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155
하루 아침에 음악괴수! 146화
정규 2집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특히나 타이틀 곡인 ‘눈물’은 작곡했던 당시에 생각과 달리 너무도 쉽사리 만족한 작업물을 내놓았는데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이 곡이 난항을 겪을 거라고 생각했던 이유는 ‘눈물’에서 말하는 눈물의 의미를 강아영에게 설명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서 그런 것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미 그러한 눈물을 흘려 본 적이 있던 강아영이었기에, 녀석은 이전에 내가 밀었던 타이틀 곡들보다도 더 자신의 색깔로 이 곡을 채워냈다.
“마음에 드네. 그럼 이렇게 된 거 이 곡들도 소화해 보도록 하자.”
나는 ‘눈물’을 내놓기 전 녀석에게 타이틀곡으로 보여주었던 ‘거짓말’, ‘밤바다’, ‘어머니’ 곡들도 녀석의 버전으로 먼저 내놓기로 했다.
그런 내 생각에 녀석은 조금은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약속했던 대로 이후 내가 가이드했던 버전의 음악을 내놓았을 때, 그 관심이 옅어질까 봐 그런 모양이다.
그런 우려하는 녀석의 생각을 알아차린 나는 녀석의 이마를 살짝 툭 치며 말했다.
“이야 자신감이 대단한데~”
“……어. 아!”
갑작스러운 접촉에 깜짝 놀란 표정을 보이던 녀석은 내 감탄 섞인 말에 그제야 자신이 얼마나 건방진 생각을 했는지 알았던 모양이다.
그랬다.
우려를 해야 하는 건 내가 아니라, 녀석이었다.
후에 내 버전의 음악이 나왔을 때, 원곡자로 여겨질 녀석은 두고두고 비교를 당하게 될 테니 말이다.
얼굴을 붉게 물들인 녀석을 보던 나는 장난스레 웃으며 말했다.
“망신 안 당하려면 정말 최선을 다해야 할 거야.”
“……네.”
부끄러운 가운데에도 나지막하게 대답하던 강아영은 정말로 각오를 단단히 하면 녹음을 이어나갔다.
‘이번 기회를 통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아마 ‘눈물’을 통해 그 가능성을 보지 못했다면 이러한 채찍질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조금은 불타오르는 듯한 열정을 보이는 녀석이 원하는 대로 정말 엄격한 지도자로서 녀석을 가르쳤다.
그야말로 한계선까지 아슬아슬하게 밀어붙이기를 반복했던 것인데, 그 과정에서 강아영은 몇 번이고 눈물을 흘려댔었다.
하지만 그런 녀석의 눈물에 나는 놀라지 않았다.
그 눈물이 서글퍼서 흘리는 눈물이라기보다는 그 한계치에 이르러 금이 가기 시작한 또 다른 세상을 마주한 이가 느끼는 격정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죄송합니다.”
얼마나 눈물을 흘렸던지 눈과 코가 빨갛게 익은 녀석에 나는 잠시 쉬었다가 갈까 하다, 이내 다시 마음을 잡고 교습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애 잡겠네. 감히 니 녀석이 강아영 님을! 이라는 등 삼촌들의 걱정과 협박을 한 몸에 받은 결과, 열흘 만에 드디어 OK라 할 만한 결과물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래, 이만하면 아예 잡아 먹히지는 않겠네.”
“……감사합니다. 사부님.”
“어. 그래. 정말 수고했어.”
선생님이나 스승님은 너무 내가 나이가 들게 느껴지기에, 사부라고 부르라고 했더니 그동안 입에 완전히 붙어나 보다.
대표님이라는 말보다 사부님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걸 보면 말이다.
‘뭐~ 훌륭한 제자이기는 하지.’
세계 무대에서 대활약하고 있는 나의 첫 번째 제자들인 G1 밴드 못지않게 강아영은 정말 훌륭한 제자였다.
그렇게 강아영 정규 2집 앨범 작업이 끝을 맺었다.
물론 디렉팅해야 하는 부분들이 조금은 남아 있기는 하지만, 굳이 이거까지 내가 할 필요는 없었다.
과거에야 돈도 없고 인력도 없어서 그랬지만, 지금 YC 엔터에는 세계적인 실력을 지닌 엔지니어들이 한둘이 아니었으니깐.
이들 중 아무에게나 맡겨도 훌륭한 결과물을 뽑아낼 건 뻔한 일이었다.
“그럼 이제 그동안 미뤄 놨던 작업이나 끝내 볼까?”
콘서트 준비부터 시작해, 한동안 손을 쓰기 힘든 회사 내 작업들을 생각하면 부지런히 움직일 일만이 남았다.
* * *
“드디어! 한국에서 블랙 타이거 콘서트를!”
이다혜가 꿈에서도 그리워할 소식을 접한 건 직장에서였다.
