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14
6장. 블랙 타이거.
-툭!-
그리고 드러난 얼굴은 일본의 유명 격투 만화에 나오는 야쿠자를 떠올리게 했다.
실제로 선글라스를 벗은 것 뿐임에도 주변의 공기가 달라질 정도였다.
그러나 정작 그 얼굴과 마주한 영찬의 입가에는 긴 호선이 그어질 뿐이다.
‘와우! 헤메코(헤어 메이크업 코디)를 안 한 날 것 그대로의 대장 모습이라니. 이 얼마나 귀한 모습이야?’
대장.
영찬이 그를 칭할 때 주로 쓰는 호칭이었다.
그가 그런 호칭으로 부른 건 외모 때문도 있지만, 실제적으로 그와 같은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깡패 새끼들이 날뛰던 90년대 연예계의 카메라 뒤는 무법 천지라고 과언이 아니었다.
당연히 블랙 타이거를 향해 마수가 뻗어온 건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멀쩡히 블랙 타이거가 활동할 수 있던 건, 그들이 데뷔와 동시에 슈퍼 스타가 되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블랙 타이거에 속한 그의 존재감 때문이다.
웬만한 깡패들은 눈을 깔 수밖에 없는 외모도 그렇지만, 레슬링 선수 출신이기도 했기에 간혹 벌어진 싸움에서 그는 일당백의 무력을 선보였다.
그런 모습을 혈기 넘치는 10대 시절에 본 것이다. 영찬이 그에게 대장이라고 호칭을 붙은 건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별호가 무색하게도 블랙 타이거 멤버들 중에서 가장 치장에 신경을 쓴 이는 다름 아닌 대장이었다.
피부 관리를 위해 당시 여배우나 받을 법한 마사지 샵은 물론 피부과를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을 들려 시술을 받을 정도로 열성적이었다.
문제는 그렇게 하고도 그 타고난 흉악함이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는 점이었지만, 본인만큼은 대단히 만족했다.
언제가부터는 날 것 그대로의 대장의 모습은 보기 힘들었는데, 그걸 거진 15년 만에 보게 되었으니 영찬으로서 감회가 새로울 만도 했다.
“하~. 이 새끼 뭐지?”
그러나 그 사정을 모르는 속칭 대장이라 불리는 곽도훈은 자신의 맨 얼굴을 마주하고도 오히려 미소 짓는 영찬의 대범함에 내심 감탄했다.
50을 넘기는 지금. 그는 자신의 외모가 얼마나 사람들에게 위협이 되는지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그와 수십 년 동안 티격태격하는 장태식조차도 한동안은 그의 시선을 피하기 바빴을 정도였다.
그러니 그가 감탄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실제로 그런 척하는 게 아니라는 듯, 영찬은 그 와중에도 직원을 불러 어느새 비워진 잔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추가하며 남은 얼음을 깨먹기도 했다.
그 모습을 그저 흐뭇하게 바라보던 장태식은 뒤늦게 곽동훈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이 새끼라니! 너 따위는 감히 쳐다도 볼 수 없는 분에게!”
“안 본 사이 약이라도 했냐? 듣도 보도 못한 애송이를 데려와서 무슨!”
“하~. 이래서 다른 새끼들부터 데려왔어야 했는데, 하필 시간 나는 애가 이 녀석 하나뿐이라니 원.”
비아냥거리는 장태식에 곽도훈은 끓어 오르는 분노를 억지로 내 누르며 중얼거렸다.
“왜 나는 젊은 시절에 너를 죽이지 않았을까?”
“내가 무서웠나 보지 뭐.”
“이 새….”
“하하하.”
귀를 파며 곽도훈의 화를 돋우는 장태식의 모습에 영찬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두 분 특유의 만담 같은 다툼이 너무도 그리웠기에 저도 모르게 터져나온 웃음이었다.
‘도깨비 같은 녀석이군.’
덕분에 곽도훈은 도무지 예측하기 힘든 영찬의 태도에 당혹스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이미 콩깎지가 씔대로 씐 장태식은 아무래도 좋다는 식이다. 그는 꿀이 떨어지는 듯한 눈으로 영찬을 바라보며 새로 나온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앞에 대신 놔 주었다.
이러니 곽도훈으로서는 더욱 영찬이 기괴하게 느껴질 뿐이다.
‘이 새끼가 다른 건 몰라도 음악 앞에서는 가차 없는 놈인데.’
그걸 너무도 잘 알기에 장태식의 전화에 곽도훈은 하던 일을 내팽개치고 온 것이다.
‘제발 하나라도 사실이기를···.’
혼자 꿈이라도 꾼 것인지 말도 안 되는 진짜 타령을 해 대는데, 그중 하나라도 맞기를 그는 간절히 바랬다.
영찬은 새로 나온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그들에게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두 분 다 저와 밴드를 함께 하게 되면 적어도 1년은 제 말에 따르셔야 합니다. 의심도 하지 말고 제가 치라고 하면 무조건 치고 외우라고 하는 것들도 무조건 외우시면 돼요. 물론 술 담배는 끊는 건 당연하고요.”
