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137
하루 아침에 음악괴수! 128화
D사의 사장 제프는 ‘오만의 왕’ 작품을 손에 넣게 된 순간 알았다.
“이 작품은 무너지고 있는 우리 D사를 살려줄 생명의 불길이 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제프만이 아니었다. ‘오만의 왕’ 작품을 본 모든 이들이 그와 같은 생각을 했었다.
“제프. 이 작품은 단순히 만화책으로 내놓아서는 안 됩니다.”
DC 필름스의 수장 존스의 말에 제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 또한 그리 생각했기에, 작품을 완성한 지 벌써 2달이 넘도록 출간을 미루고 있지 않았던가?
그만큼 빌런으로 나오는 오만의 왕의 캐릭터는 독보적이었다.
그걸 알기에 고민 끝에 DC 필름스의 수장 존스에게 이 작품을 보여준 것이기도 했고.
과연 존스 또한 이 작품의 진가를 대번에 알아차리며, 보기 드물게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장에라도 이 작품을 찍고 싶다는 태도였다.
하지만 이 작품에는 문제가 있었다.
“이걸 영화로 만든다면 자네는 찍을 수가 있겠는가?”
제프의 말에 존스는 당연히 할 수 있다고 말하려다, 이내 멈칫하다 어렵게 입을 열었다.
“예산이 많이 들 것입니다.”
“그렇겠지. 이 작품의 전투 씬은 도시에서의 전투 씬이 대부분이니깐.”
“CG 작업도 만만치 않겠지요.”
“잊혀진 초 고대 국가를 재현하는 것이니 분명 그럴 것이네. 아마 업계 최고들을 데려와야 하지 않겠나 싶군.”
“감독은 거물급을 데려와야 할 것입니다. 어둠의 기사 시리즈를 찍었던 벨 감독을 데려온다면 가장 좋겠지요.”
“안 그래도 알아보았네. 벨 감독은 지금 찍고 있는 작품이 없다고 하더군. 아마 이 작품을 본다면 분명 수락할 것이라 믿네.”
“그리고…….”
그리고 이 영화를 찍을 마지막 퍼즐을 이야기함에 있어 존스는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그런 그의 마음을 안다는 듯 제프는 대신 그의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이 오만의 왕 ‘진’의 배역을 맡을 이를 찾아야겠지.”
“후우~”
제프가 마음에 걸리는 마지막 퍼즐을 이야기하자 존스는 한숨을 크게 내쉴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이게 이 작품을 영화로 만드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진의 능력이라 할 수 있는 고귀한 혈통은 온갖 초능력들을 구현한 현대의 CG 기술로도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게 고귀한 혈통은 단순히 세뇌로 사람들을 선동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고귀한 혈통을 통한 태생적인 기품이 사람들을 공포에 질리게 하기도, 열광적인 지지를 하게도 만드는 것이다.
그건 신 혹은 악마와 같은 초월적 존재를 대하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이게 문제였다.
차라리 구체적인 현상이 일어났더라면 현란한 CG 따위를 버무려 만들겠지만, 그게 아닌 그런 초월적 존재적인 느낌을 주는 기품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었다.
연기의 신이라고 불릴 정도의 배우들을 데려온다고 한들 이게 과연 연기로 가능한 일일까?
존스는 크게 고개를 저었다.
가능할 리가 없었다. 음악과 CG 등 온갖 재주를 부린다고 한들 관객들에게 오만의 왕이 주는 그 엄청난 아우라를 맛보게 할 수 없는 일이다.
‘환각을 일으키는 마약 혹은 페로몬을 일으키는 것이라 고친다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보려 그런 요소까지 떠올려 보았지만, 이내 존스는 자신의 생각을 부정했다.
그런 외부적 요소가 들어간 순간 오만의 왕은 더 이상 왕이 아니게 되기 때문이다.
그저 그런 헛된 망상에 빠진 흔한 빌런 따위로 전락해 버리며, 이는 오만의 왕을 굳이 이처럼 큰돈을 들여 제작할 이유가 사라져 버린다는 말이기도 했다.
“……일단 고민해 보겠습니다.”
끝내 포기하지 못해 고민해 보겠다는 존스에 제프는 씁쓸한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서다.
이후 제프가 존스에게서 다시 연락을 받게 된 건 해를 넘긴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찾았습니다!”
주어도 없이 난데없이 꺼낸 존스의 말이었지만, 제프는 대번에 그가 뭘 찾았다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
“그게 사실인가? 정말 ‘진’을 찾았다고.”
“네. 심지어 동양인입니다.”
“!!!”
오만의 왕 ‘진’은 거대한 아시아를 지배하던 초거대국가의 왕이라는 설정이 있었다. 당연히 ‘진’은 동양인이 될 수밖에 없었다.
