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140
하루 아침에 음악괴수! 131화
벨 감독이 YC를 만나게 된 건, 그로부터 나흘이 지나서다.
마음 같아서야 계약 당일 날에 만나고 싶었지만, 당시 YC는 YC 레볼루션 홍보를 위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어 어쩔 수 없었다.
물론 그 나흘이라는 시간 동안 벨 감독도 마냥 놀고 있는 건 아니었다.
그는 그동안 코믹스를 기반으로 시나리오와 콘티를 작성하느라 바빴다.
‘오만의 왕’이 정말 잘 만든 작품이기는 하지만, 문제는 이 작품이 코믹스라는 것에 있다.
코믹스 특유의 재미를 위한 과장된 표현은 물론, 가볍게 지나간 여러 설정 등을 현실적으로 재현하기 위해서는 다시금 새롭게 시나리오를 쓸 수밖에 없었다.
물론 벨 감독은 ‘오만의 왕’ 원작을 존중하는 의미로, 원작의 스토리 관련해서는 웬만해서는 변경하지 않도록 노력했다.
그가 대가라 할 수 있는 감독이기도 하지만, 뛰어난 각본가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후우~ 일단 대략적으로 쓰기는 했지만.”
‘오만의 왕’ 작품을 접한 지 사흘 만에 ‘오만의 왕’ 첫 번째 에피소드 ‘조우’ 시나리오 대본이 완성되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이 대본은 가대본(임시로 쓴 대본)에 불과했다.
그도 그럴 게 ‘오만의 왕’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진’의 배역을 YC가 얼마나 소화해 주느냐에 따라 대본의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현재 그가 쓴 가대본은 ‘진’의 싱크율을 20%라고 상정하고 쓴 것이었다.
누군가는 겨우 20%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오만의 왕’을 읽어 본 연출에 대한 지식이 조금이라도 있는 자라면 무려 20%라고 말을 할 게 분명했다.
그만큼 ‘오만의 왕’에서 ‘진’의 능력 고귀한 혈통은 현실과는 동떨어진 형태의 힘이었으니깐.
그걸 벨 감독이 모를 바가 아님에도, 무려 20%의 싱크율로 가대본을 작성한 건 그만큼 그가 그간 찾아본 YC가 보여준 아우라가 터무니가 없어서다.
뮤비와 그간 찍은 광고는 물론 최근 YC 필름에 올라온 가수들의 투어 콘서트 영상에 담긴 YC는 정말 비현실적이기까지 했다.
“정말 저게 CG를 쓴 게 아니라는 거지?”
벨 감독은 몇 번이고 그리 중얼거리며 고개를 저어댔다.
그렇기에 YC의 실물을 마주하게 되던 날. 벨 감독의 심장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날뛰고 있었다.
마치 처음 아버지에게서 카메라를 선물 받게 되었던 날처럼. 그는 어린아이처럼 큰 선물을 마주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처음 뵙겠습니다. 박영찬이라고 합니다.”
처음으로 마주하게 된 YC는 그의 상상을 뛰어넘었다.
마치 머릿속에서 폭죽이라도 터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도대체 이자는 뭐지?’
홍의찬만큼은 아니지만, 그 또한 뛰어난 심미안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 통찰력은 거장으로서 부족함이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지금 눈앞에 있는 자가 과연 사람이 맞기라도 한 건지 의심스러웠다.
“처음 뵙겠습니다. 홍의찬이라고 합니다. Mr.Hong이라고 불러주십시오.”
혼란의 바다에 빠진 그를 일깨운 건 YC와 함께 온 홍의찬 감독이었다.
그는 벨 감독의 혼란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홍의찬 감독 본인 또한 치킨집에서 처음 YC를 만났을 때, 정신을 못 차려 어쩔 줄 몰라 했던 만큼. 세계적 거장인 벨 감독이 저리 반응을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다.
아니, 애초에 저처럼 반응을 하지 않았다면 홍의찬 감독은 되려 실망했을 것이다.
“……벨이라고 불러주십시오.”
홍의찬 감독 덕분에 혼란에 벗어나 겨우 자신을 소개한 벨 감독에 그제야 그들은 본격적으로 자리를 가지게 되었다.
“시나리오가 정말 훌륭합니다. ‘오만의 왕’ 코믹스에서 받은 느낌이 좀 더 입체적으로 다가와 마치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일 듯 느꼈습니다.”
YC의 말은 결코 빈말이 아니었다.
이 회의를 가지기 전날 시나리오를 받았던 YC는 몇 번이나 이를 정독했었으니깐.
그만큼 압도적인 재미를 가져다준 시나리오였고, 하여 이 작품이 어서 영화로 나오기 바랐다.
