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152
하루 아침에 음악괴수! 143화
44장. 월드 투어
“그러고 보니 ‘좀비 학교’가 좋은 이유가 또 있기는 하지.”
바로 배경 특성상 신인들을 많이 드러낼 수 있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학교라는 배경으로 인해 배우들의 연령대는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현재 배우 계열에서 탑을 찍은 스타들은 이 작품에 등장하기 어려웠다. 긴 공백기 속에 새롭게 탑을 찍은 스타들이 아직 나타나지 않은 탓에 이제 고인물이 된 30대 후반의 연기자들이 그 자리를 대부분 차지하고 있어서다.
그나마 최근에는 이나은이 두각되는 중이었지만, 그녀 이외 그 나이대에서 연기력과 스타성을 입증한 이들은 정말 손에 꼽을 지경이다.
그런 점에서 이나은이 이 작품 출연을 고려해 볼 법도 했지만, ‘좀비 학교’를 찍는 배 감독은 중장년층 배역을 제외한 학생들의 경우 모두 신인으로 채워 버렸다.
어차피 한국에서는 여전히 생소한 영역이라 할 수 있는 좀비 드라마의 특성을 아는 배우는 없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차라리 어느 정도 연기와 마스크가 되는 신인들을 데려와 자신의 입맛에 맞게 찍고 싶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확실히 이 사람도 정신 세계가 정상은 아니야.”
아마 내가 아니었다면 그런 그의 의견은 완전히 묵살 되어 버렸을 것이다.
‘좀비 학교’를 찍는 배 감독은 사실상 이 작품이 자신의 이름을 건 첫 작품이기 때문이다.
좀비라는 낯선 소재에 신인 감독과 신인 배우들이라니.
그 엄청난 호기 앞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뒷골을 잡고 쓰러지고 싶을 터.
그러나 애초에 너무 엇나가지 않는 이상 전폭적인 지지를 하겠다는 게 YC 필름의 정책이다 보니 배 감독은 자신의 생각을 기어이 이루어 냈다.
“덕분에 YC 엔터 신인 배우실은 호재를 외쳤다고 하지.”
웹 드라마나 뮤비 정도가 아니면 웬만해서는 조연 자리도 차지하기 어려운 게 현시점이다.
그런 상황에서 ‘좀비 학교’라는 엄청난 자금이 수혈되고 있는 대작에 출연할 우선권을 가지고 있는 그들로서는 호재를 외칠 수밖에.
어딘가 특이한 정신 세계를 가진 배 감독도 긍정적으로 손을 잡았다고 한다.
아무리 배짱이 좋다고 해도 100%를 투자하고 있는 투자자의 눈치를 봐야 하는 법이니 말이다.
다행히도 YC 엔터 배우팀은 신생이라고 여기기에는 여러 배우 소속사를 인수하면서 그 관리의 노하우 등이 장착된 곳이라, 작품은 순항 중이었다.
“일단 좀비 학교가 성공만 한다면 선순환인 셈이네.”
‘스퀴드’만큼은 아니어도 국내에서 10위권 안에 들어갈 정도로 흥행한다면야, 대번에 여러 명의 스타들이 탄생하는 것이니 확실히 선순환이라 할 수 있을 터.
잘하면 이나은과 같은 앞으로 20년은 거뜬히 탑 자리를 버텨줄 탑 스타를 탄생시켜 줄지도 모른다.
이런 부분들을 생각하면 ‘스퀴드’ 홍보에 준하는 예산을 내준 건 과한 일은 아닌 듯 보였다.
그렇게 잡생각을 하고 있던 나를 깨운 건 매니저였다.
“촬영 시작한답니다.”
헐리우드 스타들이 촬영지에서 먹고 자기도 하는 대기를 위해 마련된 배우 차량에서 쉬고 있던 나는 매니저의 말에 찌뿌둥한 몸을 일으켰다.
“얼마 쉬지도 않았던 것 같은데?”
투덜거리는 나에게 매니저는 웃으며 말했다.
“대표님도 참. 기왕이면 빨리 촬영 끝내고 마음 편하게 쉬는 게 낫잖아요.”
“그거야 그렇긴 하지.”
아무리 이동 버스를 호텔 방처럼 꾸며 논들, 언제 시작될지 모르는 촬영까지 기다린다는 건 정말 다른 의미로 힘든 일이었다.
그러니 일찍 촬영하게 된 것에 기뻐할 만도 하지만 나로서는 투덜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지금 촬영을 해야 할 씬 때문이다.
왜 여기가 헐리우드인지 알려주는 폭발씬을 촬영하게 된 것인데…… 거기까지라면야 뭐 그러려니 하겠지만, 문제는 감독이 벨 감독이라는 것에 있다.
“……주택을 실제로 날려 버린다고? CG가 아니라?”
“그게 주택만 그런 게 아니라고 합니다. 빌딩도…….”
“……으음.”
내가 말하는 주택은 당연히 소박한 수준의 작은 주택을 말하는 게 아니었다.