“누구인가? 아니, 그런 사람이 있었다는 걸 왜 난 몰랐지?”
“……아마 제프도 모르시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참. 나도 알고 있다고?”
“네. 모를 수가 없지요. 그는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이이니 말입니다.”
“……설마 YC?”
“네. 그렇습니다.”
“……음.”
현재 가장 세계에서 영향력이 있는 밴드 블랙 타이거의 보컬 YC.
레전드 밴드인 Painkiller의 리더 마빈과 콜라보를 한 Painkiller로 18주라는 유례없는 1위를 달성한 인물이기도 했다.
Painkiller가 현대 대중 음악사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지는 음악에 큰 관심이 없는 제프조차도 체감하고 있는 중이었다.
실제로 그의 젊은 시절처럼 다시 락이 부흥하고 있기도 했으니.
일부에서는 모차르트가 환생해 현대의 음악을 한다면 이렇지 않을까? 라는 말이 나올 정도니, 그의 음악적 천재성은 이미 수없이 입증되고도 남았다.
이외에도 동양인이라는 인종의 한계를 아무렇지 않게 극복한 그의 마성적인 매력은 이미 검증된바.
세계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아티스트에 그가 자리 잡은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렇게 아티스트로서의 그 재능만 놓고 보아도 경이적이건만, YC 그가 세운 제국은 그보다 더 대단했다.
그가 손대는 모든 프로젝트가 대성공을 거두었다.
수백억을 마케팅 비용으로 쏟아내도 빌보드 핫 100에 이름 하나 올리기 힘든 게 일반적이건만, YC가 프로듀싱한 대부분의 아티스트는 아무렇지 않게 빌보드 핫 100차트에 올라간 것이다.
그중에 미국이 가장 사랑하는 여가수 제이미가 있다는 걸 생각한다면 그의 엔터 쪽 설계 재능은 미쳤다는 말로도 부족했다.
하지만 제프가 정말 YC를 두고 엄청나다고 느끼는 건 작년 그가 시작한 예상치 못한 프로젝트 때문이다.
바로 YC 레볼루션이 그것이다.
2017년 지금 SNS 순위에 10위에 들어갈 정도로 성장시킨 YC 레볼루션이 되도록 짠 전략은 소름이 돋을 지경.
노골적이게 상업적이면서도 정작 대중들에게는 그리 느껴지게 만들지 않는 전략은 대단하다는 말로도 부족했다.
모르긴 몰라도 작년 말부터 이야기가 되고 있는 YC 본사가 상장이 된다면 세계 기업 순위가 달라져 버릴 건 뻔한 일이었다.
상장한 YC 미국 지사만으로도 승승장구하고 있는 M사 총액을 넘어설 정도.
그런 기업의 수장을 데려와 슈퍼 히어로도 아닌 빌런을 시키겠다고 존스가 말하고 있는 것이다.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지끈하군.’
새삼 존스가 기업인이 아닌 예술가라는 걸 제프는 자각했다.
이런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존스는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어렵겠지만 승산이 있습니다. 소식통에 의하면 YC가 어둠의 기사의 팬이라고 하더군요.”
“그건 또 어떻게 알아냈는지 모르겠지만, 이건 가능한 일이 아니네. 다른 건 다 제치더라도 그는 헐리우드와 자신은 인연이 없다고 오랫동안 이야기하였네. 그런 그가 마음을 돌릴 것 같은가?”
영화를 찍는 감독이라면 YC와 같은 영감을 자극하는 인물을 두고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그러나 YC는 꾸준히 그 모든 제안을 거절했다. 그중에는 세계적인 거장도 한둘이 아니었으나, 그는 단호히 거절했다.
그러한 사실들을 재확인시켜주는 제프에 존스는 대번에 침울해 지면서도 끝내 말을 이었다.
“하지만…… YC가 아니고서는 이 오만의 왕을 찍을 수 없습니다.”
침울한 말투였지만 존스는 그 어느 때보다 확신 어린 감정을 담아 말했다.
존스는 지난 열흘 동안 YC가 나온 모든 작품들을 보고 또 보았다.
특히나 그가 나온 뮤비 장면 같은 경우에는 천 번을 더 넘게 돌려 보았을 것이다.
특히나 빌보드 진출을 하던 당시 찍은 brilliant struggle 뮤비를 보고 그는 볼 때마다 소름이 돋아나는 걸 느껴야 했다.
오만의 왕이 그리고자 하던 초월적 존재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서다.
“CG도 아무런 필터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정말 무서운 건 바로 이 사실이었다. 오직 그 존재 자체로 그걸 가능케 했다는 것인데, 이건 오랫동안 영화판에 있던 그도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그는 그 자체로 ‘진’이구나!”
마침내 존스는 그와 같은 결론을 내렸었다.
