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wolf's only companion RAW novel - Chapter (59)
늑대의 하나뿐인 반려가 되었습니다 59화(59/60)
노아는 방금까지 불안했던 기색은 전부 지운 채 솔리타리에에게 진지하게 하나의 사실을 알려 주었다.
“잘못하면 다른 곳으로 떨어져서 꼭 손이라도 맞잡아야 해요. 제가 잘 도착해야 대금도, 이동 수단도 받지 않겠어요?”
노아가 능청스러워 솔리타리에는 이를 부득 갈며 손을 내밀었다.
그는 그녀의 손을 잡지 않고 웃음만 흘렸다. 그 모습이 답답해 솔리타리에는 다시 한번 손을 탁탁 두드렸다.
“안 잡아요?”
“큽.”
“왜 웃지?”
솔리타리에가 매서운 눈으로 노아를 바라보았으나 그는 웃음을 참기 바빠 보였다.
“어디서, 큽. 너무 사기당하기 좋을 것 같아요.”
그 말을 들은 그녀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게 달아올랐다.
“무슨……!”
“안 닿아도 돼요. 그냥 같이 이용하면 같이 가는 거지, 뭘 또 닿아서 가요. 아, 혹시 저랑 손잡고 싶었어요?”
능글거리는 노아에 솔리타리에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곤 땅에 발을 힘차게 굴렀다. 화가 나면 하는 그녀의 습관 중 하나였다.
그 모습에 노아는 더욱 큰 웃음을 터트렸고, 솔리타리에는 잔뜩 화가 나 씩씩거리다 선언했다.
“그냥 저 피니스 말고 잉기스로 갈래요.”
“아, 삐졌어요?”
“됐어요. 안 도와줄래요. 방금 속인 것처럼 다른 것도 절 속인 거면 어떻게 해요.”
로브에 가려져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지만, 노아는 가려진 얼굴이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지 그려졌다.
“장난이에요, 장난. 너무 귀여워서.”
“무슨……!”
“저 이제 정말 시간이 없는 것 같은데, 같이 가 줄 거죠? 피니스.”
노아는 에스코트라도 하는 모양새로 솔리타리에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노려보던 솔리타리에는 한숨을 한 번 폭 내쉬곤 맞잡았다.
이번만 봐주는 거라 중얼거리는 그녀가 뭐가 그리 마음에 드는지 노아는 방싯방싯 예쁘게 웃었다.
“웃지 마요.”
“왜요? 저 웃을 때 예쁘다는 소리 많이 듣는데.”
“……재수 없어.”
노아는 어깨를 으쓱이며 솔리타리에를 데리고 텔레포트 앞에 섰다.
“무엇 때문에 도망가는진 모르겠지만, 도움은 확실히 줄게요.”
그의 말을 끝으로 둘의 시야가 암전되었다.
* * *
도착한 피니스는 이전에 보았던 것과는 다르게 황폐해 보였다. 나무도 듬성듬성 나 있었고, 그을린 자국들이 곳곳에 보였다.
그날의 흔적임이 틀림없어 보였기에 솔리타리에는 마음 한편이 아려 왔다.
그러나 잡다한 생각들에 빠져 있을 틈이 없었다. 그녀는 서둘러 고개를 휘휘 젓곤 주위를 살피며 노아를 찾았다.
“노아?”
“……당신.”
등을 돌려 마주한 노아는 잔뜩 경악에 섞인 눈동자로 솔리타리에를 바라보고 있었다.
“바다 수인이었어?”
그제야 솔리타리에는 자신의 로브가 벗겨졌음을 알았다. 서둘러 모자를 눌러쓰려 했으나, 그녀의 곁으로 다가온 노아가 솔리타리에의 손을 낚아챘다.
“이거 놓으라고……!”
결국 가리지 못한 그녀의 머리카락이 노아의 눈앞에 흩날렸다.
“은발이잖아. 하지만 어떻게. 바다 수인 냄새도 나지 않는데.”
“후, 놓으세요.”
솔리타리에는 심호흡을 한 뒤 그를 단호히 노려보았다. 그제야 노아는 자신이 범한 무례를 알아차린 듯 정중하게 물러선 뒤 허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실례했어요.”
“……됐어요. 얼른 대금이랑 이동 수단만 구해 줘요.”
예상보다 시간을 너무 지체했다. 멀리서 해가 뜨는 것을 확인한 솔리타리에는 불안함에 입술을 물어뜯었다.
그녀를 멍하니 보던 노아가 제 머리를 털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 제가 실례한 것도 있고. 아무래도 육지 수인이 못 찾는 곳으로 숨고 싶은 것 같은데, 제가 그런 곳을 알거든요. 어때요. 대금이나 이동 수단보다 더 좋은 제안 아닌가요?”
“……당신을 어떻게 믿고요?”
