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113
하루 아침에 음악괴수! 104화
물론 그가 아는 캐런 카펜터에 비하면 제이미는 아직 많은 게 부족했다.
과거 지원이 흉내 내기 따위로 자신의 재능을 소모하던 때와 비교하지도 못할 지경.
그런 수준이다 보니 캐런 카펜터와 같은 재능을 타고났음에도 그녀는 제대로 된 흉내조차도 내지 못했다.
그렇다 보니 당연히 주목받아야 할 그녀의 노래는 내내 영찬의 피아노에 묻힐 수밖에 없었다.
이러니 이곳에서 그녀의 재능을 알아보고 감탄하는 건 영찬 하나뿐이었다.
‘차라리 다행이다.’
그녀의 재능에 감탄하던 영찬은 한편으로 그녀의 처참한 음악 수준에 대해 오히려 안도를 했다.
지원 때에도 경험했듯이 어설프게 배우며 생긴 나쁜 습관들을 고치는 게 더 힘든 일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영찬이 본 제이미는 아직 하얀 도화지라고 보아도 무방했다.
“Just like me, they long to be close to you.(나처럼 그들도 당신 곁에 머물고 싶은가 봐요.)”
어느새 곡의 마지막 구절을 부르는 그녀는 이제 완전히 몸이 풀린 듯 보였다.
그의 피아노 연주에 조금씩이지만 리듬을 타는 것을 보면 말이다.
-다다단!-
-와아아아!-
그렇게 마지막 피아노 연주를 끝으로 관객들이 환호했고, 제이미는 그 환호 앞에 눈을 감고 잠시 녹아들었다.
영찬이 짐작한 것처럼 그녀가 음악을 하겠다고 결심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시간적으로 본다면 1년 전의 일에 불과했으며, 실제로 음악을 하기 위해 움직인 건 고작 반년도 채 되지 않았다.
그마저도 누군가에게 배웠다기보다는 너튜브 따위를 통해 알아본 게 고작이었고, 이마저도 바쁜 일상에 많은 시간을 내지 못했다.
외지에서 홀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처럼 무대 다운 무대에서 노래를 하게 된 건 사실 처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녀는 마냥 이 순간을 즐길 수 없었다.
“We’ve Only Just Begun 알아?”
바로 영찬이 다음 곡으로 We’ve Only Just Begun를 지목했기 때문이라서다. 이 역시도 카펜터즈의 곡으로, Close to you와 같은 앨범에 수록된 곡이었다.
“어…… 네. 알아요.”
당연히도 그녀는 이 곡을 알고 있었다.
We’ve Only Just Begun는 6주간 1위를 달리던 Close to you를 끌어내리고 7주간 정상을 차지했던 곡으로 롤링 스톤 선정 ‘역사상 가장 위대한 500곡’에 포함된 곡이기도 했다.
부모님의 영향으로 카펜터즈의 곡을 즐겨 들었던 그녀는 자신 있어 하는 모습이었다.
영찬은 그런 그녀를 보며 잔잔한 미소를 지어 보였고, 이에 제이미의 눈이 순간 떨렸다.
너무도 엄청난 피아노를 들려주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앞서 격렬한 피아노 연주로 인해 단정했던 그의 앞머리가 흐트러졌기 때문일까?
무대에 오르기 전만 해도 그저 예쁘게 생긴 소년이었던 영찬이 그녀는 낯설게만 느껴졌다.
-두근두근-
그 감정이 무엇인지 채 확인하기도 전에 영찬이 말을 꺼냈다.
“내가 화음을 넣을 거야. 다른 건 신경 쓰지 말고 그저 내 화음에만 집중해. 알았지.”
“어! 으응.”
순간 다가온 영찬의 얼굴에 숨이 멎을 것 같았던 그녀는 뒤늦게 그의 말을 알아듣고 고개를 크게 끄덕여댔다.
어느새 그녀의 새하얀 얼굴에는 붉은 기가 이는 가운데, 영찬은 그사이 훑어본 We’ve Only Just Begun 악보를 임의로 편곡해 냈다.
그러고는 이곳 무대 매니저에게 마이크 하나를 빌려 설치하더니 이내 We’ve Only Just Begun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따라따라다다단!-
“으으으음 으음~”
-!!!-
그리고 시작된 We’ve Only Just Begun는 관객들을 충격에 빠트리기에 충분했다.
원래 We’ve Only Just Begun가 화음과 그 수준의 듀엣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이처럼 처음부터 화음을 넣진 않아서다.
그러나 그럼에도 오히려 본래 이런 곡이었나 싶을 정도로 영찬의 화음은 너무도 이 곡에 잘 어울려졌다.
