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16
7장. 이나은
잠시 창 밖 너머 그들을 바라보던 이들 중 곽도훈만큼은 아니어도 체격이 큰 기타리스트 박시영이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나저나 너희들 어떻게 된 거지?”
“뭐가?”
“안 본 사이에 말도 안 되게 실력이 늘었잖아!”
“그래, 나는 내 귀가 잘 못 된 줄 알았어.”
그의 말을 공감해하는 친구들의 모습에, 장태식이 턱을 긁적이다 말했다.
“이건 말로 설명 못 해. 너희들도 그냥 같이 해봐야 이해되는 거라.”
“…..그게 무슨 개소리야?”
“월월월!”
“미쳤나?”
“크크크. 생각하지 마. 진짜 주인 따르는 개처럼 따라가기만 하면 알게 될 거니.”
그 말에 세 사람은 미친놈 보는 듯한 시선으로 장태식을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들의 심정을 모를리 없는 곽도훈이 말을 이었다.
“그건 말로 할 수 없는 거야. 이 녀석 말대로 그냥 경험해 봐야 아는 거지.”
“…..”
원수 같은 장태식과 곽도훈이 오랜만에 의견이 합치하는 모습에 세 사람은 오히려 더 궁금해졌다.
그리고 그때쯤.
그들의 궁금증을 풀어 줄 주인공이 등장했다.
“안녕하세요. 박영찬이라고 합니다.”
어딘가 잔뜩 설레는 듯한 얼굴로 반갑게 그들과 인사를 나누던 그는 그 중에서도 특히나 메인 기타리스트인 박시영에게서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박시영 그가 바로 영찬이 가장 먼저 만나고 싶었던 첫 번째 사부였기 때문이다.
‘다들 저쪽 세상이나 이곳이나 변한 게 없네. 아니 오히려 스트레스를 안 받으셔서 그런가? 더 젊은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그 스트레스의 대부분이 자신 때문에 일어난 것을 잘 알고 있던 영찬으로서는 입가에 씁쓸한 미소를 쉬이 감출 수 없었다.
그런 속 사정을 모르는 박시영과 김일은 어린 시절 우상을 마주한 것 같은 태도를 보였다.
영상을 뚫고 나올 정도의 테크닉과 감성을 토해내는 기타를 다루는 이를 만난 것이니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
특히나 박시영이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남달랐다.
‘테크닉이나 감성도 말도 안 되지만 진짜 무시무시한 건 따로 있지. 그는 마치 Jeff Beck을 연상케 한다.’
박시영이 꼽는 레전드 기타리스트 중 그가 가장 우상으로 삼는 이는 Jeff Beck이었다.
본명은 제프리 아널드 벡.
에릭 클랩튼이나 지미 페이지와 함께 락 3대 기타리스트로 꼽히는 인물이다.
특이한 점이라면 다른 두 전설과는 달리 상업적으로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박시영이 그를 우상으로 삼는 건, 그가 진정한 기타리스트의 선구자 여겨서다.
대부분의 레전드 기타리스트들은 상업적 성공과 함께 완성한 연주기법에 안주하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제프 백은 달랐다.
그는 새로운 연주기법을 도입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주패턴을 변형하고 발전시킨 기타리스트의 본연의 자세를 가장 잘 갖춘 인물이다.
더구나 락 스타에게 있어 마약과 같은 환락 등이 당연하다시피하던 시절에도 오직 음악 하나만을 바라보았던 훌륭한 인격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박시영이 영찬에게서 제프 백을 본 건 그의 연주기법이 기존의 것과는 다르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람들이 지피 페이지의 전성기 때보다 더 진한 감성을 그의 연주에서 느낄 수 있었던 건 바로 그 연주 기법 때문이기도 했다.
비브라토 암을 크게 두각시키지 않으면서도 그 활용 능력이 뛰어났는데, 어쩌면 그 때문에 박시영이 제프 백을 떠올렸는지도 모르겠다.
최근 제프 백의 연주기법은 비브라토 암의 존재를 가장 잘 나타내는 걸로 유명했으니 말이다.
친구들에게 말은 안 했지만, 최근 박시영은 작으나마 영감을 얻은 상태였다.
특유의 성실함으로 끝내 재능의 벽을 넘은 케이스인데, 이를 보면 그가 제프 백을 우상으로 삼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박시영이 자신을 어찌 생각하는지 모르는 영찬은 드디어 모인 자신의 밴드를 보며 들떠하며 말했다.