노예 계약도 이러지 않을 것 같은 그 발언에 곽도훈은 울컥했다.
“이 새끼가! 니가 뭔······.”
“물론이네. 1년이 뭔가? 내 죽는 날까지 따르지.”
“하하하.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으셔도 돼요.”
곽도훈은 평소 장태식답지 않은 모습에 놀라 그 부리부리한 눈을 한없이 크게 뜨며 쳐다보았다.
“너 왜 그래? 뭐 약점이라도 잡혔어?”
“닥쳐 인마. 조금 있으면 너도 알게 될 테니까.”
“????”
“음. 무대 준비가 이제 끝이 다 되어가네요.”
“확실히 10분이면 될 것 같네.”
“네. 그래 보이네요.”
락 카페로서 전환을 위해 음향 기기 세팅부터 조명까지 설치되고 있는 주변을 둘러보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왜 이곳이 가장 유명한 지점인 지 알 것 같네요.”
“하하하. 나름 돈을 좀 썼지. 최종적으로 다른 지점들도 이 정도 수준으로 끌어 올릴 생각이네.”
“그거 참 멋진 일이군요.”
-쪼로로록!-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거진 비우다시피 하던 영찬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낮에는 몰랐는데 이렇게 새롭게 세팅을 하니 확실히 많은 부분에서 신경을 쓴 모습이라는 걸 알아보아서다.
그때 곽도훈이 영찬에게 물었다.
“그보다 팀 이름이 블랙 타이거라고? 왜 그렇게 지었지?”
“어릴 때 본 블랙 타이거 마스크에서 딴 이름이에요. 멋지잖아요. 맨몸으로 세상의 악과 싸우는 게.”
“이럴 수가! 혹시나 했건만. 자네도 블랙 타이거 마스크의 팬이었는가? 자네 나이에 쉽지 않은 일인데. 어허허! 이런 기쁜 일이!”
“아하하···.”
자신에게 42편에 달하는 블랙 타이거 마스크를 강제로 보게 만든 장본인의 탄사에 영찬은 그저 어색하게 웃음을 흘릴 뿐이다.
사실 어린 시절에도 총과 같은 흉악한 무기를 든 적들에게 맨손으로 덤비는 블랙 타이거 마스크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련된 근육은 강철보다 강하다!’
위기를 맞이할 때면 그와 같은 개소리를 지르며 블랙 타이거 마스크는 각성했고, 그때마다 적들은 우수수 쓰러졌다.
옛날 애니가 다 그렇지만 그 특유의 어설픈 액션에도 옆에 있던 곽도훈은 흥분을 참지 못하고 ‘정의는 승리한다!’ 울부 짖으며 영찬의 심장을 놀래켰다.
지나고 나니 추억이지만 그때의 영찬에게는 농담으로도 그리 좋은 경험은 아니었다.
여하튼 블랙 타이거 마스크 하나로 영찬을 향한 곽도훈의 호감도는 더없이 커져가고 있었다.
어느새 10분이 지났고, 장태식의 말대로 무대 준비가 끝이 났다.
-와그작와그작-
무대 준비가 끝이 났음을 알자 영찬은 남은 얼음을 씹어 먹으며 몸을 일으켰다.
-탁-
비워진 컵을 내려두고 기타를 챙긴 영찬은 어린아이처럼 초롱초롱한 눈으로 기대하는 장태식과 호감도와는 별개로 미심쩍음을 감추지 못한 곽도훈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무대로 몸을 돌렸다.
-두근두근-
그의 뒷모습에 미쳐 날뛰는 심장 소리를 내던 장태식이 곽도훈에게 말했다.
“이제부터 이전에 들어보지 못한 음악을 듣게 될 거야! 잘 들어둬. 잠깐만 놓쳐도 후회할 거니까.”
“…..”
친구의 말에 곽도훈은 뒤로 기대 있던 몸을 저도 모르게 앞으로 기울였다.
짐승같은 본능을 지녔다는 그 답게 그도 막연히 느끼고 있었다.
자신의 인생에 거대한 해일이 다가오고 있음을 말이다.
-다다당! 지지징!-
음을 잡으며 음향을 체크하던 영찬의 얼굴은 밝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음향 시스템이 훌륭했기 때문이다.
이만하면 해외 유명한 실내콘서트장과 비교해도 그리 아쉬움이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사람들이 들어오고 나면 달라지겠지만, 당장은 여느 스튜디오 못지않은 소리를 기대할 수 있어 보였다.
이후 마이크를 가볍게 체크한 영찬은 자신에게 집중하고 있는 곽도훈을 보며 말했다.
“먼저 ‘노장은 죽지 않는다.(2016)’버전으로 들려드리고 다음은 ‘노장은 죽지 않는다.(90’S)’를 이후에는 장 사장님과 함께 다시 ‘노장은 죽지 않는다.(90’S)’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일단 듣고 나면 왜 제가 그런 조건을 갖춘 멤버들을 모으려고 했는지 아실 겁니다.”
