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121
하루 아침에 음악괴수! 112화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홍의찬 감독에게 기대하셔도 좋을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듣기는 했지만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다.
겨우 2주 만에 아예 사람이 달라져서 온 것이라, 나는 내가 보고 있는 게 맞기는 한 건지 의문이 갈 정도였다.
“아, 이거 곤란한데.”
덕분에 나는 곤란한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본래 그녀가 홍의찬 감독에게 배우고 난 뒤 부르게 하려 했던 노래들이 영 성에 차지 않게 되어 버린 것이다.
다행히 지금의 그녀가 노래를 부르는 모습에서 떠오른 영감들이 한둘이 아닌 터라, 나는 서둘러 녹음 부스 안에서 긴장하고 있는 그녀에게 말했다.
“좋습니다. 준비할 게 있어서 그러니 2시간 뒤에 보도록 하죠.”
“네? 네! 알겠습니다.”
긴장 속에 한 점의 안도를 보이는 그녀에 나는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서둘러 내 전용 작곡실로 향했다.
-다다다단다!-
시간이 촉박하다 보니, 나는 일단 떠오르는 영감들을 악보로 정리하기보다는 피아노를 통해 풀어내기로 했다.
트로트는 회사 생활을 하면서 또는 어머니의 취향으로 많이 듣기는 했지만, 쉽게 정의를 하기 어려운 장르였다.
그러다 이번에서야 제대로 트로트에 대해 알게 되면서 제법 재미있는 장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찾은 트로트의 가장 큰 특징은 3가지다.
정형화된 반복적인 리듬, 펜터토닉 스케일 음계(오음음계)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한국 민요의 영향을 받은 것 같은 창법.
간단히 말해 대중적으로 중독성 높은 쉬운 리듬 형태 속에서 ‘라시도미파’의 단조 5음계를 사용하거나, ‘도레미솔라’의 장조 5음계를 ‘라’의 비중을 높여 사용하는 독특한 음계로 한국적인 감정을 담은 게 트로트였다.
실제로 1930년 중반에 정착된 대중가요라, 당시 신민요(구한말에서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국악 풍의 대중가요)와 함께 사랑받은 만큼, 그 역사는 길어 여러 변형을 보이기도 했었다.
여하튼 탄생 시기가 이렇다 보니 트로트는 대개 특유의 욕망을 꺾고 체념하며 패배를 자학과 자기연민의 태도와 감정으로 해소하는 가사가 많았다.
물론 뽕짝이라 불리며 새로운 양식들과 무수한 혼용을 통해 생명력을 유지한 노래의 경우는 좀 다르기는 하지만 전통적인 트로트의 형태가 그러했다.
내가 다루고자 한 트로트의 장르도 이러한 전통적 트로트였다.
“오직 이러한 전통 트로트만이 가장 한국적인 감성을 담을 수 있어.”
그리고 이러한 한국적인 감성의 중심에는 한(恨 억울하고 원통해 끝내 풀지 못해 가슴에 맺힌 마음)이 있었다.
전통적으로 참는 게 미덕이라는 사회적 풍속이 만들어낸 감정인데, 실제로 이런 한에 의해 만들어진 병이 바로 화병이다.
실제로 이 화병의 공식적인 명칭은 영어로도 화병이라 쓰일 정도로 한국 특유의 정신병인데, 일반적으로 신체 증상을 동반하는 우울증을 정의한다.
정리하자면 이러한 한을 잘 풀어낸 노래는 한국인이라면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저마다 한 번쯤은 이런 화병까지는 아니어도 한 어린 감정을 느꼈기 때문이다.
“도무지 해결할 수 없는 억울한 일이 생길 때 사람들은 누구를 찾는가?”
그 물음에 답은 여럿이지만 또한 하나이기도 했다.
바로 신이라 불리는 초월적 존재다.
‘무희’는 그렇게 탄생되었다.
신과 인간을 이어주는 존재.
노래와 춤을 바쳐 인간들에게 신의 자비와 보살핌이 내려지기를 바라는 무희는 그만큼 고귀하면서도 또한 어쩌면 가장 한이 서린 존재이기도 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만들어내고 보니 어느새 1시간도 안 되어 곡이 만들어졌다.
다듬을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그거야 천천히 조정하면 될 일이니 사실 작곡은 거의 끝냈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이걸 할 수 있을까?”
바로 너무 기분을 내며 만들다 보니 생각 이상의 무시무시한 난이도의 곡이 만들어져 버린 것이다.
난이도가 높다고 해서 고음이 높다거나 박자나 리듬이 복잡하다는 게 아니었다.
그런 것보다 이 곡이 말하고자 하는 걸 전달하는 게 어렵다는 것에 있었다.
