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102
하루 아침에 음악괴수! 93화
특이한 점이라면 가사가 영어라는 점이었는데, 딱히 놀랄 일은 아니었다.
‘애초에 해외 진출을 고려하고 편곡한 곡이니깐.’
지금이야 블랙 타이거의 등장으로 락 시장이 마치 90년대 초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이 곡을 만들 당시만 해도 국내 락 시장은 겨우 숨만 이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 시장에 아무리 좋은 곡을 던져 준들 그 진가를 발휘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실제로 시간이 제법 지난 뒤에야 유행을 하는 명곡들이 있는데,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그런 국내 시장에 반해 해외 시장은 비교할 수 없이 나았으니, 당시 그가 해외 진출을 염려하여 곡을 편곡한 건 당연했다.
“중요한 건 역시나 누가 부르냐인데…….”
우연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무의식 과정에서 그렇게 만든 것인지 이 곡은 박지원에게 맞춘 듯한 곡이었다.
단순히 목소리가 그렇다는 게 아니라, 이 곡의 느낌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이는 박지원일 것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 정도로 잘 맞아떨어졌다.
“문제는 지금의 녀석은 못 부른다는 거지.”
영찬은 그 사실을 알았지만, 끝내 이들에게 이 곡을 주지 않았다. 다른 게 아니라 아직 박지원이 이 곡을 부르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해서다.
지원은 확실히 천재 보컬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재능러이기는 하지만, 그걸로는 이 곡의 잠재력을 모두 끌어낼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의 그녀라면 가능성이 있었다.
그만큼 지원은, 아니, G1 밴드는 달라졌다.
* * *
보컬 지원을 비롯해 리더인 드러머 지영식을 중심으로 기타리스트 형운과 베이스 마윤은 처음 영찬과 만났을 때와 비교할 수 없이 달라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Legends of Rock’을 준비하면서 뜨거웠던 학창 시절의 여름에 마주한 지옥 훈련을, 이들은 사회에 나간 뒤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중이었으니 말이다.
아니, 그때보다 더했다.
연습실과는 비교도 안 되는 많은 변수들과 열악한 현장을 뛰기 위해서는 만전에 만전을 준비하고도 부족하였으니 말이다.
정말 젊음이라는 무기를 그들이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아마 몇 번이고 병원에 실려 갔을지도 모른다.
그처럼 힘들었음에도 이들이 버틸 수 있었던 건, YC 엔터의 적극적인 케어도 한몫하겠지만 그보다는 음악이 너무도 즐거웠기 때문이다.
새로운 곡을 만들기 위해 밤을 새우며 토론하고, 안 되는 작은 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몇 날을 고민했다.
어떨 때는 현장 직원들의 실수로 열악한 스테이지를 책임져야 할 때는 토할 것 같은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과정 속에서도 끝내 관객들의 환호 속에서 음악을 함께하였을 때, 생기는 그 카타르시스는 정말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괜히 음악을 두고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이라고 하는 게 아니었다.
음악성이 높아진다는 건 곧 그만큼 안목이 높아진다는 것이기도 했다.
“사부님은 정말 천재야.”
“갑자기?”
새로운 곡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던 중 난데없이 꺼내는 지원의 말에 동료들은 어이가 없다는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런 동료들의 시선에도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말을 이어갔다.
“알면 알수록 벽이 보여…….”
“뭐, 그건 그렇지. 최근에 나도 느끼고 있는 것이기는…….”
“완벽. 사부님은 완벽해.”
“……설마 그 드립을 치려고 이렇게 말을 꺼낸 거야?”
“응? 드립?”
형운이 혹시나 해서 물었지만, 순수한 그녀의 얼굴을 보니 그거는 아닌 듯 보였다.
여하튼 갑작스레 꺼낸 지원의 말에 그들은 잠시 자신들의 일을 내려놓았다.
마침 이날은 빌보드에서도 엄청난 화제로 말들이 많았던 마빈과의 협업곡이 나오던 때였기에 그들은 서둘러 폰을 켰다.
그리고…… 기다림 끝에 올라온 Painkiller를 틀었다.
“!!!”
