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114
하루 아침에 음악괴수! 105화
33장. 미국 투어
제이미가 연락을 한 건 이틀이 지난 이른 아침이었다.
사실상 라스베이거스를 떠나기 직전에 연락을 한 셈이었고, 오늘도 연락을 하지 않았다면 찾아가려고 했었다.
“왜 이제야 연락을 한 거야?”
연락이 왔다는 기쁨도 잠시 그간의 답답한 마음을 내비친 나에 그녀는 주눅이 든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게 말이지…….”
그리고 꺼낸 그녀의 사정에 나는 이해가 되면서도 또한 어이가 없기도 했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자신의 정체를 알았던 당시 바로 연락을 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연락을 하려고 휴대폰을 꺼내는 순간 자신이 나에게 했던 행동들이 떠올리고 말았다고 한다.
YC라는 대스타에게 한 자신의 행동들이 흑역사가 되며 자신을 괴롭히기 시작했다고.
상상력이 풍부한 건지 어이없는 망상. 그러니깐 자신에게 명함을 준 이유가 그간의 무례를 질책하기 위함이라고도 생각했다고.
“……에휴.”
거기까지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한숨을 흘려 버렸다.
고의적으로 한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내 정체를 밝히지 않은 내 잘못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럴 리가 없잖아요. 일단 주소 불러요. 사람 보낼게요.”
“네? 아니, 괜찮은데요.”
“제가 안 괜찮아서 그래요.”
“네.”
제이미는 얼떨떨한 목소리로 결국 주소를 불러 주었고, 나는 곧 사람을 보내겠다는 말을 끝으로 휴대폰을 닫았다.
전화를 끊고 놀고 있는 매니저 중 하나를 올라오라고 했다.
그렇게 올라온 매니저는 현지 쪽 매니저인 톰으로 지난번 배 음료를 가져다준 매니저였다.
“지금 차 끌고 가서 사람 하나 데려와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군 출신이라고 하더니 갑자기 불려 와 사람 데려오라는 말에도 그는 여타 할 것 없이 그저 알겠다고 말했다.
나는 그게 마음에 들어 고개를 주억이며 데려올 이에 대해 알려주었다.
“이름은 제이미. 이건 인스타.”
“네……. 어? 어! 설마? 대표님?”
그러나 그런 그도 제이미가 올린 인스타 사진을 본 순간 당혹스러운 기미를 감추지 못했다.
나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이 갔기에 고개를 크게 저으며 말했다.
“스캔들 그런 거 아닙니다. 재능이 있는 것 같아 그런 거니 오해하지 마세요.”
“아…… 네. 알겠습니다.”
그러나 톰은 내 말은 믿지 않는 눈치였다.
실제로 자신도 알 거 다 안다는 듯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는데. 어이가 없기는 했지만 더는 무어라 말을 하지 않았다.
하기야 한국과는 달리 미국은 이런 스캔들에 관대한 나라였다.
오히려 이슈를 만들려고 일부러 스캔들을 내는 나라다 보니, 아무런 스캔들이 없는 블랙 타이거는 이상한 면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게이설이 돌기도 했었지…….’
최근 파파라치들 사이에서 떠도는 이 설을 들었을 때 기가 막혀 고소를 진행을 할까? 도 생각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파파라치들이야 원래 저런 인간들이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 나 또한 이상하기는 해서다.
문란했던 기억 속의 나와 달리, 나는 마법사를 넘어 현자를 향해 가는 중이었다.
내가 아이돌처럼 어린 나이에 데뷔했다거나 하면 또 모를 일인데, 그렇지 않음에도 이러는 데에는 딱히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굳이 이유를 만들어 본다면 그런 거에 신경을 쓰기에는 여러 가지 신경 쓸 일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블랙 타이거를 비롯한 YC 엔터를 나의 세상에서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 속에서 하게 된 음악은 너무나 즐거운 것이었다.
아침이 오는 걸 두려워하다 새벽녘에서야 잠이 들었다, 출근을 위해 억지로 집을 나서야 했다. 이후 심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힘든 공장 일을 이어나가야 했던 쳇바퀴 같은 일상 속.
그런 일상에서 벗어나 하게 된 음악은 나에게 천국과도 같았다.
이외에도 다른 이유라면 역시나 아버지의 문제일 것이다. 아버지가 사실 당시 사고의 주범이 아닌 피해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충격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애써 이 일에 대해 거리를 두어야 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제 그에 대한 일도 그와 관련된 복수도 끝난 상황.
그런 만큼 더는 그에 대한 것도 이제 이유가 되지 않게 되었다.
