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144
하루 아침에 음악괴수! 135화
“오! 박 배우~ 오늘은 컨디션이 좀 괜찮은가 보네?”
장난 가득한 태식 삼촌의 말에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달리 반응을 하기에는 그간 일정에 너무도 지쳤기 때문이다.
“크크. 그런데 어쩌나. 듣기로는 벨 감독이 너무 만족스러워서 남은 작품들도 너에게 음악감독을 맡길 거라고 하는데.”
“……어쩌긴요. 정중하게 거절해야죠. 영화음악이라는 게 이렇게 빡센 건 줄은 몰랐어요.”
이것 때문에 바꾼 장비 가격을 생각하면 수익은 마이너스라고 해도 무방했다.
‘Curiosity killed the cat.(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였다.)라는 속담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어.’
서양에는 고양이 목숨이 9개라고 여기는데, 이는 그만큼 고양이의 목숨이 질기다는 이야기였다. 고양이는 어렵거나 곤란한 일이 생겨도 운 좋게도 잘 피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호기심은 그런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고양이마저 죽일 수 있으니, 지나친 호기심은 경계하는 것이 좋다는 뜻에서 ‘Curiosity killed the cat’이라는 속담이 나왔다.
이 속담이 절로 떠올려질 정도로 지난 두 달여 간의 작업은 끔찍했다.
‘그래도 다시 하라고 한다면 이번보다야 나을 테지만.’
뭐 어디까지나 이번보다야 나은 일일 것이다.
다시금 슬금슬금 호기심이 올라왔고, 이에 나는 서둘러 고개를 저으며 화제를 돌렸다.
“그보다 이제 출산일이 얼마 안 남았네요?”
“흐흐흐. 그렇지.”
기억 속 세상에서도 그랬듯이 이곳에서도 자식이 없을 줄 알았는데, 어찌 된 일인지 올해 봄이 지나갈 무렵 태식 삼촌은 자식을 가지게 되었다.
태식 삼촌은 물론 아현 누나도 노산이다 보니 정말 조심스럽기 그지없었다.
병원을 제 안방처럼 들락거릴 정도였다.
당연히 케세라세라의 사장직도 몇 달 전에 내려놓았다.
지금은 전문 경영인을 고용해 운영하고 있었는데, 워낙 이 바닥에서 인맥이 좋은 태식 삼촌이다 보니 좋은 사람을 구했다.
“아직 성별은 몰라요? 옛날하고 달라서 알 수 있다고 들었는데.”
“몰라. 딱히 알고 싶지도 않고. 상관없기도 하고.”
그러나 삼촌이 말과는 달리 은근히 아들을 바란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정확히는 태식 삼촌의 부모님이 아들을 원했다.
지금이야 잘나가고 있다지만, 태식 삼촌은 부모님에게 말로 할 수 없는 부채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식이라고 하나 있는 게 갑자기 안정된 미래를 저버리고, 음악을 할 것이라며 뛰어든 것도 모자라 여태껏 사업한다는 핑계로 결혼도 하지 않았었다.
지금 시대에서도 충격적인 일인데, 그때 시절에서라면야 정말 엄청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다 결국 자기가 하고 싶은 밴드 음악을 하게 되고, 결혼도 하며 아이마저 가졌다.
‘아현 누나가 그렇게 예쁨을 받는다고 했지.’
막내딸이라고 해도 그렇게 예쁨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며 자신은 맨날 찬밥 취급을 한다고 투덜거려댔지만, 나도 다른 삼촌들도 그게 자랑을 하는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나는 다시 시작되는 불만으로 포장된 자랑하는 삼촌의 말에 고개를 주억거리며 서둘러 연습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블랙 타이거 크리스마스를 코앞에 두고 앨범 발매-
-타이틀 곡 ‘joy and praise(환희와 찬사)’은 어떤 곡?-
-역대급 앨범 예약? 첫날 앨범 예약 사이트 다운!-
-이번 앨범 예약만으로 다이아(천만 장)를 찍을 것이라 여겨!-
-올해 아이돌계를 휩쓴 YC 엔터의 첫 보이그룹 ‘21’ 이번 블랙 타이거 올 스타디움 투어 오프닝 게스트 참여?-
-빌보드 진출을 앞둔 ‘21’. 벌써부터 핫한 반응을 보이다.-
이번 앨범은 정규 3집으로 발매되었다.
