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110
하루 아침에 음악괴수! 101화
“괜히 유명해진 게 아니네.”
영찬은 위약 효과인지는 모르겠지만, 매니저에게 그런 말을 듣고 마시고 나니 확실히 상태가 괜찮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무거웠던 몸에도 기력이 도는 듯했고, 정신도 말짱해진 것 같았다.
간단히 샤워를 한 영찬은 후드 티에 커다란 선글라스 하나를 걸치고 방을 나섰다.
전날 엄청난 무대를 선보인 건 물론, 빌보드 핫 100의 9주차 1위를 코앞에 두고 있는 블랙 타이거의 보컬인 그였지만 의외로 그를 알아보는 이들은 없었다.
본래 동양인의 비율이 적은 동네다 보니 구분을 잘 못 하기도 하거니와, 지금의 영찬은 평소와는 확실히 달라서다.
얼굴의 반을 가리다시피 한 커다란 선글라스 때문만이 아니었다.
머리를 눈이 있는 데까지 내린 데다, 펑펑한 커다란 후드 티는 그의 탄탄한 몸도 가린 게 컸다.
아마 서양인 입장에서 본다면 키 큰 10대 동양인 사내아이로 볼 게 분명했다.
자연히 미국 현지에서 달리 Sincerity mode(진심 모드)라 부르는 특유의 그의 다른 모습도 감추어진 건 물론이다.
-따라라랑!-
-짜라랑!-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자 곳곳에서 머신 돌아가는 소리가 그의 귓가를 울렸다.
그가 머무는 호텔의 아래층은 카지노다 보니 생긴 일이었다.
그러나 영찬은 달리 카지노에서 놀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니, 이미 바카라를 통해 그의 원수 중 하나가 어떻게 나락을 갔는지 보았던 그로서는 감히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는 게 맞는 말일 것이다.
-쪼로록!-
그러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만드는 카지노 내부의 모습을 잠시 구경하던 그는 이내 커피 하나를 챙기고는 밖을 나섰다.
낮보다 밤이 더 화려한 라스베이거스라지만 구경할 거리가 없는 건 아니었다.
유명한 벨라지오 분수쇼나 The Mob Museum이라는 국립 조직 범죄 및 법 집행 박물관도 있었으며, 하이 롤러 따위도 있었다.
이외에도 네온 박물관 등이 있었지만, 이런 곳은 개인으로서는 갈 수 없는 곳이었다.
영찬은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다운타운으로 향했다.
그의 기억 속의 또 다른 자신과 합한다면 그가 라스베이거스에 온 건 스무 번이 넘었지만, 의외로 그는 유명한 길거리인 다운타운에 가본 적이 없었다.
대부분 카지노와 호텔, 리조트 등이 몰려 있는 스트립 거리에서 시간을 보냈을 뿐이다.
“흐음. 오길 잘했네.”
그렇게 찾은 다운타운에 영찬은 대단히 만족했다.
마치 오래된 영화에서 자주 나오던 거리가 눈 앞에 펼쳐진 건 그 자체로도 볼거리였다.
실제로 관광객들과 달리 이곳 현지인들이 찾는 곳이 바로 다운타운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어딘가 너무 정돈되어 있어 거부감이 들던 스트립 거리와 달리 사람 냄새가 곳곳에 풍겨났다.
“여기도 캐릭터 코스튬 하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네.”
대략 5달러 정도의 팁을 주어야 한다고 들었는데, 영찬은 이곳에서 적잖은 시간을 보냈다.
음악을 하기 전 그의 취미는 할리우드의 히어로 영화들을 보는 것이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이러한 히어로 영화들의 퀄리티는 급격하게 상승했고, 이 중 다크한 몇몇 영화들은 제대로 그의 취향 저격을 해버렸다.
특히 어둠의 기사 시리즈의 경우는 그가 가장 사랑하는 히어로 영화 시리즈이기도 했다.
운 좋게도 이 어둠의 기사의 코스튬을 한 분은 정말 그 퀄리티가 높기로도 화제가 된 이었다.
어둠의 기사가 입는 특유의 갑옷의 경우는 정말 디테일했다.
재질 또한 싸구려 면과 가죽 따위가 아닌 알루미늄과 같은 금속을 덧붙여 영화 속 그대로의 모습을 재현했는데, 코스튬을 한 이의 하관이 영화 주인공과 닮아 영찬은 무려 십 여장을 찍으며 100달러의 팁을 건네주었다.
호구가 나타났다는 소문이 돌아서일까?
여기저기서 활동을 하던 히어로 코스튬을 한 이들이 다가왔고, 영찬은 그들 모두와 사진을 찍어댔다.
10달러에서 50달러 사이의 팁들을 내주었는데, 이러한 팁들은 그의 선호 캐릭터보다는 퀄리티에 따라 책정된 가격이었다.
“슬슬 배가 고프네.”