어둠의 기사의 본거지라고 할 수 있는 유서 깊은 대주택을 날려 버리는 걸 말한다.
과거 병동을 날려 버렸을 때처럼 실제로, 대주택을 지어 버려서 폭탄으로 날려 버리는 씬을 찍겠다고 하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벨 감독이 벨 감독 했구나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문제는 매니저의 말대로 날려 버릴 게 이 대주택 하나만이 아니라는 거.
어둠의 기사가 최대 주주로 있는 회사의 빌딩 중 하나 또한 날린다는 점이다.
둘 다 어둠의 기사의 정체를 알아차린 ‘진’이 벌인 짓이었다.
이 중 후자의 빌딩의 경우 어둠의 기사가 다루는 기기들을 만드는 숨겨진 군용 시설이다 보니 그 빌딩의 규모가 작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그런 짓을 벌인다고 하니, 아무리 벨 감독이라고 하지만 정말 정도를 넘어선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지, 그가 벌어들인 수익을 생각한다면야 뭐…….”
역대 모든 기록을 갈아 버렸던 그 무지막지한 수익률을 창출한 전작을 생각한다면, 실제로 도시 한복판의 빌딩을 사서 터트려 버린다고 해도 고려해 봐야 할 일.
문제는 그 씬의 중심에 내가 있어야 한다는 거다.
이 때문에 따로 네이비 실 출신의 군인과 알파급 특수 소방관으로부터 여러 훈련들을 받기도 했었다.
일이 잘못되어 최악의 경우 잔재물에 묻혀 살아갈 방도를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미친 새끼…….”
과거 타이타닉 배우들이 수장 씬을 찍을 때, 감독이 자신들을 익사시키려는 게 아닌가? 싶어 그리 욕을 했다는데, 지금의 내 심정이 그러했다.
“……여기서 잠깐 멈추고 이후 카메라 동선에 따라 움직이면 돼.”
벨 감독은 나에게 다가와 마지막으로 동선을 체크하였다.
나를 걱정해서라기보다는 한 번 터지면 다시 찍기 어려운 씬이라 신경을 쓰는 것일 터였다.
새삼 배우라는 직종에 회의감을 가지던 것도 잠시 나는 ‘액션’의 신호와 함께 ‘진’이 되었다.
-쿠르르릉!-
거대한 괴물의 울음 소리와 같은 폭발 소리가 저 멀리서 들려왔지만, ‘진’은 마치 유서 깊은 이 대주택을 구경이라도 하듯 태연한 모습으로 움직였다.
그러다 그의 가족이 그려진 초화상에 잠시 멈추어 보며 중얼 거렸다.
“……이게 녀석의 각성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진’이 보기에 과거 자신의 대적자를 다루듯이 제거하기에는 어둠의 기사는 탐이 나는 인재였다.
그렇기에 ‘진’은 그를 제거하기 보다는 그를 자신의 휘하로 들이고자 했다.
어둠의 기사의 본거지를 시작으로 그의 수족들을 날려 버리고자 한 건 그러한 작업을 위해서이기도 했다.
과거의 트라우마로 인해 우스꽝스러운 가면을 쓰고 그를 자신의 심볼로 만들어 낸 어둠의 기사가 스스로 가면을 벗게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어둠의 기사는 망가졌기에 ‘진’에게 저항할 수 있는 것이었다.
‘진’이 이를 아는 이유는 과거의 그의 대적자들 또한 그러한 망가진 정신 세계를 지녔음을 몇 차례고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둠의 기사를 거두기 위해서는 그의 망가진 정신을 다시 제 위치로 돌려놓는 게 우선 이었다.
그를 위해서는 이러한 충격이 필요했다.
집착하는 옛 기억들이 자리 잡고 있는 매개체를 부숴 버림으로써 어둠의 기사는 현혹에서 벗어날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 과정은 아마도 상상하기 힘들 만큼 힘들겠지만, ‘진’은 기꺼이 그를 위해 지속적으로 담금질을 해줄 생각이었다.
그로써 그가 망가진 그가 다시 돌아온다면, 그만한 수고 이상의 수하를 손에 넣게 되는 셈이니 말이다.
“컷!”
벨 감독이 컷을 외친 건 완전히 무너져 버린, 불씨만이 곳곳에 남겨진 대주택의 잔재들을 확인하였을 때였다.
“후우우…….”
나는 긴 한숨을 쉬며 벨 감독에게 다가갔고, 그제야 어딘가 멍해 있던 벨 감독은 서둘러 찍었던 걸 돌려 보기 시작했다.
나 또한 그 옆에서 함께 지켜보다 이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다행히 결과물이 생각했던 것 이상의 것으로 나와서다.
“그래!”
그 생각은 나만이 아닌 듯, 웬만해서는 흥분하지 않는 벨 감독 또한 주먹을 불끈 쥐며 그 들뜬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벨 감독과는 별개로 주변의 스태프들은 여전히 굳어진 모습이었다.
