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wolf's only companion RAW novel - Chapter (58)
늑대의 하나뿐인 반려가 되었습니다 58화(58/60)
“왜 그렇게 경계하세요?”
“……제가요?”
“네. 아,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레오 선생님께 들었어요. 도련님께 수면제를 전해 주시기로 하셨다고.”
솔리타리에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잘 드셨나요? 주무세요? 괴물이라 반나절도 안 지나서 일어나는 건 아니겠죠?”
“……설마요.”
“설마가 수인 잡는다는 속담도 있잖아요.”
솔리타리에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제야 하인리히가 다른 수인들과 다르다는 것을 인지했다. 아마 그라면 수면제 효과 따위에서 금방 깨어나 솔리타리에를 이번에야말로 망설임 없이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아까 보았던 그 매서운 눈빛을 생각하자 솔리타리에는 절로 몸이 떨렸다.
“추우세요?”
“……네, 저도 몸이 안 좋아서 오늘은 일찍 쉬어야 할 것 같아요.”
“선생님을 불러올까요?”
“아뇨, 그냥 잠을 자면 될 것 같아요. 최근에 저도 잘 못 자서.”
라온은 고개를 끄덕이며 방문을 열어 주었다. 방으로 쏙 들어간 솔리타리에는 문 너머로 그가 사라지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숨을 몰아쉬었다.
“갔다…….”
힘이 풀렸지만 솔리타리에는 바닥에 앉아 숨을 돌릴 틈이 없었다.
자정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아무도 모르게 히루프스를 벗어나려면, 지금부터 준비해도 빠듯했다.
솔리타리에는 호흡을 몇 번 고르고 미리 준비해 두었던 짐을 하나둘 꺼내 침대 아래에 숨겨 놓았다.
오가는 발걸음이 사라지고 어둠이 내려앉을 때까지, 그녀는 숨을 죽인 채 기다리고 기다렸다.
* * *
모두가 잠든 시각, 솔리타리에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차근히 짐을 챙겼다.
사용인들의 옷으로 갈아입은 후 머리색이 티 나지 않게 모자로 숨겼고, 안경을 써 제 눈을 최대한 가렸다.
로브를 뒤집어쓴 솔리타리에는 한 손에는 돈주머니를. 또 다른 손에는 에레무스가 전해 준 텔레포트를 이용할 수 있는 돌을 들었다.
방을 나서기 전 내부를 한 번 훑던 솔리타리에의 눈에 방치해 두었던 토끼 인형이 들어왔다.
일부러 짐을 줄이고 줄였건만, 자신을 바라보는 토끼 인형을 차마 놓고 갈 수 없었다.
결국 그녀는 제 품에 인형까지 안아 들고 나서야 방을 나섰다.
히루프스를 벗어나는 데엔 생각보다 어려움이 없었다. 자신이 어딜 가든 귀신같이 따라붙는 하인리히가 아니라면 자신을 찾는 이가 없었던 덕분이었다.
“라온 경이 도련님 곁에 안 붙어 있으니까, 쉽게 나갈 수 있겠다.”
솔리타리에는 봐 두었던 도서관 뒤편 작은 구멍에 도착했다. 혹 누가 다시 막아 두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이곳까진 발견하지 못한 듯싶었다.
작은 구멍이었지만 솔리타리에는 당황하지 않고 가지고 온 짐을 바깥으로 내보냈다. 토끼로 변하며 바닥에 떨어진 옷까지 밖으로 빼냈다.
원래대로 돌아와 옷을 챙겨 입을 때, 그녀의 몸은 땀 범벅이었다.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 힘들었지만 솔리타리에는 거기서 멈출 수 없었다. 바닥에 있는 짐들을 전부 챙긴 그녀는 품에 있는 지도를 확인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늑대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공간이라 겁이 났지만, 솔리타리에는 멈추지 않았다.
히루프스 내부에 있는 텔레포트를 이용하면 쉬웠겠지만, 하인리히에게 금방 잡힐 것 같았다. 그래서 솔리타리에는 조금 더 안전하게 외부에 있는 것을 이용하기로 했다.
