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142
하루 아침에 음악괴수! 133화
‘오만의 왕’ 크랭크 인 날짜가 결정되었다.
재미있는 건 국내에서 자주 사용하는 크랭크 인이라는 말은 영어권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애초에 크랭크라는 게 과거 구형 카메라와 같은 촬영 장비에서 필름을 조정할 때 돌리던 것을 뜻하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국내에서 사용되는 건 이 크랭크 인이라는 말이 뒤늦게 들어온 말이기 때문일 것이다.
보통 한국에 전해지는 이러한 영어권 단어는 일본을 거쳤다가 오게 마련이었으니깐.
“어쨌든 급한 스케줄들은 어느 정리가 되어 다행이네.”
보통 영화 촬영 기간은 1달에서 3달 사이로 끝이 난다.
1~2장의 스크립트를 촬영하는 데 보통 하루가 걸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일반적인 경우이고, 감독의 성향이나 그 영화의 스케일에 따라 촬영 기간은 더 크게 늘어나기도 했다.
당연하게도 ‘오만의 왕’과 같은 제작 비용만 4억 달러가 넘는 작품의 경우 촬영 기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특히나 디테일함을 위해 최대한 실제 장소에서 촬영하고자 하는 벨 감독의 경우는 더욱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는 전작 어둠의 기사 시리즈의 병원 폭발 신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보통은 미니 조형물을 사용하거나 그도 아니면 CG를 다루게 마련인 폭발 신이지만, 벨 감독의 폭발 신은 달랐다.
아예 병원을 지어 만든 뒤 폭발시켜 버린 것이다.
단, 한 장면을 완성시키기 위해 병원과 같은 거대 건축물을 지어 폭발시킨다는 건 정말 일반인들은 상상할 수 없는 스케일이었다.
이는 D사로부터 영화 관련의 전권을 가져간 벨 감독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크크…… 저러다 나중에 원자폭탄도 터트리겠네.”
곽동훈 삼촌은 그 이야기를 듣고는 그렇게 낄낄거리며 웃어댔고, 나 또한 웃음을 참지 못했다.
원자폭탄이라니.
아무리 디테일의 벨 감독이고, 스케일의 헐리우드라지만 그건 너무 간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게 핵 무기 하나를 가지는 데 온갖 압박과 제재를 받고 있는 게 국제 사회의 실정인데 말이다.
여하튼 그런 디테일을 자랑하는 벨 감독이다 보니 이번 ‘오만의 왕’ 작품에서 어떤 미친 짓을 할지 궁금하기는 했다.
“지하철 테러는 어떻게 진행될까?”
이 사건은 ‘오만의 왕’ 1편 ‘태동’에서 벌어지는 첫 번째 사건이다.
적게는 수백 명에서 많게는 수천 명의 사상자를 낳을 수 있던 테러를 막기 위해 어둠의 기사와 경찰, FBI와 같은 특수팀들이 움직인다.
그 결과 적잖은 사람들을 구하는 데에는 성공하지만, 끝내 지하철이 터지는 건 막을 수 없었다.
결국 수백 명의 사상자가 생겨난 그 잔혹한 현장에서 어둠의 기사는 절망하며 분노한다.
“도대체 왜 이런 짓을 벌이는 건가!”
어둠의 기사는 물론 유명한 프로파일러들도 끝내 그 연유를 알지 못한다.
이들을 혼란으로 일게 만든 이 사건은 다름 아닌 ‘오만의 왕’의 ‘진’이 벌인 첫 번째 행보였다.
그가 이 일을 벌이면서 얻은 건 두 가지였다.
하나는 이 지하철 테러를 통해 이곳 뉴욕의 밤을 좌지우지하던 거대 범죄 조직의 와해다.
그들은 뉴욕 지하철이 터져 버린 이 테러에서 가장 피해를 입게 되었고, ‘진’의 생각대로 범죄 조직이 와해되며 나름의 질서가 유지되던 밤거리에 혼돈이 찾아온다.
혼돈은 힘없는 자에게는 끔찍한 재앙이지만, ‘진’과 같은 존재에게는 세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가져다준다.
실제로 이 지하철 테러를 성공시킴으로써 ‘진’은 얼마 가지 않아 밤거리의 새로운 질서로 자리 잡게 된다.
첫 번째 목적이 기존 질서의 와해라면, 두 번째 목적은 자금이다.
고금을 막론하고 돈은 중요했다. 권력을 노리는 자라면 더욱 그럴 수밖에 없는데, 그 정점을 노리는 ‘진’으로서는 자금의 확보를 중히 여길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진’은 몇 달에 걸쳐 조용히 작업했다.
이후 지하철 사건에 맞춰 증권 폭락에 돈을 걸었고, 그로서 ‘진’은 천문학적인 돈을 손에 넣게 되었다.
