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135
하루 아침에 음악괴수! 126화
이번 유럽 투어의 오프닝 게스트로 선점된 팀은 3팀이었다.
그중 첫 번째 타자로 올라가게 된 팀은 레드 위치였다.
쟁쟁한 후보자들을 제치고, YC 레볼루션 이벤트를 통해 소속 가수로 계약하게 된 지 반년도 안 된 레드 위치를 이번 유럽 투어 오프닝 게스트로 끌어올리게 한 이유는 하나였다.
“생각보다 뛰어난 녀석들이야.”
레드 위치의 리더 혜영과 영호, 만우는 본래 클래식계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이들었다.
이 말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했다는 말이었고, 그건 그만큼 기본기가 탄탄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기본기가 탄탄하다는 건 빠르게 배울 수 있다는 말인데, 실제로 그러했다.
“어디…… 이것도 가능한가?”
실험 삼아 조금씩 난이도를 높이며 던지는 먹잇감을 녀석들은 어떻게든 먹어치우는 데 성공했다.
덕분에 한동안 신이 났었다.
그간 그저 재능에 휘둘려지던 천재들과는 가르치는 맛이 또 다른 녀석들이라서다.
무엇보다 가장 나를 즐겁게 한 건 보컬인 강철수였다.
판소리 특유의 바이브가 여러모로 흥미롭게 다가와서다.
겸사겸사 녀석 덕분에 판소리를 다루어 보게 되었는데, 판소리는 다루어 본 적이 없다 보니 처음에는 제법 헤매고 말았다.
그러다 녀석의 소개로 명창이신 그의 아버지 강춘석 선생님을 뵙게 되었고, 이후 새로운 발성법에 한동안 즐거웠었다.
판소리는 기억 속 녀석이 다루었던 성악과는 또 달랐다.
그 내는 소리도, 호흡법도 달랐지만 가장 다른 건 음악에 대한 이미지였다.
무슨 말인가 하면 노래를 하며 그리는 이미지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거대한 형태를 띤다는 것이다.
그럴 만한 게 판소리에는 완창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한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불렀다는 걸 뜻한다.
처음 그 단어를 들었을 때 그게 무슨 말이지? 라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노래방에서 1절씩 부르는 것도 아니고 가수라면 대개 한 곡을 끝까지 부르는 걸 두고 유달리 할 이야기가 아니라서다.
하지만 그 완창이 짧게는 2~3시간. 길게는 8시간 이상이 걸린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처음 완창을 했을 때 몸이 견딜 수 없게 아팠지. 뼈 마디마디가 쑤셨고, 숟가락 집을 기운도 없었어. 후유증이 엄청났지. 하지만…… 그래도 즐거웠었네.”
명창 강춘석 선생이 과거를 회상하며 하신 말씀이었다.
“철수 녀석도 완창을 했었냐고? 암~ 했지. 우리 아버지께서 직접 가르친 신동이었는데. 그 처음 완창을 했던 게 15살 때였나? 그랬을 거야.”
뭐가 그리 좋은지 완창이 끝난 뒤에도 철수는 한참을 마당에서 나가지 않았다고 한다.
여하튼 그런 일반적인 상식으로 이해하기도 어려운 거대한 이미지를 그리는 게 판소리였다.
나는 그게 어떤 느낌인지 궁금했기에 열흘 가까이를 강춘석 선생님에게 배웠고, 그 뒤에야 감을 잡았다.
“이런 거구나…… 세상에!”
진리가 먼 곳에 있는 게 아니라고 하더니, 과연 그러했다.
설마 국내에 이런 보물이 숨겨져 있었을 줄이야.
‘판소리는 절대 지금처럼 저평가받을 음악이 아니다.’
그럼에도 갈수록 판소리를 한국 사람들조차 멀리하며 저평가하는 이유가 있었다.
“변하는 걸 멈추었기 때문이지.”
고인 물이 썩듯이 판소리 또한 전통이라는 이름에 갇혀 언젠가부터 변화를 멀리하고 있었다. 그 배움도 쉽지 않았다.
악보라고 하는 것이 서양에 비하면 자세하지 못해, 거진 구절로서 전수되기 때문이다.
명창들이 같은 곡이라도 다르게 부르는 데에는 이러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방식 때문이라서다.
그나마 강춘석 선생님을 비롯해 전 세대의 여러 국악 명인들께서 그런 위기 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하여 과거처럼 티브이 쇼에 나간 거로 호되게 혼을 내며 비난하던 풍조가 만연했던 것과 달리, 지금은 국악을 다양한 분야와 접하는 제자들을 지지했다.
물론 여전히 정통성의 훼손에 대해 우려하는 이들도 많았지만, 상당수가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 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명창 가문에서 신동으로 소문이 자자했던 강철수가 락을 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던 건 이런 강춘석 선생님의 지지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여하튼 이러한 판소리에 대해 알고 나니 레드 위치가 가야 할 음악이 무엇인지 감이 잡혔다.
“Chunhyangjeon…… 춘향전?”
“이게 저희들 곡이라고요? 갑자기 왜 춘향전을…….”
