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153
하루 아침에 음악괴수! 144화
투어를 준비하면서 나는 삼촌들의 곡을 팬들이 크게 즐겨 하는 걸 알 수 있었다.
무려 17주 동안이나 빌보드 핫 100 1위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았던 ‘World’ 못지않게 오랫동안 자리 잡은 순위에서 내려오지 않는 걸 보면.
“역시 사람 생각이 다 비슷비슷하긴 한 모양이야.”
나는 미소가 번져가는 걸 막을 수 없었다.
삼촌들이 곡을 만들기로 한 건 내가 이를 바랐기 때문이었다.
정확히는 삼촌들이 대가라 할 수 있는 경지에 발을 들였을 때부터 나는 곡을 만들어 보라고 이야기했다.
대가란 무엇인가?
일가(一家)를 이루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간단히 말해 독자적인 유파를 만들 정도로 자신만의 음악을 할 수 있게 되는 경지에 이르렀다는 건 뜻했다.
물론 이게 끝일 리 없다.
오히려 새로운 시작점에 올랐음을 뜻했다.
나는 마빈 그분처럼 삼촌들 또한 이 새로운 길 위에서 그 끝에 다다르기를 바랐다.
“물론 그 과정은 정말 너무도 힘들기는 하지.”
이걸 오를 수가 있는 건가 싶을 정도로 가파른 것만으로 모자라, 가장 큰 문제는 짙은 밤안개에 들어선 것처럼 한 치 앞도 구별할 수 없다는 것에 있었다.
그야말로 장님이 산을 오르기 위해 길을 찾듯이 혼신의 힘을 다해야 겨우 기어 올라 갈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마빈 그분이 대단한 것이었다.
그분 정도의 재능이라면 그 자신의 재능에 취해 그 같은 고생길을 쳐다도 보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동료 천재의 죽음. 그 비극이 그분을 그처럼 초인으로 만들었겠지.”
그랬다.
정말 운도 운이지만 초인 같은 강인한 의지가 아니라면 감히 홀로는 그 길에 이른다는 건 정말 쉽지도, 아니,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었다.
그런 길에 삼촌들을 올려놓고 채찍질하는 셈이었지만, 나로서도 할 말은 있었다.
“적어도 앞은 비추어 주고 있으니깐.”
밤안개가 가득한 바다를 비추는 등대처럼 길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실 삼촌들은 엄청난 기연을 맞이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건 마빈처럼 대가의 끝자락에 이른 자가 몇 날 며칠을 붙어서 가르쳐준다고 해도 가능한 일이 아니니깐.
보통은 밤안개에 던져진 이에게 겨우 몇 개의 단어 따위로 길을 알려주는 것이 대다수인 걸 생각하면 사실상 치트키를 쓴 셈이다.
‘뭐 그렇다고 해서 고생을 안 한다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그렇게 대가의 경지에 오른 삼촌들에게 작곡을 하라고 한 건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삼촌들이 가고자 하는 음악의 길이 블랙 타이거가 가는 방향과 다르지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로서는 내가 떠오르는 영감과는 또 다른 색을 가지고 있을 삼촌들의 영감을 보고 싶었다.
물론 단순히 나의 호기심 때문에 삼촌들을 다그친 건 아니었다.
이는 삼촌들을 위한 것이기도 했다.
작곡을 통해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괜한 말이 아닌 게 창작은 그야말로 자신이 가진 것을 쏟아내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한계를 알게 되는데, 이는 곧 자신의 음악을 좀 더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음을 뜻했다.
처음 1년은 말도 안 되는 걸 가져오더니, 경지가 완전히 자리를 잡은 뒤부터는 제법 그럴듯한 음악들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수십 년을 음악만 한 분들이라 그런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것들이 안에 내재되어 있었던 것이다.
“본래도 락이라면 가리는 게 없던 분들이기는 했지.”
한 음악 분야를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사랑한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것도 대중의 선택에서 멀어져 버린 분야의 음악을 그저 받은 것 없이 아끼고 사랑한다는 건 정말 엄청난 순애보라고 할 수 있다.
“……어. 그래서 다들 잡혀 사시는 건지도?”
스스로 애처가라고도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여지없이 공처가라고 할 수 있는 삼촌들의 모습은 가끔씩 눈물이 눈앞을 가릴 때가 많다.
물론 숙모들이 나쁘다는 건 아니었다.
다만, 워낙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사람들이다 보니 그리 다그치지 않으면 집안에 쉽게 신경을 쓰지 않는 삼촌들의 성격 때문에 그런 것일 뿐.
‘그런 점에서 본다면 시영 삼촌이 정말 결혼을 잘하기는 했어.’
