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129
하루 아침에 음악괴수! 120화
37장. a lost girl
그보다는 아영이의 해외 인지도가 상승하는 효과를 보일 뿐이다.
이 중 인지도가 가장 크게 상승하는 나라는 일본이었다.
무희 때부터 알려졌었거니와, 이 외에도 일본 트로트인 엔카를 통해 트로트라는 장르 자체가 낯설지 않았던 게 컸다.
특히나 젊은 층에 비해 해외 문화에 배타적인 면이 높은 연령층에서도 아영이의 노래가 인기를 끌고 있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그래도 굳이 일본 진출까지 할 필요가 있겠냐 싶지만…….”
지금도 국내의 행사 초청만으로도 감당이 안 될 지경이라는 걸 생각하면 더욱 그랬다.
하지만 소비되는 시장 자체가 커진다는 점을 본다면 해외진출도 생각해 봐야 할 일이었다.
“그도 그럴 게 아영이는 트로트 가수로 끝낼 재목이 아니라서 말이지.”
홍의찬 감독이 인정했다시피 그녀의 진짜 재능은 연기였다.
모든 이들이 극찬하는 그녀의 트로트는 그저 이 연기력을 통해 표현력이 극대화된 형태였다.
단순히 가수로서의 재능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발성 등은 엄청나게 도드라지는 건 아니었다.
“뭐~ 그런 거야 시간을 들여 천천히 끌어 올리면 되는 거니깐.”
어쨌든 이번 일로 해외에 인지도가 생긴 건 좋은 일이었다.
후에 스퀴드가 나왔을 때 사람들의 호기심을 좀 더 쉽게 채워줄 수 있을 테니깐 말이다.
그렇게 녀석의 콘서트로 인해 국내가 떠들썩할 때쯤.
드디어 제이미의 데뷔가 결정되었다.
* * *
-치카치카!-
아침에 일어나 이를 닦던 제이미는 언제나 그랬듯이 연습생 스케줄표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시간 단위로 나누어진 스케줄표의 압박은 대단했지만, 이미 충분히 익숙해진 상태였다.
그렇게 익숙해지는 데, 주변 친구들의 도움이 컸다.
단순히 가르쳐주거나 도와주는 것에 대한 도움이 컸다는 말이 아니었다. 그것도 적잖은 몫은 하기는 했지만 가장 그녀에게 도움이 된 건 이들의 마음가짐이다.
남자 얘기나 쓸데없이 장난을 치는 걸로 시간을 보냈던 자신의 어렸을 때와 달리, 그들은 그 어린 나이에도 놀라울 정도로 재능과 열정이 넘쳤으니깐.
그런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노라면, 힘들다는 말조차도 사치처럼 느껴졌다.
더불어 그런 연습생 생활 끝에 데뷔한 아이돌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여겨졌다.
“괜히 저렇게 춤을 추면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게 아니구나.”
그건 단순히 파트를 많이 나누었다고 해서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와중에 팀원들과 완벽한 합을 맞추어야 한다는 점에서 본다면 더 엄청난 난이도를 요구했다.
그렇게 처절한 연습 끝에 완성된 무대였으니, 이처럼 세계가 K팝을 주목하고 있는 것일 터였다.
“오늘은 안무 레슨하고 악기 레슨이 메인이네.”
그중에서도 가장 메인은 안무 레슨이었다.
다행히도 제이미는 몸치가 아니었다. 아니, 어렸을 때 잠깐이기는 해도 치어리더팀에 들어갔을 정도로 몸을 쓰는 데 재능이 있었다.
그렇기에 처음에 안무 레슨이 있다고 했을 때, 제이미는 자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자신감은 첫 안무 레슨에서 완전히 박살이 나고 말았다.
“저렇게 아기 같은 애들이 저 정도 수준으로 춤을 춘다고?”
바로 같이 수업을 듣게 된 어린 연습생들의 춤 실력에 기가 죽어 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는 당연한 일이었다.
과거 3대 엔터보다 더 들어오기 힘든 YC 엔터의 연습생으로 들어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최소 수재라 할 만한 인재들이었으니 말이다.
더불어 그녀가 아기 같다고 생각한 이들도 그녀의 생각만큼 어리지는 않았다.
그저 동양인이 서양인에 비해 어려 보이는 외모 때문에 생긴 오해에 불과했다.
여하튼 이때의 충격이 엄청난 터라, 제이미는 제대로 각성했다.
물론 다른 나라로 오게 된 것만 보아도 그녀가 이쪽 일에 대해 허술하게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애초에 가수가 꿈이기도 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삶을 위해서 막연했던 지난 3년간의 시간 때문에 그 마음이 흐트러질 수밖에 없었다.
하여 그녀에게 가장 필요한 건 바로 마인드를 새롭게 고쳐 잡아야 하는 일이었는데, 이 부분이 단번에 해결된 것이다.