그렇게 한 차례 호구 짓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영찬은 그제야 허기가 지다는 깨달았다.
하기야 하루 종일 치킨누들스프 하나 먹고 빨빨거려 다녔으니, 허기가 질 만도 했다.
“오~”
코스튬을 한 이들에게 추천받은 괜찮은 레스토랑이 마침 주변에 있어 그곳에 들어선 영찬은 제법 놀란 기색을 보여야 했다.
낡고 허름한 겉모습과 달리 고풍스러운 내부 인테리어도 놀랍거니와 무엇보다 뮤지션들이 연주할 무대가 있는 라이브 레스토랑이라서다.
“이상한 일은 아니지.”
영찬의 말대로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다운타운 거리에는 코스튬 플레이어 이외에도 여러 예술인들이 가지각색의 모습을 보이며 돈을 벌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 중에는 행위 예술을 하는 이들도 있었고, 훌라후프 하나로 재주를 부리는 어린 소녀도 있었다.
당연히 길거리 공연을 하는 뮤지션이 없을 리 없었다.
그러니 이런 라이브 레스토랑이 없는 게 더 이상할 일이었다.
-다다다단-
-우우우웅!-
바이올린과 피아노 연주 소리가 곧 레스토랑을 채워 나갔다.
“흐음…….”
영찬은 레스토랑을 채워 나가는 연주 소리에 고개를 주억거려댔다. 확실히 길거리 연주자들과 달리 이런 곳에서 연주하는 이들의 수준이 다르다는 것을 느껴서다.
음악이라면 가리는 게 없는 영찬은 클래식도 즐겼지만, 마냥 고급스럽지만은 아닌 레스토랑답게 클래식만을 고집하지는 않았다.
이어 올라온 여성 보컬이 재즈를 불러대기도 했었고, 오래된 팝송을 부르기도 했었다.
“여기 괜찮은데? 음식도 좋고…….”
영찬의 기준으로 본다면야 한참 미치지 못하지만, 이런 데까지 그 기준을 까다롭게 잡을 생각이 없는 영찬으로서는 기분이 좋을 따름이었다.
-짝짝짝!-
한국에서라면 솔로 데뷔를 했어도 승산이 있었을 보컬의 팝송이었기에 어느새 레스토랑을 가득 채운 손님들은 저마다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영찬 또한 식사를 마치고 차로 입가심을 하면서, 박수에 동참했다. 물론 다른 이와 달리 형식적인 수준의 박수였다.
“흥. 별로 잘하는 것도 아닌데.”
그렇기에 옆 테이블을 치우던 레스토랑 여자 직원의 목소리가 들릴 수밖에 없었다.
아마 다른 때였다면 영찬은 그런 직원의 모습에 잠시 눈살을 찌푸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어라?”
바로 그 직원의 모습에서 기시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아마 이러한 일이 처음이었다면, 영찬은 그럴 수 있지 하고 넘어갔을 수도 있겠지만 영찬은 과거 이러한 기시감을 느낀 적이 있었다.
바로 현재 솔로 여가수의 최정상 자리를 차지한 이나은과의 첫 만남이다.
우연히 들른 카페에서 쭈뼛쭈뼛 눈치를 보다 사인을 받으러 왔던 이나은에게서 당시 그는 묘한 기시감을 느껴야 했다.
분명 처음 보는 얼굴인데, 지금의 상황도 이 직원도 낯설지 않은 느낌.
그리고 이러한 기시감을 통해 눈여겨본 결과 영찬은 직원이 이나은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경험이 있다 보니 영찬은 이번에도 이 기시감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영찬은 쏟아지는 박수 소리 속에서 궁시렁거려대며 치워대는 직원을 오랫동안 바라보아야 했다.
그런 영찬의 시선을 느낀 것일까?
직원은 그에게로 고개를 돌려 보이더니, 선글라스 너머로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영찬에게 다가왔다.
“What are you looking at?(뭘 그리 빤히 쳐다봐?)”
“umm…….”
자신이 직원이라는 사실을 잊은 듯한 그녀의 태도에 영찬은 당황하기도 했지만, 이내 그녀의 사정을 이해했다.
최근 한국에서 크게 번지고 있는 페미니스트의 주장과 달리 해외는 온갖 성회롱이 난무했다.
그중 미국의 경우는 캣콜링(길거리에 지나가는 여성을 향해 남성들이 휘파람을 불거나 추근거리는 일)이 거진 일상과도 같았다.
당연히 향락의 도시이기도 한 라스베이거스에서 그러한 모습이 많으면 많았지 적을 리 없었다.
그런 점에서 직원이 예민하게 굴 만도 했다.
그녀는 일반인 기준을 넘어 연예계 기준에서 보아도 예쁜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보기 드물게 소녀처럼 앳된 얼굴과 달리 육감적인 몸매의 소유자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럴 만했다.