그러면서도 그 시나리오의 주요 빌런을 자신이 연기를 한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었을 때, 그는 말로 할 수 없는 복합적인 감정을 받아야 했다.
그 복합적 감정의 대부분은 걱정과 회의감이었다.
당시 그런 그의 근심 어린 모습에 홍의찬 감독은 그저 신기하다는 듯한 시선을 YC를 바라보았다.
“원한다면 그게 무엇이든 손에 넣을 수 있는 분이…….”
그는 자신의 생각이 과장된 것이라 여기지 않았다.
아닌 게 아니라, 실제로 그는 지금껏 자신이 하는 모든 일에 실패는커녕 엄청난 대성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게 음악이든 사업이든 인재 육성이든 마치 신화 속의 마이더스의 손처럼 그의 손이 스쳐 간 건 모든 게 황금이 되어 버린다.
어디 일뿐일까?
어떤 미녀라도 그가 마음만 먹는다면 함락하는 건 너무도 손쉽게 손에 넣고 말 것이다.
하지만 다행이라고 할지 YC는 자신의 능력을 남발하지 않았다.
‘그건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지.’
홍의찬 감독은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만약 YC가 소시오패스와 같은 성정을 지녔다면 ‘오만의 왕’의 ‘진’만큼은 아니어도 제법 끔찍한 일이 현실에 벌어졌을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잠시 YC의 그런 이해할 수 없는 근심을 옆에서 지켜보던 홍의찬 감독은 이내 그에게 다가갔다.
“확신이 안 서시는가 보군요.”
“아무래도 좀 그렇습니다.”
순순히 인정하는 대표에 홍의찬 감독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실 것 없습니다. 뮤비 때 촬영했을 때 제가 말했던 대로 하면 됩니다.”
처음 그저 각인시키다시피 했던 주입식 때와 달리 점차 홍의찬 감독은 더 다양한 것들을 영찬에게 주문했다.
“뮤지컬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뮤지컬은 노래, 춤, 연기가 어우러지는 공연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심이 되는 건 음악이었다. 이 음악을 통해 극적인 요소와 무용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물론 영찬에게 정말로 뮤지컬을 하라고 말하는 게 아니었다.
음악에 한해서라면 아마도 불가해의 영역에 있을 영찬을 이해시키기 위해 꺼낸 말로, 실제로 뮤지컬이라는 말을 꺼낸 뒤 영찬은 이후 무서운 속도로 달라졌다.
몸을 쓰는 방법과 발성, 표현력이 십수 년은 그 바닥에서 구른 이처럼 노련해지는 것이다.
그런 그에게 홍의찬 감독이 해줄 수 있는 건 없었다.
그저 뮤지컬과는 다른 표현력의 농도를 조절하는 정도가 끝이다.
당시 영찬은 그때의 자신의 연기를 그리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정작 헐리우드에서 난리가 날 정도로 그에게 러브콜을 보낸 건 다 그런 이유가 있어서다.
영찬은 홍의찬 감독의 말과 지시에 따라 몇 번이고 읽은 시나리오의 대사 하나를 내뱉었다.
“과거에도 너와 같은 이들이 있었지. 두려움을 모른다는 듯 나와 맞서려고 한 자들이…… 그들이 어찌 되었을 것 같으냐?”
영찬은 혼란에 빠진 어둠의 기사가 눈앞에 있는 것처럼 바라보다 눈을 감았다.
“겁에 질린 쥐새끼처럼 망가지고 말았다.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나와 맞서려 보였던 용기의 근원은 모순되게도 두려움이었으니…….”
그는 정말 안타깝다는 듯 표정을 보이며 다시금 이를 악물고 있을 어둠의 기사를 향해 슬픈 눈으로 말했다.
“아마 너 또한 다르지 않겠지.”
좋아하는 장난감이 얼마 가지 않아 망가진 걸 알고 있는 아이의 심정이 그러할까?
오만의 왕 진은 과거 그에게 대적한 숱한 이들처럼 의지를 불태우는 어둠의 기사에 처연한 미소를 보였다.
“!!!”
전날 뉴욕으로 돌아가던 비행기 안에서 홍의찬 감독의 넋을 잃게 만들었던 YC의 연기가 이 자리에 펼쳐지자 벨 감독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진.”
그의 눈앞에 그가 막연하게 상상했던 것보다 더 입체적인 오만의 왕 ‘진’이 있었기 때문이다.
긴 세월을 살며 수많은 걸 보았던 고귀한 혈통의 왕을 마주한 벨 감독은 저도 모르게 몸을 숙였다.
이 순간 그는 현대인들은 이해하기 힘든, 불합리한 일과 조치에도 감히 대적하지 못했던 고대의 귀족을 향한 농민의 심정을 이해하게 되었다.
