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101
하루 아침에 음악괴수! 92화
30장. Late Dinner
2014년.
이 해는 YC 엔터의 해라고 해도 무방한 한 해였다.
이는 블랙 타이거를 제외한다고 해도 그런 말을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데뷔 때부터 엄청난 화제성으로 스타가 되었던 YC 엔터의 첫 번째 아이돌 Blue Rose의 첫 번째 정규 앨범의 성적은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빌보드 핫100에서 끝내 10위에 올라가는 기록을 보이며 탈 K팝 아이돌의 위엄을 보인 것이다.
이건 곧 동남아에 이어 일본과 중국 시장을 들썩거리게 하였던 K팝 아이돌 시장이 세계 시장까지 넘볼 수 있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기도 했다.
Blue Rose가 이번 정규 1집에서 보인 대기록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현재 중국의 연예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구룡 엔터를 통해 Blue Rose의 중국 내 앨범 판매량은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다.
이 일은 Blue Rose가 빌보드 핫100에 오른 것만큼이나 업계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다.
화제성으로는 여자 아이돌을 따라잡을 수 없는, 그렇기에 띄우기란 어지간히도 힘든 남자 아이돌들을 굳이 엔터사에서 키우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바로 팬들의 소비력이 넘사벽으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어중간한 2군 남자 아이돌이 최상위에 있는 1군 여자 아이돌의 앨범 판매량을 가볍게 넘어선다는 점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러니 1군 남자 아이돌을 키우는 데 성공만 하면 웬만한 중소 엔터가 중견 엔터로 올라가는 건 시간문제였다.
한데 그런 공식이 Blue Rose에 의해 깨져 버린 것이다.
이건 구룡 엔터가 엄청난 영향력을 넓히면서 생긴 일이기도 하지만, 그걸 고안한다고 해도 그녀들의 앨범 판매량은 말이 안 되는 수준이었다.
이러한 역대급 앨범 판매량은 중국 쪽에서만 생긴 호재가 아니었다.
Blue Rose는 국내에서도 10만 장이 넘는 엄청난 판매량을 달성해 냈다.
올해 컴백한 1군 남자 아이돌들이 10만 장은커녕 그 절반에도 가지 못했던 걸 생각한다면 이건 믿기 힘든 기록이었다.
그러나 YC 엔터의 호재는 Blue Rose가 다가 아니었다.
정규 1집으로 돌아온 이나은은 전문가들과 팬들 사이에서 엄청난 호평을 받았다.
-타이틀 ‘봄날’ 어딘가 고적한 서정시를 보는 듯한 가사. 이나은 특유의 특별한 음색.-
-봄의 시작을 알리는 이나은의 노래들-
-‘봄날’이 끊이지 않는 길거리.-
-벚꽃이 흩날리는 모습 속에 흘러나오는 타이틀 ‘봄날’을 두고 ‘벚꽃연금’이라는 이야기가 나와.-
-‘봄날’ 뮤비 속에서 드러난 이나은의 진면목.-
벌써부터 봄이 되면 연금처럼 나올 곡이라면서 벚꽃연금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나은의 타이틀 곡 ‘봄날’은 대히트를 쳤다.
여기에 봄날의 작사, 작곡을 이나은이 직접 하였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아티스트로서도 인정받게 되었다.
물론 아직 대중성을 잡기에는 미숙한 면이 있었던 터라, 봄날을 비롯해 그녀의 여러 수록곡들은 영찬이 편곡했지만, 그런 점을 고려해도 이런 엄청난 성적은 놀라운 것이었다.
그저 미니 1집 비슷한 수준까지만 화제성을 가져와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YC 엔터 내부에서는 깜짝 놀랄만한 대사건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이들과 달리 영찬은 그저 어깨를 으쓱거릴 뿐이었다.
“나은이라면 그럴 만하지.”
이미 그녀가 국내 탑을 오랫동안 찍었던 솔로 여가수라는 점을 알기도 한데다, 그게 아니어도 그녀의 음악성은 진짜라는 걸 아는 영찬은 그녀가 받은 그 성적표를 당연시 여겼다.
어찌 되었든 안 그래도 스타였던 그녀는 봄날 이후 대스타로 발돋움했다.
반짝이는 인기 스타 따위가 아닌 모셔가기 바쁜 스타의 대열에 오른 것이다.
그러나 의외로 이나은에게 가장 러브콜을 보인 곳은 시청률 올리기 바쁜 예능 따위가 아니었다.
바로 드라마였다.
“네? 드라마요?”
“부담 가지지 않아도 돼. 크게 비중 있는 역할은 아니니깐. 보면 알겠지만, 조연 중에서도 비중이 낮거든. 딱히 연기라고 할 것도 없어. 초반에 여자 주인공과 경쟁하는 역할이라 무대 오르는 씬이 대부분이야.”
“어……. 그래도 좀.”
연기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보니 이나은은 그저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싫다고 할 수도 없는 게 그 말을 꺼낸 이가 YC 엔터의 본부장이라서다.
