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141
하루 아침에 음악괴수! 132화
“세상에! 정말 YC야!”
“와~ 나 YC 처음 봐! 실물이 미쳤다고 하던데…… 이건 그런 수준이 아니잖아!”
“어휴~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니지!”
“으윽. 심장. 심장이 아파…….”
방송국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떠들썩거리는 주변에 조금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기 어려웠다.
그래도 수많은 연예인들이 오가는 지상파 방송국의 직원들이 저처럼 팬들이 보여주던 주접을 보여줄 건 예상 못 해서다.
“아, 안녕하십니까? 모시겠습니다.”
다행히 ‘봄날로 회귀’ 제작진을 일찍 만나게 되면서 그런 주접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아니, 벗어날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현장에 도착하였을 때, 그 주변 반응은 밖에서와 그리 다르지 않았다.
“어? 어…… 뭐지. 내가 눈이 잘못된 걸까?”
“뭐야. 갑자기 SD화질 사이에 갑자기 4K화질 떴어!”
“우와~ 저거 봤어? 그래도 이현이 외모로 어디든 밀리지 않는 걸로 유명한데…… 갑자기 일반인이 되어 버리네?”
“진짜 이상하네? 분명히 이목구비는 이현이 더 뚜렷한데 말야?”
“생긴 게 문제가 아니야. 저것 봐. 저 미친 분위기.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서 있기만 하고 있는데. 갑자기 현실이 느와르가 되어 버리네.”
“시, 시공간이 일그러진다!”
확실히 드라마 현장 직원이라 그런지 주접도 신선했다.
여하튼 주변이 시끌시끌해지니 현장이 돌아갈 리가 없었고, 촬영은 이내 중단되고 말았다.
그리고 그제야 PD는 내가 왔다는 소식을 들은 것 같은 행동을 보였는데, 그런 그의 모습에 나는 우습지도 않았다.
‘이 양반이 수작을 부리네.’
정말 내가 이 시간에 온다는 걸 몰랐을 리 없었다.
그랬다면 애초에 나에게 길을 안내해 줄 FD를 보냈을 리 없을 테니깐. 그러니 지금의 행동은 분명 계산된 행동이다.
‘뭐 이해 못 할 건 아니지.’
어쨌든 PD는 ‘봄날로 회귀’ 드라마의 선장이다.
그만큼 권위가 중요했고, 그 권위가 무너지면 드라마는 자칫 산으로 가 버리고 만다.
그런 가운데 비롯해 카메오 출연 정도라지만, 이 드라마의 최고 투자자이자 세계적인 스타가 현장을 찾은 것이다.
방송사 사장급이 아닌 이상에야 그 앞에서 고개를 빳빳하게 들 수 없는 일이다.
간략히 말하자면 PD는 나를 이리 대함에 있어 조금이라도 그 권위를 세우려는 것이다. 아마 성공만 한다면 이후 이 현장에서 절대적인 권위를 자랑할 수 있을 터였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PD의 그런 가소로운 수작질을 알게 된 나는 잠시 고민하다 이내 고개를 저었다.
드라마 시작 전도 아니고 이미 후반부를 향해 촬영이 진행되고 있는 데다, 무엇보다 이번 작품에 들어간 우리 쪽 배우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강아영 이외에도 YC 엔터 소속 아래 기획사 쪽 배우들만 6명이 들어간 상태.
이들을 위해서라도 대표의 권위가 서야 했다.
‘마침 요즘 홍의찬 감독에게 배운 것도 있고…….’
부작용이 좀 있을 수 있겠다며 현실에서는 사용을 자제하라는 말을 한 것 같지만, 뭐~ 큰 상관이 있겠나 싶었다.
원래가 오버를 잘하는 분이기도 했고.
하여 나는 장난을 치는 PD에게 대가를 치르게 할 겸, 주변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확인하려 그간 벨 감독과 홍의찬 감독의 디렉팅을 통해 90%가량 완성된 ‘진’을 꺼냈다.
그렇게 꺼낸 ‘진’은 생각했던 것보다 엄청난 파장을 낳았다.
능글맞은 태도로 인사를 하러 다가오던 PD는 이내 10걸음이나 남기고 굳어져 버렸다.
어제 술이라도 먹었는지 유난히 뻘겋던 얼굴은 하얗게 질려갔는데, 마치 급체에 걸린 것 같은 사람의 행색이다.
달라진 건 그만이 아니었다.
-…….-
주접을 떨며 시끌시끌하던 주변의 분위기 또한 달라졌다.
숨 막히는 듯한 적막이 깔렸으며, 호기심과 들뜬 기색을 보이던 사람들의 얼굴의 표정 또한 달라져 있었다.
‘두려움?’
뭣 때문인지 몰라도 그들의 얼굴에는 두려움과 무서운 기색이 짙어져 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건 마치 공포 영화에서 감히 항거할 수 없는 공포의 대상을 마주한 것 같은 모양새였다.