너무도 기뻤던 소식이라, 자칫 비명을 지를 뻔했던 그녀는 다행히도 벌써 사회인 2년 차가 된 짬밥으로 그 기쁨을 눌러 냈다.
그녀에게 있어 블랙 타이거는 결코 작은 인연이 아니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언니를 통해 시작했던 덕질 인생에서 가장 타오르던 고교 시절.
당시 그녀는 1군 아이돌이었던 EX 1기 팬이었다.
나름 팬덤 사이에서 네임드였던 그녀는 오빠들의 음원이 구닥다리 음악을 하는 늙다리 아저씨들에게 밀린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그렇기에 팬 매니저를 비롯해 간부들의 조언에도 블랙 타이거의 뮤비를 보게 되었다.
어떻게든 오빠들을 지켜야 한다는 뜨거운 전투력을 불태우면서.
그러나 ‘노장은 죽지 않는다.’ 뮤비를 본 순간 그녀는 넋을 잃고 말았다.
-두근두근-
‘으윽. 이건 뭐지?’
그동안 덕질로 단련되었던 그녀의 심장이었지만, 가공할 존재감을 드러내는 진짜 앞에 그간 단련한 모든 시간들이 의미가 없어져 버린 것이다.
아니, 아예 의미가 없는 건 아니었다.
그간의 덕질 덕분에 이번에 찾아온 이 덕통 사고가 진짜라는 걸 대번에 알게 되었으니깐 말이다.
그렇기에 어느새 자신도 모른 채 뮤비를 보고 또 보기를 반복했고, 겨우 그 뮤비에서 눈을 떼어냈을 때 그녀는 훌륭한 블랙 캣이 되었다.
이후 그녀는 블랙 캣 팬덤 사이에서 전설로 내려오는 EX 팬덤을 뒤흔들어 버리는 짓까지 저질러 버리며, 입덕부정기 상태의 예비 블랙 타이거들의 팬층을 하나로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초기인 이 당시에만 해도 그녀는 블랙 캣 팬덤 사이에서 네임드로서 입지가 대단했다.
그러나 일본, 중국, 아시아를 넘어 미국, 유럽까지 먹어 치우며 어마어마한 세계적 팬덤을 가지게 되자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존재감이 낮아졌다.
더불어 블랙 타이거 입장에서도 상대적으로 시장이 작은 한국에 크게 신경을 쓰기가 어려워지기도 했고.
이 부분에 있어 한국의 블랙 캣은 아쉬웠지만, 그렇다고 싫은 건 아니었다.
K팝의 새 역사를 아니, 세계 대중 가요의 전설을 만들어가고 있는 우상이 가는 길은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웅장해질 지경이었으니깐.
여하튼 그런 사정이다 보니 과거와 달리 블랙 타이거를 접촉할 확률이 낮아지자 그녀는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어떻게든 YC 엔터에 들어가고야 말겠어.”
하지만 그러기에는 집안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그녀와 그녀의 언니가 집에서 적잖은 돈을 써대야 하는 덕질에 지원받을 수 있던 건, 그럼에도 우수한 성적을 자랑했기 때문이었으니깐.
실제로 지원받은 대가로, 그녀는 결국 법조인 집안의 기조에 따라 로스쿨을 졸업해 집안과 관련 있는 회사로 들어가게 되었다.
하지만 사회인이 된 뒤에도 그녀의 덕질은 끝이 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활활 타올랐다.
작년 그 귀한 회사 휴가를 당겨 내고 미국 올 스타디움 투어에 참가했을 정도였으니, 그녀의 팬심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으리라.
실제로 YC가 ‘진’이라는 빌런으로 출연한 ‘오만의 왕’을 20번이나 보았을 정도였으니, 어쩌면 좀 위험한 단계의 팬심을 가졌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그런 그녀에게 갑자기 내려진 이 한국 콘서트 소식은 올해 받을 선물을 다 받은 것만큼이나 기쁜 소식이었다.
-YC ‘오만의 왕’ 두 번째 시리즈 작품 이후 배우 활동 잠정 중단.-
-블랙 타이거 ‘월드 투어’ 개시! 첫 번째 투어 장소는 한국!-
-그간 기다려주었던 팬들을 위해 무려 한국에서 13회차 콘서트를 열 것이라 밝혀지다!-
-월드 투어 국내 좌석만 92만 개! 그러나 우려 따위는 없다.-
-벌써부터 암표상에 대한 말들이 나오고 있어 YC 엔터에서는 일찍부터 단속에 들어갈 것이라 밝혀.-
“92만…….”
아마 다른 가수들이었다면 너무 과한 좌석 수라고 여겼을지도 모를 일이다.
국내 내로라하는 아이돌이라고 해도 일본 정도의 시장이 아니라면 소화하기 힘든 좌석 수.
하지만 블랙 타이거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경쟁이 치열하겠는데…….”
이다혜는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게 그녀의 예상대로라면 최소 이것의 열 배는 넘는 인원이 티켓팅 시작과 함께 달려들 테니 말이다.
