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15
6장. 블랙 타이거.
3만원이라는 입장료를 내야 들어올 수 있음에도 앞서 다투며 락 카페 안으로 들어섰다.
달리 구분이 없는 스테이지 아래에 조금이라도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였다.
실랑이는 있었지만 그와 별개로 이들은 너나할 것 없이 잔뜩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
이런 락 카페에서는 감히 들을 수 없는 레벨의 음악을 들었기 때문이다.
-갓 싱어? 하~. 케세라세라도 이제 한 물 갔나 보네. 너튜버나 하는 애를 데려온다고?-
-얌전히 스튜디오에서 음악하는 거와 무대에서 음악하는 건 차원이 다른 일이지. 잘하면 멘붕에 빠진 꼴 보겠는데?-
-멘붕 나는 꼴 찍기만 하면 조회수는 보장이겠네.-
-무슨 깡으로 온 거지?“
이들 대부분은 요즘 너튜브에서 핫한 갓 싱어가 온다고 해서 호기심에 찾아오기는 했으나, 기대하는 이들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게 하루가 다르게 좋아지는 기계에 꼼수를 통해 본 실력을 너무 부풀리는 뮤지션들이 많아지고 있어서다.
그래서인지 인디 쪽의 경우 무대 위에서의 음악만이 진짜라고 믿는 이들이 상당했다.
그랬건만.
막상 마주하게 된 갓 싱어는 정말 그 별명 그대로 미친 수준의 무대를 보여주었다.
그가 편곡해 커버하는 영상을 진심 버전이라고 했던가?
그의 음악을 듣는 순간 일본 모 만화의 주인공의 진심 펀치에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아야 했다.
벽 너머에서 들렸던 음악만으로도 그럴 정도였으니, 그 음악을 바로 앞에서 보게 된 지금 너무도 기대가 될 수 밖에 없는 일.
본래라면 입장표로 구매 가능한 맥주조차도 시키지도 않은 채, 그들은 자신들의 영웅을 기다렸다.
그런 관객들의 중심에는 곽도훈이 있었다.
노장은 죽지 않는다.(90’S)를 들은 순간 그는 알 수 있었다.
정말 ultra monster나 다름 없는 그가 왜 자신들 같은 꼰대들을 원하는지를 말이다.
-다다다다당!-
이어진 장태식과의 합주에서 곽도훈은 온 몸에 전율이 이는 걸 느꼈다.
“우와아아아!”
“미, 미쳤다!”
“앵콜! 앵콜! 제발 앵콜!”
시간을 지워버리는 비현실적인 무대에 자연스럽게 앵콜을 외치는 관객들을 보며 영찬은 웃어댔고, 장태식은 붉어진 눈가를 훔치기 바빴다.
어제의 그 경험이 결코 착각이 아님을 다시금 깨달았기 때문이다.
영찬은 앵콜을 외치는 관객의 중심에서 유일하게 말없이 온몸을 떨고 있는 곽도훈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드럼이 필요합니다.”
“지저스!!!”
그의 말이 신의 말씀처럼 다가온 것일까?
저도 모르게 신을 외치던 곽도훈은 어제 장태식이 그랬듯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무대 한편에서 드럼 스틱을 쥐고 있었다.
그의 눈은 정신없이 곽도훈에게 맞추어 해석된 악보가 놓여 있었는데, 덕분에 곽도훈은 두 번 볼 것도 없이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그럼 갑시다.”
열기가 조금씩 식어가는 무대에서 가볍게 꺼내는 영찬의 말에 곽도훈의 드럼 스틱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둥! 둥! 둥! 둥! 두두두두두!-
그 엄청난 덩치만큼이나 힘찬 드럼 소리가 총알처럼 터져 나왔고, 이어 영찬의 기타가 어우러졌으며 그 속에서 키보디스트 장태식이 정신없이 건반을 두드렸다.
“와! 미쳤어!”
모두가 그들이 오랫동안 맞춰본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 이들이 맞춰본 적 없는 사실상 초면이나 다름없는 사이인 걸 알았다면 경악을 금치 못했을 터였다.
악기 하나가 더 추가되었을 뿐인데, 노장은 죽지 않는다.(90’S)의 노래는 거짓말처럼 풍부해졌고 그 퀄리티는 놀라울정도로 상승했다.
“!!!!”
그 충격이 얼마나 컸던지 환호를 질러대던 관객들은 어느 시점에서 자신의 입을 막아야 했다.
이들의 연주가 그 음악이 이 노래를 조금이라도 더 귀에, 심장에 새겨져 지기를 바래서다.
덕분에 어느새 사람들이 가득한 가게 안에서도 스피커는 혼잡없이 어느때보다 제 역할을 해 주었다.
