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157
하루 아침에 음악괴수! 148화
“방역을 하기로 결정한 건 정말 잘한 일이었습니다.”
테일러 사장의 말에 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엄청난 규모의 경제와 문화 수준을 갖춘 나라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이번 독감은 미국에게 재앙처럼 다가왔다.
“아무래도 콘서트 일정을 조절해야 할지도 모르겠군요.”
“……그 정도까지 생각하고 계시는군요.”
“중요한 건 사람이니깐요.”
평판에 휩쓸리기에는 나도 블랙 타이거도 너무도 큰 공룡이 되었다.
그러니 방역 따위 무시하고 공연을 계획대로 진행한다고 해도 우리에게 뭐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실제로 계약금 등을 생각한다면 콘서트 일정 조정으로 인해 생기는 손해는 너무도 막대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같이하고 싶은 고마운 팬들이기에 나는 이쪽으로 생각을 굳히기로 했다.
다행히 유럽 쪽은 아직 구두로만 이야기되었을 뿐, 계약은 아직 진행되지 않은 터라 그 손해는 줄일 수 있어 보였다.
“이러다 다시 사정이 좋아질 수도 있으니 일단 그런 가능성을 염두에 둬 보자는 겁니다.”
“하하. 알겠습니다.”
제법 힘들게 준비한 월드 투어가 흔들리게 되었음에도 테일러 사장은 뭐가 좋은지 웃음을 지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런 그의 모습에 나 또한 소리 없이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렇게 사정이 좋아지기를 바랐지만, 그런 나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사정은 더욱 나빠져 갔고, 다음 해가 되었을 때 상상도 못 했던 길고 긴 악몽을 마주하게 되었다.
* * *
2019년 11월.
새로운 유형의 변종 코로나바이러스인 SARS-CoV-2에 의해 발병한 급성 호흡기 전염병이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처음으로 발생.
사람과 동물 모두 감염되는 인수공통전염병.
제1급 감염병 신종감염병 증후군의 법정 감염병.
2020년 1월.
중국을 넘어 아시아권으로 퍼지기 시작.
2020년 2월.
전 세계로 퍼지기 시작.
중국의 우한에서 최초로 시작된, 폐렴 증상이 나는 질병이라 하여 우한 폐렴이라 명명.
12월 초를 끝으로 블랙 타이거의 미국 투어는 이른 시점에서 끝이 났다.
그럴 수밖에 없다는 걸, 1월을 맞이하면서 알려주고 있었다.
추정되고 있는 독감 감염자만 1,400만 명을 넘겼으며, 입원자는 10만 명에 육박했다. 사망자는 더욱 무시무시했다.
집계된 것만 6,000명이 넘었는데, 아마 한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나라 전체가 마비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상황이었으니,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콘서트 투어를 끝낼 수밖에 없었다.
“듣기로는 내년 1월달쯤에는 피해가 두 배로 늘어날 거라고 합니다.”
“…….”
영찬은 예상했던 것보다 독감에 대한 피해가 무시무시하자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러나 테일러 사장이 그에게 보고할 건 그것만이 아니었다.
오히려 앞서 이야기한 독감보다도 더 무서운 이야기를 해야 할 듯싶었다.
“……하지만 진짜는 독감이 아닙니다.”
“네?”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을 한 영찬에 테일러는 잠시 입술을 혀로 축이다 말을 이었다.
“중국에서 발생한 전염병 상황이 심상치 않습니다. 이쪽에 소식이 밝은 이에게 듣기로는 최악의 경우…… 팬데믹이 올지도 모른다고 하더군요.”
“팬데믹이요?”
팬데믹이라는 말에 영찬은 질겁했다.
팬데믹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선포하는 6개의 경보 단계 중 최고 경고 등급을 말했다. 지금까지 두 번 있었는데, 첫 번째가 1968년 홍콩독감이 그것이며 두 번째는 영찬도 꽤나 고생했던 2009년 신종플루가 그것이었다.
다행히 2002년 사스 경계령 당시 자리 잡은 체계 덕분에 국내는 큰 피해를 보지 않았다.
무엇보다 치료제인 타미플루가 출시된 뒤에는 위기 단계에서 넘어올 수 있었다.
그러나 사망자만 28만 명이 넘었던만큼, 팬데믹이 얼마나 극악한 건지 알 수 있을 일이다.
하여 질겁하는 영찬이었지만, 테일러는 무심하게도 희망적인 말보다는 끔찍한 절망적인 말을 이어나갔다.
“그것도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팬데믹 규모일지 모른다고 하더군요.”
