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11
5장. 장태식
5장. 장태식
첫 번째 사부는 사부들 중에서도 특별했다.
나에게 음악의 재능이 있음을 알고 이끌어 준 분이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거친 언행과는 달리 유난히 정에 약한 분이셨기 때문이다.
가장 마지막까지 망가진 나를 일으키려했던 분이기도 했기에, 더더욱 그 분을 뵙고 싶었다.
“긴 시간이구나. 15년은.”
그러나 마음과 달리 그 분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선생으로 계셨던 교습 학원은 이미 10년 전에 망했던데다, 그때 쯤 사부 또한 이사를 간 지 오래여서다.
“흥신소까지는 찾아가는 건 오버겠지.”
그렇다보니 나는 본래 계획을 바꾸기로 했다.
행적이 모호한 기타 사부 대신 행적이 분명한 키보드 사부를 먼저 찾아 가기로 결정했다.
“홍대에서 커다란 클럽 바를 열 거라고 하셨지.”
실제로 처음 만났던 당시 클럽 바를 운영하고 계셨다.
대개의 가게가 그렇듯이 특히 이런 클럽 바는 몇 년 가지 못하고 망하기 일쑤였다.
유행을 많이 타는 데다, 기본적으로 술집이다 보니 변수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클럽 바를 지금도 운영하고 있으리라 생각하는 건 무리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분이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그도 그럴 게 이분의 천부적 재능은 사실 음악보다는 사업 수단에 더 특화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체계없이 어수선했던 YC 엔터 초창기 때 빠르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그분의 사업 수단 덕분이다.
실제로 마치 전문 기업인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드럼 사부는 그런 키보드 사부의 그 모습에 종종 어이없어하곤 했다.
“사업하는 재주의 반만이라도 음악에 재능이 있었다면 아마 한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가 되었을 텐데.”
“흥! 그랬다면 너 같은 삼류 드러머 따위는 감히 말도 걸지 못했겠지.”
“삼류······. 이 새끼가?”
“새끼? 나와! 오늘 이후로 드럼은 다 쳤다고 봐라!”
“그래 앞으로 장사만 하게 만들어 주지.”
“이 미친 멧돼지 새끼가!”
인텔리한 외모와 달리 성질이 대단했던 그분은 험한 외모로 야쿠자라 불리던 드럼 사부와 정말 많이도 싸워댔다.
‘처음에는 정말 많이 당황했었지.’
나는 추억이지만 이제 추억이 아닌 기억을 헛헛한 마음으로 되새겨보며, 실로 오랜만에 홍대에 발을 들였다.
“여기구나. 케세라세라”
-케세라세라-
스페인어로 ‘뭐가 되든지 될 것이다.’라는 뜻으로, 좀 더 직역하자면 될 대로 되라.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뜻을 지닌 이 말은 그의 키보드 사부가 종종 입에 담은 말이었다.
들어가기 힘든 S대 법대를 팽겨치고 늦은 나이에 음악하겠다고 뛰어든 사부의 인생을 생각하면 케세라세라는 그분의 인생관이라해도 다름이 아니다.
그러나 뮤지션.
그것도 어중간한 재능의 뮤지션의 삶이 만만할리 없었다.
결국 그 분은 자신의 사업적 재능을 살려 아주 작은 클럽 바를 시작했다.
함께 밴드를 하기전만 해도 두 개의 지점을 내며 제법 잘 나가고 있었다.
그런만큼 만약 나와 밴드를 하지 않고 그대로 이쪽으로 계속 나갔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간혹 했었는데, 그 결과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대단했다.
본 점이 있는 서울에만 2개의 지점이 있으며, 지방의 경우 인천과 부산을 비롯해 5개의 지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지점이 바로 지금 내가 도착한 락 카폐다.
대지 평수만 200평에 달한 이곳은 3층 구조로 되어 있으며, 이 중 1층과 2층은 반쯤 뚫려진 높은 층간 구조로 되어 있다.
콘서트를 위한 구조인데, 평소 1000명도 유입이 가능하다보니 주말에는 종종 유명한 락 밴드들이 이곳에서 공연을 하곤 했다.
