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134
하루 아침에 음악괴수! 125화
“오빠 사생팬들이 그렇게 많다고?”
오랜만에 만나는 동생 희정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믿지 못한다는 얼굴을 보인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이에 희정은 이해가 안 되는 모양인지 잠시 나를 바라보다 고개를 저어댄다.
“정말 세상에는 할 일이 없는 인간들이 더럽게 많은가 보구나. 이런 인간을 사생하다니.”
욕인지 알 수 없는 녀석의 중얼거림에 나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남매라서인지는 모르지만, 역시 이 녀석에게는 진심 모드니 뭐니 그딴 건 안 보이는 모양이다.
그보다는 과거 찌질했던 오빠가 스타라는 사실이 아직도 와닿지 않은 것 같다.
하기야 가끔 나도 찌질하다면 찌질했던 당시의 꿈을 꾸다 지각이라는 생각에 벌떡 일어나기도 했으니, 녀석의 생각을 이해 못 할 건 아니었다.
‘그나저나…… 이 녀석 꼴이 뭐야.’
나로 인해 생활 수준이 크게 나아지자, 희정이는 영국에서 석사 또한 따기로 했다.
다른 나라와 달리 영국의 석사 과정은 1년이다 보니 한 일이었는데, 전공분야는 경영학이었다.
로이즈(Lloyd’s of London)의 인턴으로 들어가 있었는데, 아무래도 일이 힘들기는 힘든 모양이다.
장학금으로 버티던 학부생 때도 나름 멀쩡했던 녀석이, 나름 꾸몄다고 하지만 상태가 좋지 못한 걸 보면 말이다.
“요즘 많이 힘든가 보네.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데.”
“그…… 많이 안 좋아 보여?”
“응. 도대체 요즘 뭘 하기에 이렇게 망가졌어?”
“우이씨~”
망가졌다는 말이 마음에 안 드는지, 입이 툭 나와 있으면서도 자신의 상태가 안 좋은 거에는 인정하는 듯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에휴~”
대신 긴 한숨을 다시금 흘릴 따름이다. 인생 쓴맛을 다 본 듯한 동생이 안쓰럽기도 한 터라 나는 슬그머니 회사 생활에 대해 물어 보았고, 처음에는 대충 대답을 넘기던 녀석은 입이 근질근질한지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정말 만만찮은 곳이라니깐.”
“으음.”
정리하자면 녀석이 힘들어 하는 건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학부 생활 때 충격을 받았던 그 재수 없는 재능의 천재들 사이에서 박탈감을 다시금 느끼고 있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막연히 생각했던 것보다 공부해야 할 게 많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인턴이라고 해도 회사에서 필요한 지식들이 어느 정도 있어야 부려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희정이는 자신이 있었다.
석사 과정까지 걸치며 공부라면 이제 신물이 날 만큼 뭔가를 배우는 데 나름 전문가가 되었다고 여긴 것이다.
하지만 세계에서도 유명한 로이즈는 그녀의 상상을 가볍게 뛰어넘겨 버렸다.
아마 석사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면 그게 무언지 알지도 못하는 용어들을 남발하며 그저 겨우 이름만 들은 수식 따위를 다루는데, 문제는 인턴들이 모두 어리버리 하지 않다는 것에 있다.
“샘 그 애가 도와주지 않았으면 난 여기 오지도 못했을 거야!”
“샘? 도와주었다고 한 녀석이 남자였어?”
“응. 되게 잘생겼어. 볼래?”
그러며 샘과 같이 찍은 사진을 보여주는데, 순간 눈앞에 하얀 섬광이 번쩍이는 걸 느끼고 말았다.
‘이 허여멀건한 놈이 어디 동생 어깨에 손을!’
그저 키가 좀 큰 모델처럼 말라 비틀어진 체형을 한 전형적인 기생오라비 같이 생긴 녀석이었다.
화장을 한 건지 입술이 뻘겋고 눈가 주변도 시커먼 게 여간 재수없었다.
‘아…… 나는 다르지. 나는 일 때문에 하는 거고.’
이 녀석은 분명 여자 따위를 후리려고 하는 거다.
큰 차이가 있었다.
그런 내 속마음을 모르는 동생은 재잘재잘거리며 녀석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았다.
“이것도 엄청 귀엽게 나왔지. 여하튼 샘은 잘하면 로이즈에서 정식 입사도 될 거야. 그리고…….”
“어. 그리고.”
기계적으로 대답하는 내가 좀 이상한지 고개를 갸웃거리던 희정이는 이내 말을 이었다.
“그리고…… 샘은 블랙 타이거의 팬이기도 해. 그 뭐라고 하더라. 블랙 캣이라고 하던가? 맞나? 맞지!”
“어. 맞아.”