폭풍 같은 6분 20초가 지났고, 다시 30초가 흐른 뒤에야 사람들은 꿈에서 깨어났다.
-와아아아!-
광란과 같은 환호 소리가 이어진 가운데 영찬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돌려 사부들을 보았다.
장태식은 또다시 눈가를 훔치고 있었으며 곽도훈은 끓어 오르는 열정을 이기지 못해 무언으로 영찬에게 소리치고 있었다.
‘다시! 다시 한번!’
그럴 줄 알았던 영찬은 광란에 빠진 관객들에게 손가락 하나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다시 한번 가겠습니다. 이번에는 환호와 함께 즐깁시다.”
“와아아아! 최고다!”
다시 조금 전의 황홀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이들은 울부짖듯이 소리를 질러대었고, 곧 노장은 죽지 않는다.(90’S)가 연주되었다.
-둥! 둥! 둥······!-
드럼은 마치 비명처럼 크게 울려 퍼졌으며 건반은 성난 물결처럼 가게를 쓸어갔다. 그리고 그 둘을 이끌어 낸 기타 소리는 폭우처럼 환호하는 사람들에게 쏟아졌다.
가게의 유리창들은 저마다 그 소음을 견디기 힘들 듯 흔들거리는 가운데, 자연 가게 너머의 사람들은 발길을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다시 한번 시작된 노장은 죽지 않는다.(90’S)에서 장태식과 곽도훈은 자신의 모든 걸 내던졌다.
-흐으윽. 하아아아.-
곡이 끝이 나자 이들은 자신의 몸을 가누기도 힘든 꼴이 되었다.
나이 때문이 아니었다.
자신의 한계를 넘어선 기량을 강제로 펼쳐지게 되면서 생긴 일이었다.
“퍽킹! 하아하아···. 담배는 이제 다 피웠군.”
그제야 곽도훈은 술·담배를 금해야 한다는 영찬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건 장태식도 마찬가지였다.
‘보약이라도 지어 먹어야겠는데?’
온몸이 떨리는 잘못하다가는 실려 내려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장태식도 곽도훈도 이 고통이 마냥 고통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달디 단 꿀 같은 터라 어서 다시 이를 취하고 싶을 뿐이다.
그처럼 한계를 넘어선 소리는 그들에게 어떤 마약보다 달콤한 유혹을 남겼다.
하지만 몸을 가누지 못하는 이들과 달리 영찬은 생생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한계를 넘나들었던 그들과 달리 영찬의 경우, 오히려 이들을 끌고 가기 위해 자신의 실력을 죽였으니 말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7080 특유의 감성을 흉내 내기 위해 강제로 스스로의 실력을 너프시킨 것이다.
야구로 치면 제구력을 위해 속도를 늦춘 셈이다.
“여기까지. 이제부터 제 무대입니다.”
“….홀리 x!”
“….알겠네.”
크게 아쉬워했으나 한계를 인지한 장태식과 곽도훈은 그 말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들을 내려보낸 영찬은 이후 7곡을 더 연주했고, 이에 관객들의 환호는 점차 커져갔다.
자작곡은 아니었다.
그가 이어 부른 곡들은 그의 너튜브 채널에 올린 커버 곡들이었다.
전설이 된 퀸의 Bohemian Rhapsody를 시작으로 레드 제플린의 Stairway To Heaven까지 락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좋아할 수밖에 없는 명곡들이 끝내주게 편곡되어 불려졌다.
그저 기타와 목소리 하나 뿐이건만 어느새 1000명에 육박해진 관객들 중 그 누구도 그 음악이 부족하다고 여기는 이는 없었다.
특히나 마지막 레드 제플린의 Stairway To Heaven에서 그가 지미 페이지의 기타 솔로를 연주한 순간 거짓말처럼 스테이지 아래에는 적막에 잠겨 버렸다.
놀란 건 그들만이 아니었다.
얼음 물과 젖은 수건으로 몸을 식히던 장태식과 곽도훈은 넋을 놓은 채 무대 위의 영찬을 바라봐야 했다.
“….정말 인간이긴 한 걸까?”
“크크크. 이래서야 정말 계약대로 할 수밖에 없잖아.”
Stairway To Heaven 기타 솔로를 들은 순간 그들은 알 수 있었다.
자신들이 영찬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도움을 주어야 할 밴드 멤버들이 방해나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자 그들은 경외와 자괴감을 동시에 느껴야 했다.
“젠장! 각오들 단단히 하고 오라고 해야겠군.”
“하하하.”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이들처럼 생에 가장 끝내주는 경험을 하지 못한 친구들을 떠올리던 곽도훈의 말에 장태식은 바보 같이 웃어댔다.