본부장이라고 하지만 성격 자체가 권위적이지 않기에 끝내 싫다고 하면 하지 않을 수야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본부장은 실장이던 시절 때부터 그녀에게 부단히 신경을 써준 이었다.
아마 YC 엔터에서 영찬 다음으로 가까운 이라면 그일 것이라, 그녀는 거절할 수 없었다.
“생각해 볼게요.”
“그래. 잘 생각했어. 자, 여기……. 안 해도 좋으니깐 한번 읽어봐봐. 내가 괜히 이 역할을 너에게 권하는 게 아니라니깐?”
그렇게 나은은 처음으로 드라마 대본을 손에 쥐게 되었다.
착실한 그녀답게 그녀는 그날 밤. 바로 대본을 읽기 시작했다.
이미 여러 번의 뮤비 촬영으로 이런 대본 형식은 나름 익숙한 것이었기에, 읽는 것에는 그리 어려움이 없었다.
“……어?”
대본을 펼치기 무섭게 그녀는 빠져들었고, 뒤늦게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마지막 장을 넘긴 뒤였다.
너무나 재미가 있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것이다.
“왜 본부장님이 나한테 이걸 추천해 주셨는지 이유를 알 것 같아.”
그녀가 맡을 드라마의 조연 ‘이수’는 그녀와 여러모로 비슷한 면이 있었다.
가수 생활에 실패를 했던 배경을 비롯해 내성적인 성격 또한 그러했다. 다만 다른 점이라면 진취적인 성향이 강하다는 점일 것이다.
이러한 성향 때문에 이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모습을 보였고, 그로 인해 여자 주인공은 곤란한 상황에 빠져들었다.
전형적인 악당 역할인 셈이었지만, 나은은 이수가 왜 그같이 악독한 모습을 보이는지 쉽사리 이해가 되었다.
아니, 이해가 되게끔 그러한 배경적 그림들이 자연스럽게 그녀의 머릿속에 그려졌다.
이후 그녀는 몇 번이고 대본을 보기 시작했다.
새로운 배경 그림을 그리고 난 뒤에 다시 읽게 된 대본은 전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십여 번을 넘게 대본을 보는 과정에서 이수라는 드라마상의 캐릭터는 마치 실제로 존재하는 것 같은 생동감을 가지게 되었다.
* * *
N방송사에서 이번에 제작되는 드라마는 제작 비용만 수백억이 들어가는, 방송사에서 심혈을 기울이는 작품이었다.
당연히 주연부터 조연까지 한류 스타가 아닌 이들이 없었을 정도였다.
한데, 그 자리 중 하나에 신인을 끼워 넣게 되었고, 그 이야기에 유병철 PD는 짜증이 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꺼낸 투자처가 현재 이쪽 바닥에서 미친 성장을 하고 있는 YC 엔터였다.
3대 엔터니 뭐니 하지만, 사실 조만간 YC 엔터가 원 탑이 될 거라는 건 그리 놀랄 소식도 아니었다.
그런 곳에서 이야기가 나온 것이니 방송사 입장에서 마냥 거절하기에는 부담이 적지 않았다.
“요즘 가장 핫한 가수야. 알지 ‘봄날’? 그거 부른 애야. 화제성만큼은 끝내줄걸.”
“하? 국장님. 이번 드라마에 투입된 주연이 누구인지 기억 안 나시는 겁니까? 이미 화제성이라면 충분해요.”
“충분한 화제성이라는 게 어디 있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거지. 일단 오디션 보고 난 뒤에야 정 안 되겠다고 생각나면 그때 다시 말해. 하아~ 내 때는 걍 위에서 시키면 어떻게든 했는데. 요즘…….”
“아…… 알겠어요.”
그렇게 갑작스럽게 마련된 오디션이었다.
배경이 그렇다 보니 작가도 PD도 호의적일 수 없었다. 오히려 싫은 기색을 드러내며 보았던 오디션이었는데.
“나한테……. 나한테 이게 다였다고!”
숨을 헐떡이며 소리치는 이수, 아니, 이나은은 복잡한 눈빛으로 따지는 여자 주인공을 바라보다 다급히 몸을 돌렸다.
뒷모습을 보이는 그녀의 어깨가 떨리는 것이 격정을 못 이겨 울음을 터트린 것처럼 보인다.
“……컷!”
유병철 PD는 한참이 지난 뒤에야 겨우 컷을 외쳤다.
그의 커다란 안경 너머의 두 눈이 그 안경처럼 커다래진 걸 보면 어지간히도 놀란 모양이었다.
놀란 건 유병철 PD만이 아니었다. 깐깐하기로 소문난 작가 또한 마찬가지였다.
“……누구라고 했죠?”
얼마나 큰 인상을 받았던지, 작가는 자신의 옆에 있던 조연출에게 서둘러 이름을 물었고 조연출은 이나은의 이름과 함께 여분으로 준비한 그녀의 프로필을 작가에게 내어주었다.