그럼에도 이를 의심하지 못한 건, 의심을 살 수 없게 몇 달에 걸쳐 작업을 한 탓이다.
이후 그렇게 얻게 된 권력과 자본으로 ‘진’은 상류층에서도 크게 영향력을 끼치기 시작했고, 1년이 채 되지 않아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도시 ‘테라’의 손꼽히는 권위자로 올라선다.
여기까지가 영화 1편 ‘태동’의 전반부였다.
후반부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어둠의 기사가 그를 의심하기 시작하면서 부딪히기 시작한다.
새롭게 나온 시나리오를 수없이 읽으며, 홍의찬 감독과 함께 연습한 나는 결국 ‘진’을 완성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때쯤. ‘오만의 왕’이 크랭크 인 되었다.
“많이 긴장되나 보지?”
“……왜 안 되겠어요. 심장이 입으로 나올 것 같아요.”
“크크크.”
이번 ‘오만의 왕’ 작품에 YC 엔터 배우가 두 명이 더 출연한다.
바로 Blue Rose의 김아영과 배우로서도 탑 자리를 바라보고 있던 강아영이었다.
둘 다 ‘진’의 연인으로 나오는데, 이 중 김아영은 1,000년 전 ‘진’이 아끼는 여인 ‘란’의 배역을 맡으며 1편에서 출연한다.
‘진’에게 불사의 비법을 알려 준 인물이기도 하기에 나름의 비중 있는 조연으로, 3편에서 강아영이 그녀의 환생자로서 나와 활약한다.
고대의 여러 비술을 아는 그녀는 ‘진’을 위협하는 어둠의 기사에 절망을 안겨주기도 한 빌런이기도 했다.
그 ‘오만의 왕’ 진의 연인 역할을 하여야 하는 만큼 김아영은 정말 그동안 엄청나게 고생을 했다고 한다.
그만큼 매력적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이도 아니고 갑자기 Blue Rose의 김아영을 ‘진’의 고대 연인으로 데려온 이유는 하나였다.
“퇴폐미와 청순미를 가진 이는 전 세계를 뒤져보아도 드무니깐.”
그중에서도 철저하게 관리를 받은 김아영은 청순함의 끝판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과거 홍의찬은 청순미를 두고 이렇게 말했었다.
“웃긴 게 정말 청순미를 제대로 타고난 여자들은 남자들이 통제를 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사고를 치고 정말 온갖 밉상을 다 저질러도 막상 마주하고 나면 도무지 화를 낼 수가 없거든요. 뭐랄까? 괜히 화를 내면 오히려 내가 나쁜 놈이 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되는 나에게 홍의찬 감독은 잠시 고민하다 말을 이었다.
“그런 거 있잖습니까? 분명 여자가 잘못한 거라 남자가 화를 낸 건데, 갑자기 여자가 울어버려서 달래기 바빠지는 거.”
그런 청순미에 퇴폐미까지 있는 김아영이었다.
그래서인지 현재 YC 엔터에서 가장 많은 굿즈를 팔고 있는 이는 제이미 다음으로 김아영의 굿즈가 가장 잘 나갔다.
그런 그녀의 잠재력을 알기에 그동안 김아영은 여러 매체를 통해 연기자로서 성장시키는 중이었다.
처음에는 비주얼을 내세운 조연에서 점차 비중 있는 조연으로 성장해 나간 것이다.
연기자로 그녀를 처음 접한 팬들이 적지 않았을 정도니. 이제 나름 배우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그녀는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얻겠군요.”
그녀는 이미 세계적인 인지도를 지닌 Blue Rose 그룹에서도 비중 있는 멤버이니, 홍의찬의 말은 사실 맞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유명세는 가수가 아닌 배우로서를 뜻하는 것이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리고 이런 그의 말에 나 또한 동감했다.
내 옆에서 아기 새처럼 떨어대고 있는 모습과는 달리, 홍의찬 감독의 디렉팅 끝에 완성된 ‘란’은 정말 어마어마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런 게 S+의 비주얼이겠지.’
세계에서도 이만한 느낌을 주는 이는 배우든 모델이든 다 뒤져보아도 몇 되지 않을 것이다.
“이래서야 강아영이 녀석. 부담이 엄청나겠는데.”
분명 영화가 개봉되고 나면 그녀에 대한 관심은 끝도 없이 오를 터.
그런 그녀의 환생자 역을 맡으려면 그 못지않은 매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
가장 좋은 건 김아영이 환생자 역을 맡는 것이겠지만, 문제는 그만한 연기를 녀석이 가지지 않았다는 것에 있다.
강아영 정도 레벨의 연기자가 아니라면 그 복잡한 심상을 표현할 수 없었다.
“사진 같이 찍어도 괜찮겠습니까?”
“네? 어……. 괜찮습니다.”
“하하. 감사합니다.”