테일러는 언제 발매가 될지 모르는 치료제, 백신에 대한 문제. 당연히 현시점에서 이를 치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리 없다는 말을 이었다.
이 질병이 발생한 우한 지역의 나라인 중국이 정보를 개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더욱 끔찍하다고.
이번 팬데믹은 모르기에 더욱 공포스러웠다.
“그러니만큼 유럽 투어는 포기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지금부터라도 마스크를 사용하도록 하십시오. 일반 마스크보다는 질병실에서 사용하는 N95등급의 마스크를 써야 합니다.”
“N95……. KF94말이죠.”
다행이라고 할지 이 정도 등급의 마스크에 대해서 거부감은 없었다.
워낙 중국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로 난리가 나는 서울에 살고 있다 보니 KF94를 쓰는 일은 종종 있는 일이라서다.
“조만간 마스크 대란이 일어날지도 모르겠는데?”
그냥 마스크도 아니고 일부 예민한 사람들만 쓰던 KF94등급의 마스크를 써야 안전하다는 말이 나온다면 당연한 현상일 터였다.
영찬은 현실을 도피하듯 잠시 쓸데없는 생각을 하다, 이내 미국 투어를 일찍 끝낸 게 다행이라는 생각에 다시 도달했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유럽 투어의 일정도 지연될 수 있었던 만큼, 자연스럽게 유럽 투어의 취소로 인해 생긴 손해액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테일러의 말대로 유럽 투어를 취소하는 데 동의한 영찬은 한숨이 절로 나오는 걸 막을 수 없었다.
“하아~ 이거 난리 났네.”
한국 가요계의 수장이라고 해도 사실 크게 다르지 않는 위치에 오른 영찬으로서는 한숨이 나오는 걸 막을 수 없었다.
이번 팬데믹이 시장을 키우며 세계적으로 인지도 상승을 보이고 있는 한국 가요 시장에 얼마나 큰 타격을 줄지 감이 잡히지 않아서다.
가수들의 수입처는 여러 가지로 나누어져 있다.
앨범, 광고, 콘서트, 굿즈 그리고 행사가 있다.
이 중 행사는 대다수 가수들의 주 수입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3군 아이돌의 경우만 해도 500만 원에서 1,000만 원을 받으며, 지상파에서 1위를 한 경험이 있는 1군 아이돌의 경우는 최소 10배 가까이 받는다.
기업 행사나 해외 행사의 경우는 그보다 더 많은 돈을 받기도 한다.
물론 모두가 1군일 수 없으니, 지방의 작은 축제의 경우는 3군 아이돌 수준의 행사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나마 최근에는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 등 외국으로의 행사 초대를 받게 되면서 사정이 나아진 상태였다.
꿩 대신 닭이라고, 너무도 비싼 1군 아이돌을 데려오기 어려우니 나름 실력이나 비주얼에서 크게 차이가 없는 2군이나 3군 아이돌들을 데려와 행사를 뛰게 하는 것이다.
물론 조건으로는 본인들의 노래 이외 유명한 1군 아이돌 노래로 무대를 해야 한다는 점인데, 이 부분에서는 3군 아이돌이 오히려 반기는 편이었다.
그럴듯한 노래와 컨셉이 없어 실력이 있음에도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하는 그들에게 있어 차라리 이런 유명세가 있는 곡을 부르는 게 나았으니깐.
그로서 현장에서 처음 만나게 되는 행사를 온 K팝 팬들에게 자신들의 이름을 자각시키기만 하면 베스트였다.
덕분에 국내에서는 3군 아이돌의 인지도이지만, 해외에서는 나름 2군 아이돌 이상의 인지도를 가지는 아이돌이 점차 늘어나는 중이었다.
이런 호재가 만들어지는 데 적잖은 시간을 통해 쌓아왔건만, 팬데믹은 그 쌓아온 모든 걸 단번에 무너뜨릴 게 분명했다.
영찬이 한숨을 쉰 건 그것 때문이었다.
“대형 엔터 쪽은 그나마 버티겠지만…….”
그 외의 엔터 쪽은 줄도산할 게 뻔히 보였다.
어떤 생태계든 큰 물고기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는 만큼, 이러한 큰 격변은 가요계에 그리 좋은 현상이 아니었다.
자칫 음악의 다양성을 잃은 소수만의 시장으로 변형될 가능성이 높았다.
“일단 상황을 보고 고민을 좀 해봐야겠지.”
테일러 사장의 말대로 흘러갈지는 아직 모르는 상황.
그렇기에 영찬은 더구나 팬데믹이라고 해도 신종플루 정도로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라 여겼다.
그때처럼 방어를 잘한다면 생각보다 경미하게 끝이 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다.
