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122
하루 아침에 음악괴수! 113화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다는 듯 이아현 누나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어때? 쓸 만해 보여?”
“하하. 쓸 만해 보이는 정도가 아닌데요?”
솔직한 내 말에 아현 누나는 놀랍다는 듯한 표정을 보였고, 그런 누나의 모습에 나는 말을 좀 더 이어갔다.
“아마 아이슬란드에서도 저 나이에 저 정도 실력자들은 볼 수 없을 걸요. 한국이 언제 이렇게까지 수준이 높아진 건지 신기하네요.”
불과 얼음의 나라 아이슬란드.
시 문학에 대한 유구한 전통으로도 유명한 나라이기도 했다.
다채로운 문화가 모이면서 문화의 발전을 이야기하게 되었는데, 이 때문에 음악적 인재들을 융합시키는 용광로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었다.
비요크(Bjork)를 시작으로, FM 벨파스트(FM Belfast), 오브 몬스터즈 앤 멘(Of Monsters and Men), 시귀르 로스(Sigur Ros) 등의 유명 아이슬란드 밴드들은 글로벌 빌보드(Billboard) 차트에 자주 등장하고 있었다.
자연 밴드 활동이 활발하고 인재들이 넘쳐나는 곳이었고, 한국이 그런 곳과 비교가 되었다는 것 자체가 사실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레드위치의 등장이 그를 가능케 만들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도대체 한국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싶은 심정인데, 그런 내 심정에 아현 누나가 어디 아프니? 라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
“아니, 지금 한국 락 시장에 용광로를 지핀 장본인이 그런 말을 하니 당황스럽네.”
“네?”
“에휴~”
내가 못 알아듣자 아현 누나는 한숨을 흘리더니 현재 한국 락 시장에 대해 말해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들었던 한국 락 시장은 대략적으로 그 사정이 좋아지고 있다고 들었을 때보다 훨씬 상황이 좋았다.
그건 2년 사이 케세라세라 지점들이 4곳이나 늘어났던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락에 관심을 두는 팬들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락 시장에 인재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이 중에는 클래식을 전공하던 이들도 적지 않았다.
클래식 전공자가 밴드 활동을 하는 건 사실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악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본다면 좀 더 쉬이 접근이 가능했고, 오래된 역사를 지닌 락 음악은 그들의 흥미를 유발시키기에 충분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진짜 실력자들이 이쪽에 뛰어드는 건 국내에선 정말 드문 일이었다.
미국이나 유럽 혹은 일본같이 거대한 시장이 형성되어 나름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 이상 엘리트 코스로 가는 그들이 방향은 틀림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제 그 일이 벌어지는 중이었다.
“레드위치의 리더인 혜영이도 그렇고, 드럼의 영호도, 보컬의 강철수도 나름 클래식 쪽에서 유망한 전공자야.”
베이시스트인 만우의 경우는 원래 이쪽에서 어릴 때부터 천재 소리를 듣던 이었었다.
특이한 점은 보컬인 강철수가 국악 전공자라는 점이다.
그것도 대대로 유명한 명창으로 유명한 집안이었고, 하여 그쪽 분야에서 강철수는 알 만한 이들은 다 아는 유명 인사였다고.
“국내종합예술대학교에 입학시험에 다들 긴장되어 물도 잘 못 마시는 데, 밤새 술 먹고 달려 놓고 와서는 수석으로 들어간 건 그쪽 또래에서는 유명한 일화지.”
한마디로 천재라는 건데…….
‘천재 맞잖아?’
그랬다.
레드위치에서 가장 놀랐던 건 다른 게 아닌 바로 보컬이었다.
재능있는 이가 수십 년을 굴러야 겨우 나올 법한 목소리를 이 녀석은 아무렇지 않게 내고 있었다.
특히나 락 보컬에 최적화된 특유의 탁성은 의문이 들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
그러나 유명한 명창 집안이라면 이해가 되었다.
이런 집안은 정말 어릴 때부터 교육을 하는 것만큼, 강철수는 못해도 20년은 내로라하는 명창의 손에서 단련되었을 테니 말이다.
“국악이라 좋지.”
국악은 특이하게도 성악처럼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내려오지 않는다. 그저 전수자를 통해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데, 이 때문인지 폐쇄적인 면이 있었으며 저마다 해석이 조금씩 다르기도 했다.