그렇게 말하던 영찬은 따로 너튜브에 올리기 위해 마련한 최신형 카메라를 살짝 보더니 바로 연주를 시작했다.
-다다다당! 다다당!-
현란한 기타 소리와 함께 영찬이 S+등급이라고 생각하는 ‘노장은 죽지 않는다.(2016)’가 시작되었다.
“!!!!”
기타 소리.
그것 하나만으로도 곽도훈은 놀라 선글라스를 벗어야 했다.
듣는 귀 하나만큼은 둘째라면 서러워하는 그답게 지금의 기타 소리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것인지 알아차린 것이다.
하지만 그가 놀랄 일은 이제부터였다.
“그래 내가 돌아왔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락의 전성기 시절 세계적인 보컬에게서도 들어보기 힘든 파워풀한 힘과 그루부가 담긴 목소리는 그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것만으로도 미칠 지경인데, 정말 놀라운 건 지금 연주되고 있는 곡이다.
그가 작사·작곡했다는 노장은 죽지 않는다.(2016)는 세계적인 명반의 곡과 비교해도 어깨를 나란히 할 만했다.
‘이런 걸 저 비리비리한 녀석이 만들었다고?’
반년 전에 만났다면 달리 외모 평가를 했을 게 분명한 곽도훈은 그렇게 정신없이 노래에 빠져들었다.
-지지지징!-
이후 이어진 기타 속주에 그의 얼굴은 불그스름하게 변해갔다.
음향 시설이 좋아서 다행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미쳐 날뛰는 자신의 심장 박동 소리에 노래 소리가 방해받을 뻔했다.
그렇게 4분이 훌쩍 넘는 곡은 마치 손살처럼 끝이 나버렸다.
-우와아아아아!-
곡이 끝나고 10여초가 지나 곽도훈은 마치 우리를 탈출한 야수처럼 고함을 질러댔다.
단 한 곡.
이 한 곡만으로도 그는 영찬에게 매료된 것이다.
“뻑킹 크레이지! 넌 내가 본 최고의 몬스터야!”
천재 따위라는 말로는 표현하기 어렵다며 처음으로 자신을 괴물이라 불렀던 곽도훈이 이번에도 그리 말하자 영찬은 하얀 이를 드러내며 마이크에 입을 가져갔다.
“monster? no. no. ultra monster!”
“oh!”
영찬은 자신은 괴물 따위가 아닌 세계를 위협하는 괴수라고 정정했고, 이에 곽도훈은 탄성을 질렀다.
노래를 듣기 전이었다면 미친 소리하네라고 했을 이야기였지만, 지금은 그 말에 반박할 수 없어서다.
그런 곽도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영찬은 바로 노장은 죽지 않는다.(90’S)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한순간 가게 안은 웅장한 락의 전성시대로 회귀했다.
안 그래도 붉어진 곽도훈의 얼굴은 마치 붉은 대추 같은 피부를 가졌다는 관우를 연상케 할 정도로 변해갔다.
그렇게 6분 20초에 달하는 곡은 고작 기타와 목소리 하나만으로도 그곳에 있는 모든 이들을 천국으로 보내 버렸다.
-웅성웅성!-
얼마나 대단했던지 아직 입장을 못한 관객들이 마치 염탐이라도 하듯 저마다 벽에 바짝 붙어 있었는데, 그 숫자가 한 둘이 아니었다.
영찬은 그들을 보며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흘리고는 장태식에게 말했다.
“하하하! 장 사장님 조금 일찍 문을 여는 게 어떻겠어요?”
“…어? 아! 자네가 원한다면 그렇게 하세.”
“좋습니다. 그럼 이제 장 사장님도 준비해 주세요.”
“아! 그래. 당장 올라가겠네.”
노장은 죽지 않는다.(90’S)를 관객으로서 듣게 된 장태식은 쉬이 집중하기 어려웠다.
어제 같이 연주했을 때를 떠올라 피가 끓어 올랐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무대로 올라오라는 영찬의 말에 장태식은 기다렸다는 듯 서둘러 무대로 뛰어들었다.
달리 세팅을 할 것도 없었다.
경험해 본 적 없는 엄청난 자극에 밤잠을 설친 그는 이른 아침부터 나와 세팅을 마쳤기 때문이다.
홀로 노장은 죽지 않는다.(90’S)를 수십 차례나 연습했을 정도인데, 그때마다 그는 아쉬움을 보였다.
‘이게 아닌데······. 역시 진짜와 함께 해야 하구나.’
음이나 박자가 틀리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10살도 이전부터 미군 부대 주변을 돌며 쌓아둔 술기만 놓고 보면 장인이라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다만 그걸로 부족했다.
아마 영찬과 합주하기 전이였다면 그는 그 부족함을 몰랐을 것이다. 굳이 그것이 아니어도 노장은 죽지 않는다.(90’S)는 엄청난 명곡이니 그것만으로도 만족했을 것이다.
그러나 금단의 열매를 먹어 본 자의 운명이 다 그렇듯이 그는 이제 평범한 열매로는 만족할 수 없는 몸이 되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