쿨하다는 말로도 부족한 그분은 어쩌면 진정한 락 스피릿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여하튼 그동안 연기한다고 끌려다니는 동안 삼촌들이 고심하며 작곡한 음악들 중 상당수가 내 마음에 들었다.
물론 그 퀄리티나 수준은 아쉽기는 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블랙 타이거라는 밴드 기준에서 그런 것이었고, 이 곡들 중 상당수가 제법 실력 있는 밴드의 타이틀 곡으로 밀 정도는 되었다.
모든 곡을 살펴본 나는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삼촌들에게 봐 두었던 곡을 꺼내 보이며 말했다.
“이거 누가 만든 거예요?”
“내가. 이 몸이 만드셨다. 으하하하. 역시 보는 눈이…….”
“이거하고, 이거. 이거. 이걸로 할게요.”
“……?”
“왜요?”
삼촌들의 곡 중에서도 가장 내 호기심을 자극하는 색깔이 있는 곡들을 꺼내 놓는데, 어째 반응이 이상했다.
내가 이상하다고 쳐다보니 처음 자신의 곡을 뽑은 것에 기뻐하던 곽도훈 삼촌이 어이없어하는 얼굴로 말했다.
“왜긴 왜겠어. 너 혹시 알고 있었던 거야?”
“뭘요? 뭘 알고 있었다는 건데요?”
“정말 몰라? 아니, 니가 찍은 곡들 저마다 주인이 다 다르잖아!”
“아하하. 그래요?”
나는 웃으며 놀랐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삼촌들은 어이없어하는 얼굴이었다.
“이 새끼! 역시 알고 있었군.”
“이렇게 뻔히 드러날 걸. 우리를 농락하다니.”
“너 솔직히 말해 봐. 일부러 연기 못하는 척하는 거지? 그게 아니면 이렇게 노골적으로 어색하게 말할 수가 없어.”
“진작에 한 곡씩 가져간다고 하면 되잖아.”
“……나쁜 새끼.”
“아하하하.”
그동안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여전히 생활 연기는 늘지 않은 모양이다. 대번에 속마음이 들킨 걸 보면 말이다.
하지만 나도 사정은 있었다.
기왕이면 저마다 그 색이 다른 삼촌들의 곡을 앨범에 넣고 싶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기준에 못 미치는 곡을 넣을 수는 없지 않은가?
하여 미처 말을 하지 못했었는데, 막상 결과물들을 보니 이런 걱정이 괜한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러니 나로서는 모르는 척 삼촌들 곡을 저마다 하나씩 꺼내놓는 수밖에.
그렇게 기만에 대해 쏟아지는 질책을 그저 읍소한 끝에 겨우 풀려났다.
“어쨌든. 이 곡들은 제가 좀 더 손을 보고 앨범에 넣을 생각입니다.”
비록 편곡을 거치기는 해야 하지만, 어쨌든 정규 4집에 자신들의 곡이 들어갈 거라고 말하자 삼촌들은 저마다 그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맙소사.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두근거리네.”
“나, 오늘 밤 잠을 못 잘지도.”
“……왜? 애 봐야 돼?”
“어…… 어. 그것도 있고. 설레기도 하고.”
“나도…… 오늘 날 밤 깔 듯.”
“드디어…… 내 곡이 빌보드에. 애들한테 자랑할 거리가 생겼구나.”
다들 뒤늦게 장가가더니 정말 총각 앞에서 그 신혼부부 티를 멈추지 않는다.
‘에휴. 나도 연애든 결혼이든 하긴 해야 할 것 같은데.’
내 나이가 벌써 35살이다.
10년 전이었다면 찐으로 노총각 취급을 당했을 나이다.
그러나 미혼이 많아진 시대 덕분인지, 특수한 직업 덕분인지 결혼에 대한 압박은 생각보다 크게 오지 않았다.
막상 어머니도 어디서 말을 들은 건지 말을 꺼내지 않았고.
뭐, 나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다.
“……아니, 무슨 연애할 시간이 있어야지.”
그동안 벌인 일들이 어디 한두 개였던가?
여기에 투어도 해야 하고, 앨범도 만들어야 하고, 우리 식구들도 키워야 하고 거기에 연기까지.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었다.
왜 아니 그렇겠는가?
누가 해라고 떠민 것도 아니고, 결국 그 결정을 한 건 나였는데 말이다.
나는 이래저래 심란한 마음으로 삼촌들의 곡들을 편곡했다.
다행히 그렇게 만들어진 ‘World’ 앨범이 역대급으로 대박을 쳤으니, 그게 그나마 나름의 위로라면 위로일 터였다.
월드 투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삼촌들은 저마다 작곡하는 데 바빴다.
“이게 킹작권? 어마어마하네.”
“이렇게 달달한 걸…… 그동안 혼자 먹었단 말이야?”