눈앞의 존재와 자신은 같은 인간이 아니었다.
그저 모습이 같을 뿐 그는 자연의 재앙과도 같은 존재인 것이다.
그런 초월적인 존재 앞에 한낱 나약한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몸을 숙이는 건 말고는 없었다.
그 처음 맛보는 두려움에 안색이 창백해져 가는 벨 감독이 다시 고개를 들게 된 건 YC가 연기를 마치면서다.
“준비한 건 여기까지입니다. 아무래도 시나리오를 받은 게 얼마 되지 않다 보니…….”
“…….”
“으음.”
터무니없는 존재를 연기해 놓고서는 대번에 본래의 자신으로 돌아온 YC에 벨 감독도 홍의찬 감독도 말을 잃어버렸다.
이미 두 번째로 보았던 홍의찬 감독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충격이 작아지거나 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두 번째이기에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었고 하여 그는 심장이 멎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아마 창백한 걸로 따지면 홍의찬 감독이 벨 감독보다 더할 것이다.
“시나리오를 다시 써야겠구나.”
충격적인 YC와의 대면 이후 벨 감독은 시나리오를 단순히 수정 정도가 아니라 아예 다시 써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는 가대본의 수정 범위를 넘어선 YC가 보여준 ‘진’의 싱크율 때문이다.
본래 그가 쓴 가대본의 싱크율 수정 범위는 10%~30%대였다.
한데 조금 전 그가 본 YC의 ‘진’의 싱크율은 적어도 70%가 넘어섰다.
이마저도 의상과 장소 그리고 시나리오를 받은 지 겨우 하루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실제로 모든 조건을 갖춘다면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진’ 그 자체라고 보는 게 맞는 것이겠지.”
그는 다시금 연기하던 당시 YC가 보여준 그를 짓눌러 버린 터무니없는 아우라를 떠올리다 이내 잠시 호흡을 멈추고 말았다.
그러다 겨우 침을 삼키며 호흡을 가다듬던 그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과연. 이걸 카메라에 온전히 담을 수 있을까? 그걸. 그 말도 안 되는 걸 정말 담을 수 있는 건가?”
벨 감독은 그게 가능할지 의문이었다, 이내 고개를 저었다.
‘담을 수 있을까?라 생각을 하면 안 된다. 무조건 어떻게든 카메라에 최대한 담아내야 한다.’
어쩌면 그의 짧지 않은 영화 인생에 다시 없을 작품이 될 것이 분명한데, 그를 담아내지 못한다면 영화 감독으로 불릴 자격이 없는 것이다.
“아무래도 홍의찬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 것 같군.”
벨 감독은 오랫동안 YC를 카메라 렌즈에 담아냈던 홍의찬 감독이라면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겼다.
* * *
‘오만의 왕’의 출연으로 인해 생긴 화제성은 엄청났다.
미국과 한국만이 아닌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와 유럽 전역에서도 러브콜이 날아왔을 정도였다.
특히 다시 돌아온 한국에서 그 요청이 대단했다.
그중에서도 YC 필름 합작으로 만든 20%라는 엄청난 시청률에 육박하고 있는 K 방송사의 미니 시리즈 ‘봄날로 회귀’의 요청은 쉽사리 거절하기 어려웠다.
그도 그럴 게 많은 논란 속에 강아영의 주연으로 밀어붙인 작품을 받아준 곳이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논란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대박을 터트렸지만, 이 작품이 방영되기 전까지 정말 수많은 논란이 있었다.
특히나 YC 필름이 돈을 댄 합작 작품이라는 점을 두고 비난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정말 엄청났었지.’
그럼에도 K 방송사에서 이 작품을 받아준 건, 테스트 영상으로 찍은 1, 2화에서 보여준 강아영의 연기가 너무도 인상적이라서다.
‘봄날로 회귀’는 연예계의 탑스타의 자리에까지 올랐던 여배우가 갑작스레 무명이던 신인 때로 회귀하면서 시작되는 드라마다.
회귀 전 모든 걸 얻었다고 생각했던 자신이 사실 많은 것을 잃고 살았다는 걸 알게 되며 그걸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려는 내용들이 주였다.
숨이 막힐 듯한 아름다운 외모와 쉽지 않은 캐릭터의 미묘한 감정 표현들을 아무렇지 않게 천연덕스럽게 연기하는데, 연기에 대해 모르는 이도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그와 별개로 그 비난에서 강아영을 지켜주고 버틴 과거의 공을 생각하면 지금의 요청은 쉽게 내려놓을 수 없었다.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다행히 방송사에서 많은 걸 바라지 않았다.
카메오 출연 정도로, 대본대로라면 대략 30초 정도 드라마에 비쳐질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