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147
하루 아침에 음악괴수! 138화
42장. 스퀴드
영찬은 그 소식을 나중에 듣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일본은 이미 왕이 있지 않습니까?”
과거에도 있었는지는 의문이지만, 어쨌든 권위가 무너진 지 오래인 왕실이 일본에 있었다.
또한 날조로 유명한 일본 역사학의 영향인지는 몰라도, 일부 국민들에게는 나름 신성한 대상이기도 했다.
그런 나라의 국민이 ‘진’을 두고 우리의 왕이라고 하니…… 아무리 서브 컬쳐가 대단한 나라라지만 당황스러운 건 사실이다.
“너무 말 그대로 생각하실 건 없습니다. 아마 저들이 말하는 왕은 ‘쇼군’일 테니 말입니다.”
일본 YC엔터의 이치로 사장의 말에 영찬은 고개를 주억거리면서 한편으로 그게 더 대단한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다.
쇼군은 장군의 일본어 발음으로, 실제로 천왕 다음가는 실질적 최고 권력자 정이대장군을 뜻하는 단어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실질적 왕권을 가졌다고 볼 수 있는 존재였다.
어쨌든 이러한 오타쿠들의 활약이 뉴스 등에 뜨면서, 영화와 같은 문화생활을 멀리한 이들도 영화관으로 데려오는 중이었다.
그도 그럴 게 도대체 저 영화가 뭐길래 저들이 저런 미친 짓까지 하게 만드는가? 싶은 것이다.
더불어 그 배역에 아시아인이, 그것도 일본인들에게는 이제 국민 가수로 자리 잡고 있는 YC가 이 난리를 만든 역할을 맡았다는 걸 알게 되자, 극장가로 그 무거운 걸음을 옮기게 만들었다.
당연하게도 히어로 영화라고 하지만 특유의 전대물과는 급은 물론 톤마저 다른 ‘오만의 왕’은 그들을 쉽사리 사로잡아 버렸다.
그런 일본만큼 매체에서 난리를 피우는 건 아니지만, 그 열기만큼은 어쩌면 그 이상인 시장이 있었다.
바로 중국이었다.
‘오만의 왕’을 통해 한한령이라는 이름으로 통제하려는 중국의 정책을 풀어보려 한 장웅의 시도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발휘했다.
처음 ‘오만의 왕’의 스크린 수는 처참한 수준이었다.
공산당의 눈치 때문인데, 그렇다고 해도 중국답게 확보된 스크린 수는 1,000개에 달했다.
국내에서라면 기대작이라 불리는 한국 기준으로 대작이라 할 수 있는 작품들이나 받을 수 있는 숫자였다.
그러나 중국의 스크린 수가 7만 개에 달한다는 걸 생각하면 정말 엄청나게 적은 숫자인 건 사실이었다.
그래서일까?
입소문이 나기도 전에 모든 상영관을 매진시키는 일이 벌어지자, 자연스럽게 스크린 수는 급격하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특히나 ‘오만의 왕’의 ‘진’이 중국 고대의 황제 혹은 황실을 모티브를 한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그 흥행에 불이 붙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너튜브를 모방한 중국 내 SNS를 제외하면 매체에서는 이러한 흥행에 동참하지 않았다.
아직 한한령을 거두지 않는 혹은 그에 대한 별다른 말이 없는 이상 섣불리 나섰다간 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말 말 그대로 피를 볼 수 있는 상황이다 보니, 모두가 쉬쉬했지만 그럼에도 ‘오만의 왕’의 흥행은 날이 갈수록 더욱 거세어졌다.
상영한 지 한 달이 되었을 때에는 이미 역대 박스오피스 10위 안에 들 정도였다.
약 40억 위안을 벌어들인 것으로, 달러로 환전하면 5억 6,000만 달러였다.
“이러니 헐리우드에서 중국 눈치를 보는 거겠지.”
조만간 기록들을 모두 갈아 치우고 있는 ‘오만의 왕’의 북미 시장의 흥행 성적마저 넘겨 버릴 것 같은 모습이다.
그사이 한국에서도 이미 엄청난 대기록의 흥행에 나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한 달이 된 지금 시점에서 이미 1,700만을 넘겨 버린 것.
이게 가능한 건 그간 M사의 히어로 영화가 흥행을 한 것과 더불어 이 작품의 감독이 거장 벨 감독이라는 것도 있겠지만, 역시나 가장 큰 건 ‘오만의 왕’의 ‘진’을 맡은 YC 때문이다.
아무리 명작이라도 여러 번 보게 되면 그 빛이 바래지는 것에 반해, ‘오만의 왕’의 경우 오히려 반대였다.
‘진’의 그 압도적인 존재감에 보지 못했던 것들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인간이 공포를 느끼는 이유는 무지(無知) 때문이다.
