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136
하루 아침에 음악괴수! 127화
39장. 오만의 왕.
코믹스의 양대산맥이라 불리는 M사와 D사는 오랫동안 라이벌 관계를 유지했었다.
이는 이들 코믹스가 추구하는 것이 슈퍼 히어로라는 공통 주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건국 초기 거대한 땅을 가진 미국은 공권력의 한계로 치안이 좋지 않자 자경단을 만들어 스스로를 지켰다.
현대 미국에서도 시골과 같은 경찰의 공권력이 닿기 힘든 외진 곳에서는 종종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슈퍼 히어로 만화가 유독 미국에서 오랫동안 사랑을 받는 건 이러한 미국의 환경과 역사의 영향이 컸다.
하지만 히어로는 이러한 자경단과는 색깔이 다르다.
그보다는 vigilis(‘깨어 있는’이라는 뜻의 라틴어)와 관련이 있으며, 이는 ‘범죄, 불의를 스스로 감시하는 자’라는 정도로 말할 수 있다.
동양에서 굳이 이와 유사한 뜻을 찾아본다면 협객 정도일 것이다.
갑자기 히어로에 대한 이야기를 이토록 장황하게 꺼내놓는 건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D사에서 보내왔다고요?”
“네. 대표님에게 꼭 전달해 달라고 하시더군요.”
그건 바로 D사에서 보낸 소포와 관련이 있었다.
꼭 나에게 전해주고 싶었던지 나도 요즘 만나기 힘든 미국 지사장 테일러를 통해 보내온 이 소포 안에는 세 권의 만화책이 있었다.
king of arrogance
직역하면 오만의 왕이었다.
-두근두근
유럽 투어를 마치고 무료한 휴식을 취하고 있던 나의 심장이 오랜만에 뛰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게 오만의 왕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코믹스 히어로 어둠의 기사의 새로운 시리즈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어둠의 기사가 나오던 코믹스는 지니어스 리그라는 소속 단체에서 조연 정도로 나오는 게 고작이었던 터라, 본인이 주연으로 나오는 만화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새로운 시리즈에 힘을 쓴 것인지 그림체부터 분량까지 모두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무료한 일상 속에서 갑작스레 맞은 행운처럼 나는 오만의 왕 시리즈를 읽기 시작했다.
“우와~ 이거 정말 미쳤네.”
1권을 읽은 뒤 나는 거친 감탄사를 토해내야 했다.
히어로 스토리에 중요한 게 무엇이냐고 하면 여러가지가 나올 것이다. 대게 주인공의 능력, 그의 서사, 그의 가치관을 이야기할 터였다.
하지만 오랜 히어로 코믹스의 팬이라면 당연코 빌런을 이야기할 것이다.
다른 히어로들과는 달리 아무런 초능력도 없는 어둠의 기사가 오랜 시간 동안 사람을 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건 어둠의 기사의 매력적인 서사도 한 부분을 차지하겠지만, 가장 큰 건 그의 오랜 숙적인 피에르 때문이다.
그 또한 어둠의 기사처럼 아무런 초능력이 없지만, 그의 등장만으로도 보는 이들이 숨을 죽이게 만든다.
이는 어둠의 기사의 무기가 신념이라면 피에르의 무기는 광기이기 때문이다.
얼핏 보면 어둠의 기사의 무기는 악당들을 손쉽게 제압하고 무찌르는 싸움 실력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어떤 극악스러운 악당일지라도 죽이지 않는다. 이는 그가 얻고자 하는 것이 단순히 악당에 대한 분노의 징벌이기보다는 그가 살고 사랑하는 도시에 정의를 되찾아 주는 것이라서다.
하여 정당한 법 속에서 처벌받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정의를 찾아올 수 있다고 그는 믿었다.
그에 반해 피에르는 어둠의 기사가 세워가던 정의를 무너뜨리면서 번지는 광기를 사랑한다.
“나는 너를 절대 죽이지 않을 거야. 빛의 옆에는 어둠이 있게 마련이거든.”
자신의 광기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어둠의 기사가 있어야 한다는 걸 피에르는 이 대사를 통해 관객들에게 알려주었다.
또한 어떻게 그처럼 오랜 시간 동안 이들의 이야기가 사랑받을 수 있었는지를 알게 해주는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피에르가 지니어스 리그를 탄생케 한 거대한 악에게 죽음을 맞이하면서 그 이야기는 허무한 끝을 맞이하고 말았다.
이후 여러 빌런이 나왔으나, 피에르만큼 강렬한 인상을 주는 빌런은 나오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이번에 등장한 오만의 왕이라는 빌런은 등장부터 엄청난 매력을 풍겨냈다.
