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162
하루 아침에 음악괴수! 153화
“아니, 이 아저씨가 여동생에게 해야 할 말을 구별 못 하네!”
혐오와 경멸이 섞인 눈으로 오빠를 바라보는 희정의 눈길에 영찬은 난감해하면서도 말없이 녀석의 도움을 구할 뿐이었다.
“……진짜구나. 뭐, 놀랄 일은 아닌가?”
연애를 하라고 말을 꺼낸 지 겨우 한 달 만에 무려 8명이나 썸을 타고 있다는 오빠의 말은 놀랍기는 하지만 희정은 사실 크게 놀라지 않았다.
사실 영찬 본인은 모르고 있었지만, 학창 시절 때만 해도 그는 인근에서 제법 인기가 있는 소년이었다.
알바와 집안일 등 삶에 찌들려서 그렇지, 원래 본판이 일반인과는 궤를 달리했다. 거기에 특유의 어른스러운 분위기가 함께하니 주위에 그를 좋아하는 소녀들은 생각보다 많았다.
“이 애가 영찬 오빠 동생이래. 확실히 이렇게 보니 닮았네. 너 진짜 귀엽게 생겼다. 이거 언니가 줬다고 말하지 말고 오빠하고 나눠 먹어. 알았지.”
“초콜릿 이거 받아가. 왜긴. 밸런타인 데이잖아. 오빠하고 같이 나눠 먹어.”
“나도, 내 것도 받아 가!”
덕분에 희정은 어린 시절 간식을 사 달라고 칭얼거릴 필요가 없었다. 영찬을 멀리서나마 좋아하던 소녀들이 그녀를 통해 주는 초콜릿 따위로 배를 넉넉히 채워서다.
물론 그런 호황도 영찬이 돈을 벌기 위해 외지로 나가면서 끝이 나고 말았다.
학창 시절에는 교복이 방어를 해주었지만, 성인이 되고 난 뒤부터는 아예 꾸미지를 않다 보니 외모가 많이 퇴색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거기에 술을 가까이하면서 점차 살이 찌기 시작하니 그녀 또한 더는 그 옛날의 오빠를 기억할 수 없게 되었다.
여하튼 그런 과거가 있었기 때문일까?
오빠가 연예인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녀는 생각보다 크게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연예인을 왜 생각하지 않았지라고 했을 정도로 학창 시절의 오빠는 인기가 많아서다.
그런 오빠가 뒤늦게 인생의 리즈 시절을 맞이하고 있었으니, 8명이나 되는 여인들과 썸을 탄다는 것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 대상이 누구인지 알고는 그녀는 입을 쩌억 벌릴 수밖에 없었다.
하나같이 스타가 아닌 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물론 유럽에서도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여가수 제이미는 말할 것도 없었으며, 이미 빌보드에서 몇 번이고 핫 100에 1위를 차지한 G1 밴드의 지원은 깜짝 놀랄 만한 대상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현재 국내 한정으로 가장 인기가 있는 여자 연예인 자리에 첫 번째 자리를 다투는 이나은과 강아영도 그중에 포함되었다고 들었을 때 희정은 이 인간이 지금 헛소리를 하는 게 아니겠지라고 의심하기까지 했다.
이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에서 언제나 1, 2위 자리를 다투는 Blue Rose의 김아영이나 뒤늦게 세계적인 인지도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라라랜드 세라, 뉴 데이지의 리더 김유지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참 부지런하기도 하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이렇게 다양하게 만나는 것도 쉽지 않을 텐데.”
“여기서 상황이 더 악화될까 봐 지금 너한테 도움을 청하는 거야.”
썸이라는 게 무언가? 연애를 하기 전의 알 수 없는 감정을 확인하는 시기가 아니던가?
그 말은 이 시기를 벗어나면 좀 더 진지하게 상대를 대해야 한다는 말이니, 그전에 서로 간의 감정을 확인하는 게 중요했다.
