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wolf's only companion RAW novel - Chapter (55)
늑대의 하나뿐인 반려가 되었습니다 55화(55/60)
“리엔, 우리는 얼른 차 한잔할까? 어떤 게 좋겠니? 따뜻한 것과 찬 것 중 어떤 걸로 준비하라 이를까.”
아무 말 없이 하인리히를 바라보던 솔리타리에는 이내 고개를 돌려 소피아의 물음에 답했다.
“찬 게 좋겠어요. 얼음 여러 개 띄워서요.”
히루프스는 추운 겨울이었지만, 솔리타리에는 찬 것을 먹고 싶다며 생긋 웃었다.
소피아는 별다른 지적 없이 서둘러 차를 준비하라 사용인들에게 시켰고, 에레무스는 그 틈에 하인리히를 데리고 식당에서 빠져나갔다.
쿵―.
문이 닫히는 소리가 유독 크게 솔리타리에의 귀에 들려왔다.
“리엔?”
가만히 문을 바라보는 솔리타리에가 이상했는지 소피아가 그녀를 불렀다.
“……네?”
솔리타리에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어, 소피아는 서둘러 다가와 그녀의 손을 맞잡았다.
무거운 침묵과 어색한 공기가 감돌자 솔리타리에는 그녀의 눈을 피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저희 이제 온실로 갈까요?”
“……리엔, 너만 괜찮다면 여기서 이야기를 나눌까?”
소피아가 조심스럽게 솔리타리에에게 양해를 구했다.
그녀와 티타임을 가지고자 했던 이유는 하인리히와 잠시라도 떨어져 있고 싶어서 제안한 것이었다.
그랬기에 소피아의 제안은 아무래도 좋았다.
소피아는 그런 그녀를 보며 한참 입을 달싹이더니 심심한 위로를 건넸다.
“저택이 많이 소란스럽지? 오늘 도착하고 불쾌한 일도 있었다고 들었는데.”
“……아, 불쾌한 일이요?”
그제야 솔리타리에는 자신을 데려다줬던 사용인에 대해 소피아가 이야기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소피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미안해. 그런 식으로 행동할 줄 몰랐어. 거기다 갑작스럽게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솔리타리에는 소피아의 말에 의문을 가졌다.
저리 말하는 것은 마치.
“도련님께 반려가 생긴 것을 말하는 거죠?”
“……어머. 하긴 숨길 수도 없겠구나. 하인리가 어찌나 입을 꾹 다무는지, 제 반려가 누군지 알려 줄 생각도 없나 보더구나.”
그 반려를 죽이기 위해, 제 부모에게까지 말하지 않았단 생각이 머리에 스치자 솔리타리에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어쩜 저렇게 잔인하고 극악무도할 수가.
“리엔?”
“……네.”
“많이 놀랐구나. 네가 하인리의 반려라고 공표되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 매우 미안하게 생각해.”
잘못은 하인리히가 했건만 사과는 소피아가 했다. 마음이 불편해진 솔리타리에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일어났을 일인걸요. 도련님도 언젠가 진짜 반려님을…….”
입술을 짓이기는 그녀를 본 소피아가 서둘러 솔리타리에의 손을 잡고 토닥였다.
“그래서 말인데, 리엔.”
“네?”
“널 우리 가문에 입적시키면 어떨까 한단다.”
예상치도 못한 소피아의 발언에 솔리타리에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그녀를 바라보며 소피아가 온화하게 웃었다.
“예전부터 생각해 왔던 거란다. 다만, 널 가짜 반려로 내세우겠다는 하인리의 말 때문에 직접 묻지 못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이번 기회에 널 우리 가문으로 입적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서.”
솔리타리에는 복잡한 상황에 머리가 절로 지끈거렸다.
우선 자신은 하인리히의 반려였고, 하인리히는 그런 자신을 죽이려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입적이라니.
제 명을 단축하는 상황이지 않은가.
그러다 문득.
‘여길 벗어나기 전까지만, 선택을 보류하면.’
하인리히도 자신을 함부로 해치지 못할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소피아에겐 미안했지만, 지금 솔리타리에의 머릿속에는 온통 히루프스를 어떻게 벗어나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침을 꼴깍 삼키며 솔리타리에는 소피아와 눈을 맞췄다. 하인리히를 닮아 은은한 흑발과 연한 노란색 눈을 가진 소피아는 단단해 보였다.
“……고민을 좀 해도 될까요.”
결국 솔리타리에는 소피아와 눈을 피한 채 대답했다.
살기 위해서 하는 제 선택이 어쩌면 소피아에겐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그랬다.
“그럼. 너무 갑작스러운 얘기였지? 네가 무슨 선택을 하든 존중할 거란다.”