“응. 그중에서도 오빠를 너무 좋아한대. 그래서 작년 올 스타디움 투어에 어떻게 가려고 했었는데, 워낙 인기가 높아서 끝내 실패했다고.”
“으응.”
“아! 듣고 있는 거 맞아? 내 친구가 오빠 팬이라니깐.”
“응. 그래 오빠 팬이라고.”
“이씨. 하여튼 아직 내가 오빠 동생이라는 걸 밝히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 밝히려고 해.”
“……그래서?”
“그래서는 뭐야. 오라버니 웸블리 스타디움 콘서트 티켓 좀 달라는 거지. 기왕이면 특등석으로다가.”
오랜만에 오라버니라는 말까지 담으며 없는 애교를 부려대는 동생의 모습에 나는 속에 천불이 나는 걸 느꼈다. 당연히도 녀석의 부탁에 대한 답은 뻔한 것이었다.
“싫어! 싫은데.”
“뭐? 왜! 왜 싫은데! 동생한테 티켓 하나 주는 게 뭐가 아까워서! 이 쪼잔한 오빠 같으니!”
“쪼잔이고 나발이고 싫어!”
“이이이! 엄마한테 이를 거야!”
“……설마. 엄마도 샘을 아는 거야?”
“당연히 알지. 엄마가 왜 샘을 몰라. 둘이 얼마나 친한데!”
“이럴 수가!”
엄마가 호방한 성격이시기는 하지만 이 정도로 마인드가 열려 있을 줄 몰랐다. 설마 이런 기생오라비 같은 놈을 사윗감으로 생각하고 있을 줄이야.
그나저나 다른 사람도 아니고 엄마가 친하다고 할 정도면 아주 글러먹은 놈은 아닌 것 같다.
‘그래도 싫어. 정말 너무 싫어!’
현실 남매니 뭐니 하며 원수 같은 남매 사이에 떠들곤 하지만, 그것도 나이 차가 많으면 다르게 마련이다.
희정이와 나이 차이가 7살인 데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손이 많이 갔던 만큼 그 애정은 컸다.
그렇다 보니 나로서는 이 샘이니 새끼니 모르는 이 녀석의 등장이 그저 충격적일 뿐이다.
세상이 얼마나 흉흉하건만.
한국의 성 평등이 안 좋다니 뭐니 하지만 그거는 외국에서 살아본 적 없는 것들이 하는 헛소리다.
실제로 가 보면 개XX들이 많은 동네가 이쪽 동네였다.
‘엄마가 인정했다고 하니깐……. 어쩔 수 없지.’
결국 나는 칭얼거리는 동생에 티켓을 내주었다.
웸블리 스타디움.
퀸, 아바, 엘튼 존, 마이클 잭슨, 롤링스톤스…… 모두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공연을 펼친 가수들이었다.
앞서 말한 가수들의 공통점은 세계적인 아티스트라는 점이다.
그만큼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공연을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만한 세계적인 인지도가 있어야 허락을 받을 수 있는 ‘꿈의 무대’였다.
우리가 올라갈 웸블리 스타디움은 그런 엄청난 역사와 의미를 가진 무대였다.
이곳에서 5일간 무대를 이어나갈 예정이었으며, 이는 총 34만 명의 관객이 동원된다는 뜻이기도 했다.
기억 속 녀석 또한 이곳에서 공연을 한 적이 없었다.
당시 조건이 안 되어서라기보다는 그 조건이 될 때쯤에는 아이돌 사업에 한참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블랙 타이거 재결성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기에, 아마 동생의 죽음이 아니었다면 했었을지도 모르겠다.
‘아~ 동생 하니 또 빡치네.’
오늘 드디어라고 할지 샘이라는 허여멀건 코쟁이 놈을 만난다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덕분에 삼촌들이 오늘따라 오늘따라 왜 예민하냐고 말을 건네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런 삼촌들의 관심도 잠시였다.
역시나 첫날이라서 그런지 삼촌들은 웸블리 스타디움에 자신들이 공연을 하게 되었다는 게 그저 신기하고 좋은 모양이었다.
“으흐흐. 야~ 뭐 하냐! 남는 건 사진이야. 빨리 찍어.”
“X발! 이럴 거면 사진사를 고용하라니깐. 거 인물도 안 좋은 녀석 찍는 게 얼마나 곤혹스러운 일인 줄 알아?”
“지랄하지 마! 너도 조금 있으면 찍어 달라고 할 거면서.”
“당연하지. 웸블리 스타디움인데, 안 찍는 게 이상한 거 아냐?”
“또 찍으려고? 너 아까 제수씨와 미친 듯이 사진 찍지 않았어?”
“나만 찍었냐? 시영이도 제수씨와 찍었어!”
“아니. 아직 결혼 이야기도 안 나왔는데…… 제수씨라고 하는 건 좀 그렇지 않아?”