너무도 유명한 한국의 대표적인 고전소설 춘향전을 너희들이 앞으로 가야 할 음악이라며 내어주자, 저마다 혼란스러워하는 기색을 보였다.
하지만 이내 내가 직접 가이드한 곡을 들어 보고는 저마다 침을 꼴깍 삼키며 입을 닫았다.
“!!!”
“서양에 로미오와 줄리엣이 있다면 국내에는 춘향전이 있지.”
비극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을 제외하면 로미오와 줄리엣과 춘향전은 여러 부분에서 비슷했다.
그도 그럴 게 풋풋한 10대에 눈이 맞은 선남선녀가 자신의 환경을 극복하고 서로를 애절하게 그리워하며 마지막에는 죽음마저 불사하는 의지를 보이기까지 했다.
이 춘향전을 5분짜리의 이야기로 각색한 이 곡은 락과 어우러지며 지금껏 없었던 락의 장르를 만들어냈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진정한 K 락이라고 할까?
그리고 이 락의 진수는 보컬에 있었다.
자칫 밋밋하게 그저 그런 팝 락으로 흘러갈지 모르는 이 곡은 판소리의 묘미를 담아 부르면서 너무도 특별한 보석으로 바뀌는 것이다.
악기도 그 형태도 락이지만, 그 곡에 담긴 의미가 판소리가 되니 이처럼 놀라운 곡이 되어 버린 것이다.
“……어떻게?”
아주 어렸을 때부터 판소리를 다루었던 강철수는 대번에 이 곡이 의미하는 바를 알아차리는 듯 보였다.
다만 강철수 녀석이 놀란 건 다른 부분이었다.
“……대표님께서는 원래 판소리를 배우신 적이 있으셨습니까?”
“그럴 리가. 국악은 좀 알기는 하지만 판소리는 아예 모른다는 거 네가 더 잘 알지 않아?”
“아! 그랬죠.”
그제야 철수는 나에게 판소리를 가르치는 데 여러모로 어려움을 겪었던 과거를 떠올렸었다.
하기에 더욱 혼란스러워지는 녀석에게 나는 어깨를 토닥였다.
“본래 내가 원래 좀 그래. 이해가 안 되어도 그냥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해.”
“……그게 그렇게 이해한다고 할 수 있는 일인가요?”
뭐가 그리 불만인지 대다수 일에 심드렁하던 녀석은 입이 툭 튀어나온 채 나 불만 있어요 하는 표정을 지어댄다.
그런 녀석에게 나는 그저 말없이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뭐 이해 못 할 건 아니지.’
명창 강춘석 선생님께 배움을 청한 지 열흘 만에 명창까지는 아니어도 나름 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
감을 한번 잡았고, 나의 재능의 특성상 달리 얼마 가지 않아 명창과 같은 대가처럼 판소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처럼 나의 음악에 대한 재능은 어이가 없을 정도로 절대적이었다.
영감이라는 걸 비와 구름처럼 쏟아내는 게 가능한 나로서는 이런 거에 새삼 놀라 할 것도 없었다.
여하튼 강철수라는 판소리 신동 출신의 재주를 살려 레드 위치는 K 락이라는 장르를 기어이 만들어냈다.
그리고 첫 오프닝 게스트에서 ‘Chunhyangjeon’을 부른 결과.
관객들의 엄청난 호응을 받게 되었다.
-와아아아아!-
-뭐야? 이건! 처음 들어 보는 장르인데?-
-레드 위치라고? 정말 마법이라도 쓰는 건가? 밴드 음악 자체는 팝 락 같은데?-
-미쳤어! 이 애들이 YC가 새로 발굴했다는 밴드지?-
-소름! 무슨 사람 목소리가 저렇지?-
-레드 위치! 레드 위치!-
어느새 마지막 곡을 불렀을 때에는 그들의 밴드 이름을 외치는 관객들이 적잖을 정도였다.
“휴우~ 오랜만인데. 앵콜까지 나왔어!”
“레드 위치. 이 꼬맹이들이 일을 냈네! 영찬아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뭐. 이 녀석들 곡은 인정이지. 특히 춘향전은 어휴.”
“철수 저 꼬맹이 녀석. 여간내기가 아니네.”
“크크크. 그래서 긴장이라도 한다는 거야?”
한순간 콘서트장을 사로잡은 레드 위치에 감탄하는 동료들에 곽도훈 삼촌이 낄낄거리며 쫄았냐는 식으로 물었고, 이에 삼촌들은 저마다 크게 웃어댔다.
마치 재미있는 농담이라도 들었다는 모습인데, 그 옆에서 함께 웃어대던 나는 너무 웃어 글썽이는 눈물을 닦아내며 말했다.
“그럼 들떠 하고 있을 꼬맹이들에게 진짜 밴드가 뭔지 보여주러 가죠.”
“낄낄. 그래. 꼬맹이들에게 아직 세상이 만만치 않다는 걸 보여주어야지.”
그렇게 우리는 레드 위치가 남기고 간 여운에 젖어 있는 팬들에게 너희들이 무슨 음악을 듣기 위해 이곳에 왔는지를 알려주기로 했다.