“……아직 완성된 게 아닙니다. 지금은 부작용이 클 거니 현실에서는 사용을 안 하시는 걸 권합니다.”
그제야 새삼 전과 달리 홍의찬 감독이 사용 자제를 왜 이야기했는지 알 수 있었다.
드라마 현장 직원들만이 아닌 같이 온 매니저와 경호원 등도 크게 다를 바가 없는 행색이었다.
“대…… 대표님.”
그래도 ‘진’의 껍질을 쓴 나에게 다가온 이가 아예 없지는 않았다.
이제 완전히 배우가 다 된 강아영이 어째서인지 조금은 몽롱한 눈으로 보며 나에게 다가온 것인데, 어째 얼굴이 붉어지고 호흡이 거칠어진 게 아픈 듯한 모습이다.
“몸이 안 좋은 거야?”
“……꿀꺽.”
서둘러 다가가 이마에 손을 올리니 심각하지는 않지만 미열이 있었다.
병원이라도 보내야 하는가? 싶어 고민하는 나에게 강아영의 오랜 친구이자 충실한 매니저로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는 송은이 다가왔다.
“괘, 괜찮습니다. 잠깐 쉬면 될 거예요.”
“음……. 그러면 괜찮겠어.”
“네? 네. 네…… 네.”
“……그래, 알았어.”
아무리 봐도 안 괜찮아 보였지만, 저렇게까지 대답하니 나로서는 그저 믿을 수밖에 없었다.
‘알아서 잘하겠지.’
녀석을 자기 몸보다도 더 끔찍하게 챙기는 매니저가 저리 말할 정도면, 괜찮을 거다.
이후 나는 어째서인지 조금은 호전적인 눈으로 멀리서 나를 바라보았던 남자 주연역을 맡고 있는 이현에게 눈인사를 한 뒤, 여전히 창백한 기색이 가득한 PD에게 다가갔다.
-따각. 따각.-
한 발씩 다가갈수록 PD는 움찔움찔하며 쭈그러지고 있었다.
그리고는 3걸음을 앞에 두었을 때, 아예 고개를 바닥에 처박은 채 당장에라도 무릎이라도 꿇을 기색을 보였다.
‘여기까지.’
나는 더 이상 ‘진’에 대해 시험해 보아서는 안 될 것 같아 덮어쓴 ‘진’을 거두어 냈다.
-……하아.-
-허……허억.-
그제야 여기저기서 적막을 일깨우는 숨소리가 들려왔고, 이는 눈앞에 있는 PD도 다르지 않았다.
-탁-
한순간 긴장이 풀려 무너지려는 PD의 어깨를 잡아 일으켜 세운 뒤 인사했다.
하지만 그 인사에 돌아온 건 엉뚱한 것이었다.
“우리 아이들을 맡기고 이제야 인사를 하게 되는군요. 처음 뵙겠습니다. YC 엔터 대표 박영찬이라고 합니다.”
“……그 죄, 죄송합니다.”
인사를 했는데 겁에 질린 사과가 돌아오자 나는 난감함을 금치 못했다
‘이래서야 오늘 촬영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네.’
그런 나의 우려와 달리 촬영은 생각보다 긴 딜레이 없이 진행되었다.
자칫 엎드려 절이라도 할 것 같았던 PD는 이후 마치 쫓기는 자처럼 서둘러 내가 카메오로 나올 분량으로 빠르게 세트를 전환시켜 촬영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영화와 달리 드라마의 촬영은 여러 번 같은 장면을 진행하는 게 보통이었지만, PD는 단 한 번의 촬영으로도 OK를 외치며 촬영을 마쳤다.
덕분에 카메오로 온 내가 재촬영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어째 주변 분위기가 공포에 질린 것 같은 터라 결국 그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럼 먼저 갈게. 몸 관리 잘해.”
“네? 네! 감사합니다.”
뭐가 감사하단 건지 다시금 얼굴을 붉혀가며 인사하는 녀석에 나는 피식 웃으며 그렇게 생각보다 빠른 카메오 출연을 마쳤다.
-화제의 드라마 ‘봄날로 회귀’ 역대급 시청률!-
-그동안 케이블 드라마에 밀려 죽을 쓰던 지상파 드라마도 봄날로 회귀? 무려 30.2%의 시청률!-
-30초 등장한 YC? 시청자들 YC가 머릿속의 지우개질을 했다고 밝혀!-
-YC가 나온 10화 다시 보기 역대급 다운로드.-
-‘봄날로 회귀’ 관계자 당시 촬영 분위기 역대급이었다고 밝혀!-
다음 주 나온 촬영분의 여파는 생각 이상으로 대단했다.