하지만 영찬이 말하는 악화될까 봐의 뜻은 그게 아니었다.
“……썸을 타는 대상이 더 늘어날 것 같아서 말이야.”
“오빠!”
“아니, 내가 원해서 그러는 게 아니야.”
“……그게 더 나쁘거든!”
이후 희정과 영찬은 티격태격하며 다투듯이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뒤에야 희정은 영찬이 뭘 도와달라고 하는지 알게 되었다.
“그러니깐 나보고 이 사람들 중 연애를 할 사람 하나를 뽑아달라는 거야?”
“그…… 비슷하기는 하지.”
“으음. 정상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렇기에 자신의 오빠다운 모습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가난했던 집안 사정으로 제대로 된 사춘기 시절을 누리지 못했던, 자신의 청춘에 정작 그 자신이 없었던 오빠다 보니 이처럼 바보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일 터였다.
“알았어. 한번 이 한 몸 희생해 볼게.”
그렇게 그녀는 오빠를 대신해 자신의 미래의 언니가 될지도 모르는 후보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회사 내 유망한 기획 직원이라는 직책은 사내의 연예인들의 평판을 쉽게 알아내기에 좋은 자리였다.
거기에 그녀에게는 든든하기 그지없는 본부장님을 비롯해 회사 내 간부들을 이용할 수 있었기에 실제로 몇몇은 마주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렇게 만난 오빠의 썸녀들은 하나같이 개성이 강한 이들이었다. 하지만 본래 연예인이라는 게 개성이 강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직종이다 보니 나쁘다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개성이 강하다는 것과는 별개로 그녀들은 하나같이 공통점이 있었다.
“착해. 다들 너무!”
차이는 좀 있겠지만, 확실한 건 다들 이 약육강식이 판을 치는 연예계 속에 보기 드문 선한 성품의 소유자라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하나같이 왜 자신들이 슈퍼 스타인지를 알 수 있게 너무도 이쁘니, 희정으로서는 정말 다들 비현실적이다라고 여길 따름이다.
“왜 이런 분들이 오빠 따위를 좋아하는 거지?”
물론 객관적으로 본다면 그녀의 오빠인 영찬을 안 좋아하기도 어려웠다.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를 넘어 역대 가장 섹시한 남자 1위 자리에 언제나 영찬이 뽑혔으니 말이다.
단순히 외모만 특출난 게 아니었다.
뮤지션으로서도 이제 비교 대상이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커리어를 쌓아 올리고 있는 데다, 배우로서도 그와 같은 반열에 오르고 있는 중이었다.
‘오만의 왕’의 ‘진’ 보고 수많은 배우들이 자괴감에 빠지거나 혹은 영찬에게 끝없이 찬사를 보내고 있을 정도니 이는 결코 과한 말이 아니었다.
찬사를 보내는 이들 중에는 연기의 신이라고 불리는 ‘존’도 있었는데, 그는 시사회 이전까지 ‘오만의 왕’에 대한 정보를 듣지 못했던 터라 유달리 놀랐다고 한다.
“‘진’은 그 누구도 해낼 수 없는 배역이다. 이러한 배역을 소화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는 나에게서 찬사를 받기에 충분하다.”
오만한 성품의 ‘존’이었기에 그의 발언은 한동안 큰 화제가 되었다.
여하튼 외모와 능력에서도 역대급인 데다, 그 자산 또한 알려진 것만 국내에서는 따를 자가 없을 정도였다.
아직도 상장하지 않은 세계적인 회사가 두 개나 더 있다는 걸 생각한다면, 세계 부자 순위에서도 상당히 높은 순위에 오를 게 분명했다.
여하튼 영찬은 그런 평을 받는 인물이다 보니, 희정의 생각과 달리 외부적으로 보았을 때 오히려 그녀들이 영찬과 썸을 타고 있다는 것에 놀라 할 일이었다.