거기다 곧장 알키토이 가문으로 이동하면 영악한 히루프스의 늑대들에게 들킬 테니 중간 지점인 앙기스 가문을 경유해서 이동할 계획까지 세워 두었다.
앙기스 가문으로 이동하는 텔레포트는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보다 훨씬 값비쌌다. 많은 가문의 주요 사업장이 몰려 있는 데다 수인들이 많이 다녔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만한 돈을 쓸 가치가 있었다. 수인들이 몰리는 곳이라면 잘난 히루프스라 하더라도 찾기 힘들 테니까.
빠른 발걸음 덕일까, 얼마 지나지 않아 텔레포트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얼른 히루프스를 벗어나려고 했으나 누군가에 의해 솔리타리에의 계획은 물거품이 될 지경에 놓이고 말았다.
“당장 돌아가야 하니까, 텔레포트를 열어!”
“아니, 외부인은 히루프스 가주님의 허락이 떨어져야 사용할 수 있다니까요? 그쪽이 대금을 치르지 않으면 저희는 죽습니다.”
“대금이야 당장 치를 테니, 텔레포트를 열어 달라는 내 말이 이해하기가 어렵나?”
솔리타리에는 혼란스러운 상황에 발걸음을 옮겼다.
덩치 큰 사내가 로브를 푹 눌러쓰곤 텔레포트 관리자에게 계속 무어라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시간을 더 지체할 수 없었던 솔리타리에는 서둘러 그들에게로 다가갔다. 관리인은 귀찮다는 듯 덩치 큰 사내에게 손을 내저어 댔다. 그러다가 뒤에 있는 솔리타리에를 발견하고는 날카롭게 물었다.
“아가씬 또 뭐야.”
“이거 보면 알 텐데요.”
사내는 솔리타리에의 손에 들린 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그는 냉큼 허리를 숙이며 솔리타리에에게 말을 붙였다.
“아이고, 귀한 분을 몰라뵈었네요. 텔레포트 어디로 연결해 드리면 될까요?”
“앙기스 가문으로 연결해 주세요.”
솔리타리에는 망설임 없이 앙기스 가문을 외쳤다.
텔레포트로 발을 옮기려 했으나, 옆에서 느껴지는 따가운 시선에 솔리타리에는 고개를 돌렸다.
하인리히만큼 덩치가 큰 사내가 그녀와 눈을 마주치자 성큼성큼 다가와 손을 불쑥 내밀었다.
갑작스러운 그의 태도에 위압감을 느낀 솔리타리에는 뒷걸음질 쳤다.
“……네?”
그제야 무례했다는 것을 알아차린 사내가 서둘러 로브를 벗으며 솔리타리에에게 자신을 소개했다.
텔레포트를 관리하는 관리인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해 기웃거렸지만, 큰 덩치를 가진 사내에 의해 알 수 없었다.
솔리타리에는 검은색과 흰색이 섞여 오묘한 사내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하인리히처럼 따뜻한 금색은 아니었지만, 은색에 가까운 눈동자는 달빛과 어우러져 꽤 매력적이었다.
이어지는 목소리 역시, 방금 이야기할 때와는 다르게 차분하고 부드러웠다.
“반갑습니다. 우선 전 노아 모르 오스카라고 합니다. 범고래 가문의 후계자입니다. 일이 있어 육지로 나왔다가 강도를 만나는 바람에 집으로 돌아갈 방법을 잃어버렸습니다.”
솔리타리에는 갑자기 쏟아지는 정보에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노아는 지금 상황이 그녀에게 갑작스럽다는 것을 알았기에 차근히 제 상황을 설명했다.
“다름이 아니라 바다 수인들은 보름 이상 육지에 나와 있을 수 없는데, 제가 지금 바다에서 나온 지 보름이 다 되어 갑니다. 급하게 돌아가야 할 것 같아 텔레포트를 이용하려고 하는 중이었어요.”
솔리타리에의 눈이 가늘게 떠졌다.
그가 바다 수인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덥석 그를 도와줬다 난감해지는 것은 그녀가 아닌가 싶어 한 걸음 물러섰다.