20%대를 겨우 넘겼던 시청률이 무려 10% 가까이 넘겨 버린 것이다. 더불어 뮤비 이외 나의 연기가 통한다는 걸 공식적으로 알게 되자 나는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벨 감독과 홍의찬 감독 같은 전문가가 보기에 좋다고 하던 연기였지만, 그와 별개로 대중의 시선은 또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PD 기강 잡아 보겠다고 반쯤 장난으로 꺼낸 ‘진’이 남긴 여파가 문제였다.
기사에는 그저 역대급이었다고 두리뭉실하게 이야기했지만, 실제로 떠도는 소문은 다른 의미로 역대급이었다는 소문이 주여서다.
-3일 동안 악몽을 꾸었다.-
-시청률이 보통 그렇게 잘 나오면 떠들썩해야 하는 게 보통인데, 그 누구도 그 시청률에 대해 말을 꺼내는 이가 없었다.-
-‘봄날로 회귀’ PD가 무려 10㎏이나 살이 빠졌다. 저러다 촬영을 끝내기도 전에 말라 죽는 거 아니냐고 말들이 나오고 있다.-
과장 된 부분이 있……겠지만 아마도.
어쨌든 이번 기회로 알게 된 건 ‘진’을 함부로 내놓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다만 근심이 있다면 이 ‘진’은 내가 본 ‘오만의 왕’의 ‘진’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하여 그 걱정에 한참 영화 준비로 바쁜 홍의찬 감독에게 전화해 이번에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하자 홍의찬 감독은 낄낄거려댔다.
“크크크. 그거 참 아깝네요. 그 현장에 저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크흠. 어쨌든 이렇게 가도 되는 거 맞습니까?”
서둘러 화제를 돌리는 나에게 홍의찬 감독은 애써 웃음을 감추며 말했다.
“걱정할 것 없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지금의 ‘진’은 미완성된 형태이니깐요. 지금은 ‘진’이라기보다는 날것 그대로의 마왕 같은 거라 할까요?”
그러며 홍의찬 감독은 벨 감독과 고민한 끝에 정의한 ‘진’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사람이 예의를 갖추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바로 두려움이 그 기반이 되어야 합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공포가 기본적으로 깔려 있어야 사람들이 예의를 갖춘다는 것이다.
아무리 말로만 떠들어 보았자, 위협이 되지 않는다면 자신에게 피해가 오지 않는다면 인간은 그 정해진 질서를 따르지 않는다.
굳이 그를 지킬 필요가 없기에 무례해지는 것이며, 상대에 대한 존중도 사라지는 것이다.
그러나 질서를 지키지 않고, 상대를 존중하지 않을 때 상상도 못 할 공포의 순간이 찾아오게 된다면 어찌 될까?
달리 가르치지 않아도 그들은 본능적으로 존중에 대해 알게 될 것이며 질서를 따를 것이다.
“다만 공포만이 다라면 한계는 명확한 법이지요.”
공포로 군림한다는 건 확실히 단시간에 사회적 분위기를 휘어잡을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어떤 감정이든 결국 익숙해지게 마련이다.
또한 그 기억은 퇴색되어지니, 지속적으로 점차 더 커진 공포를 접하지 않고서는 그 공포로 물든 사회를 이끌 수 없었다.
지금 영찬의 ‘진’이 바로 그 단계에 있었다.
홍의찬 감독이 이를 두고 마왕이라고 한 것은 바로 그런 이유였다.
“그럼…… 여기에 뭐를 더해야 ‘오만의 왕’이 되는 것입니까?”
“존중이 있어야 합니다.”
“네?”
이해하지 못하는 나에게 그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의 한 부분을 이야기했다.
“잔혹하고도 비열한 수단과 방법은,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필요에 의해서 쓰되, 민중의 안전과 자유라는 공익을 증진시키는 ‘결과’가 반드시 따라와야 하며, 그 행사는 ‘일시적’이어야 한다.”
공포를 기반으로 다스리되, 반대로 그들 민중의 잠재력 또한 높이 바라보며 존중하라는 것이다.
이는 왕은 민중이 ‘virtu’를 가질 때 강력한 권위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비르투는 단순히 역량으로도 해석되지만, 애국심이라고도 해석되기도 한다. 말하자면 민중이 왕을 적극적으로 지키려고 할 때 그 힘이 일치단결하여 엄청난 일을 해낼 수 있다.
“아!”
거기까지 이야기가 갔을 때, 나는 그제야 ‘오만의 왕’의 ‘진’이 어째서 그렇게 공포스러우면서도 매력적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나 또한 결국 민중의 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어둠의 기사가 ‘진’을 이길 수 있었던 건 그저 주인공 버프 때문이었군.”
하기야 애초에 진 자체가 터무니없는 존재였던 만큼, 그러한 버프라도 있지 않았다면 어둠의 기사는 과거의 진과 대적했던 적들처럼 허무하게 무너졌을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