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131
하루 아침에 음악괴수! 122화
‘물론 알아보기는 하겠지.’
아니, 저 정도의 괴물 같은 재능이라면 본능적으로 알아볼 수밖에 없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녀석이 어느 정도까지 알아볼 수 있냐는 것이다.
디테일함 같은 거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기억 속 녀석이 보았던 그 완성형을 녀석이 흐릿하게나마 머릿속으로 그리기만 해도 대성공인 셈이다.
‘……거기까지는 아마 어렵겠지.’
가이드한 작업물의 이미지가 흐릿한 건 둘째다. 그보다는 많이 발전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내 눈에는 미숙한 데다, 무엇보다 경험이 없었다.
재능에 따라 다르겠지만 결국 뭐든 보고 겪은 만큼 알게 되는 법이다.
그건 나 또한 마찬가지라, 기억 속 녀석의 경험이 각인되다시피 뇌리에 박히지 않았다면 이 같은 괴수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시간이 해결해 줄 일이지.’
물론 나는 그 시간을 크게 줄이는 게 가능했다.
잡생각을 하는 사이 어느새 a lost girl이 끝이 났다.
“…….”
a lost girl이 끝이 난 뒤에도 녀석들의 침묵은 계속되었다.
여전히 녀석들의 얼굴은 창백해져 있었는데, 다만 침묵을 대하는 행동이 저마다 달랐다.
세미가 눈을 지그시 감고 두 손을 부들부들 떨며 맞잡고 있다면, 제이미는 어딘가 살짝 멍한 눈빛으로 말없이 허공을 바라볼 뿐이었다.
관능미에 백치미 마저 더해진 제이미의 그 얼굴에 눈길이 오래 머물렀던 나는 뒤늦게 서둘러 눈길을 거두었다.
‘에휴~’
다행히도 알아보는 이는 없었다.
제이미는 여전히 생각에 빠져 있었는 데다, 세미 또한 감은 눈을 뜨지 않은 상태인 것이다.
어찌 되었든 알아본 이가 없다라는 걸 알게 되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거기에 바늘 떨어지는 소리가 날 만큼 조용하니 나도 모르게 잠이 몰려왔다.
“하아암~”
나는 마치 더는 이 지루함을 참을 수 없다는 듯 크게 하품을 했고, 어이없게도 이 하품 한 번에 녀석들의 침묵은 깨어지고 말았다.
-번쩍!-
먹이를 노려 보는 호랑이의 안광이 저러할까?
갑자기 눈을 뜬 세미의 얼굴은 어딘가 무시무시했다.
분노라고 해야 할까? 뭔가 불만이 가득한 얼굴이었는데, 안 그래도 심술 궂은 녀석이 저런 표정을 보이니 섬뜩했다.
그러던 녀석은 이내 뭔가 체념 섞인 눈빛과 함께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이런……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을 해놓고는 하품이 나오나요?”
“???”
갑자기 질타를 하는 녀석에 내가 영문을 몰라 의문을 보이니, 녀석은 주먹을 꼭 쥐며 부들부들 떨어댔다.
“아유~ 분해! 저 자각조차도 모르는 얼굴이라니.”
“…….”
마지막 피드백에서 보였던 것과 비슷한 얼굴을 한 녀석의 모습에 나는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다행히 제이미가 그 어색하고 험악한 분위기를 완화시켜 주었다.
-짝짝짝!-
그녀는 뭐라 할 수 없이 감동받은 얼굴로 박수를 마구 쳤는데, 그때마다 흔들리는 녀석의 신체 일부에 나는 괜히 반쯤 비워진 커피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어때? 괜찮았어?”
“네? 네! 이건…… 이거 정말 대단했어요! 첫 곡부터…….”
한국어를 익히려 웬만해서는 한국말을 하던 제이미는 마음이 급한지 영어로 자신이 감탄한 부분들에 대해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그렇게 찬사나 다름없는 녀석의 평가에 옆에 있던 세미 또한 가담했다.
