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145
하루 아침에 음악괴수! 136화
“‘오만의 왕’ 기사 떴네. 이야. 벨 감독이 이렇게까지 말했다고?”
“이 사람. 립 서비스 없기로 유명한 걸로 아는데……. 그동안 바뀌었나?”
“이게 최대 투자자의 위엄인가?”
“여기 보니 벨 감독만 그런 말을 한 게 아니네. 크리스도 극찬만 늘어놓았는데?”
“솔직히 말해 봐! 도대체 가서 무슨 짓을 한 거야?”
“…….”
삼촌들은 올라온 기사를 믿으려 하지 않았다.
뭐, 이해 못 할 건 아니었다.
내가 출연한 작품들을 챙겨볼 성격도 아닌 데다, 그나마 챙겨보는 우리 뮤비에서도 크게 감흥 없어 했으니 말이다.
하기야 진심 모드고 나발이고 몇 년을 그렇게 붙어 있는데, 새삼스러워 하는 것도 웃길 일이다.
무엇보다 삼촌들이 내 연기에 대해 믿지 않는 건. 예전이나 지금이나 나는 거짓말을 해야 하는 상황에 서투르다는 점 때문이다.
“그…….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웃기지 마! 네 얼굴을 보니 손가락 하나는 부러트려야 끝날 것 같은데!”
“아닙니다. 손가락이 부러질 때까지는 가지 않을 거예요.”
“이 새끼! 그럴 줄 알았어!”
그러며 보통 내 멱살을 잡는 편이었다.
도무지 늘지 않는 실생활 연기에 답답해 홍의찬 감독에게 한번 문의를 했었는데, 그 답변에 나는 이내 수긍했다.
“뭣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대표님은 평소에 잡념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뭐랄까? 적게는 수 개에서 많게는 수십 개의 생각에 노출된 모습이라고 할까요?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연기에서만큼 애드리브가 안 되시는 것 같더군요.”
홍의찬 감독이 잡념이라고 말하던 그게 무언지 나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건 영감이었고, 실제로 이러한 영감에 나는 평소 젖어 살고 있는 중이었으니깐 말이다.
어쨌든 ‘오만의 왕’이 생각보다 일찍 날짜가 잡히면서 나는 스케줄을 좀 조정해야 했다.
“홍보를 위해 움직여야 하긴 하지.”
미국만 아닌 유럽은 물론 한국, 일본, 중국에도 방문해야 했다.
“그나저나 이번에 장웅 회장 득을 제대로 보는군.”
본래라면 한국인인 내가 출연을 하게 되면서 중국 극장가에 ‘오만의 왕’이 상영 금지가 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장웅 회장이 나서면서 이야기는 달라졌다.
정부가 바뀌면서 한한령에 대한 분위기가 약화된 것도 있겠지만, 장웅 회장이 적극적으로 힘을 써준 게 컸다.
달리 부탁을 하지 않았음에도 그가 움직인 것인데, 그 궁금증에 대해서는 그와의 통화를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리 고마워 할 것 없소. 그저 이번 기회를 통해 한한령의 제재를 좀 풀어볼까 싶어 그런 거니.”
말이 좋아 한한령인 거지 사실상 정부에서 연예계를 통제하겠다고 나선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는 엔터계처럼 변화에 민감한 시장에서는 사망선고를 내린 거나 다름없었다.
과거 자국의 거대한 시장에 파묻혀 국제 표준에 발맞추지 못하고, 독자적인 형태로 발전한 일본처럼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나마 일본은 만화와 같은 서브컬쳐 문화와 더불어 호황기 때 만들어진 인프라도 있지, 중국은 그것마저도 없는 상황.
그런 만큼 사망선고라는 말은 결코 과한 게 아니었다.
좋든 싫든 외부의 문화를 받아들여야 고이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건데, 한한령이라는 말 아래 모든 문화가 감찰의 대상이 되어 버리니 현 엔터계를 쥐고 있는 장웅으로서는 그처럼 나설 수밖에.
“그래도 도움이 된 건 사실이니 나중에라도 보답을 하겠습니다.”
이유야 어쨌든 이득을 본 건 사실이니 시를 위해서라도 나는 그리 빚을 졌다고 이야기를 해야 했다.
-드디어 공개된 ‘오만의 왕’ 티저 영상!-
-영화 평론가 테일러 압도적! 전율! 이라는 생각이 보는 내내 끊이질 않았다고 밝혀!-
-벨 감독의 과거 발언. 립 서비스 따위가 아니었다!-
-겨우 2분여간의 티저 영상이 어떤 공포 영화보다도 내 심장을 떨리게 만들었다.-
올 스타디움 투어가 중후반을 넘어갈 때쯤.