소피아는 솔리타리에를 조심스럽게 안아 주었다.
혼란스러움 속에서 느끼는 따스함에, 솔리타리에는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거기다 소피아를 이용해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 잡자 솔리타리에의 가슴 한편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 * *
소피아의 품에서 한참 울고 나서야 솔리타리에는 겨우 진정할 수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창피함에 붉게 달아올랐다. 소피아에게 연신 고맙다 인사하고는 서둘러 그곳을 벗어났다.
복도를 지날 때 따라오는 시선은 이전처럼 서늘하거나 매섭지 않았다. 소피아와 에레무스가 조치를 취한 것 같았다. 솔리타리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서둘러 제 방으로 달려갔다.
그 앞에는 이 모든 일의 원흉인 하인리히가 서 있었다.
“……솔.”
뛰어오던 발걸음이 그를 발견하곤 천천히 멈췄다.
그를 보자마자 굳어 가는 표정에 솔리타리에는 손을 들어 제 얼굴을 가렸다.
더 다가오지 않는 그녀를 본 하인리히는 성큼성큼 다가와 솔리타리에의 앞에 섰다.
덩치가 훨씬 큰 하인리히가 그녀의 앞에 서자 뒤에서는 그녀가 전부 가려져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왜요.”
하인리히는 아무 말 없이 솔리타리에를 바라보다 물었다.
“울었어? 어머니가 뭐라고 하셨길래? 당장 내가 따지러 갈게.”
솔리타리에는 그가 보여 주는 이중성에 이젠 환멸이 날 지경이었다.
뒤에서는 어떻게든 죽이려고 계획을 짜는 주제에, 앞에서는 이렇게 절절하게 굴다니.
결국 터져 나오는 헛웃음을 참지 못한 솔리타리에가 매섭게 그를 노려보며 입을 달싹였다.
아무 말 없는 그녀가 답답한지 하인리히는 조급해했다.
“응? 왜 울었어.”
손을 들어 그녀의 눈가를 쓸고 싶어 하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하인리히는 절대 솔리타리에의 얼굴에 손을 대지 않았다.
솔리타리에는 불안해하며 자신을 쳐다보는 하인리히를 빤히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그가 조금이나마 계획을 미뤄 두길 바라는 마음으로.
“도련님, 이제 제가 도련님 동생이 되겠네요.”
그녀가 그에게서 무사히 벗어날 때까지 방패가 되어 줄 말이었다.
그 말에, 하인리히는 그 자리에 굳은 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마침내 솔리타리에의 말을 이해한 그가 입을 열었다.
“뭐……라고?”
“말 그대로예요. 제가 도련님 동생이 될 예정이라고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어떻게든 이 말을 부정하려는 하인리히는 고개를 저었다.
이 상황에 솔리타리에가 많이 화가 나 자신에게 이런 소리를 했다고 생각했는지 그는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많이 화났구나. 내가 어떻게 하면 화가 풀릴까? 너한테 그렇게 말한 사용인들을 전부 자르면…….”
하인리히가 계속해서 대안을 내놓았지만 그녀의 닫힌 입은 열리지 않았다.
그렇게 하인리히가 무릎을 꿇은 지 오랜 시간이 지났다. 솔리타리에는 하인리히를 피해 제 방문을 열곤 그를 불렀다.
“……도련님.”
솔리타리에의 부름에 하인리히는 그녀가 빛이라도 되는 듯 애달프게 바라보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끔찍한 대답이었다.
“지금 추해요.”
하인리히의 대답을 듣고 싶지 않았던 솔리타리에는 방문을 닫고 모습을 감췄다.
그곳에 홀로 남겨진 하인리히는 바닥에서 일어나지도 못한 채 한참 앉아 있어야만 했다.
그녀가 한 말들을 곱씹으며.
“도련님?”
뭔가 잔뜩 들고 오는 라온이 하인리히를 불렀다.
복도 한가운데에서 멍하니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은 멀리서 보아도 이상했기에 그를 부르지 않을 수 없었다.
“아, 라온.”
“여기서 뭐 하세요? 입 돌아가고 싶어서 여기 있는 건 아닌 것 같고.”
상황의 심각성을 모르는 라온은 평상시처럼 장난을 걸어왔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제야 이상함을 느낀 그가 하인리히를 바라보았다.
“아가씨와 싸우셨어요?”
“……일단 들어가서 얘기하자.”
하인리히가 자리를 털고 일어나 제 방으로 들어갔다. 라온은 그의 뒷모습과 솔리타리에의 방문을 흘깃거리다 그를 쫓아갔다.
한편, 방에서 밖의 소리에 집중하고 있던 솔리타리에는 그들이 사라지고 나자 긴장이 풀려 문 앞에 주르륵 주저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