“생각보다 더 손이 가게 생겼네.”
투덜거리기는 했지만, 사실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처음 그저 호기심으로 시작했던 일이 생각보다 커졌다는 걸 자각한 순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가사는 대충 이런 식으로 쓰면 되겠지.”
가사는 어차피 부르는 가수의 마음이 제대로 담겨야 하는 만큼, 수정을 해야 했기에 초안은 곡이 노래하고자 하는 방향 따위를 담아 써 내렸다.
이후 나는 바로 녹음을 시작했다.
가장 좋은 건 앞에서 직접 보여주는 것이겠지만, 그랬다가는 자칫 흉내쟁이가 될 수 있기에 그저 이런 식으로 가르침을 내리기로 한 것이다.
“크으으음.”
생각보다 특유의 그 감정을 잡는 게 쉽지 않았다. 마음에 드는 결과가 나온 게 무려 3번째 시도에서 나왔을 정도다.
그러나 나는 만족하지 않고 바로 이어 4번째, 5번째 녹음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마지막 6번째 녹음에서 미소를 지었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겠는데.”
다시 한 차례 마지막 녹음본을 듣던 나는 이내 시계를 확인하고는 그를 끝으로 일어서야 했다.
어느새 약속한 2시간이 코앞에 다가왔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녹음실로 돌아오니 여지없이 긴장한 얼굴을 한 강아영 씨가 있었다.
“식사는 하셨어요?”
“아, 그게 아직.”
나는 그녀의 대답에 걱정을 보이다 이내 고개를 주억거렸다. 저처럼 긴장을 하고 있는데, 자칫 밥을 먹었다가는 체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서다.
나는 엔지니어에게 녹음본이 담긴 USB를 건네며 말했다.
“일단 이 곡을 듣고 난 다음에 이야기를 하도록 하죠. 제가 가이드를 하기는 했는데, 트로트는 미숙하다 보니 좀 마음에 안 들지도 모릅니다.”
-꿀꺽-
그저 노래를 듣는 것뿐인데, 더욱 긴장한 얼굴로 귀를 여는 듯한 강아영에 피식 웃다 이내 주변을 둘러보고는 입가의 미소가 짙어져 버렸다.
임시로 그녀에게 붙인 매니저와 엔지니어 이외 현재 트로트 레볼루션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안시열 팀장이 비슷한 얼굴로 귀를 열고 있어서다.
‘어째 긴장되는데.’
정말 오랜만에 평가를 받는다는 느낌이 든다는 생각을 하던 나는 곧 그들에게 무희를 들려주었다.
-다다다단다!-
피아노 소리에 움찔한 그들은 곧 내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어깨를 떨기 시작했다.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알 수 없지만, 움찔거리는 그들의 어깨만으로도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전달되고 있음을 짐작했다.
어느새 곡은 절정에 다다랐고, 이후 포근한 피아노 소리와 함께 구성진 악기 소리가 뒤를 따르며 트로트 특유의 정서가 방안을 휘감았다.
그리고 처음보다 더 짙은 긴장감이 담긴 비장함을 끝으로 곡은 그렇게 끝이 났다.
“…….”
어느새 방안 가득 덮인 적막은 쉬이 거두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애써 그들을 일깨우려고 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땅바닥을 바라보고 있는 강아영을 일으키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건 이 곡에 대한 찬사나 평가가 아닌 그녀가 이 곡을 듣고 느낀 감정들이라서다.
그러나 이 적막은 생각보다 길었다.
무려 5분이 지난 뒤에야, 엔지니어의 깊은 한숨 소리에 겨우 흐트러진 것이다.
그리고 그 뒤에야 고개를 든 이들은 저마다 말로는 다 못 한 감정을 얼굴로 보여주었고, 그건 강아영도 마찬가지였다.
-뚝뚝뚝-
언제 그리 눈물을 흘렸는지 소리 없이 서럽게 울어대는 그녀가 진정한 건 다시 5분이 더 지난 뒤였다.
“죄, 죄송합니다.”
“하하. 아닙니다.”
화장이 번져 그리 좋은 꼴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그 모습이 보기 좋았던 나로서는 진심으로 그리 생각했다.
어찌 되었든 그만큼 그녀가 이 곡을 듣고 저리 반응했다는 건, 무희 이 곡에 담은 의미를 그녀가 알았다는 것이니 말이다.
“그럼 숙제를 내드릴게요. 다음 주까지 이 곡의 가사를 본인이 지금 느끼고 있는 심정을 담아 정리해 오세요.”
“네?!”