하여 뜨겁게 흥분된 마음으로 제프에게 전화했건만, 돌아온 답변은 너무도 차가운 현실이었다.
“제프. 부탁합니다. YC가 저는 필요합니다. 원한다면 제가 종신 계약이라도 하겠습니다. 부디 이를 성사시켜 주십시오.”
간곡한 그의 부탁에 제프는 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차마 거절을 하지 못했다.
이후 제프는 유럽 투어가 끝이 나고 휴식기에 돌입했다는 YC의 소식을 듣고는 인맥을 총동원해 테일러 사장을 만났다.
이후 그를 통해 이 작품이 전해지기를 바랬다.
정말 존스의 말대로 YC가 어둠의 기사의 팬이라면 이로써 시작이라도 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부디 신께서 도움을 주시기를…….’
간곡한 심정으로 신을 찾으며 그 도움을 청하던 그에게 다행히 음악의 신이라고 불리는 존재가 답변했다.
“만나고 싶습니다.”
생각보다 빠른 시점에 온 YC의 답변에 제프는 물론 존스조차도 난리가 났었다.
* * *
“아!”
“……으음.”
처음으로 매체가 아닌 YC의 실물을 마주하게 된 제프와 존스는 순간 사고가 정지하고 말았다.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보다 더 엄청난 아우라를 YC가 보여준 탓이다. 덕분에 본의 아니게 무례를 보이게 되었고, 이들은 서둘러 사과했지만 YC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그들의 사과를 받았다.
그리고 그가 그런 태도를 보일수록 제프와 존스는 안달이 났다.
그 오만하면서도 대범한 이중적인 성향을 아무렇지 않게 드러내는 존재는 그야말로 오만의 왕 ‘진’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찬은 제프와 존스와의 만남에서 제대로 자신의 모든 아우라를 보이는 중이었다.
그의 성향이 갑자기 바뀌어서 이런 짓을 하는 게 아니었다.
그보다는 그간 알면 알수록 D사가 낸 작품들이 너무도 매력적인 먹잇감이라서 그러했다.
가능하다면 통째로 인수해 볼까? 라는 생각이 다시금 슬금슬금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D사의 지배구조가 복잡하게 꼬여 있다는 걸 알고는 아쉽게 마음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60억 달러 이상은 부어야 인수가 가능할 텐데. 이마저도 최소치라 얼마를 더 부어야 할지 모른다.
그러니 지금의 가장 베스트라 할 수 있는 거래라면 역시나 오만의 왕 시리즈를 비롯한 이들의 컨텐츠들을 YC 필름과 계약하는 것일 터였다.
이미 세계적인 대기업인 N사에서도 노리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있는바, 지금 어떻게서든 그는 이 계약을 성사시켜야 했다.
하여 영찬은 기선제압용으로 이처럼 아우라를 보이며 그들을 압박한 것이다.
물론 그게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그는 뒤늦게서야 알게 되었다.
놀란 것도 잠시, 이야기를 진행하기 위해서라도 제프와 존스는 마음을 가다듬고 정신을 차렸다.
먼저 이야기를 꺼낸 건 영찬이었다.
“오만의 왕 작품은 잘 보았습니다. 정말 놀랍더군요. 이 작품들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지금 견고하게 다져지고 있는 M사의 아성에도 위협을 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감사합니다.”
제프와 존스는 영찬이 생각보다 오만의 왕을 대단히 높이 평가하는 걸 보고 들떠 했으나, 이후 영찬의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침울함을 감추기 어려웠다.
후에 제작될 오만의 왕 시리즈와 D사의 작품들을 YC필름에서 사용하고 싶다는 말만이 나왔을 뿐이라서다.
역시나 우려했던 대로 영찬은 아예 영화 출연 자체를 고려하지 않고 있었다.
결국 제프와 존스는 자신들의 생각을 서둘러 이야기해야 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오만의 왕이 완성되려면 ‘진’의 배역을 맡을 인물이 중요합니다. 문제는 지금 이 ‘진’을 구현시킬 방법이 없습니다.”
“??”
영찬은 ‘진’을 거론하며 오만의 왕 제작이 어렵다는 말에 당황스러워하다 이후 이어지는 말들에 더욱 당황하고 말았다.
그들의 말인즉 편지에서도 남겼듯이 자신에게 ‘진’의 배역을 맡기고 싶어 해서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YC 당신이 아니면 이 작품은 세상에 나올 수가 없습니다.”
“…….”
끝내 오만의 왕의 제작 자체가 무산되지 않으려면 자신이 있어야 한다고까지 말하자, 영찬은 과거처럼 마냥 거절할 수 없었다.
이는 사업적 수단으로서도 매력적이기 때문도 있지만, 그보다는 어둠의 기사에 대한 팬심 문제가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