Painkiller를 듣는 내내 그들은 충격과 공포라는 말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처럼 Painkiller는 혁신적이라는 말조차도 부족할 정도의 곡이었다.
과감한 구성 속에서 이미 나올 거 다 나왔다고 생각했던 헤비메탈의 새로운 면목이 드러나지 않았던가?
심지어 이게 옳은 방향이었던가? 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곡의 완성도도 그 급도 완전히 격을 달리했다.
작게는 락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게 되었으며, 크게는 현대 음악의 큰 파장을 일게 한 역사의 순간을 마주한 그들은 이후 몇 번이고 곡을 들었다.
“영식아, 이거 가능해?”
“……가능할 것 같아?”
이제 자신도 어디 가서는 꿀리지 않는다고 자부심을 가지던 영식이었지만, 마빈의 드럼은 아예 다른 세상의 무언가였다.
그러나 대신 Painkiller는 많은 밴드들에게 그렇듯이 이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덕분에 타이틀 곡을 만들지 못해 막막해하던 그들은 그날 바로 앨범의 타이틀 곡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일본 열도는 물론 서양에서도 제법 좋은 반응을 보였던 ‘Unhappy Man’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Unhappy Man’은 우울한 제목과 달리 연주 자체는 내내 마치 동화 속을 연상케 할 만큼 밝았다.
-G1 밴드 ‘Unhappy Man’ 락 분야 장기집권!-
-YC 사마의 제자들이 펼치는 새로운 구성의 락. ‘Unhappy Man’!-
-팬들은 물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Unhappy Man’를 통해 G1 밴드가 하이 레벨의 밴드가 되었음을 알려!-
-‘Unhappy Man’ 오리콘 3위!-
아마 당시 뉴 데이지(NEW DAZE) 콘테스트의 주제곡 ‘pick up!’이 아니었다면, 이어 빌보드를 먹어치우고 있는 Painkiller가 아니었다면 ‘Unhappy Man’ 분명 오리콘 1위에 올랐을 것이다.
아니, 단순히 올랐을 뿐 아니라 장기집권을 하였을 것은 분명했다.
그러니 아쉬울 만도 하지만, G1 밴드의 누구도 이에 대한 아쉬움을 보이지 않았다.
아마 Painkiller를 듣기 전이었다면 그리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아니, 사실 그러는 게 정상이었다. 그처럼 죽을 둥 말 둥 노력을 한 천재와 수재들이 보여주는 수준의 음악은 그런 자부심을 가질 만했다.
그러나 Painkiller를 듣고 난 뒤 자부심 따위는 다 박살 나 버렸다.
그건 이제 우물을 나오려는 그들에게 하늘이 거대한 재해와 다름이 없었다.
* * *
하지만 이런 그들의 생각과는 달리 영찬은 ‘Unhappy Man’을 듣고 제법 깊은 감명을 받았다.
“얘네들이 벌써 이 정도까지 왔어?”
삼촌들과 비교하기에는 결이 좀 달랐지만, 이만하면 진짜 세계로 나가도 그리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자연스럽게 몇 년은 더 묵혀 두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던 ‘late dinner’를 그가 생각한 건 우연이 아니었다.
아마, 장도철의 일이 아니었다면 좀 더 일찍 이 곡이 그들에게 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영찬은 정말 제자라 할 수 있는 G1 밴드에게 신경을 쓰지 못했을 만큼 힘든 나날을 보냈었다.
“이제 좀 잠을 잘 수 있겠는데.”
그게 어느 정도였냐면, 신경이 굵은 그가 제법 오랫동안 잠을 설쳐야 했을 정도였다.
아마 그의 불면증에는 가물치와의 마지막 대화가 적잖이 관련이 있을 것이다.
“어떻게 처리했냐고요?”
장도철을 세상에서 지워달라는 그의 부탁에 가물치는 알아서 처리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그리고 가물치는 영찬의 부탁대로 인터폴도 흔적을 찾지 못했을 만큼 완벽하게 그를 지워내 버렸다.
자연 하루에도 몇 번이고 장도철에 대한 기사들이 올라왔고, 결국 영찬은 궁금증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하여 물어보는 그에 가물치는 묘한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답했다.
