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130
하루 아침에 음악괴수! 121화
그 말은 전과는 달리 보컬 선생이 도와줄 수 있는 데에 제한이 걸린다는 말이었다.
노하우와 같은 경험이나 조언 정도 이외 제이미 스스로 자신의 보컬을 완성해 나가야 했다.
“그래, 보통은 그렇지.”
나는 나도 모르게 번져가는 미소와 함께 그리 중얼거리며 다시금 10번째 영상부터 살피기 시작했다.
확실히 최근에 올라간 10번 영상부터는 전과 달라져 있었다.
게임으로 치면 온갖 이벤트와 경험치 물약버프 따위를 도배해가며 괴랄한 성장을 하던 캐릭터가 정체기 레벨 대에 올라간 느낌이라 할까?
그러나 분명한 건 11번 영상까지 그녀는 확실히 성장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이게 정상적인 속도이기는 하지.”
그것도 수재라 불릴 정도의 인재의 성장 속도였다. 평범한 일반인들 기준에서 본다면 여전히 미친 성장을 보이는 중인 것이다.
괜히 이 녀석을 두고 괴물이라고 말하는 게 아니었다.
“그나저나…… 이 녀석 멘탈이 생각보다 좋은데?”
성장 못지않게 내가 눈여겨보았던 건 녀석의 멘탈이었다.
왜 그리 생각하지 않겠는가?
게임에서도 이런 정체기에 들어서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데, 하물며 현실에서 그런 정체기에 든다면 그 스트레스는 감히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녀석은 그러한 엄청난 역체감을 느끼고 있음에도 흔들림을 보이지 않았다.
내가 잘못 본 건가? 싶었지만, 11번 영상을 본 뒤에 확신할 수 있었다.
“순수하게 음악을 즐기고 있구나.”
녀석은 갑작스럽게 정체되어가는 성장에 대한 고민을 뒤로 내팽개쳐 둔 채 그저 지금 음악을 하는 그 자체를 즐기는 중이었다.
이런 상황에 그렇게 되려면 자신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하는데, 녀석은 그런 걸 본능적으로 캐치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물론 이게 되려면 앞서 말했듯이 기본적으로 멘탈이 좋아야 했다.
“이거 덕분에 영감이 쏟아져 내리는구만.”
평소보다도 더 강렬한 그 자극적인 영감이 나에게 유혹을 해대니, 나로서는 오랜만에 취하는 휴식을 뒤로한 채 작업실로 갈 수밖에 없었다.
녀석을 부른 건 그로부터 이틀이 지난 뒤였다.
“아이고~ 피곤해라.”
벌써 34살.
몸을 제법 철저하게 관리를 한다고 해도 역시나 나이는 속이지 못하는 모양이다. 겨우 며칠 밤을 새웠다고 이렇게 몸이 죽어 나가는 걸 보면.
그마저도 잠을 좀 잔 게 이 정도였으니, 급한 마음에 작업을 마치기 무섭게 바로 회사로 왔다면 반쯤 기절했을지도 모르겠다.
“역시 잠을 좀 자고 난 뒤에 보니 조금 아쉬운 부분들이 보이기는 하네.”
이틀 동안 내가 작업을 하였던 곡의 개수는 모두 11곡이었다.
새삼 비몽사몽한 상태로 용케도 이 정도까지 작업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이쪽 업계에 있는 이가 들었다면 믿지 않을 것이다. 앨범 하나를 낼 정도의 곡을 겨우 이틀 만에 완성한 거니 말이다.
그것도 초안 정도를 잡는 수준이 아닌, 나름 내가 떠올린 녀석의 이미지를 잡아 편곡까지 끝낸 수준이다.
실력 있는 작곡가라고 해도 이 정도 편곡까지 끝내려면 잘 풀리더라도 이틀 이상은 걸리게 마련이었다.
물론 1곡만을 두고 했을 때 이야기다.
나처럼 11곡이나 겨우 이틀 만에 이 정도 퀄리티 수준으로 작업을 마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이게 가능한 건 기억 속 녀석을 죽음으로 몰고 간 마약으로 인해 당시 그 끔찍하다라는 말로도 부족한 강렬한 감정이 각인된 덕분이다.
그 영향으로 인해 아주 보잘것없는 영감도 극대화시켜 버리게 된 것이다.
여하튼 그렇게 나 스스로도 놀랄 만큼 엄청난 작업을 끝냈던 나는, 여기저기 눈에 띄는 아쉬운 부분들에 대해 그저 자각할 뿐 달리 고치려고 하지 않았다.
“굳이 일을 두 번 할 필요는 없지.”
나는 이 곡들을 프로듀싱하면서 녀석을 성장시킬 생각이다.
이미 자신의 음악의 기반을 찾았고 하여 정체기에 든 이를 성장시킨다는 건 정말 말이 안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에게는 너무도 쉬운 일이었다.
왜냐면 나는 녀석의 최종적인 형태를 영감을 통해 보았기 때문이다.