“Sorry about that.”
그렇기에 영찬은 선글라스를 벗고 그녀에게 정중히 사과했다.
그런 그의 모습이 뭔가 의외였던 것일까?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던 그녀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어~ 어려 보이네.”
“…….”
뭔가 자신이 실수했다고 생각한 것일까? 그녀는 조금은 난감해하더니 영찬이 맛없는 차 따위나 마시고 있는 걸 보고는 눈을 찌푸리더니 말했다.
“왜 그렇게 맛없는 걸 먹고 있어. 잠깐 기다려 봐. 내가 우리 레스토랑에서 자랑하는 특제 아이스크림을 가져올 테니 말이야.”
“어. 아니…… 괜찮은데. 듣지를 않는구나.”
어느새 멀어진 그녀에 영찬은 난감하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단순히 단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 성향인 자신에게 아이스크림으로 친절을 베풀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머리를 내렸기 때문일까? 아니면 후드 티 따위로 코디를 했던 탓일까? 여하튼 자신을 소년으로 짐작했음을 알게 된 영찬은 난감할 뿐이다.
‘아무리 동양인들 나이를 짐작하지 못한다고 해도 그렇지…….’
30대 중반을 바라보다 보니 그 또한 어리게 보는 시선에 대해 기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는 것이다.
20대로 알아본다면 기분이라도 좋지. 10대는 너무 선 넘는 수준이었다.
“그나저나 선글라스를 안 써도 알아보지 못하네?”
하기야 대중 앞에서의 그와 지금의 그는 분위기적인 면에서 너무도 많은 차이가 나긴 났었다.
무엇보다 지난밤.
그 화려한 무대로 라스베이거스 전체를 뜨겁게 만들었던 주 장본인이 이런 허름한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고 있다는 건 좀 매치가 되긴 어렵기는 했다.
어쨌든 직원의 오해에 난감한 상황에 놓인 영찬은 먼저 자리에서 일어설까? 하며 고민했지만, 그사이 직원이 그에게 돌아왔었다.
-탁-
“하하하! 먹어 보면 깜짝 놀랄 거다. 톰 아저씨가 직접 만든 수제 아이스크림이거든.”
그러며 내준 아이스크림은 초코 따위로 기교를 부리지 않은 아이스크림이었다.
“으음.”
어서 먹어 보라는 듯 기대 어린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터라 영찬은 등 떠밀리다시피 한 숟가락을 먹었고, 이내 감탄 어린 신음을 흘려야 했다.
미국 특유의 디저트가 그러하듯 엄청나게 달기는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 산뜻한 느낌을 주는 아이스크림이라서다.
아마 초콜릿 따위로 기교를 부렸다면 오히려 맛이 죽었을 것이라 영찬은 생각했다.
“거봐! 끝내주지. 아하하.”
마치 자신이 이 아이스크림을 만들기라도 한 것처럼 콧대를 높이는 그녀의 모습이 참 귀엽기도 했다.
그리고 그럴수록 영찬이 느끼는 기시감은 더욱 커져갔다.
‘아, 안 되겠는데?’
왠지 그냥 이 자리를 벗어나 버리면 후회할 것 같은 직감에 영찬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물었다.
“저기……. 이쪽 토박이세요?”
“아니. 원래는 미시시피 쪽에서 살았어. 이쪽으로 온 게 이제 2년째네. 그나저나 너 미국인이야? 영어를 되게 잘하는데?”
“그렇게 봐주다니 고맙네요. 저는 한국에서 왔어요.”
“그래? 남한, 북한?”
“하하하. 남한이에요.”
“휴~ 다행이네.”
북한에 대한 과장된 형태의 적국의 이미지가 있어서인지, 의외로 농담 삼아 물어보면서도 내심 남한이라는 답변에 안도하는 이들이 은근히 많았다.
“나는 영찬입니다. 박영찬.”
“나는 제이미야. 그나저나 너 좀 귀엽다.”
“네에?”
“하하하. 으음. 부모님이랑 같이 온 거야?”
“어…… 아뇨. 굳이 말하자면 삼촌들이랑 오긴 했죠.”
“그래? 언제 온 거야? 어제?”
“아뇨. 이틀 전에 왔어요.”
“그래? 언제까지 머물 거야?”
“음. 나흘 정도는 더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래? 잘 되었네! 내일은 어렵고, 모레 쉬니깐 그날 만나자. 먼 곳에서 왔는데, 제대로 관광을 시켜줘야지.”
“그게…… 네, 그렇게 하죠.”
“시원시원해서 좋네.”
오해한 것이 미안한 것인지 아니면 영찬이 마음에 들어서인지 모르겠지만, 호감을 보이는 제이미의 제안을 영찬은 거절할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름을 들었음에도 여전히 기시감의 정체를 떠올리지 못하다 보니, 내심 아쉬웠던 바가 컸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