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138
하루 아침에 음악괴수! 129화
“당장은 답변드리기가 어렵군요.”
긴 침묵 끝에 꺼낸 영찬의 답변에 제프와 존스의 얼굴에 큰 변화가 일었다.
제프는 웃었고 존스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런 존스의 반응을 모르는 제프는 서둘러 영찬에게 말을 이었다.
“‘진’의 배역을 맡아 주시기만 한다면, 저희 ‘오만의 왕’ 시리즈는 물론 향후 10년 동안 나올 D 필름쓰의 작품들 또한 독점으로 맺는 걸 고려해 보겠습니다.”
“!!!”
영찬은 제프가 꺼낸 독점 제안에 놀란 눈빛을 보여야 했다.
‘오만의 왕’ 작품을 성공시키기만 한다면 D사는 대번에 M사 못지않은 위치까지 오를 수 있을 것이다.
과거 어둠의 기사 시리즈 때 이상의 전성기를 누릴 터.
이후 그렇게 얻게 될 자본과 지지를 헛되게 쓰지만 않는다면 그 뒤에 나올 작품들 또한 대박을 터트릴 건 분명한 일.
이는 곧 YC 필름의 점유율을 높이는 결과를 낳을 게 분명했다.
그렇기에 영찬은 조금은 더 이 말도 안 되는 ‘진’ 배역 제안에 조금은 더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게 되었다.
“휴우~ 소문보다 더 엄청나군.”
“…….”
YC가 떠나고 그제야 제프는 크게 한숨을 쉬다, 뒤늦게서야 존스의 표정이 좋지 않음을 알고는 의아함을 보이며 물었다.
“표정이 좋지 않아 보이군? 어디 몸이 불편한가?”
“……역시나 모르신 모양이군요.”
“뭘 모른단 말인가?”
갑작스레 힘없이 모른다는 말을 하는 존스에 제프가 다시금 의아함을 보이니 존스가 어렵게 말을 이었다.
“‘당장은 답변을 드리기가 어렵군요.’라는 YC의 답변은 사실상 거절의 뜻입니다.”
“그게 왜 거절이라는 말인가? 고려해 보겠다는 뜻이 아닌가?”
단순히 고려해 보겠다는 말이 아니었다. 그간 YC가 완곡하게 거절했던 발언을 생각한다면 이는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아야 할 답변이었다.
하여 그처럼 크게 미소를 지었던 것이고.
하지만 존스는 제프와 생각이 다른 모양이다.
“제프 씨는 제가 일본과 협약 관련으로 거래를 하러 갔던 걸 아실 겁니다. 그리고 일본인들이 YC처럼 애매한 답변을 했을 때에는 언제나 결과는 좋지 않았지요.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저런 애매한 표현이 사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정중한 거절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하하하!”
그제야 존스가 저처럼 침울해하는 이유를 알게 된 제프는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이런 상사의 반응을 예상 못한 존스는 이내 짐짓 화를 내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제프가 자신의 발언을 무시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프는 그의 발언을 무시하는 게 아니었기에, 서둘러 그에게 손을 저으며 사과했다.
“웃어서 미안하네. 하지만 자네가 잘못 안 게 있어.”
“뭘 잘못 알았다는 겁니까?”
“아무래도 일본과 한국이 가까이 있는 데다 생김새가 비슷하다 보니 생긴 오해인 것 같은데, 그 두 나라의 성향은 너무도 다르네.”
어디 다르다 뿐일까?
어느 나라든 역사적으로도 가까이 붙어 있는 나라와 좋게 지내는 나라는 눈을 씻고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특히나 일본에 나라를 빼앗겼다 다시 찾은 지 100년도 안 된 사이라면 더욱 그러했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한국인들은 일본인들처럼 계약 관련에 있어 애매한 태도를 보이지 않네. 오히려 이처럼 애매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에는 긍정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네.”
이는 일본인들은 짜여진 플랜 안에서만 움직이기 때문이다.
하여 플랜 안에서는 완벽히 따르며 진행하지만, 반대로 변수에 있어서는 상당히 약한 모습을 보인다.
그에 반해 한국인들은 플랜 안에서는 일본인들에 비해 다소 약한 모습을 보이지만, 변수에 강했다.
이런 점이 한국이 상승세를 보이는 이유 중 하나였다.
과거에 비해 쉴 새 없이 달라지는 변화된 미래를 받아들이는 데 상당히 유연하다는 것이니깐.
여하튼 그런 점에서 한국인인 YC의 발언은 긍정에 가깝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제프는 확신했다.