아마 정규 3집이 아닌 미니 앨범으로 발매했다면 이렇게까지 힘들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미니 앨범으로 우려먹은 게 미안하다 보니 올해는 정규 3집을 내기로 결심했었다.
무엇보다 이번 올 스타디움 투어는 지난번 올 스타디움 투어보다도 규모가 컸다.
내년 7월까지 이어질 투어로, 공연 횟수는 64회. 좌석은 약 400만에 가까웠다.
이처럼 올 스타디움 투어의 규모를 키운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작년 앨범 발매에 벌인 이벤트인 티켓 우선권을 가진 팬들의 숫자가 너무도 많아서다.
150만 장에 달하다 보니 자칫 지난번보다 더 심한 티켓 되팔이들이 판을 칠 수 있었다.
하여 일정을 조금 무리하게 늘린 것인데, 다행히 삼촌들도 이에 동의했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무대에 올라야지.”
“크크크. 한동안 또 뜨겁게 살겠네.”
“제수씨는 어쩌냐? 혼자 육아하게 생겼네.”
“다 늙어서 애 만들고 참 너도 징하다. 징해.”
“이 형님의 절륜한 정력이 부러운가 보군. 패배자 놈들.”
“뭐? 이 새끼가!”
태식 삼촌이 걸리기는 했지만, 아현 누나는 쿨하게 아무렇지 않아 했다.
“오빠는 살림에는 젬병이라서. 차라리 없는 게 나을 때가 있어. 마음 편히 부려먹다가 살려 돌려보내기만 해.”
“……어. 네.”
워낙 체력이 좋은 분이라서 그런가? 아니면 케세라세라에서 손을 떼게 되어서 그런가?
임신을 한 뒤부터는 오히려 얼굴이 더 좋아진 누나는 정말 씩씩하다 못해 장군을 보는 듯했다.
여하튼 이번 앨범은 국내에서 2주 동안 활동을 먼저 할 예정이었다.
소비 시장이 여전히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작지만, 현재 한국의 음악 시장은 어느 때보다 활발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아이돌 음악이 대세였던 것과 달리, 현재 한국의 음악 시장은 대중음악의 르네상스라고 불리던 90년대로 회귀한 상태였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저마다 인기몰이를 하였던 것인데, 이러한 현상은 그동안 음악에서 멀어져 있던 연령층들을 다시 데려오며 시장 자체가 몇 배는 더 커져 버린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온 분야는 역시나 락이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현재 가장 인지도가 높은 락 밴드인 블랙 타이거를 낳은 곳인 데다, 이외에도 빌보드 1위를 찍은 락 밴드만 3개나 되었기 때문이다.
올해만 해도 신규 아이돌 가운데에는 밴드 음악을 주종으로 밀고 들어오는 아이돌이 한둘이 아니었을 정도.
아니, 아이돌 밴드가 아니어도 생활 체육처럼 국내에 락 밴드는 엄청나게 스며든 상태였다.
주춤하던 직장인 밴드들은 물론 한 학교에 밴드부만 둘 이상이었고, 최근에는 아주머니들이 모여 밴드를 하기도 했다.
심지어 노인분들도 치매 예방을 목적으로 밴드 음악을 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올 정도다.
“확실히 이렇게 보면 한국인들이 흥이 많기는 해.”
이런 걸 볼 때마다 나는 저 끼를, 저 에너지를 어떻게 참고 살았을까?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나저나 예약 앨범이 벌써 다이아를 찍었다니 놀랄 일이었다.
음원 사이트의 등장으로 앨범 판매가 하향세를 향하고 있던 시점이기 때문이다.
‘이런 역 현상이 블랙 타이거 앨범에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는 거지.’
끝내 자신들의 힘만으로 빌보드 1위 자리를 탈환한 G1 밴드도 첫 번째 다이아를 찍었으며, 이외 Blue Rose를 비롯해 아이돌의 앨범들도 저마다 수백만 장을 넘기는 중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파장을 낳은 건 올해 데뷔시킨 보이 그룹 ‘21’이었다.