“기억 속 녀석은 마약에 고양될 대로 고양된 상태에서 제이미를 보았었지.”
마약이 주는 쾌락을 생명과 바꾸며 얻은 그 고양된 영감 속에 있던 기억 속 녀석은 정말이지 낄낄거리며 황홀한 경험을 했었다.
왜냐면 티브이 속에서 캐런 카펜터의 흉내 내기 정도로 생각되던 그녀의 무대 대신, 그녀의 재능이 제대로 만개한 모습의 무대를 보아서다.
물론 그렇게 보았던 그 완성형의 제이미의 모습은 너무도 짧은 순간이기는 했지만.
여하튼 나는 지금 답안지를 본 상태인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녀석을 이끄는 게 불가능하지 않았던 나였으니, 녀석을 조련하듯 끌어 올리는 건 누워서 떡을 먹는 일이나 다름없다.
이래저래 잡생각 따위를 하던 나는 제이미가 왔다는 소리에 현실로 돌아왔다.
“아, 안녕하세요. 대표님.”
“크흠…….”
그리고 오랜만에 만난 제이미를 보고 나는 헛기침을 할 수밖에 없었다.
씻고 온 건지 젖은 머리를 한 제이미의 모습이 너무도 고혹적이라서다.
고혹적, 그러니깐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아름답거나 매력적이라는 말인데, 제이미가 그러했다.
‘괜히 외모에 S를 준 게 아니네. 실물이 정말이지…….’
같은 S라고 해도 베이비 폭스의 김아영과는 확실히 달랐다.
김아영이 청순 끝판왕이라면 제이미는 관능적인 면을 가지고 있었다.
말초적인 성적인 감각을 자극시킨다는 건데, 달리 노출이 없음에도 이러했다. 성적인 자극을 준다고 해서 천박하게 느껴지는 형태는 아니었다.
순수함이 느껴지는 관능미였고, 이는 사내는 물론 여자라고 해도 그 매력에 마주친다면 자신의 정체성마저 뒤흔들릴 게 분명했다.
‘이거…… 조금 위험한데.’
정말 위험했다.
그럴 만한 게 나는 이런 관능미를 지닌 제이미가 나를 좋아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매니저라도 불러야 할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제이미가 특유의 순수한 눈으로 눈치를 보며 나에게 물었다.
“저기 대표님?”
나는 뻘쭘해하는 녀석의 모습에서 잡생각을 하던 시간이 길었다는 걸 알고는 서둘러 말을 꺼냈다.
“아! 미안. 자, 여기에 앉아. 그 커피 마실래?”
“네? 네.”
“오케이.”
나름 태연한 척 오케이를 외치기는 했지만, 오케이는 무슨 오케이냐! 위험하다. 정말 위험해!
기억 속 녀석과 달리 여전히 총각 딱지를 떼지 않은 나에게 녀석은 정말 위험할 정도로 자극적이었다.
자칫 수습하기도 힘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커피를 시킨다는 핑계로 매니저 중 아무나 대표실로 불러들였다.
“저 왔어요! 대표님!”
잠시 후 조금은 어색해진 대표실에 들어온 매니저는 세미라는 가명으로 불리기 원하는 블랙 타이거 전담실 소속의 팀장 중 하나였다.
‘왜 하필 세미지!’
능글맞을 정도로 눈치가 빠른 세미는 여러모로 꺼려진 면이 많았다.
전혀 안 그럴 것 같은 인테리한 외모로 야한 농담을 즐겨한다는 것이나, 엄청난 외향적 성향인 것도 그러했다. 무엇보다 장난기가 많아 기회만 되면 장난을 치려 하는 세미에 삼촌들도 두 손 두 발 다 든 상태였다.
과연 눈치 빠른 녀석답게 세미는 한순간 이 조금은 기묘한 방안의 분위기를 읽어내더니, 자신의 커피 빨대를 물고 있는 입가를 부들부들 떨어댔다.
그러다 이내 다가와 나와 제이미에게 커피를 내어주며 호들갑을 보였다.
“어휴~ 내가 낄 자리가 아닌 것 같네! 그~ 좋은 시간 보내세요. 대표님. 화이팅!”
“이 새끼가! 그런 거 아니니깐. 닥치고 저기 앉아 있어.”
“어머나! 터프한 모습! 이게 얼마 만이야?”
버럭 화를 냈음에도 오히려 좋아하는 녀석에 나는 뒤로 쓰러질 것 같았다. 하지만 이대로 밀리면 끝이라는 생각에 나는 쓰러지려는 마음을 애써 붙잡으며 조금 전보다 얼굴이 더 붉어진 제이미에게 서둘러 말을 이었다.
“그러니깐 너를 부른 건 다른 게 아니라 이제 데뷔를 준비해도 될 것 같아서야.”
“네?!”
“에??”