국내는 물론 해외의 수많은 핫한 배우, 모델은 물론 어마어마한 자산가의 영애까지 그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었으니깐.
그런 점에서 보았을 때 영찬이 동생에게 헬프를 한 건 정말 잘한 일이었다.
그녀 또한 오빠의 영향 때문인지, 나름 자수성가한 인물이다 보니 속물적인 시선보다는 오빠에게 정말 필요한 게 뭔지를 알기 때문이라서다.
그렇기에 그녀는 ‘다들 너무 아까워! 왜 이렇게 선하고 예쁜 사람들이!’ 투덜거리면서 나름의 기준을 두며 찬찬히 살폈고, 이후 거르고 걸러 오빠에게 자신의 생각을 정리했다.
“정말 이렇게 고생한 거에 대해 최대한 받아내고야 말 거야!”
“……그래. 미안하다. 그 차라도 한 대 사 줄까?”
“필요 없어. 지금 타는 것도 부담스럽다고.”
국내 본사로 데려오는 기념으로 영찬은 희정이에게 차를 한 대 선물해 주었다.
나름 그 나이대의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차로 한 대 뽑아주라고 매니저에게 부탁을 했었는데, 막상 그 차를 선물받은 희정은 너무도 부담스러워했다.
당시 희정이 받은 차는 포르쉐 카이엔이었고, 당연히도 풀 옵션을 한 차량이었다.
실용적인 걸 좋아하는 희정이답게 SUV 차량이라는 점에서 영찬은 괜찮다고 보았고, 처음에 받았을 때 희정이 또한 좋아했었다.
차에 대해 잘 알지 못해도 일단 예쁘고 실용적인 건 사실이었으니깐 말이다.
그러나 회사에 출근을 하면서 자신의 차량이 2억이 훌쩍 넘는 고급 차량이라는 것을 알고는 부담스러워 하는 기색이 완연했다.
슈퍼 스타이자 현 회사의 대표인 오빠를 둔 것과는 별개로 아직 소시민적인 마인드가 있는 그녀로서는 자신의 몇 년 치 연봉에 달하는 차가 부담스러운 건 사실.
이런 차를 마치 축하 선물을 주듯 가볍게 안겨 주는 오빠에 새삼 오빠가 엄청난 거물이라는 걸 그녀는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와 별개로 이런 쪽으로 튀고 싶은 마음이 없던 그녀는 한순간에 금수저 혹은 최소 은수저 집안의 따님이 되어 버렸다.
그런 상황에 포르쉐 카이엔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될 차량을 선물해 줄 게 분명한 터라, 그녀는 그처럼 서둘러 거부했던 거고.
“일단 나름 기준을 두고 두 명으로 추렸어.”
“두 명?”
왜 한 명이 아니냐? 라는 불만이 담긴 오빠의 감정이 담긴 말에 희정의 눈이 크게 부릅떠지며 오빠를 쏘아보았다.
“이것도 얼마나 힘들었는 줄 알아! 다들 너무도 선하고 예뻐서…… 얼마나 미안했는데. 사실 다 떨어뜨리고 싶었던 게 내 진심이었는데…….”
그녀는 정말 죄책감을 느꼈다는 듯 가슴을 움켜쥐며 고개를 저어댔다.
이런 동생의 모습이 영찬은 어이가 없음에도 또한 한편으로 이해가 되었다. 썸을 타는 상대들이라서인지 몰라도 확실히 하나같이 너무 귀하고 아름다운 존재들이었으니깐 말이다.
“그래서 그 두 명이 누구인데?”
“……제이미 님. 그리고 강아영 님.”
“…….”
누가 입에서 나와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 마음먹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동생이 그 두 사람을 입에 담았을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일까?
의외로 영찬은 동생이 뽑은 두 사람에 대해 그리 놀라지 않았다.