과연 그렇게 마인드가 달라지자, 제이미는 사람이 달라진 것 같은 모습을 보였다.
아침에 일어나 잠을 자기까지 오직 음악만을 생각하는 삶을 살기 시작한 것이다.
종종 즐기던 술도 이제 입에 담지 않았으며, 그 좋아하던 햄버거와 감자튀김도 아예 끊어 버렸다.
그저 생각 없이 시간을 흘려보내던 SNS도 끊었고, 혼자 낄낄거려대며 즐겨 보던 시트콤 따위도 이제 보지 않았다.
달리 보지 말아야지 해서 안 보는 게 아니었다.
그런 것에 시선이 가지 않을 만큼 지금 그녀는 자신의 삶이 너무도 행복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행복 뒤에는 YC 엔터의 전폭적인 연습생 지원이 있었다.
아예 다른 것에 신경을 쓰지 않을 정도로 지원을 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녀가 라스베이거스에 살던 방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는, 10평짜리 오피스텔은 호텔처럼 관리되고 있었다.
빨래를 비롯해 간단한 침구 등의 청소가 사내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식사 또한 하루 한 끼가량을 사내의 식당으로부터 도시락을 가져올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소비품이라 할 수 있는 연습용 옷이나 신발은 사내에 마련된 샵에서 공짜로 가져갈 수 있었다.
그렇게 공짜로 가져갈 수 있는 옷과 신발은 결코 저렴한 브랜드 따위가 아니다.
대부분 이름만 들어도 아는 유명 브랜드 제품들로 평균 10개 이상의 브랜드가 이 샵에 올라가 있었다.
이 브랜드 모두 협찬을 받은 제품들로, 대가는 착용 샷을 찍는 것이면 충분했다.
이렇게 찍은 착용 샷은 YC 레볼루션 연습생 계정에 올라가며 레볼루션 온라인 상점과 연계되어 제품이 판매된다.
이 계정에서 나름 인지도가 높아진 연습생의 경우는 거진 무제한적으로 이 제품을 이용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광고 등으로 소정의 용돈 벌이도 되기에, 일부 연습생들은 일부러 시간을 내어 이곳에서 착용샷을 찍기도 했다.
이 착용샷으로 유명한 연습생 중에는 제이미도 있었다.
아무래도 YC 엔터 소속 연습생 중에서 유일하게 국적도 인종도 다른 멤버다 보니 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최근 몇 달 전부터 크게 주목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일반인 시절에도 시선을 한 몸에 받았던 미모를 지녔던 그녀가 몸에 안 좋은 걸 다 끊고, 운동과 케어를 받기 시작하니 제대로 포텐이 터져 버렸기 때문이다.
평가표에 비주얼에 있어 S-로 체크가 될 정도였다.
이 때문에 그녀의 개인 계정을 찾아다니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지만, 아쉽게도 그녀의 SNS는 모두 비공개로 전환된 뒤였다.
하지만 이러한 유명세 따위는 모른다는 듯 그녀는 언제나처럼 오늘도 일찍 연습실로 가 몸을 풀고 있었다.
-끼익…… 끼익! 타다닥-
가벼운 몸놀림으로 안무 연습을 하는 그녀의 모습에 안무 선생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야~ 확실히 팔다리가 기니 안무가 확 사네. 부럽다.”
물론 그 모습 뒤에는 과거 박자도 제대로 타지 못했던, 그 어설펐던 시절을 상상치도 못할 만큼 늘어난 댄스 실력 덕분이 컸다.
“다~ 서생니 덕뿌니죠.”
“아이고~ 귀여워라.”
그동안 한국어 실력도 많이 늘어나 제법 알아듣기도 어눌하게라도 말을 할 줄 알게 된 그녀는 그동안 한국인이라도 된 듯 겸손을 보였고, 안무 선생은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어쩔 줄 몰라 했다.
이후 한동안 안무 디테일을 잡던 안무 선생은 다른 때보다 일찍 레슨을 끝냈다.
궁금증을 보이는 제이미에 안무 선생이 웃으며 말했다.
“대표님께서 너 부르셨어.”
“대표님이요? 왜?”
“글쎄? 잘은 모르지만 좋은 일인 거는 분명해 보이는데.”
“으음?”
궁금증을 보이는 것도 잠시 티를 안 내려고 하지만 들뜬 듯 제이미의 얼굴에 은은한 붉은 기가 일어나 있었다.
그 모습에 안무 선생은 내심 아는 체하지 않은 채 스리슬쩍 넘어갔다.
하기야 대표가 누구이던가?
다른 이도 아니고 전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스타이자, 가장 섹시한 남자 자리를 벌써 2년 넘게 지키고 있는 YC가 아니던가?