노아는 자신의 무해함을 증명하고자 양손을 위로 높이 들곤 한쪽 무릎을 바닥에 꿇었다.
덩치가 줄어든 그를 보자 솔리타리에는 한숨을 내쉬며 그에게 일어서라 했다.
그러나 노아는 일어날 생각이 없는지 무릎을 꿇은 채 솔리타리에를 올려다보았다.
“그렇게 할 필요 없어요. 그냥 전 대금이랑 이동 수단만 주면 이곳에서 빠르게 벗어날 테니까요.”
순진한 솔리타리에에, 노아는 고개를 저으며 그녀에게 현실을 알려 주었다.
“대충 보니까 그쪽이 피하려고 하는 거 히루프스 늑대들 같은데, 그들은 육지이기만 하면 그곳이 어디든 당신을 찾을 수 있을걸?”
“그럼 당신이 숨겨 주는 것도 의미가 없지 않나요?”
“왜 의미가 없어. 내가 숨겨 주려는 곳은 바단데.”
노아의 발언에 솔리타리에의 눈이 커졌다. 생각지도 못한 발상이었다.
애초에 육지 수인으로 살아온 그녀가 바다에 들어갈 수 있으리라곤 생각조차 안 해 봤다. 노아의 대안이 솔깃했던 솔리타리에는 귀를 쫑긋 세웠다.
“…….”
“믿지 못하는 것도 이해해. 우린 고작 만난 지 1시간도 채 되지 않은 사이니까. 근데 말이야, 아가씨.”
노아는 무릎을 꿇고 있었기에 솔리타리에보다 작았지만, 어째서인지 그에게 느껴지는 단단함에 솔리타리에는 홀린 듯 그 말을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 여기서 내 도움 안 받으면 뭘 할 수 있지? 냉정하게 생각해 봐.”
특유의 오만함은 숨길 생각이 없어 보이는 노아를 보다 솔리타리에는 두고 온 누가 생각나 피식,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에게서 보이는 익숙한 모습 탓에 솔리타리에는 이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다.
“좋아요. 가요, 바다. 대신 확실히 보호해 줘야 해요. 전 바다를 모르는 육지 수인일 뿐이니까요.”
솔리타리에의 허락이 떨어지자 언제 무릎을 꿇었냐는 듯 노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반갑습니다. 바다의 최고 가문인 오스카 가문의 후계자, 노아 모르 오스카라고 합니다.”
우아하게 손을 내밀며 인사하는 그에게 솔리타리에는 천천히 제 손을 내밀었다.
노아는 망설임 없이 그 손을 잡았고, 갑작스러운 터치에 놀라는 것도 잠시 솔리타리에 역시 노아의 손을 꽉 잡으며 인사했다.
“……솔리타리에입니다. 편하게 리엔이라고 불러 줘요.”
그것이 솔리타리에가 바다로 가게 된 계기였다.
* * *
어째서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지.
솔리타리에가 전달한 약을 먹고 눈을 감는 순간까지도 머릿속은 그녀에 대한 생각으로 잠식되어 있었다. 어떻게 그녀가 자신의 반려인지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지금 눈앞에 있는 솔리타리에를 놓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 하나로 손을 뻗었건만.
‘아가씨께서 사라지셨습니다.’
고작 하루였다. 정확하게는 18시간 만이었다.
그런데 잠깐을 못 참고 사라지다니.
“……아무래도 히루프스 내에 있는 텔레포트가 아닌, 외부의 텔레포트를 이용해 이동한 것 같습니다.”
그래, 도망갈 수 있다.
그가 잘못했고, 울고 빌며 그녀에게 매달려야 하는 쪽은 하인리히임이 분명했으니까.
“내게 가진 믿음이 그 정도뿐이었나.”
텅 빈 방에 그가 올려놓았던 토끼가 없는 것을 보고 하인리히는 잠시 희망을 가졌다. 솔리타리에가 잠시 오해를 했을 뿐이라고.
얌전히 이곳에서 기다리면 돌아올 것이라고.
그렇게 믿었다.
그녀가 남긴 편지를 읽고도 여유를 잃지 않았던 이유는, 그가 솔리타리에를 믿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얼마 못 가 하인리히의 평정심은 산산조각 났다.
“웬 사내와 함께 떠났다고 합니다.”
라온의 보고와 이어지는 말에 하인리히는 제가 제대로 듣고 있는 것인지 의심했다.
도망, 남자.
저 말이 무얼 의미하는지 그 역시 알고 있었다.
그제야 하인리히는 인정했다.
솔리타리에가 그를 버렸다.
그것을 인정하자 머리에서부터 피가 전부 빠진 듯 하인리히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는 겁을 먹은 것이다.
“……찾아. 어디로 갔는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내 앞으로 데려와.”
솔리타리에가 따뜻하다며 좋아한 금빛 눈동자는 어느새 서늘함만 가득 담고 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