덕분에 그런 오빠의 담담한 모습에 희정은 이 오빠가 자신의 말을 듣고 있는 게 맞나 의심했지만, 곧 영찬이 입을 열면서 그녀는 그 의심을 거두게 되었다.
“그래. 고마워. 덕분에 생각이 많이 정리된 것 같아.”
“어?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고. 하여튼 간에 빨리 결정해! 알았지!”
“응. 그래. 알았어.”
그리고 다음 날 영찬은 제이미와 강아영 두 사람과의 시간을 좀 더 가지기 시작했다.
“라라라랄!”
혼자서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여 흥얼거리는 제이미에 이제 그녀의 또 다른 가족이 된 매니저 세미가 웃음을 지으며 말을 건넨다.
“아하하. 우리 제이미. 왜 이렇게 기분이 좋을까?”
“……대표님이 오늘 만나재.”
“뭐? 정말? 오늘 만나는 날 아니잖아!”
“으응. 같이 밥이나 먹자고.”
“맙소사! 대표님이 너한테 데이트 신청을 했다니! 이럴 수가!”
“데, 데이트 신청이라니!”
미국이 가장 사랑하는 여성이자 세계에서 가장 핫한 걸로 언제나 1위 자리를 독차지하던 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제이미는 사춘기 소녀처럼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 모습은 그 모습 나름대로 순수해 보이면서도 또한 도발적이었는데 덕분에 세미는 놀라는 것도 잠시 잃은 채 그녀의 매력에 시선이 빼앗기다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제이미가 데뷔와 함께 세상을 놀래켰던 핫한 외모를 지닌 것과 별개로 그 속은 여전히 10대에서 벗어나지 못한 걸 알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정신 상담을 통해 안정을 찾은 결과였고, 그전의 그녀는 사랑 따위도 모르는 초딩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렇다 보니 막상 그녀가 원하는 결과에 성큼 다가갔음에도, 세미로서는 물가에 내놓은 아이를 보는 것처럼 안절부절못할 수밖에 없었다.
“왜 하필 다른 사람도 아니고 YC 님을 좋아해서는…….”
뭐 그녀도 같은 여자로서 그 심정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단순히 마음을 품기에는 YC는 여러모로 위험한 남자였다.
물론 게이설을 비롯해 무성욕자, 발기부전 따위의 설이 돌 만큼 YC는 사생활이 깨끗한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그녀가 생각하는 위험은 그런 것과는 질이 달랐다.
“여자라면 한 번 빠지게 되면 헤어나올 수가 없지.”
아마 YC가 조금만 모질거나 혹은 성에 대해 관심이 있었다면 정말 스캔들이 끊이지 않았을 게 분명했다.
그렇기도 한 게 다른 이도 아니고 YC가 내미는 손길을 감히 거절할 수 있는 여자가 누가 있을까?
아마 그의 가벼운 눈길 한 번만으로도 영혼마저 빼앗겨 버리는 자신을 뒤늦게 발견하게 될 게 분명했다.
그런 마성의 사내에게 몸만 다 큰 이 아직 풋내 어린아이를 보내야 하니, 그녀로서는 애가 타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도 부럽기도 했다.
“너무 부담 가지지 말고.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편안하게 알았지!”
“……세미. 너 때문에 부담돼!”
“아! 그래? 미안.”
그제야 세미는 자신이 그녀의 어깨를 잡고 흔들고 있다는 걸 알고는 서둘러 그녀에게서 손을 떼어냈다.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이제는 나도 내성이 많이 생겼어.”
“……그래. 그렇다니 다행이기는 한데. 상대가 YC 님이다 보니.”
“하하하.”
제이미는 언제나처럼 마지막까지 자신보다 더 마음을 쓰는 세미의 마음이 기분이 좋은지 웃음을 흘려 보였다.
그러나 그날 영찬과 만나게 된 그녀는 후회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세미의 경고를 귀에 담지 않았던 사실을 말이다.