만약 그가 바다 수인이라고 해도 납득되지 않는 것들투성이였다.
“범고래 가문이라면, 바다의 최고 가문 아닌가요? 후계자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충분히 그들이 구하러 올 것 같은데요.”
노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말을 이해한다고 했다.
“그럼 정확하게 돈으로 계산하죠. 어때요.”
솔리타리에에겐 이점 하나 없는 거래였다.
그럼에도 물러날 수 없었던 노아는 머리를 거칠게 털며 그녀에게 애원했다.
“바다와 가까운 피니스 영지로 이동해 주시면, 이곳에 지불하는 대금의 10배를 드리겠습니다. 제발 한 번만 도와주세요.”
노아가 간청하자 솔리타리에는 잠시 고민했다.
당장 하인리히에게서 도망가야 하는데, 이런 복잡한 상황에 얽히는 건 좋지 않았다. 솔리타리에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거절하려고 입을 열려는 순간, 노아의 몸에서 이상한 비늘들이 자라났다.
솔리타리에는 노아의 손목을 잡아당기며 물었다.
“이거, 왜 그런 거예요.”
솔리타리에의 급한 모습을 본 노아는 여유 있는 것처럼 굴었다.
“궁금해요? 피니스 영지로 가 주면 다 알려 줄게요. 왜 이러는지. 처음에 약속했던 대금도 치르고요.”
물론 그의 말속에는 조급함이 숨어 있었지만, 솔리타리에에겐 그것을 알아차릴 새가 없었다.
솔리타리에는 입술을 깨물며 고민했다.
제 몸에서 자라난 비늘과 비슷한 것이 몸에서 돋아나는 사내.
리엔나가 그녀에게 알려 주지 않은 것들을, 이자를 도와주면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곳으로 가기만 하면 되나요?”
솔리타리에는 영 찜찜한 기색을 지우지 못했다. 그곳은 하인리히와 첫 나들이로 선택했던 지역이었기에 더더욱 그랬다.
혹 저자가 무언갈 알고 히루프스와 관련 있는 곳으로 가자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신경을 곤두세우고 그를 노려보았으나 노아는 무해하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속고만 사셨나. 진짜라니까요?”
“……좋아요. 대신 도착하면 바로 대금과 더불어 이동할 수단을 넘겨주세요.”
“좋습니다. 그럼 이걸로 거래는 성사된 걸까요?”
노아는 협상을 마쳤다는 의미로 한 손을 내밀며 씨익 웃었다. 솔리타리에는 소심하게 그의 손을 맞잡았고, 그들의 손은 두어 번 위아래로 움직이다 떨어졌다.
텔레포트를 관리하는 이에게 다시 돌아가 이전에 선택한 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가겠다는 점, 그리고 동행이 하나 있다는 점을 알려 주었다.
“피니스 영지로 바꾸겠어요. 그리고 옆에 있는 이자와는 동행할 예정인데, 괜찮겠죠?”
“당연하죠, 당장 준비할까요?”
“네. 빨리 준비해 주세요.”
준비하겠다며 뛰어간 사내를 본 솔리타리에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곁에 다가온 노아가 장난스럽게 물었다.
“같이 가는 마당에 통성명을 해야 하지 않나요? 그쪽만 내 이름을 아는 것 같은데.”
“……이름까지 알 필요가 있나요.”
“알지 말아야 할 이유는 뭔가요?”
솔리타리에가 입을 달싹이며 이름을 말해 주려는 그때, 전부 준비가 끝났다며 사내가 손을 붕붕 흔들었다.
그녀는 노아의 말에 대답 없이 텔레포트를 타는 곳으로 이동해 섰다. 노아는 머쓱하지도 않은지 계속해서 솔리타리에에게 말을 걸었다.
“그 돌, 히루프스 늑대들만 사용할 수 있지 않아요? 아가씨도 늑대인 건가. 딸이 있다는 소린 못 들었는데. 그보다 사용할 때, 손에 쥔 수인 말고 다른 수인은 피부가 맞닿아야 하는 거 알아요?”
솔리타리에는 난생처음 듣는 소리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