1000년 전 가장 고귀한 신분이었던 그는 영원한 삶을 위해 오지로 길을 떠났다가 예상치 못한 매서운 북풍을 만나며 얼어붙어 버린다.
이후 지니어스 리그가 외부에서 온 적과 싸우는 과정에서 신비로운 힘을 접하게 되면서 생환하게 되었다.
그로써 그는 자신이 바라던 영원과도 같은 삶을 살게 되었지만, 문제는 그것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산처럼 쌓은 금도, 그의 손짓에 움직이던 수많은 충실한 종들도 모두 사라진 상태.
그는 잃어버린 모든 귄위를 되찾기 위해 어둠의 기사가 있는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를 찾게 되는데,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1000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고대인인 그가 그 시간을 뛰어넘어 적응하기도 어려울 것이건만, 그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지식을 습득하며 세력을 길렀다.
이게 가능한 건 그의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지식과 육체 덕분도 있겠지만, 그 이전에 고귀한 혈통이 그를 그리 만들어냈다.
“지금의 시대에는 왕이 없다고? 뭐, 이상한 일은 아니군. 어리석은 인간들은 언제나 최악의 결과를 선택하게 마련이니.”
그는 왕도 귀족도 노예도 이제 오래전에 사라졌다고 떠들어대는 말 따위는 믿지 않았다.
그 오랜 세월 속에서 계급 사회가 유지되었던 건 무엇 때문이겠는가?
인간은 기본적으로 악하고 이기적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결국 불합리할 수밖에 없는 사회 구조로 흘러가고 만다.
실제로 겉으로야 계급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과연 진짜로 그런가?
자본, 권력, 폭력은 여전히 이 시대에도 만연했다. 아니, 그 어느 시대 때보다도 더 잔혹하게 활개를 치고 있다.
새로운 보이지 않는 계급이 만들어졌으며, 그 계급이 만들어진 과정에는 가식적인 정의조차도 없었다.
물론 과학의 발전과 사회적 이념으로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진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왕의 시대에 비해 평온한가 하면 그는 인정할 수 없었다.
“사육장에서 살이 찌워진 채 언제 잡아먹힐지 모르는 돼지가 된 신세가 과연 들판을 뛰어다니던 시대에 비해 좋을 리가.”
하지만 대신 육신의 평온을 얻었으니, 사람들은 괜찮다고 떠들어댄다.
물론 가장 고귀한 혈통인 그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다시 왕의 자리에 오를 생각이었고, 그리하여 엉망이 된 세상에 다시 질서를 가져올 생각이었다.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른다고 한들. 그는 나아갈 예정이다.
그야말로 오만하기 그지없는 발상이었다.
하지만 3권에 걸쳐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그는 정말로 왕의 자리에 오르기 직전까지 다다른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이들이 그를 우상화하며 따랐고, 이에 어둠의 기사는 고전을 면치 못한다.
-……탁
마지막 내용의 여운에 젖어들며 마지막 장을 덮어내다, 이내 그 마지막 장에 작은 편지가 붙어 있음을 뒤늦게 발견하게 되었다.
이에 손가락을 집어넣어 꺼내어 그 편지를 보았고 이에 잠시 고장이 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게 편지는, 3권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아예 어둠의 기사마저 존재감을 잃게 했던 오만의 왕의 캐릭터 캐스팅에 나를 넣고 싶다는 뜻이 담긴 초청장이었기 때문이다.
“미친 걸까?”
그 피에르 못지않은 이 미친 캐릭터를 나보고 연기하길 바란다니, 제정신이 아닌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어둠의 기사의 오랜 팬으로서 이것이 영화로 만들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너무도 컸다.
“이러면 연락을 안 할 수가 없잖아.”
한동안 이리저리 고민하던 나는 결국 전화기를 들었다.
* * *
-YC 레볼루션 미국 아이돌 오디션 개시!-
-아메리칸 드림팀 프로젝트!-
-YC 엔터 일본인들로 이루어진 Diva(G) 그룹에 이어, 이번에는 미국인들로 이루어진 아이돌을 만든다!-
-가장 K팝스러우면서도 미국의 색채가 뚜렷한 아이돌 그룹이 탄생할 것이라고 자신하다!-
-과거 아메리칸 아이돌을 제작한 H방송사와 손을 잡다!-
작년 초.
Diva(G) 프로젝트로 일본 열도를 들끓게 했던 YC 레볼루션은 이번에는 아메리칸 드림팀이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로 미국 전역에 큰 화제를 끌어들이는 중이었다.
특히나 이번 미국 아이돌 오디션 주 대상자라 할 수 있는 10대 사이에서는 그야말로 광기가 어렸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다.
H방송사와 함께한다고 했지만, 예선은 YC 레볼루션의 지분이 100%다 보니 이로 인해 YC 레볼루션의 지분율이 무서울 정도로 오르는 중이었다.