“마지막으로 세상에 여기저기에 좋은 일을 하고 갔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원하시는 대로 충분히 고통을 느꼈으니 아쉬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
그 처리 방법에 대해 돌려 말하기는 했지만, 영찬이 못 알아들을 정도는 아니었다.
가물치가 말한 여기저기에 좋은 일을 했다는 말은 그의 장기들이 적출되어 다른 주인에게 갔다는 말일 것이다.
어쩌면 장기매매 조직 같은 곳으로 넘겨져 여기저기 줄 수 있는 건 다 적출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내가 들은 게 맞다면……. 정말 끔찍한 고통 속에서 죽었겠구나.’
그의 생각이 맞다면 장도철은 장기를 적출할 때 마취를 하지 않은 채 적출 되었을 것이다. 마취라는 게 생각보다 고난이도의 기술이기도 하거니와 이쪽이 좋은 상태의 장기를 적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수가 끔찍한 지옥 속에서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된 영찬은 후회와 연민 등 복잡한 감정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런 의뢰자의 모습에 가물치는 의외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다행히 앞으로도 당신의 음악을 즐길 수 있겠군요.”
인간성이 사라진 음악은 속이 빈 껍데기나 다름이 없다. 그런 점에서 영찬의 이러한 죄책감은 그가 여전히 인간성을 유지하고 있음을 증명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 * *
그런 인간성 덕분에 한동안 힘들기는 했지만, 확실히 고뇌한 만큼 그의 음악성은 더욱 깊어진 상태였다.
‘late dinner’를 다시 손 볼 수 있게 되었을 정도로, 그렇게 새롭게 탄생된 곡은 Painkiller만큼은 아니지만 brilliant struggle에 준하는 명곡이 되었다.
“너희들이 제대로 ‘late dinner’를 소화할 수 있다면 분명 빌보드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얻는 것도 문제가 아닐 거다.”
“!!!”
갑자기 빌보드를 거론하는 영찬에 G1 밴드는 저마다 크게 놀란 기색을 내보였다.
“뭘 그렇게 놀라고 그래?”
그러나 오히려 이런 G1 밴드에 영찬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안 놀라게 생겼어요? 갑자기 빌보드라니요?”
“그…… 일본도 버거운데.”
“빌보드라니…….”
“저, 저희는 블랙 타이거가 아닙니다.”
말문이 막힌 지원 등에 영찬은 크크 거리며 웃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아. 너희는 G1 밴드지. 하지만 그 이전에 너희들은 내 제자들이다.”
그 만남의 과정이야 어찌 되었든 처음 이 세상에서 그가 맺은 제자들이다. 그것도 아이돌이 아닌 락 밴드라는 점에서 블랙 타이거의 부활을 생각하는 영찬에게는 애정이 있는 이들인 것이다.
무엇보다 그 지닌 재능도 그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세도 훌륭하지 않은가?
아마 이들이 편한 길로 가려고 했다면, 자신의 시험에 통과하지 못했다면 아무리 이들이 재능이 뛰어나도 영찬은 이들을 제자로 삼지 않았을 것이다.
“농담으로도 쉽다고는 말하지 않겠어. 아마 도망치고 싶을 거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하기 싫다면 말해. 원한다면 물려주지.”
-꿀꺽-
음악에 있어서는 결코 빈말 따위는 하지 않는 사부이기에 지원 등은 저마다 침을 꼴깍 삼켜 댔다.
그러나 그 누구도 싫다는 말을 꺼내는 이들은 없었다.
빌보드에서 엄청난 대기록을 만들며, 락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는 사부에게 이 같은 가르침을 받을 기회는 정말 쉽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하하하. 역시 젊음이 좋긴 좋네.”
자신의 아래에서 제법 굴러댔던 아이들이었던 만큼 자신의 말의 무게를 모를 리 없음에도 도전 정신을 보이자 영찬은 오랜만에 웃음을 터트릴 수 있었다.
‘잘하면 서로에게 윈윈일 여정이겠어.’
영찬은 첫 번째 활동으로 이 일을 선택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G1 밴드는 ‘late dinner’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을 것이고, 그 또한 이 생기 넘치는 제자들을 가르치며 정체되었던 강물을 다시 흘려보낼 수 있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