30대 후반을 넘기고 있는 그녀 자신도 우연히 사내에서 보게 되면 가슴이 쿵쾅거리기 바쁜데, 20대 초반인 제이미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런 안무 선생의 생각이 맞기라도 하듯이 다른 때였다면 식사를 하러 가기 바빴을 제이미는, 서둘러 자신의 오피스텔로 돌아와 씻고 치장하기 바빴다.
* * *
Diva(G)의 데뷔로 인해 초토화된 일본 업계의 로비에 대응하기 위해 제법 긴 일본 출장을 갔다 온 나는 그제야 휴식기 아닌 휴식기를 맞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쯤에서야 이번에 뽑은 연습생들의 월평가 영상들을 살피게 되었다.
물론 연습생들이 한둘이 아닌 만큼 모두 보지 못했고, 선생들이 베스트라고 선별한 영상들 위주였다.
“대단한데?”
그렇게 선별되어 올라온 영상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반짝반짝 빛이 났다.
하기야 현재 회사 내의 연습생들은 국내의 내로라 하는 인재들을 다시 거르고 걸러 모은 이들이다 보니, 영상의 주인공들은 저마다 여느 1군 아이돌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몇몇들이 있어 잠시 영상을 멈추고 그들의 내력을 살핀 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어야 했다.
“재데뷔를 꿈꾸는 아이들이었구나.”
실력과는 별개로 연습생 치고는 성숙해 보인다고 하더니, 과거 데뷔를 했던 이들이었다.
그렇기에 답답하기도 했다.
저렇게 뛰어난 실력을 가졌음에도 별다른 이슈를 만들어내지도 못한 채 사라져 버렸다는 점이 말이다.
한편으로는 그런 이들 중 일부나마 이렇게 기회를 줄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잠시 그 아이들을 살피던 나는 그동안 일부러 멀리하며 쌓아 두었던 제이미의 영상에 눈을 돌렸다.
길을 가다 로또 1등 당첨지를 주워도 그만큼 기쁘지 않았을 인재인 제이미의 영상을 그간 쌓아 둔 거에는 이유가 있었다.
작년 올 스타디움 투어로 인해 제대로 신경을 쓰지 못했던 당시 잠시 짬을 내어 보게 되었던 영상 속의 제이미는 나를 깜짝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관리를 받게 되면서 A급 이상으로 상승한 미모도 대단했지만, 그런 게 눈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 그간 녀석의 보컬은 놀라우리만큼 바뀌었다.
“캐런 카펜터…….”
그 전설 속의 보컬인 캐런 카펜터를 무의식중에 입에 담았을 만큼 녀석은 캐런 카펜터에 놀라우리만큼 다가간 상태였다.
이 모든 게 연습생이 된 지 겨우 3달 만에 벌어진 일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이 녀석 괴물이네.”
그제야 나는 녀석이 괴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저 단순히 캐런 카펜터가 살아 돌아온 수준을 넘은 재능의 소유자라는 걸 알게 된 것이다.
이런 엄청난 재능의 소유자가 제대로 된 안내자를, 재능을 꽃피울 환경을 갖추지 못해 그저 흉내쟁이가 되었다는 게 정말 믿어지지 않았다.
“이래서야 더는 보기 힘들겠는데.”
겨우 3달이 지난 지금도 이럴 정도인데, 콘서트 투어가 끝이 날 때면 어떻겠는가?
분명 녀석의 무대를 보고 싶어 할 게 뻔했다.
“그래서는 안 되지.”
하여 나는 억지로나마 녀석을 멀리했다.
괜한 나의 욕심에 성장의 시기를 제대로 누리지 못할까 싶어서다.
“그러나 이제 1년이 다 되어가기도 하니만큼…… 괜찮지 않을까?”
그렇게 결국 참지 못한 나는 그간 멀리했던 녀석의 영상이 담긴 폴더를 열고 말았다.
그간 쌓인 영상들은 모두 11개였다. 보통 월말 평가로 하나씩 올리게 마련이지만, 제이미는 특별 관리 대상이다 보니 그 사정이 달라 이렇게까지 쌓여 있었다.
그렇게 멀리했던 과거의 영상부터 관람을 하기 시작했다.
“……?”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어느새 모든 영상을 본 뒤였다. 영상 하나마다 6분 내외인 걸 생각하면 순식간에 한 시간이 지나 버린 것이다.
그처럼 내가 고도로 집중했을 만큼 영상 속의 제이미는 정말 놀라웠다.
“새삼 그동안 멀리한 게 잘했다고 생각이 들 정도네…….”
춤이 1군 아이돌만큼은 아니어도 여느 아이돌 못지않게 늘어난 것도 대단했지만, 역시나 나를 가장 감탄케 한 건 보컬이다.
그녀를 담당하기 위해 특별히 모셔온 성악가 출신의 보컬 선생은 9번째 영상에서 더는 내가 가르칠 게 없다고 말했는데, 그 말대로였다.
성악 쪽이라면야 말이 다르겠지만, 대중음악에 있어서 그녀는 자신의 기반을 완전히 다져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