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103
하루 아침에 음악괴수! 94화
일단 실력 점검부터.
당장 이 녀석들이 ‘late dinner’을 어느 정도 소화할 수 있을지가 궁금했다.
“3일이면 되겠지?”
“네? 뭐가요?”
“설마 이걸 3일 만에 마스터하라는 건 아니죠?”
“하하하. 설마 그런 말도 안 되는 걸 요구하시겠어.”
“무리네. 무리요. 마스타! 무리데스네.”
“…….”
녀석들의 반응에 나는 여러모로 놀라고 말았다.
‘그 순진하고 귀여웠던 녀석들은 이제 없구나.’
지원이야 원래 이런 녀석이니 그렇다 쳐도 그 순진하던 형운과 마윤마저 저럴 줄 몰랐다.
‘영식이야 원래 그런 끼가 보이던 녀석이였고.’
그랬으니 어린 나이에 리더로서 G1 밴드를 이끌 수 있었던 거겠지.
여하튼 개수작을 부리는 꼴을 계속 볼 수 없었던 나는 성난 얼굴로 말을 이었다.
“개소리 하지 말고, 3일 안에 결과 가져 와.”
“……네에.”
“넵!”
“하하하. 알겠습니다. 사부님.”
“흐규흐규.”
그 와중에도 없는 눈물을 의성어로 흘려대며 미련을 보이는 지원이였지만, 영식 등도 이건 아니다 싶었던지 짐짝을 치우듯 녀석을 끌고 사라졌다.
“그럼 나도 간만에 손 좀 풀어볼까?”
나는 정말 오랜만에 집을 나와 회사로 가기로 마음먹었다.
어마어마한 돈을 번 것과 무관하게 집을 바꾸거나 하지 않았다 보니, 아직 연습실이라 할 만한 게 집에 없어서다.
* * *
“X킹! 저 마른 거 봐라.”
“간만에 비싼 얼굴 보네.”
“어디 보자. 음. 괜찮아졌네. 저번에 보았을 때는 아예 죽어가더니만.”
“크크크. 어째 다시 몸 만들려고 하면 고생 좀 하겠는데?”
“그나저나 꼬맹이들에게 곡 줬다면서?”
“…….”
회사에 오자마자 삼촌들이 나를 격렬하게 반겼다.
장난 어린 모습과는 달리 삼촌들이 얼마나 나를 걱정했는지 나는 알 수 있었다.
마침 점심시간이다 보니 밥을 챙겨 먹으러 나갔다가 내가 왔다는 소식을 듣자 식사도 내팽개치고 달려온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어째, 다들 좀 실력은 느셨어요?”
그 모습이 고맙기도 했지만, 또한 장난기도 일어 오랜만의 인사를 그렇게 하고 말았다.
“호오? 요놈 봐라. 이런 도발적인 멘트를!”
“크흠. 깜짝 놀랄걸!”
“좀 늘기는 했지만 그 정도는 아니지 않나?”
“아니야. 우리 많이 늘었어.”
“아니, 영찬이 기준에서는 그저 그렇다라고 할 수 있다는 거지.”
신중한 박시영 삼촌이나 소심한 문일범 삼촌마저 우려를 보이면서도 긍정을 표하는 모습이 어째 예사롭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점검했을 때에만 해도 조금은 진도가 안 나가서 지지부진했던 때였는데, 그사이 뭔가 깨달음이라도 있었던 걸까?
“바로 연습실로……. 아니, 일단 밥이나 먹죠.”
나 혼자일 경우야 대충 때울 생각이었지만, 삼촌들과 오랜만에 만난 건데 그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
하여 외식을 나갔던 우리는 제법 고생을 해야 했다.
뭐 이상할 일은 아니었다.
아버지 보험 사건으로 인해 안 그래도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가운데, 정말 오랜만에 사석이나마 블랙 타이거가 결합한 모습을 보였으니 말이다.
“구내식당을 만들든가 해야겠네요.”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 잘 생각했어. 지금 YC 엔터 규모면 제대로 된 구내식당 하나 있어야지.”
“그래, 너 돈 많잖아. 5성급 호텔 요리사들 데려와.”
“미쳤냐? 한두 사람 먹일 거도 아닌데.”
“가능하지 않을까? 들어보니 생각보다 돈을 많이 받지 못한다고 들었는데.”
“안 되면 간부들 전용으로 하나 만들면 되지.”
“치사하게 먹을 걸로 그럼 안 되지!”