USC 손튼 스쿨을 다녔던 만큼 녀석도 영어는 본국어 못지않았다.
“정말 이런 곡이 갑자기 11곡이나 나온 것도 놀랍지만, 역시나 가장 대단한 건…….”
“노래였지. 대표님의……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정말 황홀하지 않았어요? 남자도 여자도 아닌 그런 미성을 낼 수 있다니. 거기에 마지막 곡은 특히나…….”
“어덜트 컨템포러리를 그렇게까지 소화한다는 건 정말이지…… 반칙입니다. 반칙!”
“반칙은 무슨…….”
10분이 넘게 떠들어 대며 찬사를 보내는 녀석들 덕분에 밀려오던 잠이 확 달아나 버렸다.
‘그러고 보니 두 사람 잘 어울려 보이네.’
안 그래도 제이미 전담을 할 매니저를 찾고 있었던 나는 세미라면 훌륭한 전임자라는 결론을 내렸다.
USC 손튼 스쿨을 나와 경영 능력과 더불어 상당한 수준의 곡들을 뽑아내는 음악 지식을 가진 그녀는 정말 최적이었다.
실력에 비해 음악적 지식을 비롯해 많은 게 부족한 제이미를 충분히 받쳐줄 수 있는 데다 무엇보다 동성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 내로라하는 숱한 배우와 모델들 앞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했던 나를 흔들 정도로 관능적인 매력을 지닌 제이미를 제대로 관리하려면 동성이 아니고서는 쉽지 않을 일이었다.
어쨌든 놀라 떠들어대다 잠시 소강상태를 맞이한 그들에게 나는 서둘러 말을 이었다.
“잠시 잊고 있나 본데. 이거 내가 부를 노래가 아냐. 말했잖아. 제이미가 부를 노래들이라고. 나는 어디까지나 가이드만 해준 거뿐이야.”
“???”
놀라는 것도 지겨운 건지 아예 알아듣지를 못하는 녀석들에 나는 한숨을 푹 쉬었고, 그제서야 뒤늦게 사실을 깨달은 그들은 동시에 크게 고개를 저어댔다.
“그게, 가이드라고요? 언제부터 가이드가 이런 거였지. 내가 모르는 사이에 의미가 달라졌나?”
“말도 안 돼요! 이 노래들을 어떻게 제가 불러요! 특히 마지막 곡은…….”
“어…… 음.”
나는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녀석들 중 하나라도 치울까 고민했지만 이내 그러지 않기로 결정했다.
치워야 할 대상인 세미가 제이미의 적합한 매니저라는 걸 안 이상, 이번 기회에 녀석에게 제이미가 어떤 괴물인지 알려주는 게 좋을 것이라 보았기 때문이다.
“말이 안 되기는 뭐가 안 돼. 특히 마지막 곡은 너라면 가능해. 물론 당장 나만큼은 어렵겠지만……. 그래도 앞으로 10년 정도 열심히 하면 오히려 나보다 나을걸.”
“제가요?!”
“거짓말! 그게 가능한 일이라고? 웃기지 마!”
말도 안 된다는 듯 벌떡 일어나는 세미에 나는 고개를 잘게 저으며 말했다.
“10년은 고생을 해야 한다고 했잖아.”
강산도 바뀐다는 10년이라는 긴 세월을 거론했다는 걸 모르나 싶어 말했으나, 사실 모르는 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세미는 부들거리며 소리쳤다.
“웃기지 마! 겨우 10년으로 그게 가능하다고? 이 녀석이 캐런 카펜터 같은 괴물이라는 거야 뭐야!”
“……어. 맞아. 어떻게 맞췄어? 신기하네.”
기억 속 녀석도 캐런 카펜터를 흉내 내는 녀석을 본 뒤에야 알아차렸었다. 단순히 비슷하다 정도가 아니라 캐런 카펜터의 환생과도 같은 재능을 갖추었다는 걸 말이다.
“네? 뭐라고 했어……습니까?”