그러던 국악이 점차 설 자리가 없어지면서 존폐의 위기까지 다가오게 되자 바뀌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젊은 층으로부터 시작된 변화였고, 이는 윗세대 중 상당수가 그런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나는 이러한 변화를 상당히 높게 평가했다.
이런 다른 문화와 교류를 통한 끝없는 변화야말로 클래식이 살아갈 길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로서 오히려 전통 국악을 이어가는 이들에 관심이 커지는 건 물론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정말 목은 강하겠네.”
국악은 소리를 내보면 알겠지만, 그야말로 성대 결절시키기 딱 좋다. 웬만큼 내구성이 강하지 않는 이상 갈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런 타고난 이들이 피를 토하며 목에 딱지가 몇 번이고 떼어내질 정도로 수련했으니 하루 종일 노래해도 끄덕 없는 건 당연한 일.
하지만 가장 강점은 표현력이다.
민요는 특유의 절절한 한을 다루는 만큼, 애절함에 있어서는 독보적이었다.
그러니 잘만 락에 융합만 된다면 이쪽 분야에서는 이보다 더 무시무시한 밴드 음악은 찾기 어려울지 모른다.
“좋네. 이 친구들도 데려오죠.”
나는 레드위치를 우리 쪽으로 데려오기로 결정했다.
“안녕하십니까! 레드위치 입니다!”
첫인상은 제법 강렬했다.
세상 안 어울리는 것 같은 조합도 그렇지만, 마치 아이돌처럼 포즈를 취하며 자신들을 소개하는 모습도 정말 이상해서다.
‘또라이들이네.’
뭐, 안 좋은 의미는 아니었다.
본래 이쪽에는 또라이들이 많이 몰려드는 데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블랙 타이거도 하나같이 정상적인 인물은 없으니 말이다.
‘나 빼고 말이지.’
녀석들에게서 개성 강한 삼촌들을 떠올리던 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씩씩하네. 좋아. 그럼 바로 테스트를 해볼까?”
“아? 네!”
내 말 한마디에 녀석들은 긴장과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서둘러 저마다 자신의 자리로 갔다.
이미 내가 오기 전에 연습을 했던 터라, 달리 조율을 하거나 할 필요는 없었고 하여 바로 음악이 시작되었다.
-다다다다단!-
-지지지징!-
-둥! 둥…… 둥!-
레드위치는 드럼, 기타, 베이스 하나같이 프로들 중에서도 보기 힘든 수준의 소리를 내었다. 이들만으로도 국내에서도 보기 힘든 소리였다.
하지만 레드위치를 불러오게 만든 주원인. 보컬이 들어가자 정상급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오오오오오!”
마치 항공기 엔진의 예열 소리처럼 끝없이 올라가는 보컬은 그 자체만으로도 이 연습실을 콘서트장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시작된 다 때려 부술 것 같은 하드코어 펑크 형태의 노래가 시작되었다.
무지막지한 보컬과 그 보컬에 동조한 밴드 소리는 듣는 이들로 하여금 심장 박동 소리를 높이기에 충분했다.
‘생각보다 더 좋은데?’
녀석들이 그동안 실력이 늘었다기보다는, 이 밴드가 보기 드문 실전파라는 걸 뜻했다.
물론 현장에서 듣는 소리라는 것도 무시하지 못한다.
아무리 좋은 헤드폰과 앰프를 가져온다고 해도 현장에서의 그 전신을 뒤흔드는 현장감을 재현하기 어려우니 말이다.
‘또라이라는 점부터 시작해서 점점 마음에 드네.’
노래가 좀 매니악하기는 하지만 그것도 나쁘지 않았다.
이나은만큼은 아니니, 대중성을 살려주는 방향으로 교육시키면 G1 밴드처럼 자기들 밴드 음악을 할 녀석들이다.
-두두두두두둥!-
-오오오오아아아!-
곡은 어느새 피날레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정신없이 자신들의 음악에 빠진 모습이 지금 이 자리가 테스트를 하는 자리인지 잊어버린 듯한 모습이다.
그렇게 불꽃 튀는 연주가 끝이 났다.
-짝짝짝-
나는 그들의 연주에 박수를 치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감사합니다.”