설마 용건이 이런 것인지 몰랐는지 크게 놀라는 제이미와 당황한 세미의 탄성이 꼬리를 물며 울렸다.
그런 녀석들의 모습에 나는 괜히 마음에 여유가 생기는 걸 느끼며 그간 만들어 둔 곡들을 틀 준비를 마쳤다.
“이건 네가 부를 곡이야. 가사는 아직 완전히 나온 게 아니니 그걸 감안하고 들어.”
나는 녀석의 교육을 위해 대충이나마 가이드해 두었던 곡들을 틀기 시작했다.
-!!!-
다행이라고 할까? 첫 곡부터 반응이 왔었다.
세미는 좀 전과는 다른 의미로 입가를 부들부들 떨어댔고, 제이미 또한 다른 의미로 귓가까지 붉은 기가 감돌았다.
‘제이미야 뭐 말할 것도 없고. 세미 저 녀석도 또라이라서 그렇지. 확실히 일할 때는 다르기는 달라.’
사실 세미도 매니저로 있기에는 너무 아까운 녀석이었다.
그도 그럴 게 이 녀석은 USC 손튼 스쿨에서 수석으로 입학한 녀석이었기 때문이다.
USC 손튼 스쿨은 미국에서 가장 알려진 음대 중 하나로 수준 높은 커리큘럼을 자랑했다. 이 때문에 음대 유학을 원하는 이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곳이었으나 문제는 입학이 정말 더럽게도 어려운 곳이었다.
그런 곳에 수석으로 입학했다는 건 녀석이 엄청난 천재라는 걸 뜻한 것이기도 했다.
음악 비즈니스를 전공했다고 하지만, 내가 보았을 때 이 녀석의 장기는 작곡이었다.
특히나 영화 음악 쪽에 제법 재능이 있어 보였고, 실제로 초기에는 눈치를 보다 나에게 피드백을 요청하기도 했었다.
그러다 얼마 가지 않아 그런 피드백 요청이 뚝 끊겼다.
은근히 오케스트라와 등이 어우러지는 분야에 흥미가 있던 나로서는 아쉬운 터라, 왜 요즘은 안 가져오냐고 묻자 녀석이 갑자기 화를 냈다.
“아니! 그렇게 무자비한 벽을 느끼게 만들어 놓고서는! 지금 장난합니까?”
“???”
당시에는 너무 황당해 넘어갔었지만, 생각해 보면 그때부터였던 것 같았다.
일에 미친 것만큼이나 저 똘끼를 부려대기 시작한 건 말이다.
‘잠을 안 자서 그런가? 쓸데없는 잡생각들이 많아지네.’
나는 하품이 나오는 걸 억지로 참으며, 어느새 마지막 곡을 앞두고 있는 그들에게 말했다.
“마지막 곡이 타이틀 곡이야. 제목은 ‘a lost girl(길 잃은 소녀)’로 지었는데, 마음에 안 들면 바꿔도 괜찮아. 장르는 어덜트 컨템포러리.”
어덜트 컨템포러리.
생소할 수 있는 이 장르는 의외로 한국인들에게 상당히 익숙한 장르였다.
이지 리스닝, 말 그대로 듣기에 편안한 곡의 형식을 기반에 둔 장르로, 대한민국에서는 주로 성인가요풍 발라드를 지칭했다.
그 유명한 ‘낭만에 대하여’를 부른 최백호와 ‘만남’을 부른 노사연이 어덜트 컨템포러리의 대표 가수로 볼 수 있다.
어쩌면 조금은 고전적이다 못해 낡은 이 장르를 타이틀 곡의 장르로 미는 것에는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바로 캐런 카펜터의 음악이 그러했기 때문이다.
그 말은 곧 그런 그녀의 환생이라고 느껴지는 제이미에게 가장 잘 맞는 장르라는 말과도 동의했다.
-다다다단. 다다단. 다단!-
-두둥! 두두두둥!-
고즈넉한 저녁을 떠올리게 하는 피아노에 이어 잔잔한 드럼 소리가 어우러질 때쯤, 내가 가이드한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I’m lost, where should I go? (길을 잃었어요, 어디로 가야 하나요?)”
-!!!-
그 순간 제이미와 세미의 얼굴이 또다시 바뀌었다.
놀랐다는 거는 앞서와 같은 거 같았지만, 그 형태가 전과는 달랐다.
좀 전까지만 해도 붉은 혈색이 귓가까지 돌며 놀랬다면, 지금은 거짓말처럼 창백한 형태로 바뀌어져 있었다.
입가도 앙 깨물던 모습에서 풀어진 모습인데, 제이미의 경우는 고혹스러운 면이 있어 나는 시선을 서둘러 돌려야 했다.
‘하아~ 역시 비몽사몽할 때라서인지, 좀 많이 부족하기는 하네.’
떠올린 영감보다 절반도 안 되는 흐릿한 이미지가 여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거야 중요한 게 아니었다.
중요한 건 그러한 이미지를 제이미가 알아보았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