‘21’이라는 이름을 지은 건 이들 그룹이 무려 21명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가장 많은 아이돌 그룹이 2000년대 말에 나온 13명으로 구성된 슈퍼 아이돌이었는데, ‘21’은 이들보다도 무려 8명이 많았다.
‘21’은 다국적 아이돌 그룹이었다.
한국 국적의 멤버는 절반도 안 되는 9명이었고, 그 외 12명은 일본, 대만, 태국, 캐나다, 미국, 영국, 프랑스 국적을 가진 이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진정한 의미의 다국적 아이돌이라고 해야 할까?”
지금까지는 서양인들의 경우 이질감 때문에 서양 국가의 국적을 가졌다고 해도 아시아인과의 혼혈 정도가 한계점이었다.
하지만 ‘21’은 애초 한국 시장을 비롯해 아시아 시장이 아닌 세계를 노리고 만든 그룹이다 보니 혼혈조차도 아시아 쪽이 아니었다.
여하튼 ‘21’은 데뷔와 함께 정말 엄청난 인기몰이를 했었다.
데뷔 첫 주에 케이블이지만 음악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찍었으며, 다음 주부터 아예 모든 음악 방송을 휩쓸어 버렸다.
한국만이 아니었다.
일본과 중국에서도 그들의 인기는 엄청났다.
특히나 중국에서는 ‘21’의 인기가 상상 이상이었는데, 이는 대만 멤버 첸 때문이었다.
첸은 정확히는 대만인이었지만, 중국에서는 대만을 중국 소속으로 여기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런 점을 노리는 곤란한 인터뷰들이 첸을 노렸지만, 다행히 현재 중국 엔터계를 휘어잡았다고 해도 무방한 구룡 엔터에서 이를 막아 주었다.
정확히는 구룡 엔터의 회장인 장웅이 나선 것이다.
단순한 호의로 이루어진 일은 아니었다.
‘21’을 보고 그런 잠재력을 지닌 아이돌을 만들려는 장웅에게 곡 2개를 내주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그룹은 결국 만들어지지 못했지.”
본래라면 이미 절반은 결정된 조작된 그룹을 알릴 오디션 프로그램이 방영되어야 했지만, 문제는 그전에 한한령이 터져 버렸다.
‘이건 역사대로 흘러가는군.’
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달라진 음악 역사가 한국의 정치에 끼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못했으니 말이다.
덕분에 본보기로 내려진 한한령의 해석은 갈수록 커져가고 있었고, 그에 따라 어떻게든 중국에 진출했던 엔터 쪽은 정말 제대로 피를 보았다.
한중 합작으로 만든 드라마는 아예 방영 금지 처분을 받았으며, 그동안 오디션 프로그램을 남발하던 매체는 거짓말처럼 중단되거나 사라졌다.
“이제 시작이지.”
중국 국민이 공산당에 대항하기에는 이미 공산당이 가진 힘은 너무도 커져 버렸다.
국내 사정이 그러니 국외에서의 말이 먹힐 리가 없었다.
어찌 되었든 ‘21’은 그 한한령이 발령되기 전에 무사히 중국 시장에서 벗어났으며, 이후 미국과 유럽 등에서 활약하며 첫 앨범이라고 믿어지지 않는 인지도를 쌓아 올렸다.
‘다국적 그룹의 힘인 건지.’
중국에서의 첸의 여파만큼은 아니어도 각 나라에서 YC 엔터에서 만든 ‘21’ 그룹에 자국민이 있다는 사실은 확실히 관심을 끌기에 좋았다.
무엇보다 미국과 유럽 전역에 깔아 놓은 유통이 이번에 큰 힘을 발휘했다.
덕분에 ‘21’은 첫 앨범에 다이아를 찍어내는 위엄을 보였다.
“이래서 아이돌 그룹이 무섭다는 거지.”
그중에서도 보이 그룹이 세계적인 인지도를 가지면 어떻게 되는지를 ‘21’은 정말 소름 돋을 만큼 보여주는 중이었다.