먹는 거에 있어서는 진심인 곽도훈 삼촌이 발끈하는 말에 나는 피식 웃다가도 이내 그러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장태식 삼촌의 말대로나마 5성급 호텔 요리사들이 생각보다 많이 못 번다는 건 잘 알고 있어서다.
왜냐면 실제로 기억 속 녀석이 미국 지사와 한국 지사에 간부 전용 구내식당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딱히 사치를 하고 싶어서 한 짓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밖으로 돌아다니기 힘든 사내의 탑 스타들의 관리를 비롯해 외부에서 온 인사들을 대접하기에 적절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연습생들에게도 나름 동기부여 중 하나가 되었다.
연습생과 일반 직원들이 사용하는 구내식당도 대기업 못지않게 훌륭했지만, 그래도 사람이라는 게 다른 사람과 비교를 통해 행복과 불행을 나누는 존재이지 않던가?
생각보다 이게 효과가 있어서 연습생 끝에 데뷔한 몇몇은 정말 여기서 먹고 싶었다고 공식 자리에서 말을 하기도 했었다.
확장을 위해 작년에 시공에 들어가 내년에 후반기에 완성될 신사옥의 규모가 크다 보니 그런 거를 넣는 건 일도 아닐 테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어느새 연습실에 도착했다.
삼촌들과 나는 더 말할 것도 없이 저마다 자신의 자리를 찾았다. 이 자리가 그간의 연습을 평가하는 자리라는 걸 알고 있을 것임에도, 삼촌들은 긴장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이거 진짜 기대되는데?’
나는 가슴이 두근대는 것을 애써 감추며 ‘노장은 죽지 않는다’을 첫 번째 곡으로 선곡했다.
‘노장은 죽지 않는다’는 블랙 타이거의 정체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곡이자, 삼촌들의 실력에 따라 급이 달라지는 곡이기에 그 변화를 가장 실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두두두둥!-
-지지지징!-
그렇게 시작된 곽도훈 삼촌의 드럼 소리와 함께 터져 나오는 하모니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아보아야만 했다.
‘뭐야!’
순간 잘못 들은 건가? 싶었다.
그럴 만도 한 게, 그간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판 게 아닌가? 라고 생각이 절로 들 만큼 삼촌들의 실력이 진보했기 때문이다.
원래가 가장 특출났던 박시영 삼촌은 이제 거장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가 되었으며, 그 뒤를 이어 곽도훈 삼촌, 김일 삼촌, 장태식 삼촌, 문일범 삼촌 순으로 미약한 차이를 보이며 거장의 반열에 올라섰다.
그 말은 이제 블랙 타이거는 편법 따위가 아닌 진짜 레전드의 반열에 오르는 밴드가 되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걸 알게 되자 나는 오른손을 들어 보였다.
“왜 그래?”
“???”
동시에 음악이 그쳤고, 삼촌들은 의아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문일범 삼촌의 경우 긴장하는 기색을 보였기에, 나는 피식 웃으며 서둘러 말을 이었다.
“하하하. 왜긴요. 같이 하려고 그러죠. 도대체 그동안 무슨 일들이 있었던 거예요.”
“크하하하하!”
내 말에 삼촌들은 여러 의미가 담긴 웃음을 토해냈다.
뒤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삼촌들은 밤낮없이 연주하다 어느 순간 동시에 벽을 넘어선 터라, 자신들이 어느 정도 실력인지를 감을 잡지 못했다.
분명 실력이 늘어난 것은 분명한데, 이게 기교 쪽은 아니다 보니 쉬이 비교 대상이 없어 생긴 일이었다.
그러던 차 나에게 평가를 받게 되었으니 이래저래 기대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채 한 곡을 하기도 전에 기타를 찾아 같이 연주하자는 나의 제안에 그처럼 웃어댄 것이다.
“그건 세상 어떤 칭찬보다도 더 끝내 줬거든.”
나는 연습실 한쪽에 있는 기타 하나를 재빠르게 세팅을 마치고는 이내 바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지지지지징!-
전에 없는 화려한 기타 속주를 펼쳤다.
과거였다면, 아니, 올해 초만 했더라도 삼촌들 중 누구도 나의 기타에 반응할 수 없었을 테지만 지금은 달랐다.
-두두둥! 두두두둥!-
-지지징!-
곽도훈 삼촌이 천둥 같은 소리를 일으키는 걸 시점으로 삼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내 기타에 어울려지기 시작했다.
물론 이미 대가의 끝에 이른 내 기타는 삼촌들의 연주와는 격이 달랐지만, 그 속에서 조화를 이루며 어울려지는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나는 뜨겁게 연주를 즐기다 이후 너무도 오랜만에 마주하게 된 마이크에 다가가 목소리를 내었다.