이번 ‘오만의 왕’에서 어둠의 기사의 배역을 맡은 이는 이전 시리즈작에서 활약한 크리스였다.
크리스는 액션 연기에 탁월한 데다, 이미 벨 감독과 호흡을 맞추었던 만큼 굳이 이 배역을 바꿀 이유가 없었다.
실제로 크리스 또한 어둠의 기사 역을 원하기도 했었고.
어둠의 기사를 맡았던 그의 열렬한 팬이기도 한 나는 팬심을 숨기지 않고, 그와의 첫 만남부터 사진을 찍는 즐거운 시간을 보내었다.
“사실 저도 팬입니다. 여기 사인 좀…….”
“아! 하하하.”
다행히 크리스 또한 블랙 타이거의 팬인 듯 우리 앨범들을 가져와 사인을 받았다.
생각보다 우리들은 성격이 맞았고, 덕분에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히어로인 그와 붙는 신이 많다 보니 호흡이 맞아야 했는데, 이런 부분에서 의논해야 할 부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 드디어 ‘오만의 왕’에서 ‘진’의 첫 번째 신을 연기하게 되던 날.
크리스가 현장을 찾아왔다.
“아니, 요즘 가장 바쁜 사람이 웬일이야?”
크리스를 두고 바쁘다고 한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이전 그의 작품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신경쇠약에 걸린 역이라 그야말로 앙상하다는 말이 어울리는 몰골을 하고 있었다.
그런 몸을 반년도 안 되어 어둠의 기사로 보일 정도로 벌크업을 해야 했으니, 아마 이번 작품에서 가장 고달픈 행보를 하고 있는 이는 그일 터였다.
하지만 그런 고난 속에서도 그는 언제나처럼 한 점 티를 내보이지 않은 채 미소를 지어 보였다.
“벨 감독님이 하도 극찬을 하니 궁금해서 말이지. 무엇보다 일단 그 ‘진’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야지 나도 그에 맞춰 준비할 수도 있고…….”
“역시 크리스야. 어쨌든 기대해도 좋아. 아마 절대 실망은 하지 않을 거야.”
“호오?”
사실상 제대로 된 연기는 처음이라는 걸 알고 있는 크리스는 나의 화답에 흥미 어린 눈빛이 가득했다.
아마 과거였다면 그런 말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며, 그런 그의 눈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이미 수차례 벨 감독과 홍의찬 감독을 통해 완벽하다고 검증받은 ‘진’이기 때문이다.
“너무 놀라지 말라고.”
나는 크리스에게 그 말을 남기는 것을 끝으로 카메라 앵글 안으로 들어갔다.
첫 번째 촬영은 지하철역에서였다.
한가로운 시간대에서 언제나와 같은 일상이 이어지는 지하철을 나오던 진은 지하철에 타기 시작하는 사람들을 가만히 바라본다.
이제부터 그가 만들어 낼 악몽 속으로 들어가는 그들이건만, 그들을 바라보는 진의 표정은 한없이 평온했다.
마치 그 또한 이 지하철에서 타고 내리는 사람들처럼 평범한 일상을 맞이하는 이들 중 하나라는 듯한 모습.
어쩌면 수천 명을 참사로 몰고 갈 일을 벌임에도 한 점의 죄책감도 느낄 수 없는 진의 모습에 관객들은 앞으로 벌어질 일을 아직 모름에도 불안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지하철의 승객들은 물론 그를 바라보는 관객들을 하찮은 벌레 따위로 여기는 몬스터를 마주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랬다.
진은 이 첫 장면에서 관객들에게 암시해야 했다.
무엇을 기대하고 왔든 그들이 이제부터 보게 될 ‘오만의 왕’은 인간이 아닌 어떤 다른 생물체라는 걸 말이다.
“…….”
그의 첫 신의 등장은 1분도 채 되지 않았지만, 그의 연기를 보았던 그 누구도 소리를 내는 이가 없었다.
당연한 일이다.
그들은 렌즈 속이 아닌 실제 현장에서 그런 몬스터를 마주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아무리 담대한 자라고 해도 그런 초월적인 존재를 현실에서 마주하게 된다면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그건 응원차라고 하지만, 영화를 위해 왔던 크리스 또한 마찬가지였다.
“저건…… 뭐지?”
뭐지라는 그의 말과는 달리 그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그 답이 함께 나와 있었다.
‘……‘진’이다. 오만의 왕!’
다작을 꿈꾸는 그에게 어쩌면 최소 3년 이상을 다른 작품을 찍을 수 없게 만들었던 ‘오만의 왕’의 ‘진’이 그의 눈앞에 살아 숨 쉬고 있었다.
-덜덜덜!-
그 멀리서 보고 있었건만, 크리스는 몸이 떨리는 걸 막을 수 없었다.
달리 감정을 표한 게 아님에도 대번에 ‘진’ 그 자체가 되어 버린 영찬에 압도되어 버린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