깜짝 놀라는 강아영의 모습은 놀란 새끼 여우를 연상케 했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내 숙제는 끝이 난 게 아니었다.
“그리고…… 본인이 생각한 이 곡의 무희를 최대한 연기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연기를요?”
“네. 원한다면 홍의찬 감독에게 부탁하셔도 됩니다.”
“……알겠습니다.”
확실히 지난 2주 동안 신세를 진 홍의찬 감독의 실력을 알아서인지 그녀의 표정은 조금 편해져 있었다.
“기대를 안 한 건 아니었지만? 이렇게까지 해올 줄이야!”
다음 주가 되어 만나게 된 그녀는 정말 놀라울 정도로 달라져 있었다.
지난 한 주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그녀는 아예 무희가 되어 녹음실로 찾아온 것이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더 가르칠 것도 없이 그녀는 자신만의 무희를 완성해 내버렸다.
“정말 미쳤는데! 설마 무희가 되어서 올 줄이야?”
곡의 녹음이 끝이 난 뒤에야 거짓말처럼 몰입이 풀리며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그녀에 나는 오랜만에 벙찐 얼굴이 되어 버렸다.
이후 티브이에서 그녀가 트로트 레볼루션의 무대에 올라 사람들을 놀래키는 걸 보았을 때, 나는 번져가는 미소를 참지 못했다.
내가 상상했던 것 그대로의 무희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이거 생각지도 못한 관심인데.”
문제는 그녀가 긴장한 탓에 MC의 질문에 꺼낸 이야기가 지금 포탈 검색을 도배한 것에 있었다.
“네? 감동했다고요? 아니, 이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정말 대단한 건 이 곡을 써 주신 대표님의 가이드 곡이에요. 정말 정말…… 얼마나 엄청나셨는데요.”
이 일로 무희 YC 버전을 풀어 달라는 요청들이 너무도 많이 쏟아졌다.
하지만 달리 가이드 곡을 정식으로 음원을 내어 현재 음원 사이트 1위를 찍은 그녀를 밀어낼 수 없기에 나는 이 곡을 YC레볼루션의 내 계정에 올려놓았다.
그렇게 올라간 무희 가이드 버전은 하루도 안 되어 천만을 넘겨 버렸다.
YC레볼루션의 현재 점유율을 생각한다면,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조회 수라고 할 수 있었다.
“하루 만에 갑자기 2%가 올라가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싶었는데, 이것 때문이었군요.”
덕분에 YC레볼루션의 사장인 레이니까지 연락이 오는 해프닝이 생겼다.
그렇게 화제 속에서 시작된 트로트 레볼루션은 강아영을 중심으로 여러 트로트 스타들을 내놓았다.
덕분에 고였다 싶을 정도로 오랫동안 정체되었던 트로트 시장은 다시 새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기존 트로트 시장을 먹어치우던 원로들도 이러한 현상을 반겼다.
당장이야 자신의 파이가 줄어들지는 몰라도, 길게 보면 트로트 시장의 판이 커지고 수명이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트로트가 생각보다 인기가 엄청난데?”
그리고 이건 강아영 덕분이었다.
그녀로 인해 그간 거리가 먼 젊은 연령층에서도 트로트에 관심을 두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특이하게도 최근 트로트보다 레트로한 트로트를 즐겨 들었는데, 아마 이는 무희의 영향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트로트 이외에도 나의 호기심을 이끄는 이들이 있었다.
바로 YC레볼루션에서 최단기간 100만 회를 넘기며 미친 인기를 끌고 있는 레드위치라는 밴드였다.
새로운 락의 스타가 나오기를 바라는 나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일이라, 서둘러 이들의 영상을 찾아 들었다.
“???”
그리고 나도 모르게 감탄하고 말았다.
“이런 녀석들이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온 거야?”
무명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실력을 가진 밴드가 갑자기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나와 달리 마침 장태식 삼촌을 만나러 온 이아현 누나는 이들을 아는 듯한 얼굴을 보였다.
“어머! 레드위치 얘네들이 여기 나왔네?”
“아세요?”
내 물음에 그녀는 어찌 모를 수 있겠냐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모를 수가 없지. 케세라세라 홍대 메인 밴드인데.”
블랙 타이거의 영향으로 케세라세라는 이제 10개 지점을 두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가장 핫한 곳은 역시나 홍대 지점이었다.
그 홍대 지점의 메인을 차지한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음. 이런 꼬맹이들이…….”
G1 밴드보다는 나이는 있어 보이지만 여전히 20대로 구성된 이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는 말이 놀랍기도 하지만 또한 이해가 되기도 했다.
이 정도라면 ‘Legends of Rock’에서 우승 정도는 어렵지도 않아 보였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