예선이 시작된 지 한 달도 안 되어 스타로 떠오르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확실히 미국은 미국이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수많은 민족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모인 곳이라 그런지 인재들이 많습니다.”
패스트푸드가 일반적인 식습관이어서 확실히 비만도 많은 나라지만, 그럼에도 드러난 인재들은 정말 감탄이 나올 정도로 대단했다.
특히나 다양한 인종들이 나를 놀라게 했는데, 의외로 소수 인종이라 할 수 있는 동양인들 중에서 눈에 띄는 인재들이 나왔었다.
“이 두 명은 아메리칸 드림팀이 아니어도 데려와야 할 것 같습니다.”
“무슨 말인지 알 것 같군요.”
영찬은 오랜만에 만나게 된 미국 지사장 테일러의 말에 긍정했다.
영상 속에서 보여준 끼와 재능만 본다면 최종 본선까지도 충분히 갈 듯했지만, 문제는 이들의 외모다.
못생겼다가 아니라, 그들의 외모가 미국인들이 선호하는 외모가 아니라는 게 문제였다.
특유의 진한 이목구비와 성숙한 섹시함을 선호하는 미국인들에게 있어 그녀들은 흐릿할 정도로 순하고 앳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미국 특유의 화장법으로 그걸 애써 커버하고 있지만, 타고난 인물상과 더불어 어린 나이로 인해 오히려 그 모습은 어색할 뿐이다.
하지만 아시아 쪽으로 온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녀들은 그야말로 전형적인 동북아시아에서 원하는 소녀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고, 이는 곧 캐스팅 매니저가 그토록 찾는 아이돌 상이라는 말이기도 했다.
“아마 최종 합격은 어려워 보이기는 하지만, 일단 최대한 올릴 수 있는 데까지 올려보도록 하죠. 어찌 되었든 이번 기회에 인지도를 올리는 것도 좋은 일이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확실히 제이미의 영향이 대단하기는 하군요.”
“하하하. 일부에서는 그녀를 두고 여왕이라고도 부를 정도니깐요.”
그들의 말대로나마 Diva(G) 프로젝트 당시 일본 열도 못지 않은 열기를 보이고 있는 데에는, 작년에 데뷔해 미국에서 여왕이라고까지 불리고 있는 제이미의 영향이 컸다.
갑자기 나타나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든 미국인들에게 사랑받는 슈퍼스타를 탄생케 한 YC가 프로듀싱한 걸그룹에 대해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제이미 이전에도 영찬은 지금까지 실패한 적이 없는 마이더스의 손이라는 사실이 이처럼 거대한 열기를 만들어낸 것이다.
“덕분에 YC 레볼루션의 점유율이 5위까지 올라왔군요. 이대로만 간다면 3위까지도 노려볼 수 있겠습니다.”
“그러기는 쉽지 않아 보이기는 하지만, 가능하면 그랬으면 좋겠군요.”
이후 영찬은 테일러와 수정될 계획과 더불어 작년부터 진행 중인 YC 필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로써 세계적으로 유명한 N사의 스트리밍 엔터테인먼트를 모방하고자 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게 자체적으로 제작되는 콘텐츠였다.
이 중 대박이 날 영화와 드라마 등의 시나리오를 사들여 제작 중이었고, 이미 국내에서는 스퀴드를 비롯해 여러 드라마와 영화가 제작을 코앞에 두고 있었다.
문제는 자본이었는데, 이 부분도 YC 엔터 본사를 상장하기로 하면서 사실 해결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확실한 한 방을 위해 영찬은 코믹스 D사를 노리는 중이었다.
“D사가 계속되는 실패로 상황이 좋지 않기는 하지만, 과거 보여준 저력을 보면 확실히 손을 잡아볼 만하죠.”
테일러는 이런 영찬의 생각에 크게 동의했다.
지금이야 M사가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지만, 2010년 이전만 해도 주 패권을 쥐고 있는 건 D사였으니 말이다.
“그를 위한 투자입니다. 이번 오만의 왕은 반드시 함께해야 합니다.”
만화책대로 제작된다면 엄청난 제작 비용이 들 것이니, 그들의 투자에 D사가 두 팔을 벌리며 환영할 건 뻔했다.
이 오만의 왕 시리즈를 YC 필름 콘텐츠로 넣을 수만 있다면 YC 필름은 실패를 하는 게 어려울 것이다.
‘가능하면 판권을 아예 가져오고 싶지만. 그건 불가능하겠지.’
그러기에는 전작 어둠의 기사 시리즈가 너무 대흥행을 하였다.
그러니 아무리 자본 압박을 받고 있는 D사라고 해도 황금 알을 낳는 오리의 배를 가르는 멍청한 짓을 할 리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