“와~ 진심임? 딸뻘 되는 처자를 만나면서 결혼을 생각 안 한다고? 너 인성 문제 있음?”
“딸뻘은 아니야! 딸뻘은!”
“20살 넘게 차이 나야 딸뻘이냐! 16살 차이면 충분히 딸뻘이지. 학창 시절에 사고 쳐서 낳은 애들이 우리 때만 해도 수두룩했어.”
장태식 삼촌에 이어 뒤늦게 연애를 하고 있는 삼촌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곽도훈 삼촌도 썸을 타고 있었고, 김일 삼촌도 결혼까지 이야기하는 분이 계셨다.
그중에서 박시영 삼촌은 올해 초 미국에 이민을 간 한국 출신의 변호사분하고 만나는 중이었다.
제법 이름 높은 로펌에서 EP(Equity Partner : 회사 지분을 소유한 파트너)라고 하는데, 그 직위에 비해 이미지가 너무 순하셨다.
단순히 이미지만이 아니라 실제로 말이나 행동도 잘 배운 이의 교양이 섞인 언행이라 더는 여자가 싫다고 하던 시영 삼촌이 생각을 바꾸게 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래도 16살은 좀 심하네.’
뭐~ 삼촌들 나이를 생각하면 이 예비형수님도 사실 어린 건 아니기는 하지만.
그나저나 확실히 변호사라서 그런지, 오랜만에 이곳에서 만나게 된 예비형수님은 은근히 대하기 어려운 면이 있어 보였다.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마지막 점검을 하고 대기실로 돌아오니 언제 왔는지 동생이 그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와! 엄청나다! 밖에 봤어? 이곳에서 중요한 시합 있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일하는 내 모습을 본 적이 없는 희정은 호들갑을 보였지만, 녀석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지금 내 눈앞에는 며칠 전 녀석이 폰으로 보여준 허여멀건 놈이 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눈가가 날카로워져 간 채 녀석을 바라보는데, 왜인지 샘이라는 이 녀석이 얼굴을 붉혀댄다.
‘설마 화가 난 건가? 아무리 그래도 여자친구의 오빠와 첫 만남에 화를 낸다고?’
그거 말고는 저렇게 반응을 할 이유가 없기에 나는 더욱 이를 갈며 녀석을 노려보려는데, 동생이 그 사이를 비집고 와 이 자식을 소개해 주었다.
“저번에 보여줬지. 샘이야. 나에게 소중한 친구니깐. 잘 대해줘. 샘. 말했지. 우리 오빠. 야! 정신 차려!”
“어어. 이게 사람들이 말하는 진심 모드라는 거구나. 그나저나 저…… 정말 YC 님이 너의 오빠라니!”
정말 팬인지 호들갑을 보이는 녀석의 어깨를 토닥여주는 동생에 나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쥐였다.
그런 내 마음을 모르는 동생은 등을 밀며 악수를 하라고 했고, 이후 나는 악수부터 사인, 사진까지 다 찍어 주어야 했다.
그 모든 서비스를 억지로나마 다 하고 났더니, 감격 때문인지 샘이 울먹거렸다. 동생은 그런 샘에게 다가가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토니도 같이 왔으면 좋았을 텐데. 그치.”
“응. 토니도 YC 님 팬이니깐.”
“……토니는 또 누구야?”
설마 샘 말고 또 다른 남자친구인가? 싶어 혹시나 하여 꺼낸 내 물음에 동생은 충격적인 사실을 알려주었다.
“이야기 안 했나? 샘 남자친구야. 애도 정말 친절하고 착하지.”
“…….”
어째 뭔가 잘못 이야기가 흘러가는 것 같았던 나는 이후 작은 기대를 담으며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고, 이후 속으로 만세를 불렀다.
샘에 대해 내가 오해했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설마 게이였을 줄이야.’
그러고 보면 저번에 만나 샘에 대해 이야기를 했을 때, 그런 뉘앙스를 보이기는 했었다. 다만, 미리 남자친구라고 지레짐작해 버려서 그걸 캐치하지 못했던 거지.
여하튼 샘이 게이라는 걸 알게 되자, 나는 좀 전과는 확연히 다르게 친절을 베풀기 시작했다.
크게 아쉬워하는 샘과 토니를 위해 영상 통화를 하는 팬 서비스와 함께 여러 굿즈들을 챙겨 준 것이다.
어느새 공연이 코앞까지 오면서 동생이 좌석으로 돌아갔다.
“자! 갑시다. 블랙 타이거 파이팅!”
모든 오해를 풀고 나서인지 기운이 넘친 내가 전에 없이 파이팅을 보이자 삼촌들은 이상하게 쳐다보면서도 곧 따라 주었다.
어쨌든 그리웠던 공연 무대에 오르게 되는 것이니, 그 사실만으로도 파이팅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