‘뭐 굳이 말하자면 딱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겠지.’
더불어 주변에 너무나 많은 미녀들이 있다 보니 쓸데없이 눈이 높아진 것도 한몫한 것일지도.
이래저래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사이 톰은 어딘가 들뜬 얼굴로 방을 나섰다.
‘그러고 보니 저 녀석 입이 가벼웠지.’
군에서 나온 것도 쓸데없이 가벼운 입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였으니.
“아, 안녕하세요. 제이미라고 합니다.”
확실히 그동안 밤잠을 설친 듯 초췌한 모습의 제이미는 침을 꼴깍 삼키며 자신을 소개했다. 긴장한 기미가 완연했는데, 이는 나 때문이 아니었다.
“사진보다 실물이 더 낫네.”
“그래, 할머니가 한국분이시라고?”
“아이고 이쁘네. 웬일로 영찬이가 여자를 데려오는가 했더니.”
“피곤해 보이는데 잠을 잘 못 잤나 봐요. 자자. 이거 들어요.”
“밥은 먹었어요? 한국 사람이면 뭐든 밥심이 중요한데.”
바로 내가 여자를 데려온다라는 소식에 난리가 나 밀고 들어온 삼촌들 때문이었다.
톰에게 언제 받은 건지 제이미에 대한 사진들을 나에게 밀어 보이며, 그동안 밖에 돌아다닌 게 이 아가씨 만나러 다닌 거냐며 캐물어 댔다.
“그렇기는 한데, 삼촌들 생각과는 다른 이유였어요!”
“와! 들었어? 드디어 영찬이가 여자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어.”
“휴~ 사실 나 이 새끼 고자가 아닌가? 라고 몇 번이나 생각했었는데. 다행이다.”
“나도, 진짜 걱정이었는데.”
“네? 고자요?”
게이에 이어 고자라는 말까지 듣게 되자 어이가 없었지만, 정작 그 말을 꺼낸 삼촌들은 당당했다.
“그럼 고자지 새꺄? 그 끝내주는 미녀들이 그렇게 노골적으로 플러팅을 하는데 목석처럼 넘어가는 게 사내냐?”
“그러니깐. 차라리 부끄러워하기라도 했다면 어떻게 이해라도 할 텐데. 알지? 이 녀석 그때마다 능구렁이처럼 넘어가는 거.”
“어디 그뿐일까? 유혹하려던 애들 되려 놀라 얼굴 시뻘게진 게 한두 번이 아니었잖아. 나 그때마다 이 녀석 전 직장이 제비였는 줄 알았다니깐.”
제비.
요즘에는 안 쓰는 말이지만 예전에 여자들 꼬셔서 사기를 치는 악질 바람둥이들을 지칭하는 단어였다.
새삼 삼촌들이 옛날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나는 변명하기 바빴다.
물론 사실대로 말할 수는 없었다.
기억 속 녀석의 행동들을 따라 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하면 정신병자 취급받기에 딱 좋았으니 말이다.
어찌 되었든 이래저래 캐묻는 삼촌들을 상대하느라 진땀을 빼는 사이 제이미가 온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댈 수 있는 건 나뿐이라, 제이미는 조심스레 다가와 물었다.
“저기 YC 님…… 밥심이 뭐예요?”
“어…… 음.”
그 간단한 물음에 나는 잠시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랐다. 유독 밥이라는 단어에 애착을 가지는 한국 특유의 문화를 어찌 설명해야 할까?
그러나 여차저차 그 관련된 단어 따위를 설명하던 나는 이내 말문을 끊어야 했다. 소근거리며 제이미에게 설명하는 내 모습을 보고 이상하리만큼 불쾌한 얼굴을 한 삼촌들 때문이라서다.
“아~ 진짜 그런 거 아니라고요.”
“크흐흠. 그래. 알았다.”
“이제, 우리도 나가지.”
“크흠. 그럴까? 그럼 만나서 반가웠어요. 제이미 양.”
“그래, 다음에 또 보면 좋겠네요.”
“……그. 혹시나 영찬이가 괴롭히거나 하면…….”
“빨리 나가요. 쓸데없는 소리들 하지 마시고!”
“그래, 알았다. 알았어!”
한껏 주책들을 부리고 떠나는 삼촌들이었고, 덕분에 제이미는 어안이 벙벙한 얼굴이 되어 있었다.
나는 제이미에게 이상한 오해를 하게 만들었다는 것에 미안한 터라 서둘러 말을 꺼냈다.
“방해꾼들도 사라졌으니 이제 제이미 씨를 만나고자 한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할까 합니다.”
“네.”