-블랙 타이거 ‘월드 투어’ 미국 투어를 끝으로 끝낸다고 선언!-
-독감과 함께 우한 폐렴의 유행을 우려한 결단!-
-유럽의 블랙 캣들 크게 분노하고 아쉬워하는 기색을 보이다.-
-세계 최고의 밴드 ‘블랙 타이거’마저 우려한 우한 폐렴은 무엇인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우한 폐렴’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과학자들!-
-‘우한 폐렴’ 확진자 치료제 따위는 없다. 방법은 오직 예방뿐!-
우한 폐렴의 공포는 빠르게 번져갔다.
생각했던 것보다 빠른 속도로 사람들 사이에 ‘우한 폐렴’의 위험성이 알려졌는데, 이에는 블랙 타이거의 월드 투어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
도대체 어떤 전염병이기에 그 무시무시하던 독감 시즌에서도 이어가던 투어를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접은 건지 점차 와닿기 시작한 것이다.
덕분에 마지막 순서였던 유럽의 블랙 캣들은 실망이 컸지만, 이들의 실망은 길지 않았다.
오히려 그로 인해 입은 손해를 YC 엔터에서 공개하면서 팬들에게 ‘우한 폐렴’의 위험성을 알리는 캠페인을 벌였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마스크가 동이 났을 것이라는 걸 알기에 따로 집에서 안 입는 옷 같은 천으로 마스크를 만드는 방법을 함께 공유하기도 했었다.
KF94같이 완벽하게는 막지 못하겠지만, 그 정도의 마스크만으로도 상당한 수준으로 감염을 막을 수는 있었으니깐.
“잘하면 마스크를 만들고 쓰고 다니는 걸 찍는 챌린지가 나올 수도 있겠는데?”
테일러는 안 그래도 구하기 힘든 마스크에 말들이 많아지고 있는 상황에 이런 캠페인으로부터 챌린지가 나온다면 그건 그거대로 좋은 이미지를 얻을 수 있겠다고 여겼다.
“한국은 철저하구만.”
“워~ 엄청나네.”
“벌써부터 이렇게까지 한다고?”
“중국하고 가까운 곳이기는 하지.”
“이번에도 잘하면 최소한의 피해로 넘어갈 수 있으려나?”
블랙타이거의 삼촌 라인들은 공항에 설치된 방역소를 보며 감탄이라고 해야 할지 알 수 없는 탄성을 터트렸다.
영화 속 실험실에서나 입을 법한 복장으로 사람들의 열을 재는 수십에 이르는 방역인원들의 모습은 확실히 인상 깊을 수밖에 없었다.
조금은 신기한 모습으로 바라보는 삼촌들과 달리 영찬의 눈은 심각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경직되어 있어.”
아직 1월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이 정도라면 본격적인 발표가 시작되는 2월 이후부터는 얼마나 삭막한 분위기가 일어날지 영찬은 감을 잡기 어려웠다.
“비상 상황이구나.”
비상 상황이라는 걸 모르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느슨한 분위기를 접하고 있었을 때와 중국과 가까운 한국에서의 이러한 날 선 분위기 속에 있을 때 느껴지는 바는 완전히 달랐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비상 상황이라는 걸 알자, 영찬은 어서 빨리 회사로 가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2월이 되면서 ‘우한 폐렴’이 가져다주는 공포는 더욱 현실감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공포라는 게 무지에서 오는 것인데, ‘우한 폐렴’은 그런 점에서 상상 속의 괴물만큼 커지고 흉측해진 상태였다.
당연히도 그간 눈치를 보던 연예계는 난리가 났다.
모든 공연들 행사들이 빠르게 취소되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다음 날 공연을 준비하던 밴드들은 하루아침에 올라설 무대를 잃어버렸으며, 이는 여느 아이돌과 가수들도 다르지 않았다.
3월이 되면서 ‘우한 폐렴’ 대신 공식적으로 ‘코로나19’라는 이름이 붙여지기 시작했다.
여전히 일부는 ‘우한 폐렴’으로 부르는 이들이 많았지만, 방송에서 ‘코로나19’라는 이름으로 쓰기 시작하자 점차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그때쯤 되었을 때.
사회적으로도 여러 변화가 생겨났다.
길거리에서 마스크를 하지 않는 사람들을 찾기 어려워졌으며, 마기꾼(마스크 사기꾼), 마해자(마스크 피해자)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다.
마스크가 얼굴을 가리니, 상대가 미인인지 아닌지 감을 잡기 어려워 생긴 말들이었다.
물론 상당수가 마기꾼이다 보니, 마스크 화장법이라는 게 따로 유행이 되고 있을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