드디어 ‘오만의 왕’ 티저가 공개되었다.
영상 첫 등장에서는 언제나 그랬듯이 어둠의 기사가 특유의 다크한 분위기 속에서 고뇌하는 장면들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과거 크리스가 보여준 어둠의 기사와는 달랐다.
그때의 어둠의 기사의 모습이 정의를 행하는 히어로의 모습에 가까웠다면, 이 영화에서 보여준 어둠의 기사는 광기를 마주한 인간의 투쟁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처럼 압도적인 존재감을 풍기는 그의 모습에 크리스의 팬들은 환호했다.
-티저라서 확신을 할 수 없지만, 이번 영화에서 크리스는 좀 다른 것 같아. 이게 말로는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아! 니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어. 나 또한 같아! 뭐랄까? 크리스인데 크리스가 안 보인다고 해야 할까?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니었구나? 나도 그렇게 느꼈어. 연기력의 농도가 달라졌다기보다는 아예 다른 게 되어 버렸다고 해야 할까?
-등장하는 내내 숨도 못 쉬고 보았어. 그리고 직감했지. 와! 이번에 크리스가 미쳤구나! 정말 작정하고 나왔구나 하고 말이야. 그래서 한편으로 걱정이 되었어. 저렇게 히어로의 존재감이 강렬해서야, 과연 어떤 빌런이 그 앞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지 우려했는데…….-
└그 우려가 정말 의미가 없다는 걸……. 마지막 10초 YC를 보여주면서 사라져 버렸지.
└가만히 지하철을 바라보다 마지막 내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데……. 어휴! 그 순간 나 심장마비 올 뻔!
└진짜 괜히 공포영화 본 것 같다고 말한 게 아니라니깐!
-5월까지 언제 참냐? 아직도 한 달이 남았다니!-
└그래도 이런 대작이 이렇게 빨리 나온 거 정말 손꼽히는 거 아냐? 보통은 시장 상황 등을 보게 마련인데…….
그리고 이런 크리스 못지않게, 아니, 그 이상으로 화제가 된 건 내가 연기 한 ‘진’이었다.
처음에는 뭐 이렇게 짧게 나와서 화제가 되기라도 할까? 걱정했는데 역시나 전문가들이 그러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모양이다.
이후 또 한 번의 짧은 티저가 공개되었고, 나도 팬들도 기다리는 5월이 드디어 찾아왔다.
-한국. ‘오만의 왕’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상영!-
-시사회에 초대된 관객들 모두 엔딩 크레딧이 모두 올라갈 때까지도 침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김용 감독 “영화를 보는 내내 전율에 휩싸였다. 특히나 ‘진’이 등장하였을 때 심장이 떨어져 나가는 줄 알았다.”-
-‘오만의 왕’ 시사회가 끝난 뒤 김용 감독을 비롯해 모든 감독들이 “언젠가 YC를 영상에 담을 수만 있기를 고대한다.”라 밝혀!-
-연기파로 유명한 최민철 또한 “YC 가능하다면 같이 한번 연기를 하고 싶다.”라면서 극찬을 쏟아내.-
생각지 못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 시사회에는 참여하지 못하게 되었지만, 다행히도 시사회의 분위기는 좋았던 모양이다.
“그나저나 김용 감독님이 영화 출연에 대해 제안을 줄 줄이야.”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들이 여럿 있지만, 그중 김용 감독은 첫손가락을 다툴 정도로 세계에서도 인정하는 명감독이었다.
그가 3년 전에 찍은 작품은 황금종려상을 비롯해 세계 영화제의 상을 휩쓸었을 정도로 예술적이면서도 또한 상업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그야말로 세계적인 거장이라 할 수 있는데, 그런 그가 러브콜을 보냈다고 하니 나로서는 얼떨떨할 따름이다.
이외에도 국내에서 좋아하는 배우 최민철이 같이 연기를 하고 싶다는 말에서 나는 턱을 긁적였다.
평소 립 서비스가 있는 분이라, 이게 진짜인지 아닌지 감이 오지 않아서다.
“에휴. 뭐 어때. 어쨌든 시사회에서 분위기가 좋은 거 보니. 더는 걱정 안 해도 되겠네.”
투자야 둘째치고, 첫 번째 연기작이다 보니 신경이 많이 쓰일 수밖에 없는데 이만하면 정말 걱정 안 해도 될 듯 보였다.
이런 내 생각에 확신을 주려는 듯 그로부터 나흘 뒤.
한국을 시작으로 상영된 ‘오만의 왕’은 엄청난 흥행을 불러일으켰다.
* * *
“와! 아침부터 왜 이렇게 사람이 많아?”
“그러게? 오늘 평일 아니었냐?”