“두고 보게. 아마 조만간 자네가 원하는 계약서를 얻게 될 터이니.”
“……정말 그렇게만 된다면 더 바랄 것도 없겠습니다.”
그러나 일본인들에게 당한 경험들이 많은 존스이다 보니, 제프의 말에도 마냥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없었다.
어쨌든 같은 문화권이니 비슷하지 않겠냐는 생각을 버리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존스의 생각과는 달리 제프의 말대로 영찬은 ‘진’ 배역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점점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중이었다.
그런 그의 생각의 배경에는 다름 아닌 홍의찬 감독이 있었다.
“당연히 받아들이셔야지요. 오만의 왕! 이 ‘진’이라는 작품은 무조건 대표님이 해야 합니다.”
“진심으로 하시는 말씀입니까?”
“제가 농담으로 하는 말 같습니까? 정말 미치겠군요. 저는 그동안 작품으로 충분히 대표님에게 연기를 해야 한다고 충분히 전한 것 같습니다만.”
“???”
숱하게 말했다는 홍의찬의 말에 영찬은 이해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도 그럴 게 지금까지 그에게서 그런 말을 들어 본 적이 없어서다.
그러나 의사를 전달하는 게 꼭 말로만 전해지는 게 아니었다. 그보다는 행동으로 보이는 게 더 진한 의사를 전달하는 법이기도 했다.
실제로 홍의찬 감독은 영찬과의 첫 만남부터 기회가 될 때마다 그를 뮤비에서 연기를 하도록 만들었다.
단순히 출연 정도만이 아니라, 그가 보고 영찬의 숨겨진 매력을 찾기 위해 지난 몇 년간을 세계를 떠돌고 공부를 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 공부한 것을 영찬에게 주입하기 위해 그는 며칠 밤을 새우다시피 연구하며 강제적으로 몸에 새겨놓았다.
그리고 그때마다 내놓은 뮤비들은 그의 영화에 대한 열망마저 잊어버리게 만들어냈다.
그런 과거를 생각한다면 홍의찬 감독이 이처럼 완고하게 연기를 해야 한다고 떠미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영찬이 영문을 모른다는 얼굴을 하니 홍의찬 감독은 한숨을 푹 쉬며 말을 이었다.
“하아~ 도대체 왜 대표님 스스로가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시는지 모르겠지만, 대표님은 연기에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가 연기에 재능이 있다는 말입니까?”
“…….”
수많은 말보다도 말없이 고개를 크게 끄덕이는 홍의찬 감독에 영찬은 마치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런 영찬의 모습에 드디어 자신의 말이 뇌리에 박힌다고 생각이 들었던지 홍의찬 감독은 말을 이어갔다.
“재능만이 아닙니다. 그간 저와 함께했던 작품들 그리고 그 작품들을 위해 했던 합숙 등 그 모든 시간들을 떠올려 보십시오. 그러면 아시게 될 겁니다. 대표님 스스로가 이미 한 명의 연기자라는 것을 말입니다.”
실제로 과거에는 감정보다는 그저 그 아우라라고 할 수 있는 비주얼에 치중했다면, 점차 갈수록 그가 영찬과 함께했던 작품들은 감정선들을 건드리고 있었다.
이게 가능한 건 영찬이 자신이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 수시로 연기 연습을 하고 있어서다.
그건 진심 모드라고 하는 아우라의 농도 조절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아무리 몸에 새겼다고 하지만, 그걸 자유자재로 다루게 된다는 건 그 자체로도 감정과 육신에 대한 통제력이 높아진다는 걸 뜻하기 때문이다.
영찬은 자신의 성향과는 맞지 않는 아우라로 인해 반강제적으로 연습하며 실전에서 숱하게 뛰었고, 하여 홍의찬 말대로 그는 한 명의 훌륭한 배우로서 성장한 상태였다.
아마 홍의찬 감독에게 영찬의 매력을 고스란히 담을 수 있는 대본이 손에 쥐어졌다면 그는 더 생각할 것도 없이 그 작품을 찍게 만들려 온갖 수단을 다 썼을 것이다.
그런 가운데 영찬이 그에게 보여 준 ‘오만의 왕’은 그런 그가 꿈꾸는 대본이었으니, 그가 이처럼 밀어붙이는 것도 당연했다.
그러나 영찬이 여전히 미심쩍어 하자 홍의찬은 다시금 확고하게 말을 이었다.