어린 시절 침대 밑에 이불 아래에서 혹은 옷장에 공포를 느끼는 건 그 안에서 무언가가 나올 것 같아서다.
하지만 불을 켜고 그곳에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게 되면, 그 공포는 사라져 버린다.
그저 헛된 자신의 망상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진’이 그러했다. 인간의 형상이지만 무언가 또 아닌 그 이질적이면서도 거룩하기까지 한 그 존재에 공포를 느낀 관객들은 점차 그것이 자신을 해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면서 공포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덕분에 한국 최고 관객 수인 명량대첩의 관객 수를 넘기는 시점이 코앞에 다가왔다.
그리고 개봉한 지 33일째 되는 날.
‘오만의 왕’은 한국 역대 가장 많은 관객이 찾은 영화가 되었다.
영화 관계자들의 말에 의하면 어쩌면 불가능의 영역이라고 여겨지던 2,000만을 ‘오만의 왕’이 기록할지 모른다는 말이 나오고 있을 정도다.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어렵지 않을까?”
그때쯤에서야 미국 올 스타디움 투어를 끝낸 영찬은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인구 5천만에 불과한 국가에서 1천만이 넘는 관객 수를 넘기는 것 자체가 기이한 현상이었다.
그런 걸 두 배나 기록하게 하다니.
영찬은 그게 절대 가능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뭐든 절대라는 건 없는 법이었고, 이번 ‘오만의 왕’의 경우 또한 그러했다.
-역대 영화 매출 순위 1위 자리를 ‘오만의 왕’에게 내주다.-
-여전히 끊이지 않는 흥행력! 과연 ‘오만의 왕’은 어떤 대기록을 세울 것인가?-
-‘오만의 왕’ 전 세계 수익 30억 달러를 넘겨!-
-믿을 수 없는 기적! ‘오만의 왕’ 국내 관객 수 2,000만을 넘기다!-
이번 경우가 그러했다.
1,700만을 넘기고 난 뒤 주춤하던 것도 잠시 ‘오만의 왕’은 그로부터 2주 뒤 끝내 2,000만을 넘기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 배경에는 ‘오만의 왕’의 팬들이 중복으로 보는 일이 많아졌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그런 점을 고려해도 엄청난 성과였다.
하지만 정말 대단한 일은 수익이었다.
아직 극장가에서 내려가지 않았음에도 역대 영화 수익의 신기록을 세워 버린 것으로, 덕분에 이 영화 제작에 30%에 달하는 제작비를 지원한 영찬은 그야말로 초대박을 터트렸다.
그 외에도 영화 합류의 조건으로 ‘진’에 대한 캐릭터 상품에 대한 수익의 10%를 가져가게 된 덕분에 말 그대로 엄청난 돈잔치를 하는 중이었다.
“괜히 영화에 투자자들이 몰리는 게 아니네.”
일단 한 번만 대박을 터트리면 이처럼 돈이 쏟아지니, 안목만 제대로 있다면 이만한 투자처도 없을 것이다.
한국에서 ‘오만의 왕’이 내려간 건 그로부터 다시 열흘이 더 지난 뒤였다.
최종 스코어는 2,125만.
한국 영화 역사에 다시 없을지 모를 대기록이었다.
* * *
본 역사에서 2018년이 넘어서야 N사에서 개봉한 스퀴드는 나의 개입으로 인해 1년 일찍 제작하게 되었다.
“스퀴드? 오징어? 뭔 제목이 그래요?”
국내를 넘어 아시아 투어를 최근에서야 마치고 돌아온 이나은은 여전히 피로가 풀리지 않는지 조금은 잠이 오는 듯한 눈으로 내가 건네준 대본을 받았다.
“정확히는 오징어 게임이지. 아! 네 나이대면 모르려나?”
나보다 10살은 어린 만큼 모를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의외로 이나은은 고개를 저어댔다.
“알아요. 저희 동네에서 몇 번 해봤어요.”
“깍두기로?”
“우씨~ 아니거든요. 저 잘했어요!”
깍두기.
요즘은 사라진 것 같은 말이지만 내가 어릴 적에만 해도 흔히 쓰이는 말이었다.
나중에 우리 쪽 지방에서만 쓰이는 건가 싶었지만, 의외로 서울은 물론 전국에서 공동으로 쓰인다는 말에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깍두기는 놀이에 제대로 속하지 않은 채 덤으로 같이 노는 친구를 말한다.
다소 같이 게임을 즐기기에는 나이가 어리거나 부족함이 있는 이를 게임에 크게 영향이 없는 선에서 같이 놀기 위해 만든 룰이었다.
“그나저나 깍두기를 알아듣네? 아! 형제들과 나이 차이가 많다고 했지.”