관객들은 영찬이 We’ve Only Just Begun 곡을 편곡해 놓은 게 있었다고 믿었으나, 사실은 몇 분도 채 되지 않은 사이 즉석에서 편곡한 곡이니, 아마 이 사실을 안다면 관객들의 놀란 동공은 지금보다 배는 더 커졌을지도 모른다.
놀란 건 제이미도 마찬가지였지만, 앞서 화음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이내 마음을 잡았다.
그리고 알면 알수록 그녀에게 놀라움과 경이로움을 선사하는 그의 말대로 화음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We’ve only just begun to live, White lace and promises…….”
-!!!-
앞서처럼 피아노 소리에 집중하던 관객들이 그녀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한순간 사로잡혀 버리는 마법 같은 일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정말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이가 동일 인물이 맞는가 싶을 만큼 그녀의 노래는 달라져 있었다.
그리고 이런 그녀의 노래 수준은 실시간으로 달라져 가는 중이었다.
물론 좋은 방향이었다.
실제로 일부 사람들은 피아노 소리마저 제대로 귀에 들어오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을 정도다.
그러한 주변 상황처럼 자신에게 벌어진 일에 놀랄 법도 하건만, 제이미는 어느 때보다 평온한 표정으로 눈을 감은 채 노래를 이어가고 있었다.
자신마저 잊어버린 채 영찬의 허밍 속에 빠져든 결과였다.
‘……미친 수준인데?’
지금껏 천재라고 부르는 수많은 레전드들 마저 그들의 재능이 대단하다고 할 뿐, 진심으로 감탄한 적이 없었던 영찬은 오늘 처음으로 감탄할 재능의 보컬을 찾게 되었다.
그리고…….
“And when the evening comes, we smile So much of life ahead We’ll find a place where there’s room to grow And yes, we’ve just begun~”
We’ve Only Just Begun 마지막 가사를 부른 뒤, 자신을 향해 활짝 웃으며 고개를 돌린 제이미를 본 순간 그는 알게 되었다.
자신이 느끼고 있는 이 기시감의 정체를 말이다.
2018년.
죽음을 코앞에 두고 마약에 빠져 있던 영찬은 낄낄거려대는 마약에 빠져든 누군가가 튼 티브이에서 처음 그녀를 보게 되었다.
미라클 아메리칸이라는 흔하디흔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다.
전국도 아닌 펜실베이니아 주 내에서 이루어진 오디션 프로그램.
당연히 그 수준도 그리 대단치는 못했다.
그저 유명해지고 싶어서, SNS 팔로워 숫자를 늘리고 싶어서 나온 관종들이 대부분이라, 그 병맛을 보려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병맛들 사이에서 등장한 게 바로 제이미였다.
3년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성숙하면서도 또한 어딘가 피폐해져 보이기도 했던 그녀는 제법 많은 이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당시 그녀가 불렀던 건 We’ve Only Just Begun이었고, 그녀는 그 자리에서 놀라울 정도의 원곡에 가까운 싱크로율을 선보였었다.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이 그녀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극적으로 인기가 많아진 건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캐런 카펜터의 짝퉁 수준으로 여길 뿐이었고, 이마저도 올드 팝이다 보니 그 영향력은 그리 크지 못했다.
이는 곧 제이미가 가수로서 그 재능을 인정받았다기보다는 흉내 내는 재주로 인정받았음을 뜻하는 것이기도 했다.
“……캐런 카펜터!”
그러나 마약에 찌든 상태였음에도, 아니, 오히려 그렇기에 영감이 미쳐 날뛰어 있던 영찬은 그녀의 잠재력을 대번에 알아보았다.
그녀가 캐런 카펜터의 환생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재능을 가진 자라는 걸 알게 된 것이다.
아마 석 달만 더 일찍 그녀를 알았다면, 아니, 한 달만 더 일찍 그녀를 알게 되었다면, 그는 그녀가 흉내쟁이 따위로 전락하는 걸 두고 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별다른 힘을 쓰지 못했다.
마약에서 깨어나면 그 중독성의 여파로 그녀에 대해 잊어버리고 말 테니 말이다.
그나마 다행이라 할지 그녀가 미라클 아메리칸의 본선에 올라가 부른 무대마저 볼 수 있게 된 그는 그 탐욕적인 향락 속에서도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의 재능이 제대로 꽃피워진다면 얼마나 대단한 노래를 할 수 있게 될지 알고 있어서다.
하지만 그런 그의 마음과는 달리 그녀는 1차 본선에서 탈락하고야 말았고, 영찬은 그로부터 얼마 가지 않아 마약 중독으로 죽고 말았다.
“……기시감을 느낀 게 더 이상할 일이었구나.”