“다음 앨범에도 반드시 넣고 만다.”
“나도. 다른 건 몰라도 너는 이긴다.”
“웃기고 있네. 니가 나를. 겨우 20위권 밖에서 놀던 녀석이…….”
바로 오랫동안 빌보드 핫 100에 머물면서 생긴 저작권료가 삼촌들의 주머니를 든든하게 채워주었기 때문이다.
혼자였을 때야 하루 이틀 술을 마시며 기뻐했을 일이지만, 이제 저마다 책임져야 할 가정이 있다 보니 이처럼 의욕을 드러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에는 좀 더 색다른 작곡을 위해 다른 분야의 음악들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삼촌들의 관심을 끈 건 최근에 강아영을 중심으로 다시금 뜨고 있는 트로트 장르였다.
“보내~ 오리다. 으흐흠.”
긴 머리를 늘여뜨리고 트로트를 흥얼거리는 락커의 모습은 블랙 타이거 내에서 그리 보기 어려운 게 아니었다.
다만 그 흥얼거리는 트로트가 강아영 노래가 대다수라는 게 문제라면 문제일 것이다.
“아영이가 이 모습들을 보면 분명 울지 않을까요?”
“……설마 기뻐서?”
“양심 어디?”
“……크흠.”
어쨌든 삼촌들도 한국인이라 그런지 아니면 나이가 나이라서인지 트로트를 부르는 강아영의 열성적인 팬이었다.
툭하면 갑자기 찾아와 ‘그래서 우리 강아영 님 앨범은 언제 나오는데?’라고 묻고 가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을 정도.
그리고 이런 궁금증을 드러내는 건 삼촌들만이 아니었다.
나의 YC 레볼루션 계정을 찾아와 ‘강아영 님 앨범 내놔라!’고 하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을 정도.
그러나 가장 큰 타격을 준 건 어머니였다.
“그래서 아들. 우리 강아영 님 다음 앨범은 언제 나오는 거니?”
“……오랜만에 전화해서 갑자기?”
대주택과 빌딩을 터트리고 더불어 거대한 화물탱크 마저 날려 버리며 미쳐 날뛰던 벨 감독의 ‘오만의 왕’ 촬영에 진이 빠져 있던 당시 걸려온 어머니의 전화가 얼마나 반가웠던가?
그런 나에게 어머니가 다짜고짜 그런 말씀을 꺼내셨으니, 그 타격은 확실히 강력했다.
“조만간…… 낼 거에요.”
“그래! 역시 우리 아들 최고!”
“아하하…….”
우리 아들 최고라 부르는 어머니의 말이 그처럼 공허하게 들릴 줄은 몰랐다.
여하튼 덕분에 나도 아영이도 쉬지도 못하고 갈려가는 중이었다.
정확히는 아영이가 갈려 나간다고 보는 게 맞았다.
사실 중간중간 녀석의 연기를 옆에서 지켜보면서 떠오르는 영감들을 정리해 둔 곡들이 한둘이 아니었으니깐.
“그래서 말인데 정규 2집을 내기로 했다.”
“정규 앨범으로 간다고요?”
눈이 휘둥그레진 아영이를 보니 나는 피식 웃음을 흘러 나왔다.
뭐 이해 못 할 건 아니었다.
보통 미니 앨범 두셋 정도 내다가 정규 앨범을 내는 게 요즘 트렌드였으니깐 말이다.
특히나 트로트의 경우는 정규 앨범 내는 속도가 유독 느린 편이었다.
한 달, 길어야 두세 달 정도에서 수그러드는 요즘 음악과는 달리 트로트는 그 장르 특성상 곡의 생명력이 길다고 해야 할까?
이는 아직도 트로트 오디션에서 낸 무희가 여전히 음악 차트 10위 권 안팎을 오가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어디 무희뿐일까?’
정규 1집 타이틀 곡이던 ‘추억’과 그 수록곡들 상당수가 음악 차트 안에서 놀고 있는 중이었다.
이 때문에 10대 애들한테서는 말들이 많았다.
도대체 이 죽어도 죽지 않는 좀비 같은 곡들 때문에 자신들이 미는 아이돌들이 타격을 입었으니깐 말이다.
덕분에 몇몇 악성 루머를 퍼트리는 너튜브 채널에서는 YC 엔터가 조작을 한다는 개소리를 했었고…….
“나는 참지 않았지.”
괜히 건드려 시끄러워질지도 모르는 데다, 너튜브 자체가 해외 회사다 보니 여러모로 제재는 물론 공판까지 가는 데에도 어려움이 컸다.
잘못 건드렸다가는 평판과 더불어 돈만 날릴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내의 대형 엔터에서도 악성 루머를 생산해 내는 너튜브 채널에 그저 무시하는 걸로 넘기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