평일에는 가능성 있는 인디 밴드들이 올라가며, 그들 중 인지도가 높아진 밴드의 경우 주말에도 올라갈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케세라세라 투어를 할 수 있는데, 간단한 계약을 통해 교통비 등등을 케세라세라에서 받는 게 가능했다.
흥보나 앨범 판매도 대신 해주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보니, 유명하지 않은 인디 밴드들 사이에서는 성지나 다름이 없었다.
“역시 성공하셨구나.”
지금 홍대 땅값을 생각한다면 본인 건물일 게 분명한 이 건물만 해도 어마어마한 재산 보유자이다.
“거기에 앞으로도 부동산 가격은 미친 듯이 오를테니…”
이외에도 본점과 지점이 하나 더 서울에 있는데다, 인천 등 지방에 세워진 케세라세라 지점들 위치도 노른자 위에 세어져 있다.
이만하면 상위 1%안에는 들어가고도 남았다.
“더 놀라운 건 이마저도 사부가 절제한 결과라는 거지.”
사업의 구조 자체가 재능있는 후배들을 키우는 구조였는데, 만약 그게 아닌 그저 이익을 위해 달렸다면 지금의 10배는 더 큰 부를 이루었을 것이다.
“막상 이런 모습을 보니 걱정이 되네.”
이처럼 사업적으로 성공한 지금, 과연 여전히 음악을 놓지 않고 있을지 걱정이 안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여전히 음악을 좋아하는 것은 확실해 보였기에 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의외로 밝은 대낮임에도 열려 있었는데, 이는 오후 5시 이전까지 카페로서 운영되고 있었다.
“윽! 스타00보다 배는 비싸네.”
가장 싼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에 무려 8000원이나 하자 나는 잠시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일단 죽치고 있으려면 뭐라도 시켜야 했기에 주문을 마친 나는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 뒤에야 나는 가게를 찬찬히 살펴볼 수 있었다.
“멋진데.”
200평이 넘는 넓은 가게 안은 이미 50% 이상 차 있었다.
대부분 연인이나 혹은 여자분들이었다.
넓으면서도 감각적인 인테리어나 예쁘고 아기자기한 케이크를 비롯한 음식들이 요즘 유행하는 sns에 올릴 사진을 찍기에 안성맞춤이라서가 아닐까 싶었다.
거기에 비싼 대형 스피커에서는 유행하는 가요나 팝이 아닌 재즈가 나와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더 하니 소문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곳에 남자 혼자 자리를 잡은 모습은 그리 좋은 모습은 아니었지만 나는 뻔뻔하게 폰을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일단 이곳을 운영하는 게 맞는지 알아야지.”
특유의 꼼꼼한 성격을 생각하면 부지런히 낮에도 직접 뛸 게 분명했다.
‘특이하게도 여기 직원들은 음악하는 애들이 대부분이네.’
악기를 다루는 이들 특유의 굳은살이 박힌 두툼한 손가락을 하고 있었다. 이를 보면 몇몇은 저 무대에 직접 오르는 이가 있을지도 모른다. 생각이 들었다.
“하기야 음악하는 애들 대부분이 알바로 버티는 거니.”
아마추어들은 물론 프로들 중에서도 상당수가 그러한 열악한 환경 속에 있었다.
정말 프로 중에서도 상위 10% 정도가 아니고서는 음악만으로 먹고 살기란 쉽지 않은 것이다.
“왔다!”
그렇게 한 두 시간이 더 지나, 가게 안이 거진 꽉 찰 때쯤. 사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제법 다부진 체격에 밝은 갈색으로 염색을 한 머리를 올백으로 하고 선글라스를 낀 장 사부가 등장한 것이다.
50을 넘긴 나이에도 10살은 젊어 보일 정도로 관리를 한 장 사부의 모습에 나는 순간 울컥했다.
“이곳에서도 멋쟁이시군요.”
사부는 한 차례 가게 곳곳을 살피며 단골인 손님과 다정하게 인사를 하더니, 이내 매니저로 보이는 여자 직원과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장 사부도 여자 직원도 어째서인지 표정이 제법 심각해져 갔는데, 뭔가 문제가 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잠시 매니저가 자리를 비우더니 다시 나타났을 때, 나와 멀지 않은 곳에 종이를 붙였다.