“자! 무대 세팅은 끝난 것 같은데 무대로 올라가죠.”
“바로?”
“!!!”
설마 인사를 마치기 무섭게 무대로 올라가자고 할 줄 몰랐던 그들은 놀랐으나, 장태식과 곽도훈은 오히려 그 제안을 반기면 성큼성큼 그 뒤를 따랐다.
“괴수인지 진짜인지는 모르겠고, 정말 이상한 녀석인 건 알겠네.”
“나야 좋지. 근데 기타가 셋이나 되는 데 괜찮으려나?”
“……”
김일의 의문과 달리 박시영은 말없이 미소를 지어 보이며 느긋하게 기타를 챙겼다.
그가 본 그 영상의 주인공이라면 그런 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박시영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다다다당!-
“악보입니다. 이 부분을 이런 식으로 쳐 주시면 됩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한눈에 보아도 엄청난 악보를 보았기 때문인지 긴장한 모습을 보이는 박시영에 영찬은 고개를 저었다.
“말씀 편하게 하세요. 저 생각보다 어립니다.”
“아···. 알았네.”
하지만 딱딱한 태도는 여전했다.
그러나 영찬은 달리 섭섭하지 않았다. 본래 그런 성격인 걸 아는 데다, 무엇보다 이 어색함이 이 무대와 함께 끝이 날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박 사부는 혼자서 용케도 이 경지까지 도달했네?’
덕분에 영찬은 당장은 박시영에게 크게 손을 댈 부분이 없었다. 그저 방향성을 잡아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하지만 김일의 경우는 달랐다.
벽을 넘은 박시영과 달리 그저 기술적인 부분만이 완성되었을 뿐이라서다. 다행히 서브 기타리스트였기에 영찬은 그리 많은 시간을 잡아먹지 않았다.
베이시스트 문일범의 경우는 그저 악보를 던져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사실 제대로 그가 원하는 수준의 소리를 내려면 1년을 붙어 있어도 힘들겠지만, 지금은 그저 합주하는 정도의 수준으로 만족했다.
일단 거기서부터 시작이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이게 노장은 죽지 않는다.(90’S)의 악보!”
정확히는 문일범 그의 영감을 자극하기 위해 고안한 악보였다.
설마 그런 사기 같은 비밀이 숨어 있는지 모르는 문일범은 그저 덜덜 떨리는 손길로 정신없이 악보에 빠져들었다.
어느덧 10여 분이 지나 모든 준비가 끝이 났다.
-꿀꺽-
긴장했는지 문일범의 침 삼키는 소리가 그 적막함을 가로지르는 가운데, 곧 곽도훈이 드럼을 치기 시작했다.
-두두두두둥!-
엄청난 파워로 두들겨지는 드럼. 뚱땅거리는 베이스. 미친 듯 두들겨지는 건반. 이어 웅장한 기타 소리가 일었고, 그 뒤를 따라 2개의 기타가 뒤를 따랐다.
그렇게 드디어 노장은 죽지 않는다.(90’S)가 제 윤곽을 드러냈다.
아직은 부족함이 많은 소리였지만, 7080 그 특유의 락의 감성이 담긴 노장은 죽지 않는다.(90’S)는 능히 새로운 락의 시작을 알리기에 충분해 보였다.
-찌릿! 찌리릿!-
그 역사를 자신들이 만들 것을 알았던 것일까?
장태식, 곽도훈, 문일범, 박시영, 김일은 저마다 전기에 감전된 것 같은 짜릿함을 전신으로 느끼고 있었다.
“아아아~. 그래 내가 돌아왔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그 짜릿함은 영찬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순간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그때부터 그들은 신의 선택을 받은 자들이었고, 그 기적 속에서 이들은 자신의 한계를 넘어섰다.
‘그래, 이걸 듣고 싶었다.’
어느 순간부터 영찬은 기타에서 천천히 손을 떼어냈지만, 오히려 노장은 죽지 않는다.(90’S)의 곡의 윤곽은 더 짙어질 뿐이었다.
영찬의 보컬도 이때부터 조금씩 달라졌다.
노장은 죽지 않는다.(90’S)에 좀 더 적합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드디어 노장은 죽지 않는다.(90’S)라는 곡의 잠재력을 모두 끌어올릴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