억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반려를 각인한 상황이며 과정, 그 어떤 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누군가 지워 버린 것처럼.
하인리히를 제외한 모든 늑대는 성인식이 끝난 직후 각인을 하는 것이 관례였다. 따라서 그의 이런 상황에 대해 설명해 줄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뭘 알아야 문제를 해결하지.’
그러나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누군가 알게 된다면, 그건 그거대로 꽤 복잡한 상황이 될 터였다. 하릴없이 하인리히는 얌전히 입을 다무는 것을 선택했다.
그의 침묵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메리의 인상이 더욱 험악해졌다.
그런데도 자신의 도련님께 차마 험한 말을 하지 못했기에 호흡을 가다듬고 그에게 물었다.
“저는 이만 우리 리엔 님께 가 보겠습니다. 도련님은 여기 계속 서 계실 건가요? 지금이면 바쁠 시간인데.”
왜 이 앞에 서 있는지 빤히 알면서 묻는 메리에 하인리히는 한숨을 폭 내쉬었다.
미운털이 박혀도 단단히 박힌 것이겠지 싶어 그녀가 온화해질 만한 대화 주제를 꺼냈다.
“솔은 잘 지냈어?”
“도련님이 안 계시니 더 잘 지내시더라고요. 더 잘 먹고요. 그런데 살을 찌워 놨더니 이곳에 오자마자 빠지게 생겼네요.”
“……그래, 그랬구나.”
그녀라면 두 팔 벌려 환영할 솔리타리에의 이야기였지만, 하인리히의 반려와 관련된 소문을 들은 그녀는 못마땅한 기색이 더욱 진해졌다.
어색한 공기에 메리는 헛기침을 몇 번 하더니 하인리히에게 물었다.
“전 이제 들어가 볼 건데. 도련님도 들어가시게요?”
메리는 눈으로 그에게 묻고 있었다.
방금 막 돌아온 솔리타리에에게 폭탄 같은 일을 던지고선 염치없이 얼굴을 볼 것이냐고.
메리의 말뜻을 알아차린 하인리히는 입을 달싹이다 고개를 저었다.
“오느라 고생했을 텐데. 일단 쉬어야지. 솔에겐 쉬고 나중에 보자고 전달해 줘.”
“네, 그럴게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지 계속 멈칫거렸지만, 결국 하인리히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메리는 하인리히가 완전히 모습을 감추는 것을 확인한 후 솔리타리에의 방문을 조심스럽게 두드렸다.
“리엔 님, 안에 계세요?”
조심스러우면서도 걱정 가득한 목소리였다.
히루프스 곳곳에 퍼진 소문, 그리고 알음알음 솔리타리에를 무시하는 시선을 느낀 메리의 마음이 가라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