내가 미소를 보이며 박수를 치자, 레드위치는 그럼 그렇지라는 듯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인사했다.
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칭찬은 여기까지 하고, 그럼 교육을 좀 시작해 볼까?”
정말 갑자기 이 정도 수준의 밴드가 나왔다는 점에서 놀랍고 감탄하기는 했지만, 내 수준에서 본다면 역시나 아쉬운 부분들이 많았다.
나는 과거 G1 밴드 애들에게 그랬듯이 드러머부터 참교육을 시작했다.
“잠시 실례할게.”
“네?”
아직 나에 대한 소문을 잘 알지 못하는지 당황하던 녀석의 스틱을 빌린 난 그 자리에서 바로 드럼을 치기 시작했다.
-두두두두둥! 당당당!-
노래는 조금 전 녀석들이 친 노래였다.
“어…… 어!!”
드럼을 치는 순간부터 순박한 얼굴과 달리 엄청난 근육이 인상적인 녀석의 입에서 경악의 소리가 들려 나왔다.
이해 못 할 일은 아니다.
지금 내가 보여주는 건 과거 콜라보를 했던 마빈의 드럼을 보여준 것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테크닉적으로는 마빈에는 좀 미치지 못했지만, 그건 감성으로 때워냈다.
“!!!”
대략 2분간의 연주를 끝내었을 때, 드러머만이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레드위치의 모든 이들이, 아니, 연습실에 있는 모든 이들이 모두 입을 벌린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 정도 수준의 드럼을 보여 준 적은 없었네.’
나 또한 마빈과의 콜라보를 하기 전이었다면, 이 정도까지 실력이 늘지 않았을 테니 이들이 이렇게 놀라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놀랄 일은 아직 멀었다.
나는 이어 기타, 베이스 또한 그들의 곡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들이 운이 따라 자신들의 완성했을 때의 음악 수준을 들려준 것이다.
당사자들만이 아는 일이었고, 그렇기에 악기를 잠시 강탈당한 그들의 얼굴에 경악과 혼란이 가득했다.
나름 천재라 불리는 녀석들에게 내리는 충격 요법이었다.
‘이겨 낸다면 단번에 실력이 오르겠지.’
과거 G1 밴드 애들도 해냈던 일들이다. 이 정도까지 실력을 끌어 올린 밴드가 그걸 못 해낼 리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보컬.
‘아영이를 먼저 만나지 않았다면 곤란했겠는데.’
한국 특유의 한에 대해 미리 공부해 두지 않았다면, 이 천재에게 자신이 가야 할 길을 못 알려줄 뻔했다.
나는 아직 호기심과 감탄이 가득한 녀석의 반짝이는 눈을 바꿔줄 생각이었다.
-오오오오!-
그리고 눈을 감고 녀석들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고, 어느새 4분이 넘는 노래가 끝이 났을 때 나는 마음 먹은 대로 이 아직 여물지 못한 천재의 얼굴을 바꿔놓았다.
녀석은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혹시 국악을 하셨습니까?”
“아니, 그럴 리가. 몇 번 듣기는 했지.”
“…….”
그 몇 번이 생각보다 좀 많기는 했지만, 제대로 국악을 공부한 건 아니었다. 그러나 그 정도로도 국악의 색채를 가져오는 건 나한테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국악 전공자라고 해서 보여준 거야. 국악이 락과 하나가 되면 어떤 소리를 내는지를 말이야. 어때, 할 수 있겠어?”
“……아뇨. 그, 못 합니다.”
조금 전 내 대답에 더욱 어안이 벙벙한 가운데 답하는 녀석의 모습에 나는 괜히 등을 토닥거리며 말했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너라면 할 수 있을 거야.”
“……제가요?”
“어…… 음.”
너무 패버렸던 걸까? 자신감 넘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아예 전의를 상실해 버린 녀석에 나는 사고를 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제야 뒤를 돌아 녀석들을 보았고, 나는 그들의 얼굴이 보컬 녀석과도 그리 다를 바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다행히도 이 녀석들은 도망가지 않았다.
나흘 동안 연락도 없이 헤매는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기어이 돌아와 우리와 계약을 했다.
그렇게 계약을 하게 된 이들은 여전히 죽어가는 얼굴이었지만, 그래도 눈빛은 전과 달리 생기가 있어 보이는 게 나름 만족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