“‘오만의 왕’의 ‘진’은 다른 이들에게 정말 말도 안 되는 난이도의 연기를 필요로 할 것입니다. 아니, 연기가 무엇입니까? CG를 비롯해 음악, 조명 등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야 겨우 그 그림자나마 표현이 가능하겠지요. 하지만 대표님에게는 숨 쉬듯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달리 생각할 것도 없이 중요한 공식 석상에 나간 대표님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기만 하면 될 테니깐요.”
“……알겠습니다. 생각해 보지요.”
생각해 보겠다는 영찬의 말에 홍의찬 감독은 더는 무어라 말을 하지 않은 채 물러났다.
잔뜩 흥분한 그가 그처럼 쉬이 물러난 건 그간 영찬이 저리 말했을 때에는 90% 이상 넘어갔다는 것을 알아서다.
하여 그는 여전히 끙끙거리며 고민하고 있을 영찬이 있는 대표실에 서슴없이 나오면서도 한편으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첫 영화는 나와 함께 하기를 바랐는데.”
그를 위해 이제 영상미만이 아닌 연출에 대해 밤낮으로 고민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공부를 하면 할수록 그가 바라보는 세상이 커질수록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되니, 그로서는 끙끙거리면서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하하하하!”
“정, 정말이십니까?”
첫 번째 만남 이후 5일이 지난 뒤에야 다시 맞이하게 된 영찬이 ‘진’ 배역을 받아들인다고 말하자, 제프와 존스는 체면 따위는 잊어버린 채 기뻐했다.
특히나 존스의 경우에는 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싶어 몇 번이고 확인하려고 했었다.
“다만 조건이 있습니다.”
“무슨 조건이든 가능하면 받아들이겠습니다.”
오만의 왕을 찍을 수 있게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고양된 제프와 존스는 그와 같은 뜻을 밝혔다.
덕분에 영찬은 무리가 아닐까? 라고 생각했던 조건의 한계선까지 모두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존스가 의외라고 생각하는 조건도 있었다.
“홍 감독을 조 감독으로 넣어 달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렇습니다. 사실 이 배역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도 홍 감독 때문이었으니 말입니다.”
영찬은 그리 말하며 그가 얼마나 대단한 심미안을 가지고 있는지를 말했다. 연출에 있어서는 거장에 비해 부족할지 모르지만, 그의 심미안만큼은 어느 거장을 데려와도 못하지 않을 것이라 자신했다.
존스는 잠시 고민하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저도 홍 감독의 작품들을 보았던 만큼 그의 재능에 대해 이해하고 있던 차였으니.”
영찬이 홍의찬 감독을 ‘오만의 왕’의 조감독으로 데려오는 이유는 두 가지였다.
이번 작품에 존스가 어둠의 기사 시리즈를 찍었던, 이제 세계적인 거장이 된 벨 감독을 데려온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홍의찬 감독이 약한 면인 연출에 있어 벨 감독은 독보적인 수준이니만큼, 그 아래에서 배우게 된다면 크게 얻을 게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그를 데려오는 이유는 그간 오랫동안 고민한 바, 자신의 연기 재능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이해하는 게 홍의찬 감독이라서다.
연기에 재능이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스스로에 대해 자신이 없던 영찬으로서는 홍의찬 감독을 통해 그를 보완하고자 한 것이다.
계획대로만 되면 우려하던 ‘오만의 왕’의 ‘진’ 배역을 잘 소화할 수 있을 것이며, 이를 찍는 과정에서 벨 감독으로부터 배우게 된 홍의찬 감독 또한 이제 뮤비를 넘어 자신의 영화를 찍을 수 있게 될 것이다.
YC 필름을 성장시키려면 홍의찬 감독과 같은 천재 감독이 중요하다는 걸 잘 아는 영찬으로서는 이번 기회에 그를 제대로 레벨 업을 시키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D사와 체결한 이 계약은 이틀 뒤 공식적으로 알려지게 되었고, 당연히도 미국은 물론 세계가 들썩거렸다.
-YC D 필름쓰와 작품을 계약하다!-
-YC가 계약한 작품은 새 어둠의 기사 작품이 될 것이라 관계자가 전해!-
-YC가 출연하게 될 어둠의 기사의 새 시리즈 ‘오만의 왕’은 어떤 작품인가?-
-내부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는 말이 나오며, 코믹스 출간마저 미루고 있다고!-
-D 필름쓰 관계자를 통해 밝혀진 충격적 진실! YC ‘오만의 왕’에서 빌런을 연기하다!-
무엇보다 그동안 연기에 관심이 없다며 확고하게 헐리우드의 러브 콜을 거절했던 YC였기에 이 소식이 가져다준 충격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