마침내 기시감의 정체를 알게 된 영찬은 환희 어린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를 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각인된 기억이라고 해도 마약 속에 빠져들었을 때의 기억은 두리뭉실했다.
마치 하늘과 바다가 뒤섞인 괴상한 세상 속에 놓여졌다고 할까?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기억이라는 건 제삼자가 아닌 어디까지나 영찬을 통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같은 걸 보아도 상대적으로 다르게 느껴지게 되는 것처럼, 마약을 한 그의 기억은 그처럼 기괴한 모습들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그런 기억들이 그의 영감을 자극해 지금과 같은 괴물 수준으로 만들어준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애써 떠올리고 싶은 건 아니었다.
그런데, 그런 기억 속 그것도 완전히 맛이 갔을 때 본 티브이 속의 제이미를 떠올린 건 그만큼 그가 인상 깊게 본 것이라서다.
그런 그의 감정을 지금의 영찬은 어느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었다.
당장 작은 물꼬 하나만 틀어 보았음에도 저 미친 듯이 흡수하는 그녀의 재능은 누구보다도 빛나고 아름다웠다.
아마 캐런 카펜터가 그랬던 것처럼 그녀에게도 리처드 카펜터와 같은 지인이 있었다면 그녀는 이미 미국을 휩쓸고 있었을 게 분명했다.
“하하하…….”
결국 그는 웃어버리고 말았다.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운명처럼 발견하게 된 이 보석을 발견한 것이 너무도 기뻤기 때문이다.
-화아악!-
그리고 그런 그의 웃음을 마주하게 된 제이미는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었다.
더욱 흐트러진 그의 머리로 인해 드러난 그의 마성과도 같은 매력들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게 돼버린 것이다.
“아!”
놀란 건 그녀만이 아니었다.
관객들 또한 그의 모습에 놀란 건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여기저기서 수군거리기 시작했고, 영찬은 그제서야 자신을 지켜주던 앞머리가 크게 흐트러졌음을 알게 되었다.
“여기까지인가?”
그의 기억 속 또 다른 자신이 알려 준 선물을 알게 되기 무섭게 이 유희가 끝이 난 걸 알게 된 영찬은 아쉬움 속에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품에서 혹시나 하고 가져왔던 명함 하나를 그녀의 앞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연락해. 알았지?”
“네? 네! 네……!”
고장 난 장난감같이 네를 반복하는 그녀에 영찬은 소리 없이 웃어 보이는 걸 끝으로 서둘러 레스토랑에서 나섰다.
마치 이야기 속의 요정처럼 갑자기 나타나 사람들을 홀리다 이내 모습을 감춘 영찬에 많은 이들이 수군거리며 흥분했다.
그도 그럴 게, 일부 눈썰미가 있는 이들 몇몇이 그를 두고 YC가 분명하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미국 전역을 넘어 세계 음악 시장에 큰 파장을 낳은 그가 이런 허름한 라이브 하우스의 무대에 올랐다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당장 라스베이거스에서 그를 무대에 올리기 위해 푼 돈만 해도 어마어마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아니라고 할 수 없는 게 그의 마법 같은 피아노 솜씨와 그가 마지막에 보여준 그 엄청난 마성적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이는 YC 말고는 대체 되는 이가 없었다.
“제이미! 진짜야? 저 사람, 아니, 저분 YC가 맞아?”
“…….”
당연히 그와 같은 무대를 한 제이미에게 너 나 할 것 없이 질문이 퍼부어졌다.
물론 전혀 그런 걸 생각지 못했던 제이미 입장에서는 답변을 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지금도 그녀는 긴가민가한 중이었으니 말이다.
그랬던 그녀가 현실을 자각한 것은 그가 주머니에 챙겨 준 명함을 뒤늦게 꺼내 보았을 때였다.
제이미가 처음 명함을 꺼냈을 때, 그녀는 잠깐 당황했다.
일반적으로 흔히 본 명함과는 달라서다.
생각 이상으로 묵직했는데, 그녀는 그 이유가 검은색 바탕 위에 튀어나온 금빛 글자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적어도 한 돈은 되어 보이는 금이 발라진 것이다.
그러니 그 자체만으로도 큰돈이 되겠지만, 그녀는 그런 사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YC ENTERTAINMENT.
CEO YCP.-
바로 현재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YC 본인을 뜻하는 내용이 적힌 명함 때문이라서다.
그녀는 모르겠지만, 이 명함은 특별한 경우에만 내주는 명함으로 그를 가지고 있는 이들은 한 손에 꼽을 정도였다.
“Oh! Jesus!”
결국, 그녀는 너무도 오랜만에 신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