내년 앨범부터는 미국과 유럽 전역에 콘서트를 가질 계획이라고 하는데, 올해는 이미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쪽을 돌고 있는 중이었다.
비록 중국은 한한령에 의해 못 하게 되었지만, 대신 대만을 비롯한 태국 등에서 그를 메꾸기에 충분했다.
-성공적인 컴백! 블랙 타이거의 ‘joy and praise’ 빌보드를 점령하다!-
-엄청난 인기! 이번에도 새로운 기록을 차지하는가?-
-무려 15주 빌보드 1위를 유지한 ‘joy and praise’!-
-‘joy and praise’ 앨범의 여파? 1분도 안 되어 매진되어 버린 콘서트 티켓 현황!-
-‘21’ 블랙 타이거 콘서트에서 오프닝 게스트로 인기를 실감하다!-
이번 올 스타디움 콘서트를 앞두고 ‘joy and praise’은 빌보드 1위를 찍어 올렸다.
한국 활동 과정에서 들렸던 소식이라, 덕분에 그동안 한국에서 빌보드 1위에 대한 반응이 어떠했는지 잘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 현지에서의 ‘joy and praise’ 분위기에 비할 바가 되지 못했다.
지난 앨범 때를 넘어선 화제성과 인기에 미국 전체가 우리를 주목하는 느낌이었다.
실제로 ‘joy and praise’가 빌보드 1위 자리에서 물러난 게 무려 15주가 지나서였으니, 단순히 느낌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21’……. 정말 엄청난 그룹을 만들어 버렸네.”
인원이 많다 보니 합을 맞춘다는 등 불편한 점들이 많기도 했지만, 콘서트를 비롯한 행사 등 여러 활동에서는 이 엄청난 인원은 대단한 힘을 보일 것이다.
팀을 서너 개로 나누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무대를 채워줄 테니 말이다.
실제로 중간중간 뛰고 있는 행사들은 나누어서 활동 중이기도 했다.
그러나 역시나 ‘21’은 모두 모였을 때 보여주는 군무가 정말 엄청났다.
오프닝 게스트에서 정말 우리를 한순간 잊게 만들 정도의 무대를 만들었을 정도였다.
“정말 장관이라는 게 저런 걸 말하는 거겠지.”
“새삼 지영이가 대단하다고 느껴지네. 이제 23살인 애가 저런 애들을 어떻게 이끌고 가는 거야.”
“……유도 국가 대표 출신에게 누가 덤벼?”
‘21’의 리더 지영은 본래 엘리트 유도를 하던 체육인이었다. 실제로 올림픽에 나가 동메달을 따기도 했었던 그는 이후 갑자기 아이돌이 되겠다고 뛰어들었다.
유도 이상으로 좋아하던 게 춤추고 노래하는 것이라서인데, 마침 YC 레볼루션에서 그가 올린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우리 쪽 연습생으로 들어왔었다.
처음 그를 보았을 때 나도 그렇고 모두가 알 수 있었다.
“타고난 리더감인데?”
“어휴~ 수컷 냄새가. 장난 아니네.”
실제로 혈기 왕성한 남자 연습생들도 지영이 옆에만 있으면 새색시가 되어 버렸다. 달리 위협을 하거나 한 것도 아니고, 성격도 좋아 장난에 당해주기도 한데도 그런 걸 보면 올림픽 메달리스트라는 게 확실히 대단하긴 한 모양이었다.
사실 이 녀석이 아니었다면 ‘21’이라는 미친 컨셉의 보이 그룹을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대여섯 명만 모여도 시끄러운 게 남자 아이돌인데, 21명은 안 보아도 뻔한 일이니.
그렇게 어느새 올 스타디움 콘서트도 절반이 지나가고 있었다.
-무성한 소문들이 오가던 ‘오만의 왕’ 드디어 5월로 개봉일이 정해지다.-
-‘오만의 왕’을 총지휘한 벨 감독. YC의 첫 번째 영화 진출작이라는 점에 우려를 섞인 질문에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지어 보이며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 라는 말을 남기다.-
-한편 이번 ‘오만의 왕’의 음악감독에 YC의 이름이 올라간 것이 세계적으로 화제성을 가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