사람을 피 말리게 만드는 회사 프로젝트가 성공하면서 포상 휴가를 받게 된 재민은 대학 친구인 지철과 조조 영화를 보러 왔다가 당황하고 말았다.
평일 날 조조 영화 특유의 한가로움을 느끼고 싶어 찾은 영화관이 마치 주말 저녁의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어라? 상영관이 왜 이래? ‘오만의 왕’ 작품 상영이 70%가 넘잖아!”
“‘오만의 왕’이 뭔데? 아…… 어둠의 기사. 에휴~ 또 히어로 영화야? 지겹다 지겨워!”
“뭔 히어로 영화에 이렇게 사람이 몰려? 요즘 슬슬 맛이 가고 있는 거 아니었어?”
“어디 보자. 아~ 어둠의 기사는 또 다른 쪽 회사의 히어로 영화라고 뜨네.”
“……어쩔 수 없지. 이거나 보자. 어둠의 기사 시리즈는 그래도 볼 만 했으니깐.”
“그럼 이걸로 예약한다.”
상업성이 짙은 영화보다는 예술성과 철학이 깃든 영화가 취향인 재민과 지철은 히어로 영화를 좋아하지 않았다.
내용이라고는 권선징악을 화려하게 포장한 게 대부분인 데다, 지니어스 리그 등으로 한 작품에 여러 명의 히어로들이 나오면서 그전 작품을 보지 못하면 내용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도 컸다.
한 작품을 보기 위해 거기에 나온 히어로들이 출연한 작품들 모두를 봐야 한다니……. 아무리 상업 영화라고 하지만 이건 정도를 넘어섰다고 그들은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난을 하는 건 아니었다.
건물이 부서지고 차가 박살 나며 엄청난 폭약이 터지는 장면들이 재미있는 건 사실이니깐 말이다.
그저 취향의 문제일 뿐이다.
그나마도 어둠의 기사 시리즈는 과거 그들에게 제법 괜찮았었다는 생각을 남겼다.
비현실적이게 하늘을 나는 등의 능력 따위가 나오는 것도 아닌 현실적으로 풀어낸 히어로의 모습이 제법 설득력 있게 다가와서다.
거기에 피에르와 어둠의 기사의 서로가 있기에 완성된다는 철학적 묘사는 그들에게 흥미진진한 울림을 주었었다.
상영관이 많음에도 워낙 사람들이 몰린 탓에 생각보다 뒤 시간에 예약을 끝낸 재민은 지철이 팝콘 따위를 사 오는 동안 거의 몇 장 남지 않은 광고 포스터를 무의식적으로 챙겼다.
그리고 대충 자리에 앉아 어떤 내용인지를 보려고 포스터를 본 순간 생각을 멈추고 말았다.
바로 포스터의 한쪽에 자리한 동양인 사내 때문이다. 말없이 곁눈질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 같은 그의 모습을 본 순간 재민은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충격을 받은 것이다.
“뭘 보고 있어?”
그가 받은 충격을 흩트려준 건 어느새 팝콘과 같은 군것질을 사온 지철이었다.
그는 그에게 사 온 음료수를 주며 옆에 앉더니, 이내 포스터를 빼앗듯 살폈고 이후 그 또한 조금 전 재민과 같은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뭐야…… 이건? 아니, 누군데 이런 엄청난 포스를…….”
재민과 달리 그 신경이 그리 섬세하지 않은 지철은 이내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으며 토해내더니 이에 포스터 뒷면을 바라보았다.
“어…… YC? 그 YC가 나온다고?”
“YC?”
재민과 지철 모두 문화 생활과 거리가 먼 생활을 하고 있다지만 YC를 모를 수는 없었다.
그들이 그나마 즐겨 듣는 음악 대부분이 YC가 부르거나 작곡한 것인 데다, 뉴스를 비롯해 매체 대부분이 YC와 관련된 소식을 종종 전했기 때문이다.
특히나 빌보드 18주 1위를 한 사건은 정말 레전드라고 할 수 있었다.
“아…… YC가 갑자기 연기를 왜…… 잠깐만?”
지철은 서둘러 다시 포스터를 앞으로 돌렸고, 이내 자신에게 충격을 준 인물이 바로 YC라는 걸 알게 되었다.
“와~ 포스 보소? 미쳤는데!”
“그러게. 사람들이 이렇게 올 만도 하네.”
편견 때문인지 보통 가수가 배우 일을 한다고 하면 눈살을 찌푸렸지만, 그 포스터를 보고 나니 찌푸리기보다는 오히려 기대가 되었다.
그렇게 그 둘은 영화관에 온 이 수많은 관객들처럼 설레는 표정으로 어서 영화를 관람할 수 있기를 고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