그걸 알려주는 데 달리 긴 시간이 필요한 건 아니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첫 곡은 ‘노장은 죽지 않는다.’였고, 이 곡 하나만으로 관객들을 우리들의 포로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두두두두둥!-
-지지지지징!-
유럽 투어의 첫 포문으로 꺼낸 ‘노장은 죽지 않는다.’는 작년 무대에서 보여주었던 것과 또 달라져 있었다.
“You don’t understand me? But look! I am not wrong!”
달라진 건 밴드 음악만이 아니었다.
그에 맞춰 그려진 내 보컬 또한 달라졌다. 밴드의 소리가 달라진 덕분이지만, 이외에도 판소리를 통해 곡의 이미지를 더욱 구체화하고 장관으로 만들어지게 된 것도 적잖은 지분이 있었다.
-레드 위치 ‘Chunhyangjeon’을 통해 새로운 락 장르를 만들어내다.-
-한국 전통 음악의 진의를 담은 Chunhyangjeon. 그 말로 할 수 없는 격정을 이야기하다!-
-‘Chunhyangjeon’ 뜨거운 관심 속에서 영국 ‘UK Music Charts’에 진입!-
-‘Chunhyangjeon’의 엄청난 흥행에도 여전히 흔들림 없는 입지를 보여주는 블랙 타이거!-
-평론가들. 저마다 블랙 타이거의 음악을 듣고 이들은 여전히 성장을 멈추지 않고 있다고 밝혀!-
-해를 넘긴 유럽 투어! 어느새 유럽 투어의 성공을 코앞에 두다!-
콘서트 시작 초기에만 해도. 유럽 투어에 대해 이래저래 불안 요소가 적지 않았었다.
유럽 국가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들과 더불어 난민 문제 등으로 인해 계획 변경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서다.
하지만 그런 우려가 무안하게도 유럽 투어는 매우 순조롭게 진행 중이었다.
물론 극성 사생팬들이 가끔 이벤트를 만들기도 했지만, 그건 어느 정도 예측 범위 안에 있는 일들이라 별다른 우려 섞인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기쁜 일들이 여럿이었다.
먼저 레드 위치가 ‘Chunhyangjeon’을 통해 세계적인 밴드로 이름을 알린 것과 더불어 함께 오른 오프닝 게스트들도 큰 인지도를 얻은 건 정말 기쁜 일이었다.
국내에서 치고받고 하기에는 YC 엔터는 너무도 커 버린 탓이다.
그러니 세계로 나가야만이 답이 생기는데, 그런 점에서 레드 위치를 비롯한 신인들이 그 가능성을 보인 건 기쁜 일이었다.
“무엇보다 YC 레볼루션의 점유율이 높아진 건 정말 기쁜 일이었다.”
의외로 점유율이 높아졌던 미국과는 달리 유럽은 예상처럼 미미한 점유율을 보였었는데, 이번 유럽 투어를 통해 상당한 점유율까지 높이는 데 성공했다.
굳이 미국이 아닌 여러모로 어려움이 있는 유럽 투어를 고집한 건 YC 레볼루션의 홍보 때문도 적지 않았었다.
-블랙 타이거 말 많았던 유럽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시키다!-
-추정 수익만 5억 유로? 굿즈 등을 합하면 배는 더 나올 것이라는 말이 나와!-
-유럽 투어의 성공으로 YC 미국 지사 주가 상승세!-
-이번 유럽 투어의 가장 큰 성과는 YC 레볼루션?-
-YC 레볼루션. 유럽의 손꼽히는 SNS가 되다!-
성공적인 유럽 투어에 대한 기사들 중에 역시나 YC 레볼루션이 많은 곳에서 언급되었다.
하지만 기사의 제목처럼 손꼽히는 수준은 결코 아니었다.
굿즈 등 이벤트로 잠시 일부 국가에서 5위까지 오르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10위권도 겨우였다.
후발주자인 데다, 무엇보다 아직 컨텐츠가 부족해서다.
이를 위해서 막대한 자금을 쏟아내며 국내는 물론 세계 곳곳의 영화 드라마 등의 콘텐츠를 사들일 생각이었다.
“슬슬 본사도 상장할 때가 되었지.”
미국 지사의 주가는 지나치리만큼 오른 상태. 말하자면 언제 거품이 꺼질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니 슬슬 본사를 상장해 마련한 자금으로 컨텐츠와 유통에 신경을 쓸 때이다.
특히나 정신없이 바빴던 2016년이 지나고, 2017년을 마주하게 되었다.
기억 속 녀석이 죽음을 맞이한 날짜로 치면 어느새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기인 것이다.
“정말 시간 한번 빠르게 가네.”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빠르게 간다더니 그 말이 정말인 것 같았다.
괜히 한 살 더 먹었다는 사실이 씁쓸한 탓에 삼촌들에게 전화를 해보았지만, 다들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다들 연애한다고 바쁘시구나.”
연애라.
‘그래, 올해는 연애라도 해볼까?’
다른 때라면 이내 고개를 털었을 생각이었지만, 저 삼촌들이 저마다 살림을 차리겠다고 난리니 나로서는 진지하게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