뭐라 많은 내용이 있지만 요약하면 이러했다.
-신시현 밴드를 대신할 이를 구합니다. 오늘내일 본점에서 공연 면접을 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아무래도 이곳에서 공연할 이들과 연장이 안 된 모양이다.
아니면 신시현 밴드라는 녀석들이 일방적으로 말을 바꾸었는지도 모른다.
“어찌 되었든 나에게는 좋은 일이지.”
안 그래도 장 사부와 어떻게 가까워져야 하지 고민하던 차였다.
그런데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이런 이벤트가 생기니 너무도 기쁜 일이었다.
“어디 보자. 와~. 조건이 너무 좋은데.”
급여도 상당한 수준이었다.
보통 이런 데서 연주하는 이들은 아예 돈을 받지 못하거나 혹은 파는 술값 일부를 받기 마련인데, 장 사부는 페이도 넉넉하게 주는 데다 더불어 그 날 술값 매출의 5%까지 약속했다.
“이렇게 퍼준다고? 신시현 밴드 놈들 왜 나간거지?”
물론 공연 밴드의 경우 최소 네 명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를 나누었을 때 가져가는 몫은 그리 많지 않았다.
100만 원을 받아도 한 사람 앞에 25만 원밖에 안 떨어지는 것이다.
이런 연주가 일주일에 3~4번이라 본다면 일주일에 70만 원 정도 버는 셈이다. 한 달이면 280만 원이고, 여기에 이래저래 유지 비용으로 나가는 돈을 생각하면 사실 200만 원도 겨우 버는 것이다.
이마저도 어느 정도 잘 되었을 때다.
“이래저래 좋은 일이네.”
돈도 좋지만, 그보다는 제대로 된 무대가 그리워지던 차였다.
풋내나는 그렇기에 더욱 뜨거운 열정을 가진 녀석들을 가르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불타오르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기타를 챙겨 올 것을.”
한 여름에 무겁다는 이유로 괜히 두고 온 게 정말 아쉬운 일이다.
알았다면 오늘 오디션을 볼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아쉽지만 내일 오디션으로 예약을 해야지.”
면접을 볼 자리 숫자는 정해져 있었고 벽보를 붙이기 이전에 sns에서도 올렸던지 그 자리는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다.
하기야 평일이라지만 그 케세라세라 그것도 가장 유명한 지점에서 연주할 기회를 잡는 거였으니 놀랄 일은 아니었다.
나는 거의 끝이나 다름없는 내일 오후 오디션으로 예약을 잡았다.
++++++++
“어떻게 마음에 드는 애들이 없냐?”
“하하하. 사장님 눈이 너무 높아서 그런 거죠. 솔직히 신시현 밴드 급이 흔한 건 아니잖아요?”
“어휴. 그 새끼들 진짜 아무리 메이저 무대로 간다고 하지만 이렇게 냉큼 일을 정리하냐.”
“어쩌겠어요. 지금은 엔터 쪽이 갑인걸요.”
“그래, 더러워서라도 유명해지고 봐야 하는 게 이 바닥이기는 하지.”
음악 한다고 모두 내팽개치고 뛰어든 지 벌써 30년인 장태식의 입장에서 사실 그런 신시현 밴드의 사정조차도 부러웠다.
이런 장태식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지 케세라세라 본 점의 매니저 이아현이 은근한 눈빛을 보이며 말했다.
“정 마음에 안 드시면 사장님과 친구분들이 올라가시면 되지 않아요? 잘하시잖아요.”
“…..어휴. 그 원수들과 하긴 뭘 해. 이제 다 늙어서 힘도 없는 것들인데.”
“그래도 예전에는 종종 모여서 올라가서 공연하시지 않으셨어요?”
“그것도 한때지. 도토리 키 재기하는 것도 아니고 지금까지도 고만고만한 것들 모여서 설치면 노망들었다는 소리나 들어.”
그리 말했지만, 장태식의 얼굴은 말과는 달리 은근한 열기를 보이었다.