정확히는 내 눈치를 보는 모양새였는데, 나는 그 이유를 알기에 그저 헛웃음을 흘릴 뿐이었다.
“……하하. 언제가 되어야지 익숙해질지 모르겠네?”
바로 내가 연기한 ‘진’을 스크린이 아닌 현실에서 마주 보면서 생긴 부작용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오랫동안 함께 일해온 매니저는 어려워하는 모습이기는 해도 너스레를 떠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다.
“크흐흠. 아마 다음 작품에서도 다르지 않겠습니까?”
“너라도 없었다면 정말 힘들었을 거다.”
“하하. 대표님도 참.”
매니저는 농담을 하는 것이라고 여겼지만, ‘진’이 보여준 존재감에 짓 눌려 왕따 아닌 왕따를 당하는 나로서는 어느 때보다 진담이었다.
지금의 이 촬영된 부분이 나오는 건 영화의 초반 부분이었다.
어둠의 기사는 이를 시작으로 자신의 망가진 정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며 고찰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진’이 원하는 대로 그는 점차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그의 삶은 안정되어갔지만, 대신 도시를 지키는 어둠의 기사의 정체성은 흔들리고 만다.
역설적이게도 치유가 그에게 또 다른 죽음을 안겨 주는 셈이었다.
그렇게 ‘오만의 왕’의 촬영이 시작되는 가운데, ‘스퀴드’ 관련으로 큰 희소식이 있었다.
바로 전 세계 텔레비전 시상식 중 최고 권위로 평가받고 있는 프라임타임 에미상의 남우주연상과 최우수 드라마 시리즈에 ‘스퀴드’가 후보로 올랐다는 소식이다.
이러한 상을 미국 현지의 드라마가 아닌 스트리밍 티브이 매체의 드라마가 후보로 올라갔다는 건 정말 믿기 힘든 일이었다.
현지 전문가들의 말에 의하면 이 두 부문에서 상을 받을 확률이 높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나는 괜히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현의 비중을 주연으로 올려놓았다면 좋았을 텐데.”
그랬다면 여우주연상 부분도 한번 노려볼 만했을 것이라, 그게 아쉬웠다.
어쨌든 이만한 호재가 없는 법이었고, 그런 소식에 힘을 더해주기라도 하듯이 ‘스퀴드’의 흥행은 쉬이 식지 않았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가 고국에서 수만 리 떨어진 미국에서도 보이게 될 즈음.
마침내 길고 힘들었던 ‘오만의 왕’ 촬영이 끝이 났다.
“하아~ 끝났다가 아니군. 나는 또 시작이지.”
컴백 준비도 그렇거니와, 이번 영화에서도 감독을 맡게 된 만큼 작년에 이어 다시 고난을 헤쳐 나가야 했다.
어쩌겠는가?
내가 갈려 나갈수록 회사가 더욱 커지고 단단해지는 걸.
“어째 옛날 생각이 나네.”
당연히도 좋은 추억은 아니었다.
과거 공밀레(공돌이+에밀레)거리던 끔찍한 공돌이 시절을 떠올렸던 것이니깐.
그렇게 바쁜 일정 속에서도 여지없이 올해도 나는 솔로로서 2018년을 한 해의 마무리로 마주하게 되었다.
* * *
작년이 배우로서의 활동이 왕성했었다면, 올해는 가수로서의 활동을 왕성하게 이어나가기로 했다.
무엇보다 이번에 낸 앨범 ‘World’가 대박을 친 게 큰 힘이 되기도 했었다.
작년에 낸 앨범의 타이틀 곡 ‘joy and praise’가 무려 15주 빌보드 1위를 하면서 세상을 놀래켰다면, 올해 낸 앨범 ‘World’는 그 이상의 성과를 이루어 냈다.
-무려 17주 빌보드 1위를 유지한 ‘World’!-
-대기록을 코앞에 두었던 YC 안타까움을 보이다?-
-최단기 다이아몬드 기록 갱신!-
-‘World’ 앨범 4번째 다이아몬드를 이루어내다!-
무려 17주라는 대기록을 갱신해 버린 것이다.
빌보드 핫100 18주 1위 달성했던 Painkiller의 아성 코앞에서 무너졌다는 것에 내가 크게 아쉬워한다고 보는 모양이었지만, 알려진 기사와 달리 나는 더할 수 없이 만족하고 있었다.
Painkiller의 경우는 그야말로 여러 가지로 하늘이 도와주었기에 나온 기록인 반면, 이 ‘World’는 순수하게 블랙 타이거의 기량으로 이루어낸 성과였으니 말이다.
“물론 ‘오만의 왕’과 ‘스퀴드’에서 득을 본 것도 있겠지만…….”
그것도 음악이 좋지 않다면 이런 대기록을 이룰 수는 없을 일이었다.
무엇보다 이번 앨범 ‘World’는 다른 의미로 나에게 의미가 컸다.
바로 이번 앨범에서 삼촌들의 곡들이 저마다 한 곡씩 들어갔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편곡을 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내놓은 삼촌들의 곡들은 하나같이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