이는 국내 팬들만이 아닌 해외 팬들도 이 월드 투어를 노리고 있기에 보이는 태도다.
그러니 서버가 터지지 않는다면 역대 최단 시간으로 완판될지 모를 일.
“10초…….”
이다혜는 아무리 늦어도 10초 안에 승부를 봐야 할 것이라 판단했다.
“인터넷도 기가로 컴퓨터도 최신형으로 바꾸고…….”
누구보다도 티켓팅에 진심인 그녀는 돈을 들여 잘 돌아가던 집안의 인터넷 환경을 다 바꾸어 버렸다.
그리고 대망의 티켓팅을 앞두고.
목욕재계를 마치고 온 그녀는 00:01초가 되기 무섭게 전광선화처럼 손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딸깍! 딸깍! 딸깍!-
숨도 쉬지 않은 채 빠르게 마우스와 키보드를 다루며 티켓팅을 시도하던 그녀는 마침내 원하는 화면이 뜨자 침착하게 좌석을 선택하고 보안문자를 빠르게 치며 넘겼다.
다행히 오류 없이 무사히 넘어갔고…… 그 몇 초도 안 되는 사이 모든 걸 성공적으로 끝낸 그녀는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해냈어!”
그녀가 손에 넣은 건 첫 번째 순위에 올려둔 좌석이었다.
YC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좌석이었던 것으로, 벌써부터 밀려오는 기쁨에 온몸이 떨릴 지경이었다.
그간의 마음고생이 한순간에 보상받는 순간이었기에 더욱 벅찬 감정이 일었다.
-YC 효과? 블랙 타이거 콘서트 92만 좌석! 11초 만에 매진!-
-티켓팅에 몰려든 인원만 1,300만 명이 넘어!-
-예상을 뛰어넘는 열기! 그리고 벌써부터 시작된 암표상들의 거래들?-
-하루도 안 되어 3명이나 암표상을 검거한 YC 엔터!-
-암표로 나온 블랙 타이거 콘서트 티켓! 이틀 만에 300만 원을 넘겨!-
-로얄 석 가격은 두 배? 일부 단체에서는 콘서트 티켓값에 부모 등골이 휘어진다는 말이 나오기도!-
무려 11초 매진.
한국에서 92만 좌석이라는 엄청난 좌석을 그처럼 매진시킨 건 아마 이후에도 보기 힘들 기록일지 모른다.
이런 대기록을 이루는 데 큰 역할을 한 건 국내를 넘어 해외 팬들도 가담한 덕분도 있지만, 이외에도 작년에 YC가 인수한 미라클이라는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 몫도 한몫했다.
서버를 지금의 두 배 이상으로 증축하고 있는 미라클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의 엄청난 서버 폭이 1,300만 명이나 몰렸음에도 버벅거림 없이 모두 받아낸 것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미라클이라는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의 잠재력을 다시금 체감한 영찬은 국내 데이터 센터 증축에 지원을 좀 더 늘리기로 했다.
YC 레볼루션의 국내 사용률이 60%를 넘기고 있는 시점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데이터 센터를 이용하는 서비스들이 국내에서 점차 많아질 것이라 추측되는 만큼, 이러한 센터 증축 관련 투자는 결국 나중에라도 이루어질 일.
그럴 바에 코인으로 엄청난 자금의 여유가 있는 만큼 시작부터 데이터 센터의 규모를 키우는 게 비용적으로도 절감할 수 있는 일이었다.
월드 투어의 날짜가 점차 다가오면서 암표 가격 또한 하늘 높을 줄 모른 채 치솟고 있었다.
로얄급이라 불리는 좌석 하나를 3,000만 원을 주고 샀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
단속을 하고 있음에도 이 정도였으니, 만약 단속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모르긴 몰라도 지금의 배 이상의 값으로 거래가 되었을 터였다.
“드디어 오늘이 왔어!”
이다혜는 잔뜩 흥분한 얼굴로 무장을 마쳤다.
이번 월드 투어 기념으로 나온 블랙 타이거 공식 응원봉을 손에 쥔 채, 거대한 가방을 챙긴 상태였다.
월드 투어 콘서트장 내에서만 파는 한정 굿즈를 사기 위해서다.
“……줄이 엄청나네.”
이른 아침임에도 콘서트가 이루어질 잠실올림픽주경기장 일대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은 건 역시나 수만 명이 거대한 뱀이 똬리를 틀 듯 줄을 선 모습이다.
“5일 전부터 줄을 선 사람이 있다고 하지.”
이 거대한 장관을 만들어 내는 이들은 스탠딩석의 주인들로, 이처럼 줄을 서는 이유는 줄 선 순서대로 입장하는 탓이다.
간단히 말해 좀 더 좋은 자리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인데, 보통 이런 대형 가수들 콘서트장의 경우 노숙을 하며 줄을 서는 건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