둘러 프로필을 살핀 작가는 보았고 이내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프로필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활동 기록이 거진 없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3번의 뮤비가 고작이 다였는데, 이마저도 자신이 부르던 노래의 뮤비였다.
사실 경력이라고는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투자자가 왜 그렇게 무식하게 밀어붙였는지 알겠네. 타고났어. 쟤.”
작가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마치 그녀가 그린 것보다 더 생동감이 넘치는 이수라는 인물을 눈앞에서 보았는데, 그걸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건 드라마 작가로서 문제가 있는 것이었다.
물론 경력이 없다시피 하다 보니 발성 등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그 정도는 얼마든지 보완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 자리에는 크게 놀란 작가 이상으로 놀란 이가 있었다.
바로 적대적인 분위기일걸 알고 바쁜 와중에도 직접 이 자리까지 온 장길산 본부장이었다.
그로 인해 심사위원들은 이나은에게 싫은 기색을 마냥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나은의 연기가 시작되면서 그는 자신이 오늘 굳이 올 필요가 없었음을 알게 되었다.
“이게 처음 하는 연기라고?”
연예계 생활을 오래 하면서 생긴 안목은 단순히 가수 쪽만이 아니었다.
배우에 대한 안목도 어느 정도 있는 그는 이나은의 연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대번에 알아보았다.
“대표님의 말대로였어.”
장길산 본부장이 가수로서 잘 나가는 이나은을 갑자기 연기자로 민 것은 사실 과거 영찬이 꺼낸 이야기 때문이다.
-나은이는 배우로서도 제법 엄청난 커리어를 쌓을 수 있을 걸요. 좋은 기회가 있으면 한번 진행해 보세요.-
그는 이 이야기를 잘 기억하고 있다가 그녀가 대스타로서 자리매김하는 듯한 가운데, 좋은 시나리오를 손에 넣자 바로 밀어붙인 것이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그 결과는 훌륭했다.
도무지 처음 하는 연기자로 보이지 않는 연기를 선보인 것이다.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던 이나은의 ‘이수’ 연기는 드라마 방영 이후 수많은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본래라면 그저 욕을 해대기 바빴을 캐릭터의 볼륨이 커지면서 마냥 미워할 수 없는, 아니, 오히려 안쓰러워 보이기까지 하는 감정을 불러들인 것이다.
대개 인기를 얻은 가수가 연기를 한다고 하다가 망하는 케이스가 많기에, 처음 그녀가 드라마에 나온다고 했을 때 부정적인 시선을 두는 이들이 많았었다.
하지만 막상 그녀의 이수 연기를 본 이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그녀의 팬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마지막 그녀의 드라마 씬 이후 방송사에 항의를 하는 문의가 끊이지 않았다.
“어휴~ 분량을 늘렸는데도 이랬으니, 안 그랬으면 정말 난리 났겠는데.”
PD는 그리 중얼거리면서도, 한편으로 아쉽기도 했다.
모르긴 몰라도 이나은의 다음 작품을 찍을 PD는 정말 인생 작품 하나 건질 게 분명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가수에 이어 연기자 쪽에서도 대박을 터트렸던 이나은은 정말 YC 엔터에 엄청난 영향력을 선보였다.
이처럼 Blue Rose와 이나은이 크게 활약하는 가운데, YC 엔터의 크기에 비해 아쉬운 성적을 내는 이들이 있었다.
바로 YC 엔터의 첫 번째 가수라고 할 수 있는 G1 밴드다.
‘Legends of Rock’의 사실상 우승자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엄청난 화제성을 낳았던 그들이었지만, 지금은 국내에서만큼은 그저 그런 밴드 정도로 추락한 상태였다.
국내 활동을 하지 않다 보니 당연한 이야기였다.
그러나 그런 낮아진 인지도와 달리 G1 밴드의 실력은 이제 물이 올랐다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기교적인 면에서도 ‘Legends of Rock’ 때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높아진 것이다.
더불어 국내와 달리 일본과 중국에서는 나름 이름이 알려진 밴드라, 사실 망했다고 하는 것도 웃긴 이야기였다.
비교 대상이 Blue Rose와 이나은이라서 박해 보이는 거지 그들 정도면 어느 엔터를 가도 메인급 연예인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YC 엔터의 이름값에 부족한 것은 사실이었다.
* * *
“드디어 이걸 너희한테 주게 되네.”
휴식기를 맞이하던 영찬은 복잡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G1 밴드에게 곡 하나를 내주었다.
-‘late dinner’-
과거 G1 밴드와 만났던 당시 작곡하던 곡들 중에서도 수작이라 아껴두었던 곡이었다.
얼터너티브 록 장르의 곡으로 그가 부르기보다는 여자 밴드 보컬이 부르는 게 가장 베스트인 곡이다.
가사는 20세기의 특유의 세기말 느낌이었는데, 최근 복고풍이 유행하는 만큼 시대와도 여러모로 맞아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