주책 부리는 삼촌들에 의해 놀라기는 했어도 덕분에 긴장이 풀렸는지 그녀는 처음과 달리 내가 알던 제이미의 모습으로 돌아온 상태였다.
안 그래도 중요한 이야기를 할 참이라 나로서는 그 모습이 기꺼웠다.
하여 바로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제이미 씨를 저희 YC 엔터 소속으로 데려오고 싶습니다.”
“네?!”
너무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한 탓인지 놀라는 제이미에게 나는 서둘러 말을 이어갔다.
“아~ 정확히는 연습생으로 받아들이고 싶다는 말이었습니다.”
“연습생이요?”
한국에서야 연습생이라는 말이 흔하지만, 미국에서는 그런 말이 없다 보니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녀에 나는 서둘러 말을 이어나갔다.
“연습생은 보통 엔터테인먼트 적으로 재능이 있는 원석 수준의 이들을 이르는 말입니다. 제가 본 제이미 씨 또한 그러한 원석 중 하나입니다.”
“제가요?”
그제야 연습생이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던 제이미는 여전히 놀란 얼굴이었다.
그러나 그와는 별개로 계약을 하는 과정은 진전이 더디었다.
일단 그녀를 제대로 훈련시키기 위한 시스템이 한국에 있다 보니 해외 이주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야 했기 때문이다.
숙식을 비롯해 용돈 개념의 돈이 지급된다고 하지만, 이곳에서 나름 적잖은 돈을 벌고 있는 것에 비하면 너무도 조촐했다.
그런 인생의 전환점과 같은 선택을 아직 어린 그녀가 감당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여 미적거리는 그녀에 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이렇게까지는 안 하려고 했는데.’
그러나 나로서는 어떻게든 그녀를 데려가고 싶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스으윽-
나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흐트러진 머리가 신경 쓰인다는 듯 뒤로 넘기며 진심 모드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평소와 다른 정말 특출난 자리에서나 하던 전력을 다한 진심 모드였다.
그런 나를 코앞에서 보고 있는 제이미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얼굴을 붉혀댔다. 그러나 나는 조급해하지 않았다.
홍의찬 감독의 지시를 떠올리며 느긋한 태도로 그런 그녀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저를 믿으세요. 제가 잘해줄게요.”
“네…….”
-스스슥-
결국 나는 내가 내민 계약서에 사인을 하도록 만드는 데 성공했다.
물론 캐런 카펜터. 아니, 그녀를 그 이상의 스타로 만들어 낼 것이다 보니 그녀가 사인한 계약서는 연습생으로서는 유례없을 정도로 후한 조건들이 즐비했다.
‘그러니 나는 떳떳해.’
성격상 맞지도 않는 미남계까지 써야 했던 나는 양심이 찔렸지만, 나는 그런 식으로 스스로를 정당화시켰다.
그렇게 끝내 라스베이거스를 떠나기 전 제이미와 계약을 하는 데 성공한 나는, 그야말로 그녀가 다른 생각 못 하게 휘몰아쳤다.
주변 정리와 짐을 챙기는 일 등에 그리 신경을 쓰지 않도록 일을 해결한 것이다.
얼떨결에 미국 지사가 있는 뉴욕으로 함께 동행하게 된 제이미를 보며 나는 기분 좋은 허밍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흠흠흠. 생각대로만 잘 흘러간다면 내년쯤에 그녀를 무대에 올릴 수 있겠지.”
물론 내가 원하는 수준까지 성장하려면 1년으로는 턱도 없었다.
못해도 10년은 부지런히 공부하고 성장해야 내가 캐런 카펜터에게서 보았던 그 완성형에 가까운 여성 보컬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세계를 깜짝 놀래키는 데에는 1년이면 충분했다.
한국의 체계적인 연습생 시스템과 함께, 내가 직접 과제 등을 내며 가르치면 모르긴 몰라도 캐런 카펜터 짝퉁 같은 소리 따위는 결코 듣지 않을 것이다.
아니, 캐런 카펜터 본인에 못지않은 신선한 충격을 세상에 안겨 줄 게 분명했다.
그렇게 합류를 하게 된 제이미는 삼촌들과 빠르게 친해졌다.
본래 그녀 자체가 성격 자체가 활발하고 붙임성이 강한데다, 삼촌들 또한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제이미의 그런 모습을 예뻐했기 때문이다.
“캐런 카펜터?”
“니가 한 말이니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정말이면 대단한 애인데?”
“네. 정말 대단한 거 맞아요.”
거기에 나한테 그녀가 얼마나 대단한 재능의 소유자인지를 들었던 만큼, 흥미가 도는 삼촌들은 절로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