“아아아~ 그래 내가 돌아왔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그 순간 나는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벅찬 느낌을 받게 되었다.
수도 없이 불렀던 ‘노장은 죽지 않는다’였지만, 지금 우리가 부르고 있는 ‘노장은 죽지 않는다’는 처음 불렀던 것과는 또 다른 버전의 노래였다.
이전 우리가 부른 ‘노장은 죽지 않는다’ 의 등급이 SS+를 넘지 못했다면 지금의 ‘노장은 죽지 않는다’는 능히 SSS급이라고 보아도 무방했다.
아마 여기서 조금만 더 다듬고 편곡을 한다면, Painkiller 수준까지도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네.’
단순히 곡의 완성도만 따져 본다면 나 혼자 연주해 녹음하고 만든 솔로 버전이 더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내 음악 세계관을 채울 수 없었다.
락 음악 역사상 역대급이라고 하는 Painkiller조차도 그것을 충족할 수 없을 정도였다.
‘오직 블랙 타이거만이 충족시킬 수 있다.’
문제는 그게 가능하려면 아쉽게도 삼촌들이 내가 원하는 수준까지 와주어야 했다.
그리고 내가 바라는 수준이란 건 마빈까지는 아니어도 그 비슷한 수준까지였는데, 이는 수재 정도의 재능도 겨우였던 삼촌들에게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반쯤 내려놓았던 바람이었건만, 지금 이처럼 생각지 못한 선물을 받게 되자 나는 내려놓았던 그 욕심을 다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도 곧 지워져 버렸다.
‘몰랐는데, 내가 너무 굶주려 있어나 본데.’
한번 기타를 잡게 되자, 마이크를 쥐게 되자 나는 미친 듯이 음악에 빠져들고 말았다.
가볍게 손이나 풀자라는 식으로 왔던 게, 무색할 정도였다.
음악에 미친 건 나만이 아니었다.
삼촌들도 마찬가지였고, 덕분에 우리는 우리들만을 위한 콘서트를 열었다.
서로가 서로의 음악에 관중이 되어 환호하며 즐겼다. 그 중심에 있던 나는 그 자리에서 바로 편곡을 했는데, 정말 용케도 말하지 않았음에도 삼촌들은 내가 원하는 형태로 연주를 이어나갔다.
그 작지만 전율 어렸던 콘서트가 끝이 난 건 무려 5시간이 지난 뒤였다.
“어휴~ 오랜만이라 그런가? 오늘 정말 미치는 줄 알았네.”
“크크크. 미치는 줄 알았네가 아니라 우리 미쳤었어. 와~ 역시 영찬이가 있어야 돼.”
“하하하. 맞아. 바보 같은 시영이 놈의 보컬과는 비교도 안 되는데!”
“이 개새끼들아! 하기 싫다는 걸 억지로 시켜 놓고서는…….”
“낄낄낄.”
“크크크.”
콘서트를 마친 우리는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그 자리에 누운 채 쓸데없는 소리를 해대며 그 여운을 느꼈다.
그렇게 여운을 느끼는 데 곽도훈 삼촌이 갑자기 목을 가다듬으며 소리쳤다.
“야!”
“왜?”
“너 말고 새꺄?”
“어……. 저요?”
“그래……. 그, 어떻게 할 거야?”
“뭐가요?”
갑작스러운 물음에 잠시 의아해하는 나에게, 장태식 삼촌이 피식 웃더니 곽도훈 삼촌을 대신해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저 새끼 말은 이제 다시 활동을 시작할 거냐고 라고 묻는 거다.”
“아!”
나는 그제야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아마 연습실에 들어오기 전이었다면 곽도훈 삼촌의 말을 대번에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음악에 대한 열정이 돌아온 상태였다.
다시 뜨거운 음악에 대한 갈망이라는 강물이 다시 흐르게 되었다고 할까?
그러니 내가 해야 할 답변은 뻔했다.
“뭘 그걸 굳이 말하고 그래요. 이미 시작했어요.”
“아니? 이 새끼가!”
“우문현답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열정이 없는데 이렇게 할 수 있다고 보냐? 미친 새끼!”
“크크크.”
“그러게 X신 같은 삼촌 때문에 고생이 많다.”
“너. 이 새끼. 내가 일어나면 허리 접어 버릴 거다.”
“낄낄낄.”
허리를 접어 버린다는 곽도훈 삼촌의 말에도 장태식 삼촌은 평소와 달리 그저 웃음을 흘릴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