이제 정말 모든 걸 음악에 갖다 바쳐야 한다는 걸 알게 되어서다.
“제발 좀 들어가게 해줘요!”
“저 몰라요? 나 여기 진짜 단골인데!”
“도대체 누구예요? 저 사람?”
“어? 갓 싱어?”
“이번 한 번만 무대에 오르는 건 아니겠죠?”
“앨범 같은 거 없어요?”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거야?”
“SNS에 그만 올려 새끼들아! 계속 모여들잖아!”
가게 안이 광기와 같은 환호에 빠져 있다면 가게 밖은 그야말로 밀려드는 인파에 정신이 없었다.
벌써 1000명이 넘는 인원들을 가게에 들여 놓은 뒤였던 터라 더는 사람들을 들일 수 없어 생긴 일이었다.
따로 스피커를 밖으로 뺀 것도 아닌 그저 벽 너머에서 음악이 들었을 뿐임에도 사람들의 발걸음을 이처럼 잡은 것이다.
그 현상이 놀랍지만 또한 놀랍지 않았다.
음악에 아예 관심이 없는 자가 아니라면 모를까? 돈으로도 부를 수 없을 세계적인 뮤지션 공연에 어찌 반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 같은 소란은 영찬이 무대에서 내려온 뒤에야 겨우 해결되었다.
“이른 저녁부터 이런 꼴이라니!”
이래서야 나중에 소문이 제대로 나면, 경비원 한둘로는 아예 통제되지 않았을 일이라 장태식은 식은땀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10곡 이상을 열창한 것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만큼 영찬은 에너지 가득한 모습으로 새롭게 나온 아이스 티로 목을 축였다.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와는 달리 아이스 티를 가져다 준 직원이 손을 덜덜 떨어댄 건 놀라울 일도 아니었다.
직원들 대부분이 음악을 하는 뮤지션이었으니, 그들로서는 자신도 모르던 우상을 마주한 셈일 테니 말이다.
-아그작, 아그작-
목이 말랐던지 어느새 잔을 비우고 얼음까지 씹어 먹는 영찬의 모습에 곽도훈은 몸을 떨어야 했다.
그 엄청났던 무대 위에서와 달리 어딘가 따분하다는 기색을 보이는 영찬의 모습이 현실감이 느끼져지 않아서다.
‘ultra monster!’
그것도 거인 히어로들을 찢어 죽여대던 우주 괴수를 보는 듯했다.
그렇기에 곽도훈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 왜 이제야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거지?”
그 말에 영찬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그게 중요합니까?”
“….아니. 그건 중요한 게 아니지. 그래, 중요한 건 따로 있지. 그래서 난 합격이냐? 불합격이냐?”
“하하하.”
숨기고 있지만 떨리는 기색이 보이는 곽도훈의 말에 영찬은 크게 웃음을 터트려댔다.
“하하하! 이미 무대에 올라온 순간부터 아저씨는 동료입니다. 설마 모르셨습니까?”
“으하하하!”
그 말에 곽도훈은 정말 자신이 멍청하기 그지없는 질문을 했음을 알았다.
그는 한참이나 웃었고 영찬 또한 미소를 보이며 혼란스러운 가게 안을 바라보았다.
가게 안에는 조금 전 녹화한 영찬의 무대가 프로젝터로 나오고 있었는데, 그것만으로도 사람들은 흥분이 되든지 여기저기서 환호하는 모습을 보여댔다.
다음 날.
저녁이 되기 전부터 케세라세라 주변에는 줄이 서기 시작했다.
커피를 마시는 이들 중 일부는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이다, 어제처럼 한 시간 일찍 끝나는 가게 영업에 아쉬움을 보이며 밖을 나섰다.
어느새 비워진 가게의 중심에는 한 무리의 칙칙한 사내들이 있었다.
어제 무대에서 열광의 열기를 보인 장태식과 곽도훈 이외에도 세 명의 사내들이 잔뜩 흥분한 얼굴을 한 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키는 작지만 다부진 체격을 한 베이스를 옆에 둔 오렌지 머리를 한 사내가 말했다
“그래서 그 진짜 괴물은 도대체 언제 오는 건데?”
“괴물? 하! 괴수다!”
“괴물이든 괴수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중요하지. 그게 아니면 니들이 모든 걸 팽개치고 올 리 없잖아.”
곽도훈의 말에 베이시스트 문일범은 잠시 움찔하더니 순순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만큼 어제 찍었던 영상은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그걸 증명하듯이 벌써부터 가게 주변은 뱀 똬리처럼 사람들이 줄을 쓰고 있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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