굳이 가진 사업 재주에 비해 클럽 바에 한해서 장사를 하는 것만 보아도 그가 얼마나 음악을 사랑하는지 알 수 있을 일이었다.
15년을 함께 하며 총 매니저 직에 있는 이아현은 그런 사장의 바람을 알고 있었다. 하여 말을 꺼낸 것이었지만, 사장은 그처럼 얼굴이 두껍지 못한 모양이었다.
어딘가 처지려는 분위기라 이아현은 서둘러 말을 이었다.
“그래도 어제 본 ‘핑크 드래곤’ 애들은 괜찮지 않았어요? 곡 선정이 좀 문제기는 하지만 저만하면 키워나가기에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어휴. 그 답도 없는 오타쿠 새끼들 정말 감당할 수 있겠어? 노래 좀 바꾸라고 했더니 애니 장르만 바꾸는 녀석들인데. 그것들은 아예 완전 그쪽으로 가야 하는 애들이야. 나는 감당 못 해.”
“하하하. 그럼 오늘 면접이 잘 되기를 기원해야겠네요.”
“글쎄다. 이미 첫날에 나름 이름 날리는 애들은 다 왔던 것 같은데.”
언제나 느끼지만, 인재 구하는 게 가장 힘든 것 같다고 생각하던 장태식은 그간 끊었던 담배가 절로 생각이 났다.
그런 장태식의 우려대로였다.
오전에만 다섯 팀을 만났으나 이들 모두가 성에 차지 않은 수준이었다.
오후에 면접 보러 온 이들은 더 가관이었다. 프로라기보다는 아마추어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돌아버리겠네. 진짜 핑크 드래곤 애들을 불러서 설득해야 하나.”
그렇게 걱정을 하고 있는 가운데, 매니저 이아현이 마지막 팀에게 연락했다.
“블랙 타이거죠? 지금 오시면 됩니다. 어딘지는 아시죠?”
“아, 네. 알고 있습니다.”
본 점이라고 하지만 케세라세라의 본 점의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았다.
대부분 대지면적이 100평을 넘어가는 지점들에 비해 겨우 50평 남짓한 수준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이곳을 본점이라고 한 것을 실제로 케세라세라의 본격적인 시작이 이곳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장태식의 오래된 지인이나 단골들이나 찾는 곳으로 사실 형상유지만 할 정도로 운영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아마추어 수준의 밴드들이 올라왔음에도 손님들은 야유보다는 그것조차도 즐겨 하는 눈치였다.
음악보다는 이제 자신이 가지지 못한 그들의 젊음과 열정을 그들의 꿈에 취한 것이다.
그런 손님들과 달리 핑크 드래곤이라는 극단적인 생각을 하고 있던 장태식은 거진 뻗어 있었다.
심력의 소모가 컸던지 오늘따라 그는 자신의 나이대로 보이기도 했다.
-딸랑딸랑!-
그때 요란한 방울 소리와 함께 기타를 맨 사내가 본점에 발을 들였다.
30대로 보이는 장년의 사내로 준수한 외모가 눈에 띄는 이었다. 살짝 긴 머리를 친다면 그 인물이 더 살겠지만, 락 하는 이들치고 머리 안 길러 본 이들이 드물었기에 본 점의 누구 하나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없었다.
그는 들어서기 무섭게 장태식이 있는 곳으로 다가가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오디션을 보기로 한 블랙 타이거입니다.”
“아, 네. 안녕하세요. 동료분들은 아직 안 오셨나 보군요.”
본점이 홍대 구석에 위치하다 보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 장태식의 말에 사내는 고개를 크게 저었다.
“아니요. 저 혼자인데요.”
“네?”
“안 되나요? 달리 그런 이야기는 없었던 것 같은데.”
“아니. 보통은 밴드를 말하는······. 아, 모르겠다. 알겠습니다. 그럼 지금 바로 올라갈 수 있겠어요.”
“하하하. 네. 금방 준비 끝내겠습니다.”
마지막까지 똥을 밟는구나. 라고 생각하는 장태식의 속마음을 모르는 듯 사내는 넉살 좋은 얼굴로 무대 위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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