너무 놀랐던지 말이 이상하게 꼬인 녀석에 나는 담담하게 부끄러워하는 제이미를 슬쩍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괜히 타이틀 곡으로 a lost girl 같은 곡을 만들었겠어. 이 녀석이 캐런 카펜터 같은 괴물이라 그런 거지.”
“진짜요?”
“그래 진짜요. 내가 음악 가지고 농담 안 하는 거 알지?”
“알죠. 아는데…….”
안다는 것과 별개로 너무 믿기지 않는 거대한 진실은 사람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모양이다.
머리는 이해해도 심장은 이해 못 하는 것처럼 잠시 서성이던 녀석은 이내 털썩 자리에 앉았다.
그러고는 자신의 옆에 있는 제이미를 빤히 쳐다보았다.
당연히도 제이미를 바라보는 세미의 눈은 좀 전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아이돌로 치면 김아영과 같은 비주얼 멤버와 같은 유망주를 바라보던 눈이었다면, 지금은 탐이 나 죽겠다는 눈이다.
‘그럴 만도 하지.’
내 입으로 말하면 그렇지만, 블랙 타이거는 이제 레전드라고 해도 될 업적을 세운 밴드였다. 그리고 그 밴드의 중심에 있는 나는 아예 대중음악의 정점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존재였고.
이는 달리 말하면 키워내는 건 고사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도 한정적이라는 말이었다.
사업적인 케어 쪽 부분이 아니라면 음악 관련해서는 주도적일 수가 없었다.
그러니 다른 매니저들과 달리 재능이 넘치는 세미 입장에서는 재미가 없을 수밖에 없다.
그런 그녀에게 제이미라는 엄청난 인재가 나타난 것이다.
블랙 타이거를 전담하며 눈이 높아질 대로 높아진 그녀의 기대와 욕심을 충족할 만한 인재가 나타났으니 저리 탐을 내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그러나 나는 이제 세미 네가 이 녀석을 담당할 것이다라고 말하지 않았다.
평소 장난기 많은 녀석을 이번 기회에 혼내줘야겠다는 생각도 어느 정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중요한 일이니만큼 좀 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커서다.
‘물론 80%는 넘어간 상태지만.’
나는 세미의 갈구하는 눈에 곤란해하는 제이미를 보며 말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기도 하니. 어디 그럼 간단하게 테스트해 볼까?”
-꿀꺽!-
테스트라는 말에 세미와 제이미는 저마다 다른 의미로 침을 꼴깍 삼켜댔다.
“I’m lost, where should I go?”
그리고 당연히도 그 테스트의 결말은 세미에게 어마어마한 충격을 선사해주었다.
“캐런, 캐런 카펜터?!”
“응. 그래. 캐런 카펜터. 지금은 그녀보다 좀 더 낫다고 생각되지만.”
“에?!”
세미는 더 나은 것 같다는 내 말에 그게 말이 되냐는 눈으로 바라보았지만, 나는 아무렇지 않게 그 눈빛을 넘기며 마이크를 잡았다.
“처음 부른 거치고는 괜찮았어. 하지만 감정이 좀 어수선하네. 다시 가이드 한 번 더 들려줄 테니깐, 떠오르는 이미지를 기억하도록 해. 그리고 그다음에 바로 이어서 부르도록 하자.”
-딸깍-
나는 말을 끝내가 무섭게 내가 가이드한 곡을 틀어주었다. 그렇게 가이드 곡을 다시 듣게 된 제이미의 얼굴에 조금 전 얼이 빠진 모습은 더는 볼 수 없었다.
섬세하게 내가 말한 이미지를 잡기 위해 집중한 상태였다.
‘자기도 아는 거지. 이게 정답이라는 건.’
운동이든 뭐든 이미지를 머릿속에 잡아 두는 게 중요했다. 하다못해 공부조차도 그러한데, 이는 구체적인 목표를 둠으로써 집중력을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뇌의 활성도 수준이 달라진다는 것이고, 그 말은 재능이 불타오르는 모양새가 되어 평소 이상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는 걸 뜻했다.