“네. 막내 오빠가 저보다 5살 많아요.”
“그러니 잘 아는 거지. 어쨌든 스퀴드는 오징어 게임을 뜻하는 거야.”
이어 나는 대략적인 이 드라마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다.
50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500억의 상금이 걸린 미스터리한 데스 게임에 초대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말이다.
생각보다 이러한 장르의 영화와 드라마, 혹은 만화가 없지 않은 탓인지 나은은 크게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네가 맡을 역할은 리하정이야.”
“리하정? 북한 사람이에요?”
“그래. 정확히는 한국으로 귀화한 북한 여자지. 북에 남겨둔 가족들을 특히나 동생을 데려오기 위해 이 데스 게임에 참여하게 돼.”
나는 대략적인 리하정의 서사를 그녀에게 말해 주었다.
본래 보았던 스퀴드 게임과는 그 줄거리가 달라졌지만 리하정의 서사와 스퀴드 게임의 큰 뼈대는 달라지지 않았다.
“좀 볼게요.”
“그래. 천천히 봐.”
처음에는 대표실로 오는 걸 어려워하더니 이제 하도 많이 와서 그런지, 녀석은 곧 자기 안방처럼 편한 모습으로 대본을 보고 있었다.
이내 눈을 반짝이며 대본에 집중하는 녀석을 보며, 나는 녀석이 이 스퀴드에 출연할 것을 알 수 있었다.
‘녀석의 커리어의 큰 부분을 차지하겠지.’
아마 이번 작품 이후 그녀는 배우로서도 세계적인 인지도를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만큼 이 스퀴드 작품은 대박이라는 말로도 부족한 엄청난 흥행을 세계 곳곳에 일으키게 된다.
‘스퀴드를 통해 YC필름은 새롭게 도약할 수 있을 거야.’
여기에 ‘오만의 왕’ 작품들이 순조롭게 제작되면, N사의 아성도 노려 볼 수 있을지 모른다.
결국 1위니 뭐니 해도 가장 중요한 건 이런 초대박 작품을 얼마나 보유하느냐에 있으니 말이다.
이 때문에 스퀴드 작품에 나는 더 많은 지원을 하는 중이었다.
과거 어색한 연기가 문제였던 암막 너머의 해외 배우들의 급도 올렸으며, 그 외 CG를 비롯해 제작품들 또한 더욱 퀄리티를 높였다.
그뿐이 아니었다.
아예 스퀴드 작품을 프랜차이즈화시킬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오만의 왕’처럼 시즌별로 내놓을 생각이며, 이외에도 해외에서 프리퀄 드라마 또한 만들 예정이었다.
물론 프랜차이즈에 대한 이야기는 스퀴드를 찍을 우 감독에게 아직 말하지 않았다.
지금도 우 감독은 그런 나의 지원이 고마우면서도 또한 부담이 된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소 시즌 3까지는 내고 싶다는 내 말에 시즌 1의 제작을 준비하면서도 시즌 2의 대본도 뼈대 정도는 잡아둔 상태였다.
‘시즌 2부터는 이 오징어 게임에 출연하고 싶다는 이들이 넘쳐나겠지.’
물론 가능하면 이번 시즌 1때처럼 YC 소속의 배우들을 가능한 밀어 넣을 생각이다.
그렇게 밝다면 너무도 밝은 미래를 생각하던 나를 일깨운 건 나은이었다.
“너무 재미있어요! 저, 이거 꼭 하고 싶어요.”
정말 그러고 싶은지 두 손을 꽉 쥐며 말하는 녀석에 나는 내심 걱정이 되기도 했다.
“아마 체력도 그렇고 운동도 많이 해야 할 거야. 보면 알겠지만 리하정은 운동 능력이 뛰어난 친구니깐 말이야.”
“네. 안 그래도 액션스쿨 끊으려고요.”
“그래. 잘하겠지.”
소심하기는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거나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는 똑 부러진 면이 있었다.
그건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그 자신감도 없고 소심한 녀석이 나에게 다가와 사인을 받아가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강아영인데?’
YC 필름의 합작 ‘봄날로 회귀’의 주연으로 강아영이 되면서 말이 많은 상황이었다.
아영이 녀석이 잘할 거라는 건 알고 있지만, 워낙 말들이 많다 보니 이에 대한 이야기를 아직 꺼내기가 어려웠다.
실제로 우 감독도 여러모로 우려하는 모양새이기도 했고.
어쨌든 그의 필생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스퀴드이니만큼 우 감독으로서는 불안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싶은 모양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다음 주가 되면서 우 감독의 이러한 우려는 사라졌다.
마침내 말도 많았던 ‘봄날로 회귀’ 드라마가 상영되자마자 그간 지독하게도 물어뜯었던 매체들과 악플들이 사라져 버리면서 생긴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