지금 제이미의 상태가 그러했다.
제이미는 어느새 눈을 감은 채 온몸으로 a lost girl을 느끼고 있었다.
-딸깍!-
어느새 곡이 끝이 나고 나는 달리 바로 간다는 말도 없이 다시 녹음을 시작했다.
미리 말했었다고 해도 당황할 수도 있을 일이었지만, 제이미는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왜 내가 그렇게 지시했는지 알겠다는 듯 작게 고개를 주억이더니 이내 a lost girl을 부르기 시작했다.
“……세상에!”
녀석이 새롭게 부른 a lost girl을 들은 세미의 얼굴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옆에서 함께 디렉팅을 하던 나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제이미가 이미지를 제대로 잡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보여준 완성형 정도는 아니었지만, 재미있게도 약간의 디테일적인 면을 알아차린 것에서 나는 더할 수 없이 만족스러웠다.
“a lost girl은 이만하면 되었어. 여기서 더 뭘 하려고 하지 말고, 지금처럼 이미지만 머릿속으로 계속 굴려.”
“어……. 네.”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스스로도 놀랐던 건지 어안이 벙벙한 모습을 보이는 녀석에 그리 지시를 내렸다.
“아!”
그때 세미가 탄성을 보이며 나를 바라보았다.
이제 익숙하다면 익숙한 괴수를 보는 듯한 그 경악 어린 시선에 나는 제이미의 매니저 후보에 대한 세미의 평가를 높였다.
나는 미소를 보이며 물었다.
“내가 왜 그런 지시를 했는지 이유를 알았나 보지?”
“그…… 네. 알겠어요. 대표님의 말씀대로예요. 당장은 실력이 늘어난 것처럼 보여질지 몰라도 자칫 대표님의 흉내쟁이가 될 수도 있을 거예요.”
“하하하. 맞아.”
나는 기분 좋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녀석에게 주고 싶은 건 완성형에 대한 이미지이지, 나를 똑같이 따라 하는 기술 따위가 아니었다.
그런 거를 바랐다면 애초에 녀석에게 이렇게까지 신경을 쓰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 건 내가 더 잘하는 데, 굳이 왜 남에게 그런 걸 바라겠어.’
그렇기에 나는 조금 전 제이미의 달라진 버전이 좋았다.
내 디렉팅대로 이미지만을 구체화 시켰을 뿐, 나의 기술을 흉내 내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a lost girl 이외 다른 10곡들을 바로 녀석에게 디렉팅 하기 시작했다.
이 10곡은 a lost girl과는 달리 모두 전형적인 미국인들이 익숙한 팝 음악이었다. 다만 각 곡마다 섞인 장르가 다르다는 게 특이점이라면 특이점일 터다.
덕분에 정말 즐거운 디렉팅 시간을 가졌다.
어덜트 컨템포러리 이외 캐런 카펜터가 다른 장르를 소화한다면 어떨지를 코앞에서 보게 되었으니 말이다.
“대표님은…… 정말 인간이 맞으신 거죠?”
그렇게 즐기고 있는데 어느새 한나절이 지난 뒤에도 묵묵히 옆에 있던 세미가 나에게 인간 맞냐고 물었다.
어찌 보면 욕 같이 들리는 녀석의 물음이었지만, 그 속에 담긴 뜻이 무엇인지 알기에 나는 괜히 장난을 쳤다.
“글쎄. 너는 아직도 내가 인간으로 보여?”
“……역시.”
대번에 인간이 아니라는 듯 고개를 주억거리는 녀석에 나는 어이가 없었다.
“역시는 무슨 역시야! 인간 맞아. 그냥 좀 음악적 재능이 많은 인간인 거지.”
“……네. 알겠습니다.”
알겠다고 말을 하지만 어째서인지 도무지 믿지 않는 듯한 태도와 표정을 노골적으로 보이는 녀석에 나는 앞으로는 이런 장난을 치지 말아야겠다는 결심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